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01화 (201/250)

201화

헬파이어가 연이어 폭발했다.

그때마다 시린 백색 화염의 파도는 더해지고 더해지며 파괴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그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지면이 끓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마그마가 되었다가 어느 순간부턴 그마저도 증발하기에 이르렀다.

다행히 무형 방벽은 이 모든 충격파와 열기 그리고 듣도 보도 못한 마그마 증발이라는 두려운 현상마저 모두 완벽하게 차단했다.

새삼 아이템의 위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순식간에 중첩된 스킬의 위력은 그 대단한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육신마저 흔적 없이 지상에서 지워 버렸다.

지하가 함몰되는 찰나의 순간, 시쿠의 기습에 놀라 놈이 멈칫하는 사이에 이 모든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최상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16의 보너스 업적 포인트를 습득합니다.

-5만 코인을 습득합니다.

-레벨업!

-인벤토리 용량이 증가합니다.

-아이템을 습득합니다.

-철옹성에 아이템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잡았다!’

자신을 애먹였던 존재를 결국 처치한 어스는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슬레이어!

역사에 길이 남을 놀라운 업적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기뻐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중첩된 헬파이어의 힘으로 이 일대에 파괴가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장은 문제가 없지만 혹여라도 무형 방벽이 걷힌다면 자신의 스킬에 자신이 당하는 어이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었다.

‘블링크.’

현장을 곧장 이탈한 어스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불어낼 수 있었다.

요란한 심장 박동을 살필 겨를도 없이 어스는 철옹성에 아이템을 적용시켰다.

오랜만에 적용되는 아이템이라 어스의 기대치는 매우 높았다.

새로운 기능이 생길 것인가? 아니면, 기존 기능이 강화될 것인가 기대하며 철옹성의 상태를 살폈다.

-아이템 적용까지 72시간이 필요합니다.

장시간의 적용이 필요하다는 건 기대를 가져도 좋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당장은 사용할 수 없었지만 어스는 크게 웃을 수 있었다.

“주인님, 시쿠 몸 안 좋다.”

전신에 화상을 입은 시쿠가 돌아왔다.

녀석의 모습을 보자 그제야 녀석을 잊고 있었다는 게 생각났다.

“소환 해제할 테니까 쉬고 있어.”

시쿠를 위로한 어스는 녀석에게 휴식을 준 뒤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벤트를 생각하면 이 시간도 아까웠지만 심력이 바닥을 드러낸 상태라 그 역시 휴식이 절실했다.

전체 이벤트 시간 중 그가 사용한 시간은 2시간 남짓에 불과했다.

이번에 받은 업적 포인트 모두 지력에 분배했다.

스킬 위력을 조금이라도 더 높일 요량으로.

참고로 레벨 100이 넘어서며 업적 포인트는 기존 3에서 1이 증가하여 이젠 4를 받게 되었다.

스탯 : 체력(2,346). 지력(1,700). 정신(1,687).

‘스탯이 미쳤네, 미쳤어.’

생명력 : 12,100/12,100.

마나 : 12,750/12,750.

‘요것도 미쳤고.’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하지만 어스의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예의 그 도시에서 파견한 추적대가 서쪽 하늘에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소드 마스터와 8서클 마법사들이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도 발라(?)버린 어스에겐 이젠 소드 마스터는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될 수 없었다.

다만 이벤트 중에도 휴식을 선택할 정도로 정신적인 피로감이 극심한 탓에 전투는 포기하기로 했다.

‘이건 후퇴가 아니야. 그냥 내가 피곤해서라고. 블링크.’

* * *

헬파이어가 연속 폭발을 일으킨 장내에 도착한 추격대는 눈앞에 벌어진 참상에 말문이 막힌 듯 현장을 떠나지 못했다.

“바, 발레노 님은?”

“생체 반응이 없습니다.”

“최상급 마족이신 발레노 님께서 학살자에게 당하다니…….”

고위 마법사들이 대거 포진한 추격대답게 그들의 마법 역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한 역량을 동원했음에도 찾을 수 없다는 건 발레노의 죽음을 기정사실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학살자는 어찌 되었을까요?”

“발레노 님의 실력이면 미친 학살자 새끼도 결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물론, 그렇겠죠. 그런데 대체 그런 놈은 어디서 튀어나온 것일까요? 발레노 님이 동귀어진을 선택할 정도의 실력이면 외양이나 이름 정도는 알려져도 벌써 알려졌을 텐데.”

“타 민족일 거야. 네 말대로 우리 민족이었다면 알려졌을 테니까.”

