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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11화 (211/250)

211화

한번 지나간 끼니는 다시 돌아오지 않듯 어스는 다른 건 몰라도 끼니만큼은 꼭 챙기려고 노력하는 타입이었다.

주머니가 든든해진 이후엔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음식 맛이 좋은 식당에서 음식을 구입하여 인벤토리에 쟁여놓곤 했다.

공간 주머니와 달리 인벤토리는 시간에 관련 된 마법이라도 부여 된 것인지 쉬이 상하는 음식이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맛이 떨어지는 음식조차 인벤토리 안에 넣어두면 주방에서 갓 나온 듯 맛이 변하지 않았다.

음식을 담아둔 공간 주머니를 인벤토리에 넣어 두어도 효과는 동일하다.

참고로 어스의 인벤토리엔 현존하는 최고 품질(20킬로그램)의 공간 주머니가 무려 수백 개나 들어 있었다.

이것만 다 팔아도 당장 성 하나를 살 수 있는 거액이다.

하물며 그의 재산은 이뿐만이 아니다.

수백억 테스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으며,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귀금속은 무려 보유한 현금의 스무 곱절에 달한다.

그러나 이 모든 재산을 합쳐도 비빌 수 없는 재산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교단과 10개 왕국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그의 부동산이다.

오물오물.

최고급 재료와 장인의 반열에 든 요리사가 요리한, 그래서 한 끼에 200테스라는 막돼먹은 가격을 자랑하는 고급 음식도 그래서 그에겐 사치일 수 없었다.

“꺼억. 잘 먹었다. 사냥이나 하러 갈까.”

하지만 그의 최대 재산은 역시 그 자신이라 해야 할 것이다.

9서클 현자, 아니 대현자를 목전에 둔.

“블링크!”

* * *

“키빌 님, 드라실 라그느 님께서 살해당하셨다고 합니다!”

키빌 토르의 보좌관 샤쿠오는 사색이 되어 키빌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샤쿠오의 보고에 키빌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드라실 라그느는 사적으론 키빌의 외사촌이자 공적으론 스승이기 때문이다.

시트리족 한정이지만 고위 마족 사이에서 무력이 100위권 안에 드는 강자다.

한마디로 수명이 다하여 죽지 않는 한 죽을 일이 없는 고위 마족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이가 자연사도 아니고 살해당했다고 하니 키빌 입장에선 자신의 귀를 당연히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아침부터 웬 개소리냐?”

“거, 거듭 확인했습니다.”

“누구냐? 누가 드라실 님을 살해한 것이냐? 그놈이 누구냐!”

“하, 학살잡니다.”

“학살자? 개소리마라. 놈은 양민에게나 학살자지 드라실 님 같은 분에겐 어림도 없다. 어디서 그분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냐? 내 그 목을 당장 쳐줘야 정신을 차릴 것이냐!”

키빌에게서 쏟아지는 난폭한 살기에 질린 샤쿠오는 넙죽 엎드렸다.

“어,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다. 제 보고엔 조금의 거짓도 없습니다.”

이러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키빌은 살기를 억누르며 확인에 들어갔다.

샤쿠오는 떨리는 음성으로 자초지종을 알렸다.

“학살자 따위에게 당할 분이 아니다. 대체 어떻게…….”

“드라실 님에겐 비교할 수 없지만 최상급 마족 중에서도 수위에 드는 밴드로스 시의 수비 대장 발레노 티란시가 놈에게 당한 사례가 있습니다. 당시 목격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학살자와 발레노 수비 대장의 전투는 백중지세라고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드라실 님이 당한 것으로 보아 일각에서 제기되던 의혹이 어쩜, 어쩌면 사실일지 모릅니다.”

“상대를 죽여서 성장한다는 그 가설을 말하는 것이냐?”

“소, 소인의 생각으로 그렇습니다.”

키빌은 혼란스러웠다.

만약 샤쿠오의 생각이 맞는다면 학살자는 실시간으로 강해지는 존재라고 봐야 한다.

‘미친! 어디서 그딴 괴물이…… 으음.’

아무래도 이 문제는 마왕성에 직접 알려야 할 듯싶었다.

하지만 마왕성에 가기도 전에 날아든 보고에 키빌은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키, 키빌님. 밴드로스 시에 학살자가 출현했습니다!”

* * *

식후 간식으로 적당한 규모의 마을을 찾으려 했던 어스는 본의 아니게 일전 자신을 물러나게 만들었던 밴드로스 시를 발견했다.

의도한 것이 아니라 이는 우연의 산물이었다.

앞서 저 도시에서 애 먹은 기억이 있던 어스는 처음엔 그냥 지나치려 했다.

하지만 곧 마음을 바꿨다.

도시의 결계를 뚫지 못해서 물러나던 때와 지금의 자신은 달라졌기에.

‘실패하면 다음에 다시 오면 되지.’

마음을 편히 먹은 어스는 헬파이어를 시전했다.

