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05화 (205/250)

205화

빈 스킬 슬롯 2개, 하지만 원하던 9서클 스킬을 구입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코인.

가진 코인으로 구입할 수 있는 건 고작 8서클 스킬뿐이다.

‘슬롯에 박아 넣으면 과연 이 스킬들이 남아있을까?’

칭호를 잃는다면 이것이 남을 것인지는 현재 알 수 없다, 없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스는 8서클 두 개를 구입하여 빈 스킬 슬롯을 채우기로 했다.

하아.

다시금 한숨이 나왔다.

차원 이동(재사용 30일/좌표2)

모든 스탯 +100.

스킬 슬롯 +3.

‘진짜 버릴 거 하나 없는 기능인데.’

그래도 어쩌랴. 생존 확률이 1퍼센트 미만인 위그드라실의 증오와 싸우느니 생존 확률 100퍼센트를 선택하는 게 현명한 판단이다.

까놓고 말해 억만금을 갖고 있어도 뭐 할 것이며, 광활한 땅의 주인이 된들 뭐 할 것인가? 죽으면 끝인 것이다.

스킬 상점을 연 어스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진지한 고민 끝에 겨우 8서클 스킬을 2개를 구매했다.

‘이 녀석들이라도 남으면 그나마 남는 장산데.’

어스가 선택한 스킬은 사지가 절단되어도 재생할 수 있는 치료 계열의 레스토레이션과 냉기 속성의 프로즌 템페스트였다.

이로써 빈 슬롯이 꽉 채워졌다.

프로즌 템페스트의 경우 헬파이어처럼 하위 냉기 속성에 20퍼센트 추가 공격력이 붙었다.

목표로 삼은 9서클 스킬과 눈빛으로 작별을 고한 어스는 스킬 상점을 닫았다.

가슴이 아프다.

또 한 번 나직한 한숨을 불어낸 어스는 교단의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여 솔론 왕국 왕도로 향했다.

린다의 잃어버린 팔을 돌려주기 위해서.

* * *

“어스?”

“다들 집에 있었네.”

거너, 아그네스, 린다 그리고 니코까지 모두 집에 있었다.

주말에도 상점을 닫지 않는 걸 생각하면 의외였다.

“연락도 없이 갑자기 무슨 일이야?”

“갑자기 그리됐어. 그보다 상점은? 혹시 문제라도 생긴 거야?”

“문제는 무슨, 잘 굴러가고 있어. 왕국과 정식 납품 계약도 맺었는걸. 그 때문에 더 바빠졌어. 안 그래도 그 문제로 연락하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되더라. 대체 어디 있었던 거야?”

“연락이 안 되는 곳에 있어서 그랬을 거야. 그보다 요즘 던전 문제는 어때?”

“교단에서 보급한 신무기 덕분에 던전이나 던전 브레이크도 전처럼 위협적이지 않아. 덕분에 경제도 다시 예전처럼 살아나고 있지. 가뭄으로 인한 식량부족 문제도 교단이 적극적으로 나선 덕분에 의외로 쉽게 넘어갈 것 같아.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더 나빠지겠지만.”

거너에게서 세상이 돌아가는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은 어스는 다행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

“린다 누나, 이리 와 봐.”

“나? 왜?”

“와봐.”

린다에겐 미안하지만 레스토레이션은 구입할 생각이 없었다.

욕심을 내고 있던 9서클이 먼저였으니까.

그러나 상황이 뜻하지 않게 흘러가는 바람에 이왕이면 좋은 거라고 레스토레이션을 구입했다.

말은 외팔에 익숙해졌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진 부자연스러운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거너, 아그네스, 니코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두 사람을 응시했다.

“팔소매 걷을 테니까 반항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뭐, 뭐하려고?”

“좋은 거.”

어스는 린다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야!”

“귀 안 먹었어. 잠시 기다려.”

어스는 심호흡을 한 뒤 레스토레이션을 시전했다.

본신의 마나가 27,000이었기에 철옹성의 마나는 쓸 필요가 없었다.

5,000의 마나가 쑥 빠지며 레스토레이션이 발동했다.

신비로운 백색의 기운이 린다의 전신을 감쌌다.

그 빛은 그녀의 내부에서 결손 된 신체 쪽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린다의 팔이 실시간으로 자라나기 시작했다.

스킬을 시전한 어스도 그리고 영문을 몰라서 지켜보던 이들도 다들 이에 기함했다.

그러나 저들보다 더 놀란 사람은 당사자인 린다였다.

“내, 내 팔이!”

“귀찮게 굴긴 했지만 어쨌든 날 챙겨준 건 변함없잖아. 거기다 내 일도 봐주고 있고. 그래서 주는 선물이야.”

그사이 팔은 정상으로 회복되어 있었다.

새로 얻은 팔이 어색한 듯 린다는 한참을 팔을 주물렀다.

그런 그녀의 눈은 이내 촉촉하게 젖었다.

“기, 기적이다! 이건 기적이야! 어스, 너 성자라도 된 거야?”

“성자는 무슨 마법이야, 마법. 그러니 어디 가서 그런 말 하지 말라고 교단의 귀에 들어가면 그 순간 니코 형은 이단 심문관을 영접하게 될 테니까.”

