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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22화 (222/250)

222화

시쿠가 발견한 마족은 총 열셋으로 다들 상당한 무장을 갖추고 있었다.

그들은 흡사 사냥꾼이 사냥감의 흔적을 보고 움직이듯 주변을 살피며 이동 중에 있었다.

‘사람들의 은신처가 들킨 건가?’

저들의 동선을 머릿속으로 쭉 이어가 보니 그 끝에 동굴이 나왔다.

십 중 팔 할의 높은 확률이다.

마족들에게 노출될 것을 우려한 사람들의 활동 범위는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그렇다고 근방에 마족이 출현한 일도 없었다.

있었다면 시쿠가 먼저 말해줬을 것이다.

‘워프 게이트로 이동했으니 흔적도 남지 않았을 텐데. 저놈들은 뭐지?’

일단 잡아서 알아보기로 했다.

마족은 태생이 인간보다 월등한 신체 능력을 갖고 있다.

태어나면서 몸에 마기를 품고 태어나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 중에 그 마기는 폭발적인 성장을 보인다.

그래서 마계엔 소드 마스터 급의 고수가 지천인 것이다.

대신 그들에게도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초급, 중급, 상급 그리고 다음 단계인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되기 위한 최상급에 발을 딛기 위해선 인간들이 그러하듯 그들에게도 깨달음이란 게 있어야 한다.

대부분의 마족들은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정체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그 벽을 깨면 자연스레 지위가 높아진다.

그것을 마계에선 격의 상승이라 부른다.

마족의 평균 수명이 7천 년인걸 감안하면 나이가 들수록 그들 모두 강해져야 하지만 실상은 또 그렇지도 않다.

‘시쿠.’

‘응, 주인님.’

‘저놈들 파묻을 수 있겠어? 한 놈도 놓치지 않고?’

‘주인님, 마족 예민하고 빠르다. 안 될 것 같다.’

시쿠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판단하여 말해주었다.

하긴 죽이는 것보다 생포하는 게 더 어렵다.

특히, 강한 상대일수록.

그렇다면 자신이 나서야 한다.

‘죄다 공격 스킬인데.’

잠시 고민하던 어스는 일루젼을 사용해보기로 했다.

일루젼(+3/12).

이에 더해진 20,000 지력 스탯을 믿어 보기로 했다.

그럼에도 안 통한다면 그땐 공격 스킬을 사용하면 그만이다.

이리 작정한 어스는 일루젼을 시전했다.

우려되는 마음으로 시전한 일루젼은 그 우려를 비웃듯 단숨에 마족들을 환상에 몰아넣었다.

놈들의 입에서 고함과 비명이 터졌다.

어떤 놈들을 검을 뽑아 사방을 향해 미친 듯이 휘둘렀다.

그 검에 맞아 마족 둘의 얼굴이 반으로 갈라졌다.

정상적인 상태였다면 결코 당하지 않았을 테지만 일루젼에 먹힌 상태라 바로 앞의 상대에게 눈 뜨고 당한 것이다.

놈들이 일루젼에 당해 스스로 무너지자 이에 어스는 시쿠에게 명령하여 놈들을 땅속에 파묻었다.

저들이 평범한 인간이면 얼마 못 버티겠지만 명색이 마족이다.

한두 시간 매장해놔도 죽진 않을 것이다.

어스의 명령을 받은 시쿠는 죽은 두 마족을 제외한 11명 전원을 매장했다.

죽진 않더라도 몹시 괴로울 것이다.

아니, 괴로움보단 생매장의 공포에 정신이 아득할 것이다.

어스는 느린 걸음으로 그곳으로 이동한 뒤 적당한 크기의 바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10분쯤 흐른 뒤 어스는 마족 하나를 불러냈다.

답답했던 숨통이 트인 마족이 가쁜 숨을 내쉬었다.

‘마족도 눈물 콧물 쏟는 건 인간이랑 다르지 않네.’

그래도 마족은 마족이다.

인간이라면 한참을 정신 차리지 못했을 상황에서도 이내 이를 극복했다.

“…너, 넌?”

“응, 인간이다.”

“하, 학살자?”

“학살자? 흠, 너희들 사이에서 날 그렇게 불러? 하긴, 너희들 입장에선 그럴 수 있겠네. 아무튼 말이 통해서 다행이야. 지금부터 나와 대화의 시간을 가졌으면 해. 거부는 없어.”

어스와 거리를 벌린 마족은 주변을 둘러보다 얼굴이 잘려 죽은 두 동족을 보자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두려움을 느꼈는지 마족은 달아나려고 했다.

놈이 이를 시도하기 전 어스의 입이 먼저 떨어졌다.

‘매직 애로우.’

수천 발의 매직 애로우가 마족을 수백 겹으로 포위했다.