가공할 열기를 사방으로 발산하는 백색의 불덩이가 그의 주변으로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헬파이어의 숫자는 정확히 10개였다.

본신의 마나와 철옹성에 내장된 마나를 모두 사용한 결과였다.

현재 남은 그의 본신 마나는 2천.

최상급 마나 회복 포션을 거듭 마시며 헬파이어로 치환된 본신과 철옹성의 마나를 모두 채웠다.

이를 확인한 어스는 도시에서 가장 큰 건물을 향해 10개의 헬파이어를 시간차를 두고 날렸다.

쾅, 쾅, 쾅, 쾅…… 쾅!

헬파이어 모두 결계에 막혔다.

놀라웠다.

“와아. 다 막네. 결계 미쳤네.”

하지만 포기하기엔 결계의 상태가 불안정했다.

연이은 공습에 놀란 도시는 즉각적인 반격에 나섰다.

건물 옥상과 성벽에 설치된 거대 마법 병기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블링크로 이동할 수 있는 최대 거리까지 이동하지 않고선 피할 수 없는 공격이었다.

결계의 상태가 불안정한 걸 눈으로 확인한 어스는 복구되는 결계를 보곤 피하는 대신 무형 방벽을 생성했다.

어스를 중심으로 반경 10미터의 무형 방벽이 찰나에 세워졌다.

지상에서 쏘아댄 탄은 무형 방벽에 가로막혀 소멸했다.

지상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학살자를 잡았다!”

“우리가 학살자를 잡았어!”

“발레노 님의 복수를 했다!”

마족들의 환호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연무가 걷힌 자리에 어스가 떡하니 서 있었기 때문이었다.

어디 그뿐이랴.

또다시 10개의 헬파이어가 모습을 드러내며 불안전한 결계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쾅쾅쾅-!

이에 도시 수비대는 사색이 되고 말았다.

마법 병기로 그를 잡을 수 없다고 판단한 수비대 중 일부가 날개를 펴고 힘차게 날아올랐다.

“결계를 보호하라!”

그러나 결계를 보호하기 위한 그들의 움직임은 한발 늦고 말았다.

충격을 더 이상 버티지 못한 결계가 유리창 깨지듯 깨져버렸다.

무방비 상태에 놓인 도시,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던 수비대와 시민들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정신적인 충격에 의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곧 그들은 프로즌 템페스트로 인해 실제 몸이 얼어붙고 말았다.

“그레이트 실드!”

“그, 그랜드 실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마족들은 황급히 방어 마법을 시전했다.

최하 7서클에서 최대 8서클의 방어 마법이다.

프로즌 템페스트가 8서클이니 7서클 방어 마법인 그레이트 실드의 경우 최소 두 번은 막아내야 한다.

그러나 7서클 방어 마법은 살상반경 이내는 물론 위험반경 이내에 있는 것까지 동일하게 부서져 나갔다.

“미, 미친!”

“말도 안 돼! 이건 악몽이야!”

그러나 이보다 더 충격적인 건 프로즌 템페스트와 동급인 8서클 방어 마법조차 견디지 못하고 터졌다.

시전자와 함께.

그나마 위험반경에서 그랜드 실드를 펼친 마법사들은 버틸 수 있었다.

-상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레벨업!

-중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

.

.

.

도시를 감싼 결계를 완전히 박살 냈다.

이후는 땅 짚고 헤엄치기다.

주변에 날파리떼(?)로 득실했지만 무형 방벽이 유지되는 이상 저들은 자신의 옷깃하나 건들 수 없다.

그러니 지금처럼 닥치는 대로 마법을 난사하면 된다.

그럼에도 어스는 뒤늦게 자비를 깨달은 사람처럼 현장에서 이탈했다.

갑작스러운 학살자의 이탈은 마족들을 혼란에 빠트렸다.

이탈할 이유가 없는데 그가 이탈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당장 몰살의 위험에서 벗어난 마족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 *

다 잡은 물고기나 다름없는 상황에서 어스가 현장을 이탈할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 때문이다.

코인 : 100,008,057.

9서클 스킬 구입에 필요한 자금의 확보가 바로 그 이유였다.

두근두근.

심호흡을 통해 흥분을 가라앉힌 어스는 9서클 엘리멘탈 피니쉬먼트 스킬을 구입했다.

예전엔 화끈한 한방인 메테오 스트라이크가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이 스킬이 가진 위험성을 고려하여 포기하기로 했다.

헬파이어나, 프로즌 템페스트 스킬 쓰듯 메테오 스트라이크를 썼다간 대륙 침몰의 가해자가 될 게 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스킬을 마계에서 쓰자니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사는 농장을 제 손으로 박살 내는 짓이다.

메테오 스트라이크의 대안으로 메테오 스웜이 있긴 하지만 이건 발동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마족의 기동성을 생각하면 효율이 떨어진다.

뤼빅스라면 모를까.

그래서 선택한 것이 바로 엘리멘탈 피니쉬먼트였다.

