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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30화 (230/250)

230화

마족들이 점령했던 검은 탑 주변은 다시 어스의 손에 들어갔다.

요새에 주둔 중인 병력은 단 1시간도 버티지 못하고 모두 어스의 경험치가 되었다.

어디 그뿐이랴.

연락을 받고 출동한 마족들 역시 통로를 넘어오자마자 모두 죽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구엔 9서클 스킬 엘리멘탈 피니쉬먼트가 떡 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겹도 아닌 무려 여러 겹이 포개어져 있었다.

이 때문에 다들 세 걸음도 떼지 못하고 몰살당했다.

작위를 가진 고위 마족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저걸 부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스는 지금 검은 탑을 쳐다보고 있었다.

저걸 부수면 뤼빅스는 마족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다.

물론 검은 탑이 저 하나뿐이어야 한다.

만약 또 다른 검은 탑이 존재한다면 이곳의 검은 탑을 파괴해봐야 명당(?)을 그냥 날리는 꼴이다.

손해는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뤼빅스에 마족이 출현하지 않으면 이종족 노예는 물론 혼혈까지 거둘 수 없게 된다.

‘개인적으론 교단 녀석들이 항복 선언을 할 때까지 저대로 두는 게 좋단 말이야.’

분명 그리 생각하면서도 어스는 검은 탑의 처분을 두고 고민하고 있었다.

양심이 찔렸기 때문이다.

바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 때문이었다.

마계의 본격적인 침공이 없는 상황에서도 1만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하물며 마족들이 저 검은 탑의 비밀을 알아낸다면 그땐 상상할 수 없는 수의 사람들이 죽어 나갈 것이다.

‘하아, 난 너무 착한 것 같아.’

며칠을 두고 고민한 끝에 어스는 검은 탑을 일단 파괴하기로 결심했다.

명당이 날아가는 건 아쉽긴 하지만 사실 굳이 여길 고집할 이유도 없었다.

마족이 소수로 떠돌아다니는 유목민이면 모를까 저들도 사회를 이루고 사는 종족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어스는 곧장 이를 실행했다.

마음이 흔들릴까 봐.

‘메테오 스트라이크!’

자신이 가진 가장 강력한 스킬을 시전했다.

하늘을 가르며 거대한 운석이 검은 탑을 향해 낙하했다.

자리를 옮기지 않으면 파괴 반경에 들어가지만 어스는 이를 무시하고 제 자리를 지켰다.

자신의 생명력을 믿고 버티는 건 아니다.

궁극의 방어 스킬을 무려 50회나 시전했다.

마나 회복 물약을 마시며.

참고로 동급의 공격 마법과 방어 마법의 경우 공격 마법이 방어 마법을 뚫기 위해서는 2배의 힘이 필요하다.

그러니 제아무리 메테오라지만 동급의 방어 스킬인 앱솔루트 쉴드가 어찌 뚫리랴.

한 겹도 아니고 무려 50겹인데.

대기를 갈가리 찢어발기며 흉험한 기세로 검은 탑을 향해 떨어지는 메테오.

완벽한 안전장치를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순간 몸이 움츠러들었다.

어디 몸뿐이랴.

저도 모르게 눈까지 질끈 감았다.

‘어라? 왜 조용하지?’

주변에 아무도 없지만 어색한 마음에 괜히 헛기침을 쏟아내며 슬며시 눈을 뜬 어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무시무시한 메테오가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검은 탑이 멀쩡했기 때문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검은 탑 주변 역시 단 1의 피해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터무니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충격에 정신이 없는 그의 뇌리로 알람이 날아와 깊이 박혔다.

-경고! 찬란했던 타락자가 힘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세 번째 경고였다.

첫 번째 경고에선 눈을 떴다.

두 번째 경고에선 몸을 일으켰다고 했다.

그리고 지금은 힘을 회복한단다.

그것도 하필 검은 탑을 공격한 시점에 경고가 날아왔다.

과연 이게 우연일까?

‘확인해봐야지.’

호흡을 가다듬은 어스는 메테오를 시전했다.

두 눈 부릅뜨고서.

다시 그 모습을 드러낸 메테오는 검은 탑과 일정 이상 접근하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뤼빅스 내 던전으로 이동한 게 아닐까 싶다.

-경고! 찬란했던 타락자가 힘을 회복하고 있습니다.

네 번째 경고였다.

‘검은 탑은 시스템이 경고한 놈에게 힘을 전송하는 건가?’

그럼 어째서 마족이나 자신은 저 검은 탑을 이용했음에도 찬란했던 타락자가 아닌 뤼빅스 내 던전에 입장하게 된 거지?

혹시, 에너지만 놈에게 전송되는 건가?

그럼 저 검은 탑은 시스템이 경고한 찬란했던 타락자와 연관이 있다는 건데.