일반적인 매직 애로우와 달리 어스의 매직 애로우는 12번의 강화를 모두 거친 데다 높은 지력 스탯의 영향으로 5서클 수준의 공격 마법을 상회하는 위력을 발휘하는, 그야말로 전무후무한 괴물로 발전한 상태였다.

마족 역시 이를 느낀 것인지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매직 애로우를 경시하지 않았다.

아니, 그보단 터무니없이 많은 수의 매직 애로우에 질렸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싶다.

여하튼 마족은 굴복했다.

“좋은 선택이야.”

“어, 어째서 시체는 두 구지? 다른 동료들은 어…서, 설마 땅속에?”

“맞아. 내 질문에 순순히 대답하지 않으면 아까 거기로 다시 가게 될 거야. 경험했으니 어떤 느낌인지 알지 싶은데. 혹시, 깜빡했으면 다시 보내줄게. 자, 어떻게 할래?”

“마, 말하…겠다.”

“괜한 고집을 부리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이네.”

마족들 사이에서 어스는 인간의 탈을 쓴 인외의 존재로 여겨지고 있었다.

그가 자행한 일들은 고위 마족도 할 수 없는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어찌나 잔혹한지 그가 지나간 자리엔 풀 한 포기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여긴 무슨 일로 온 거지?”

* * *

도리아 일행이 몸을 숨긴 장소는 마족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였다.

그래서 안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그것이 오산임이 밝혀졌다.

천리안!

놀랍게도 그러한 능력을 선천적으로 타고 태어나는 마족들이 있다고 한다.

이번에 위치가 발각된 건 그러한 능력자들이 다수 동원된 결과였다.

‘마족을 얕볼 수 없군. 또 무슨 선천능력이 있으려나?’

아무튼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이상 한 자리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그래서 어스는 도리아 일행을 다른 장소로 옮겼다.

그곳은 지상에서 50미터 아래 지하였다.

기존에 있는 시설은 아니다.

시쿠의 힘을 통해 만들었다.

당분간 그들은 이곳에서 지내기로 했다.

아니, 그들에겐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당장 평범한 마족 하나만 나타나도 전력을 다해 싸워야 하는데 하물며 그보다 윗줄의 그리고 다수의 마족이 방문한다면 그땐 사살, 내지는 생포를 피할 수 없으니까.

마족 수색대를 통해 알아낸 건 비단 이뿐만이 아니다.

검은 돌과 유사한 능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검은 탑이란 것도 들을 수 있었다.

그들도 소문만 들었지 실제로 보진 못했다고 했다.

다행히 해당 위치를 알고 있었기에 그곳을 찾아가는 건 어렵지 않았다.

다만 그곳의 이미지가 남아 있지 않다 보니 워프 게이트는 사용할 수 없었다.

블링크를 거듭 사용한 끝에 어스는 옛 밴드로스 시에 도착했다.

경계가 대단히 삼엄했다.

비단 지상뿐만이 아니라 상공도 마찬가지다.

이곳엔 시트리 왕국뿐만 아니라 어스에게 피해를 입은 고모리, 모락스, 말파스 왕국의 마족들도 대거 모여 있었다.

검은 탑 주변은 높고 두꺼운 벽이 3겹이나 둘러싸고 있었으며, 높다란 감시탑도 50미터 간격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저뿐만은 아닐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계도 있으리라.

‘그사이 요새를 만들었네.’

그만큼 심혈을 기울였다는 건 검은 탑의 가치 역시 높다는 반증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놈들의 방비가 엄중하여 도저히 잠입할 방도가 마땅치 않았다.

아무래도 시쿠를 소환해야 할 듯싶었다.

설마, 땅속에도 결계를 쳤을까.

어스는 시쿠를 즉시 소환했다.

그러곤 녀석에게 땅굴을 파도록 명령했다.

어스가 몸을 숨긴 장소에서 방벽 안쪽까지는 직선으로 10킬로미터 남짓이다.

걸어가도 시간이 꽤 걸린다.

하물며 땅굴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하지만 시쿠에겐 대수롭지 않은 과제였다.

물속을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녀석은 땅속을 그리 마음대로 다닐 수 있기 때문이다.

20여 분이 흐르자 시쿠가 의념을 전했다.

‘주인님, 앞에 이상한 기운이 있다.’

‘이상한 기운?’

‘이쪽도 파고 저쪽도 파고 사방으로 다 팠는데도 기운 있다.’

결계이지 않을까 싶다.

치밀한 새끼들 땅속까지 결계를 설치하다니.

‘돌아와.’

시쿠를 눈앞으로 소환한 어스는 녀석을 도리아 일행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조용히 움직이려 했더니 글렀군.’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힘으로 부수고 들어가는 것뿐이다.

검은 탑이 상하지 않는 선에서.