불, 얼음, 바람, 대지, 번개 속성이 두루두루 담긴 이 스킬은 한두 속성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존재도 피할 수 없다.

거기다 하위 속성인 스킬의 공격력을 대폭 올려주는 부가적인 효과도 어스가 엘리멘탈 피니쉬먼트를 선택한 이유였다.

직업 스킬(13/14)

‘이제 빈 슬롯도 하나 남았네.’

남은 빈 슬롯은 이동 스킬과 방어 스킬 둘 중 하나로 채워 넣을 생각이다.

둘 중 무엇을 사야 할지는 정하지 못했다.

딱히 급할 것도 없고.

정리도 끝났으니 다시 사냥터로 복귀.

어스는 설레는 마음을 가누며 블링크를 거듭 시전했다.

그렇게 도착한 마족 도시 상공.

‘엉망진창이네.’

지상에선 마족들의 통곡이 끊이지 않았다.

피도 눈물도 없는 놈들이면 좋을 텐데 가족, 연인, 지인을 잃고 상심하는 모습을 보니 저들을 사냥감으로 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저런 모습을 안 보고 사냥하려고 했는데.

‘인생은 냉혹한 거야. 다음 세상엔 경험치로 태어나지 마라. 엘리멘탈 피니쉬먼트!’

불, 얼음, 바람, 대지, 번개의 힘이 실린 9서클 궁극의 마법이 밴드로시 시를 뒤덮었다.

살상반경 1킬로미터에 위험반경이 무려 3킬로미터에 육박한다.

엘리멘탈 피니쉬먼트 스킬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스킬이다.

하물며 스킬 공격력을 올려주는 지력 스탯이 5,000이나 더해지니 그대로 모든 걸 죽음의 길로 인도했다.

물밀듯 쏟아지는 경험치로 인해.

-레벨업!

.

.

.

.

범람한다.

경험치와 코인 역시.

그리고.

-아이템을 습득했습니다.

-보유한 아이템에 적용할 수 없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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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용할 대상이 없는 아이템은 그 수만큼이나 어스의 마음에 진한 아쉬움으로 남았다.

‘어떻게 하나도 안 뜰 수 있어?’

그래도 어쩌랴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아쉬움을 뒤로 날린 어스는 도시 상공을 블링크로 이동하며 한 뼘의 공간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엘리멘탈 피니쉬먼트로 도시를 뒤덮었다.

도시를 지키기 위해 마족들이 온 힘을 다했지만 그들의 저항은 빛을 보지 못하고 사그라졌다.

도시의 모든 생명체가 전멸했다.

그들이 살던 도시는 더 이상 도시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망가져 한때 이곳이 도시였다는 흔적만이 남았다.

도시의 잔해 더미 사이로 바람이 통과했다.

두려움, 분노, 원망, 안타까움, 슬픔 등등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어두운 사념이 그 소리에 담긴 듯했다.

그리 생각해서인지 소름이 오싹 돋았다.

이 자리에 있는 게 불편해진 어스는 도망치듯 그 자리를 떠났다.

그렇게 그가 떠난 폐허의 도시는 다시 한 번 귀곡성을 연상케 하는 소리가 커졌다.

줄어들지 않았다.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이었다.

그리고 자연스럽지 않은 그 현상은 비단 대기만이 아니라 지면에도 영향을 주었다.

폐허의 도시가 들썩이다 이내 아래로 푹 꺼졌다.

그리고 그 중심부에서 검은 탑이 솟구쳤다.

불길한 스파크를 사방으로 흩뿌리며.

두둥.

한편 그 시간 어스는 이동 중인 것도 잊고 멍한 표정으로 제 자리에 멈췄다.

허공에서 말이다.

그의 몸은 중력에 의해 아주 빠른 속도로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어스는 부랴부랴 지상으로 이동했다.

추락의 위험에서 벗어난 어스는 뭔가에 집중한 듯 눈이 가늘어졌다.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알람 때문이었다.

-막대한 수치의 보너스 업적 포인트를 단시간에 획득하였습니다. 이 영향으로 3년 한정 최초 각성자 특전을 조기 종결합니다.

-이 시간 이후 자신보다 약한 대상을 사냥할 경우 보너스 업적 포인트를 습득할 수 없습니다.

-경험치 및 코인은 기존과 동일하게 습득할 수 있습니다.

-특전 조기 종결 보상이 지급됩니다.

-칭호 ‘운 좋은 탐욕 자’를 습득합니다.

-칭호 ‘위그드라실의 친구(유일)’의 영향으로 ‘운 좋은 탐욕 자’ 칭호가 교체됩니다.

-칭호 엘프의 군주(유일)를 습득합니다.

-경고! 찬란했던 타락자가 눈을 뜹니다.

범람하던 알람은 경고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끝을 맺었다.

느닷없이 일어난 이 일련의 상황으로 인해 어스는 알람의 범람이 끝났음에도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니, 그 내용을 수습하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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