린다가 어스를 덮쳤다.

두 팔로.

피할 수 있었지만 어스는 순순히 허락했다.

그러나 거너와 니코만큼은 허락하지 않았다.

어스는 두 사람을 발과 손으로 밀어버렸다.

멀찍이 나가떨어지는 둘에게 잠시 미안함을 느꼈지만 이것도 많이 봐준 것이다.

“고마워, 정말…… 정말 고마워.”

“이제 팔 잃어버리지 마. 다음엔 이런 기회가 없을지도 모르니까.”

“이젠 용병도 아니잖아.”

린다의 등을 가볍게 토닥인 어스는 그녀를 떼어냈다.

그리고 오늘 교단과 10개 왕국 대표와 만나 계약한 내용에 대해서 저들에게 알렸다.

“미답지?”

“거긴 사람이 살기 힘든 동토 중 동토 아냐?”

“이젠 아니야. 아무튼 그렇게 알고들 있어. 일이 끝나면 차후 연락할게.”

린다에게 큰 선물을 안긴 어스는 파티라도 하자는 그들의 요청을 뿌리치고 신전으로 향했다.

‘뿌듯하군. 후후.’

칭호가 없던 시절에도 잘 나갔는데 하물며 지금은 말해 무엇하겠는가.

어스는 칭호에 대한 미련을 털어버린 뒤 텔레포트 마법진에 올랐다.

* * *

어스는 시쿠를 겁먹게 만들고, 자신에게 깊은 고뇌를 선사한 어린 위그드라실 앞에 섰다.

그가 어린 위그드라실에게 영성을 선사한다는 소문을 들은 엘프들이 근방에 모여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춤을 추네, 춤을 춰.’

좀처럼 흥분하지 않는 엘프들의 특성을 생각하면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러나 지금 하려는 일이 저들의 오랜 염원임을 감안하면 오히려 차분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누가 내 손해를 알아줄까?’

-영성을 잃은 위그드라실에게 ‘위그드라실의 계승자 칭호’를 양도하시겠습니까?

마음을 먹었는데 막상 하려니 가슴 한편이 먹먹해진다.

그러나 이를 붙잡고 있어봐야 달라질 게 없다보니 어스는 두 눈 질끈 감고 승낙했다.

‘가져가라, 가져가!’

대신 스킬은 남겨 둬.

뒷말은 삼켰다.

어스가 마음을 달리 먹을까 걱정이라도 한 것처럼 시스템은 냉큼 그에게서 칭호를 가져갔다.

그와 동시에 어스의 귀에만 들리는 알림이 있었으니.

-차원 이동(재사용 30일/좌표2) 삭제됩니다.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막상 당하고 보니 가슴이 미어터졌다.

안타깝게도 삭제 작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그랬기에 이를 악물었다.

-모든 스탯 +100이 삭제됩니다.

차원 이동 삭제와 달리 이번엔 육체에 타격이 왔다.

전신을 가득 채웠던 힘이 쏙 빠져나간다.

육체의 퇴보로 인한 충격에 어스의 신형이 크게 흔들렸다.

이에 놀란 로엘이 다급히 접근했다.

어스는 손을 들어 만류했다.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었기에.

-스킬 슬롯 +3이 삭제됩니다.

앞서 두 개는 이미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은 앞서와 달리 기대를 품고 있었다.

그가 품고 있는 기대란 후반부에 구입한 스킬이 아닌 전반부에 구입한 스킬 삭제였다.

‘제발, 그것만 허락해줘! 제발! 나 좋은 일 했잖아!’

두 손 모아 기도했다.

-헬파이어. 레스토레이션. 프로즌 템페스트가 삭제됩니다.

-삭제된 스킬은 코인으로 치환됩니다.

야멸차다, 어떻게 이리 야멸찰 수 있단 말인가.

울지 않으려 했는데 끝내 눈물이 꽉 다문 눈꺼풀을 뚫고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꼭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했냐? 적어도 스킬 삭제는 내게 선택권을 주면 안 되는 거냐?’

최악의 결과다, 잠만 자면 꾸었던 악몽이 이 상황을 보여준 예지몽이 아닐까 싶다.

몸에 힘은 쭉 빠지고, 든든했던 스킬은 몽땅 사라지니 인생이 허망하여 당분간 침대 밖으로 나올 마음이 사라졌다.

‘집에 가고 싶다.’

진심.

-어린 위그드라실을 지배하던 증오가 물러갑니다.

-어린 위그드라실에 영성의 씨앗이 자리 잡았습니다.

-어린 위그드라실이 감동합니다.

-어린 위그드라실이 당신에게 감사의 표시로 ‘위그드라실의 친구(유일)’를 선물합니다.

-칭호 ‘위그드라실의 친구(유일)’를 받을 수 있습니다.

-어린 위그드라실의 선물을 받으시겠습니까?

깊은 허탈감에 헤맸던 어스는 이 알람에 귀가 번쩍했다.

‘바, 받아. 무조건 받아!’

-위그드라실의 친구(유일)가 활성화됩니다.