불길하다, 몹시.

그리고 그보다 더 안 좋은 건 검은 탑을 파괴할 수 없음이다.

고심하며 마음의 결정을 내렸더니 여기서 덜컥 제동이 걸리다니.

그렇다면 마족의 침공은 시간이 문제일 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봐야 한다.

자신의 이익까지 과감하게 포기하고서 대의에 손을 들어주었는데 그게 무색해졌다.

‘마계와 뤼빅스의 전쟁은 이로써 피할 수 없게 됐군.’

아니, 피할 순 있다.

자신이 여기, 바로 이 명당에 말뚝(?)을 박으면 자신이 늙어 죽지 않는 이상 인류는 안전할 것이다.

그런데 그럼 자신의 인생은?

하아.

‘…그건 아니지.’

아니, 그보다 과연 마계만 위험할까?

어스가 보기엔 오히려 마족보단 시스템이 경고한 저 찬란했던 타락자가 더 인류에 위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어스가 골치를 썩을 무렵 그의 뒤에서 시트리 족의 지배자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중첩된 엘리멘탈 피니쉬먼트를 뚫고 튀어나왔다.

꼴사나운 모습으로.

데굴데굴.

“크아!”

퉁.

한참을 바닥을 구른 마왕은 외곽의 앱솔루트 쉴드를 들이박고 그제야 바닥을 구르던 굴욕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어스가 고개를 돌렸다.

스윽.

마왕이 고개를 들었다.

스윽.

둘의 눈길이 마주쳤다.

끔뻑끔뻑.

“뭐야? 이 거지새끼는?”

어스가 말하였다.

신경질적인 어조로.

그 말에 마왕은 정신적인 충격을 받은 듯 입만 뻐끔거렸다.

“거, 거지새끼?”

자신의 백성들이 학살당한 건 놈들이 약하니까 그럴 수 있다.

그래서 뒤진 것이니 전적으로 놈들 탓이니까.

한 나라의 왕이, 한 민족의 지존이 할법한 생각은 아니지만 이곳은 마계!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세계다.

물론 고대에서 중세를 거쳐 오늘날에 이르며 약육강식의 문제점이 대두되어 그전처럼 힘이 곧 법이 되는 야만적인 문화는 많이 사라졌지만. 그럼에도 아직 옛 풍조가 남아 있어 약자멸시는 당연시 여겨지고 있었다.

특히, 약자로 살아본 적이 없는 고위 마족들에게 이런 기조가 강했다.

하물며 여기 있는 자신은 시트리 족 한정이긴 하지만 그들의 정점에 있는 마왕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자신이 한낱 인간 따위에게 약자나 들을법한 욕설을 듣게 되었으니…

“미, 미천하고 하등한 이, 인간…”

너무 화가 나 말까지 더듬었다.

“병신이 지금 뭐라는 거야?”

“벼, 병신? 가, 감…”

“그냥 경험치나 돼라. 병신도 마족은 마족이니까.”

어스는 매직 애로우를 날렸다.

이에 마왕은 또 한 번 굴욕을 맛보았다.

아니, 치욕이다.

감히 마왕인 자신을 상대로 매직 애로우라니.

마왕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매직 애로우를 멋지게 쳐내고 마왕으로서의 위엄을 살려 학살자의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고야 말겠다며 작심했다.

그래서 손을 휘둘렀는데.

펑-!

예상보다 터무니없이 강력한 매직 애로우의 위력에 마왕은 뒤로 튕겨 나가고 말았다.

마왕이 받은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좀, 아니 많이 강력한 매직 애로우이긴 하나 그래봐야 근본은 매직 애로우다.

그런데 고작 그딴 매직 애로우를 막아내지 못하고 튕겨났으니, 마왕입장에선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는…당연하고 용납 자체를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마왕이 뚫고 지나온 9서클 스킬 엘리멘탈 피니쉬먼트를 감안하면 이해 못 할 건 없다.

통로 입구에 어스가 박아둔 엘리멘탈 피니쉬먼트가 하나도 아니고 두 자릿수로 중첩되어 있었으니까.

그러니 제 아무리 마왕이라도 온전할 수 없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하나 여기까지 생각하기엔 앞서의 일이 마왕에겐 너무 충격적이라 미처 그 생각은 못 하고 있었다.

그건 매직 애로우의 뜻밖의 위력에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지금도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한 건 부하들을 대동하지 않은 점이다.

만약 부하들을 대동하고 왔다면? 모르긴 몰라도 역사에 길이길이 박제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부르르.

이를 악물고서 마왕이 몸을 일으켰다.

그런 마왕의 전신으로 세상을 단숨에 박살 내도 남을 것 같은 마기가 줄기차게 뿜어지고 있었다.