철옹성을 빼든 어스는 요새를 향해 나아갔다.

블링크는 시전하지 않았다.

곧 어스는 마족들에게 발각당했다.

어차피 여봐란듯이 움직였기에 어스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뿌우웅, 뿌우우웅!

나팔 소리가 울리며 요새는 즉시 전투태세로 돌입했다.

고작 한 명이 등장했을 뿐인데 저런 소란이라니.

‘내가 온 걸 아는 건가?’

마족들에게 자신이 학살자로 불리는 건 앞서 포로들의 입에서 전해 들었다.

그들에겐 공포라나 뭐라나.

하긴 자신의 손에 죽은 자들이 백만을 훌쩍 넘었으니 납득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상공을 비행하던 마족들이 제일 먼저 접근했다.

놈들은 기괴하게 생긴 비행 마물을 타고 있었다.

“네 놈은 누구냐!”

대화는 무의미하다.

어차피 다 죽여 없앨 생각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어스는 가볍게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수천 발의 매직 애로우가 힘차게 날것을 타고 있는 마족들을 향했다.

마족들은 이에 당황했다.

일언반구도 없이 곧장 공격한 것에 놀라고, 매직 애로우의 숫자와 매직 애로우가 품고 있는 기운에 거듭 놀랐다.

그러나 갑옷을 입었다고 다 기사가 아니듯 마족들은 이내 평정심을 회복했다.

날것에 탄 자들 중엔 마법사도 다수 포진하였는지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인간의 마법보다 월등히 빠른 속도였다.

쾅쾅쾅쾅-!

그러나 그들의 방어 마법은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매직 애로우의 공격 앞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이내 터지기 시작했다.

태반의 매직 애로우가 그렇게 산화했다.

남은 매직 애로우도 그들을 어쩌지 못하고 박살났다.

마족의 수는 기껏해야 서른두 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5서클 수준의 위력을 발휘하는 매직 애로우 수천 발을 거뜬히 막아냈으니 과연 마족은 달랐다.

‘12강인데 그걸 막네. 태생적 한곈가?’

그렇다면 파이어 애로우는 어떨지 궁금해졌다.

파이어 애로우 역시 12강이다.

거기에 2만의 지력 스탯이 힘을 보태고 있다.

그러나 파이어 애로우의 경우 매직 애로우처럼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같은 속성의 상위 스킬의 영향으로 공격력이 증가했다.

그러니 이번엔 쉽게 막지 못할 것이다.

어스의 예상처럼 이번엔 저들도 이를 막아내지 못했다.

-중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1만 2천 코인을 습득합니다.

.

.

.

.

하급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중급 마족이었다.

아니, 단 한 명 마지막까지 버틴 놈은 상급 마족이었다.

놈은 2만 코인을 선물하고 사라졌다.

레벨이 올라나 싶어 슬쩍 열어본 상태창은 변함이 없었다.

‘레벨 더럽게 안 오르네.’

예전이면 올라도 두 개는 올랐을 텐데.

“학살자다! 학살자가 나타났다!”

이제야 자신의 정체를 파악했는지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목소리에 어스는 어깨를 활짝 폈다.

검은 탑의 보호를 위해 어스는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하늘과 땅을 까맣게 물들이며 마족들이 대거 그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탑은 범위 밖이니까.’

앞서는 깔짝거렸지만 이젠 제대로 판을 벌일 차례다.

저 자리에 있던 도시를 초토화 시켰던 바로 그 스킬로.

엘리멘탈 피니쉬먼트.

불, 얼음, 바람, 대지, 번개의 힘이 실린 9서클 광역 스킬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도시를 떠나지 못해 떠도는 원혼들이 이에 분노했는지 대지와 대기가 아우성쳤다.

살상반경에 든 마족들 태반이 살아남지 못했다.

‘죄다 중상급이군.’

태반이 죽고 살아남은 자들은 최상급 이상의 마족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살아남았지만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사망자는 비단 살상반경 안에 든 놈들에게서만 나온 건 아니다.

위험반경에 든 자들 중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했다.

상급이 빠진 중급 마족들이었다.

-레벨업!

-업적 포인트 4가 지급됩니다.

-인벤토리 +1지급 됩니다.

180대에 머물렀던 레벨이 드디어 190에 발을 디뎠다.

특전만 사라지지 않았다면 보너스 업적 포인트가 팡팡 터졌을 텐데.

물론 마냥 다 잃은 건 아니다.

엘프의 군주(유일)라는 칭호를 얻어 엘프의 맹목적인 충성심을 얻었고, 스킬 슬롯 2개를 얻었으니까.

“이노오오오오옴!”

엘리멘탈 피니쉬먼트의 무시무시한 힘이 단숨에 갈라지며 그 안에서 하얀 갈기를 가진 사자 머리의 마족이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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