-상세 내역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 착한 일을 했는데 보상이 없어서야 말이 안 되지.

어스는 내심 쾌재를 부르며 상태창을 활성화했다.

그리고 칭호의 기능을 확인했다.

그런 그의 두 눈이 풍랑을 맞은 돛단배처럼 흔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위그드라실의 인도(재사용 10일/좌표2).

위그드라실의 축복(모든 스탯 +100).

위그드라실의 감사(스킬 슬롯 +5).

위그드라실의 계승자보다 월등히 좋은 옵션이었으니까.

위그드라실을 펫으로 둘 수 없지만 친구만 해도 그게 어딘가.

‘역시, 나무는 아낌없이 준다더니.’

맹세코 위그드라실이 잔가지, 이파리 하나라도 훼손하려는 자들이 있다면 철저히 응징하리라.

“어, 어스 님!”

어스는 기쁨에 겨워 위그드라실을 꽉 끌어안고 있었다.

엘프들 사회에서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당황한 로엘이 어스를 위그드라실에서 떼어내려 손을 댔다.

그러나 그 손은 어스의 몸에 닿기 전에 멈추었다.

혼탁했던 어린 위그드라실의 기운이 달라졌음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여, 영성을…….’

* * *

시스템이 삭제했던 스킬은 모두 복구되었다.

스킬 슬롯이 부족한 상황에서라면 억울할 노릇이었을 것이다.

원해서 구입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칭호의 효과로 기존 +3에서 +5가 되었기에 아쉽진 않았다.

아니, 아쉬워하면 그건 사람 새끼가 아니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121).

칭호 : 위그드라실의 친구(유일). 승리의 노래(12/12).

생명력 : 26,870/26,870.

마나 : 27,000/27,000. (마나 회복 1시간 20퍼센트).

인벤토리 : 1(+11).

스탯 : 힘(102.7). 체력(5,300). 민첩(102.7). 지력(3,200). 정신(5,000).

직업 스킬(12/14) : 매직 애로우(+5/12). 파이어 애로우(+3/12). 파이어 볼(+3/12). 파이어 버스트(+3/12). 아이스 스피어(+3/12). 일루젼(+3/12).

콜 라이트닝(+5/12). 블링크(+3/12). 체인 라이트닝(+4/12). 헬파이어(+0/12). 레스토레이션(+0/12). 프로즌 템페스트(+0/12)

업적 포인트 : 19.

코인 : 67,645,257.

특히 스탯의 경우, 처음 칭호를 넘기면서 육체를 가득 채웠던 힘이 한순간에 빠져나가자 탈력감에 시달렸지만 칭호가 대체되면서 다시 예전의 힘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때의 충만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한 번 잃었기에 더욱더 그러했다.

어스는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으로 상태창만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또 봐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지금의 상태창은 그를 기쁨에 젖게 만들었다.

“아차! 시쿠에게도 알려 줘야지!”

까맣게 있고 있던 시쿠를 소환했다.

어스는 시쿠를 데리고 자신의 친구가 된 위그드라실을 소개시켰다.

위그드라실에게 간다고 했을 때 지레 겁을 먹었던 시쿠는 언제 그랬냐는 듯 영성의 씨앗이 심어진 위그드라실을 선망의 눈길로 쳐다보았다.

“이젠 안 두려워?”

“주인님, 무서운 분 이제 없다. 따뜻한 분 저기 있다. 시쿠 이제 안 무섭다.”

영성이 심어진 위그드라실은 인간을 배제하던 기운을 거두었다.

이제 오염토는 사라졌다.

대신 만물이 공존할 수 있는 생명이 가득한 땅으로 변했다.

그리고 이 생명이 넘치는 광활한 영토의 주인이 바로 자신이다.

‘그러고 보니 내 영지는 어떡하지?’

아쉽지만 영지는 포기하기로 했다.

칼렉 왕세자에게 적당한 값을 받고 팔아치우기로 마음먹었다.

일국의 귀족이 아닌 일국을 세울 수 있는 광활한 영토를 가진 입장에서 언제까지 백작 소리를 들어야 하겠는가.

왕국을 세우자니 문제는 백성이다.

그러나 그것도 문제 될 게 없다.

위그드라실의 힘을 빌리면 아도니스와 뤼빅스를 연결할 수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의 구축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박해 받는 혼혈들도 모두 모아야겠어.’

교단도 이런 자신의 뜻을 꺾지 못하리라.

꺾으려 들긴커녕 오히려 자신의 눈치를 봐야 할 것이다.

외교에 있어 갑과 을을 나누는 잣대인 무력이 이쪽에 있는 이상 교단에겐 선택지가 없다.

교단에 대해 생각하자 마침 이를 기다렸다는 듯 베로니카 단장에게서 마법 통신이 들어왔다.

‘그쪽의 오염토도 정화됐나 보네.’

위그드라실을 기점으로 퍼져나간 새로운 기운에 의해 오염토는 빠르게 정화되었다.

그 기운이 이제 덩컨 협곡을 지나 셀레네 왕국 북부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다.

그랬기에 가능해진 마법 통신.

어스는 여유가 넘치는 표정으로 수신을 수락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