“내…내 네놈…”

마왕의 신장은 무려 4미터다, 그리고 그가 가진 뿔은 크고 웅장하여 한눈에 봐도 마왕으로서의 격이 물씬 풍긴다.

하나 어스의 눈엔 그냥 뿔 달린 사자 새끼에 불과했다.

다른 마족보다 뿔이 더 많고 굵고 큰 게 특이했지만 어차피 마족은 마족이다.

자신의 경험치가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일 뿐이다.

더욱이 지금 어스는 시스템의 경고로 인해 한참 예민한 상태였기에 말더듬이 따위에게 시간을 할애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주저앉아 있을 땐 몰랐지만 일어선 모습이 예사롭지 않아 순간 놀라긴 했지만 감정이 움직이건 딱 거기까지다.

어스는 가차 없이 손을 썼다.

헬파이어가 마왕을 향해 날아갔다.

문답무용!

평소 마왕이 자주 쓰던 말이었다.

그런데 오늘 처음 마왕은 자신이 평소 쓰던 말 그대로 돌려받았다.

그것도 열등한 생물인 인간에게서.

이에 격분한 마왕은 기둥처럼 단단한 두 팔을 교차했다.

마기가 응축되어 두터운 방어막을 형성했다.

헬파이어 따위 손짓으로도 날릴 수 있는 마왕이었지만 앞서 얻어맞은 매직 애로우의 여운이 남아있어 나름 진지하게 대응했다.

뒤늦게 자신의 몸 상태도 파악하였기에.

어스의 헬파이어는 분명 강했으나 마왕의 방어막을 뚫진 못했다.

상당한 피해를 남겼지만.

백색의 거대한 불의 파도가 일대를 휩쓸었다.

마왕은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보, 보았느냐 이것…!?”

마왕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자신의 신분 역시 밝히지 못했다.

연속으로 날아오는 헬파이어 때문이었다.

‘미, 미친!’

어떻게 이런 식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단 말인가!

마법에 특화된 고위 마족을 여럿 봤지만 지금처럼 8서클 마법을 저처럼 사용하는 마법사는 없었다.

그렇다고 이제 와서 피하자니 마왕으로서의 자존심이 그 발목을 잡았다.

오냐,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마왕은 자신의 자존심과 긍지를 지키기 위해 버텼다.

쾅쾅쾅쾅쾅-!

‘대, 대체 언제까지 쏠 거냐!’

10번의 공격까진 버틸 만했다.

하지만 공격이 10번을 넘어 20번이 되고, 20번을 넘어 30, 40쯤 되어가자 제아무리 마왕이라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그런데 여기까지 버티며 마기를 쥐어짠 덕분에 이젠 피할 힘이 없었다.

앞서 부상만 입지 않았어도 피하는 건 일도 아닌데.

마왕은 그제야 후회했다.

자신의 결정을.

쾅-!

마왕은 눈앞이 아득해졌다.

온 세상이 하얗게 불타올랐다.

그것이 마왕의…

-마왕을 처치했습니다.

-강력한 대상을 사냥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100을 습득합니다.

-최초 업적으로 칭호 ‘마왕 살해자’를 획득합니다.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아이템이 적용될 대상이 없습니다.

-레벨업!

.

.

.

“그 말더듬이가 마왕이었다고?”

막상 자신이 사냥해놓고도 어스는 이 상황을 납득하기까지 제법 긴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세상에 만상에 마왕이라니, 자신이 마왕을 잡다니 이게 말이 된단 말인가?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나…엄청 대단한 놈이었구나.”

마족의 정점에 서 있는 자를 잡았으니 이제 마계에서 자신을 위협할 존재가…아, 꽤 있다.

마왕은 저기 저 죽어 자빠진 놈 하나뿐이 아니니까.

“사람이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저놈도 덜떨어진 녀석일까?”

생전 녀석이 보인 모습을 보면 마왕 중에서도 급이 가장 낮은 녀석이 아닐까 싶다.

마음을 다잡은 어스는 새로이 얻은 칭호의 자세한 기능을 살폈다.

그런 그의 입이 떡하고 벌어져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마계에 속한 존재를 상대할 경우 추가 피해 30퍼센트 증가.

모든 스탯 +50.

생명력 및 마나 회복률 10퍼센트 추가 적용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그 좋은 기분도 오래가지 않았다.

시스템이 거푸 경고한 찬란했던 타락자가 불쑥 떠올라 그 기분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의 눈길을 신비한 검은 탑이 사로잡고 있었다.

‘지금도 강하지만 지금보다 더 강해질 동기로서 널 지목하겠다.’

어스는 자리를 박차고 몸을 날렸다.

달라진 신체 능력이 그의 육신을 하늘 높이 끌어 올렸다.

곧 그의 신형은 북쪽으로 사라졌다.

더더욱 강해지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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