“타 민족 출신이면 사태가 심각해지는 게 아닙니까?”

“마왕께서 알아보고 결정하실 일이다. 전쟁을 하든, 배상에서 끝나든.”

“전쟁까지 하실 거라고 보십니까?”

“승격에 실패한 부작용으로 발생한 문제일 확률이 높은 편이다. 내 생각엔 배상에서 끝나지 않을까 싶다. 어느 민족 출신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고위 마족 승격에 실패하여 살육에 빠졌으니 살육자의 출신 민족도 아까운 인재를 잃었으니 썩 좋은 마음은 아닐 게다.”

“최상급 마족이 고위 마족으로 승격하는 경우 실패율이 거의 없지 않습니까? 국가적으로 지원을 해줄 텐데.”

“흔치는 않지만 욕심에 눈이 먼 개인의 이탈로 봐야 할 것이다.”

“무모하군요. 어째서 그런 짓을 하는 걸까요?”

“욕심이 이성을 마비시킨 것이지. 비루하기 짝이 없는 놈들이지 승격 실패의 후폭풍을 생각지도 않고 덜컥 일을 저질렀으니 이 얼마나 우매하고 한심한 놈이냐. 그러니 너희는 결코 승격에 눈이 멀어선 안 될 것이다. 미친 살육자가 되기 싫다면.”

저들은 어스를 민족은 다르지만 같은 마족으로 단정하고 있었다.

그가 인간일 것이라곤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이는 당연한 일이었다.

마계가 중간계를 침공한 전례는 있어도, 중간계의 생명이 마계로 침공한 사례는 마계 역사상 단 한 번도 없던 일이기 때문이었다.

“돌아간다.”

추격대 책임자는 내심 한숨을 내쉬며 몸을 돌렸다.

학살자의 만행이 정리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그들의 착각이었으니.

* * *

어스는 시쿠의 상태도 좋지 않고, 그 자신도 정신적인 피로감이 상당하였기에 시쿠의 상태를 기준으로 하여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보니 5시간을 그냥 흘러 보내야만 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 해.’

앞서 도시급에서 큰 손해(?)를 보았기에 어스는 규모가 작은 마을을 목표로 삼았다.

마침 적당한 크기의 마족 마을을 발견한 어스는 시쿠와 동시에 마을을 폭격했다.

‘결계가 없으니 참 쉽네.’

쾅쾅쾅-!

어스는 깔끔한 정리를 위해 처음부터 헬파이어를 시전했다.

한 발당 필요 마나는 5천.

철옹성과 본신의 마나를 합치면 마나 회복 물약 없이 5발을 연속으로 쏘아 보낼 수 있었다.

꿀꺽꿀꺽.

거침없이 헬파이어를 날리는 한편 어스는 빠르게 마나 회복 포션을 마셨다.

그가 들이키는 마나 회복 포션은 최상급으로 한 번에 3천의 마나를 회복시켜 준다.

전엔 본신의 마나통이 적어 최상급 포션은 물에 희석했지만 이젠 원액 그대로 마셔도 마나통이 커졌기에 낭비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최상급 마나 회복 포션보다 더 많은 양을 충전할 수 있는 포션을 개발해야 하지 않나 싶었다.

0강의 헬파이어이나 지력 스탯이 자그마치 1,700이다 보니 헬파이어의 작은 불씨만 닿아도 마족의 신체는 모래성 무너지듯 맥없이 무너졌다.

그렇다보니 헬파이어의 살상반경은 광역 마법에 준하는 범위를 자랑하고 있었다.

진짜 광역 마법엔 미치지 못하지만 애당초 규모가 작은 마을을 목표로 삼았기에 아쉬움은 크지 않았다.

그리고 어스 본인에겐 없지만 시쿠에겐 광역 마법과 동급, 아니 그 이상의 범위를 자랑하는 골렘 폭격이 있었기에 더더욱 아쉽지 않았다.

시쿠가 잡아도 보상은 100퍼센트 자신의 몫이기에.

마을 하나를 생존자 하나 남기지 않고 깔끔하게 정리한 어스는 곧장 이동했다.

업적 포인트 분배도 시간이 아까워서 뒤로 미루었다.

그렇게 시작된 어스의 마족 마을 사냥은 12개의 마을을 초토화시킨 뒤 부딪친 외부의 방해로 이어질 수 없었다.

시트리족 중앙군!

놈들과 맞닥트린 뒤 한판 거하게 싸운 어스는 시간 대비 효율이 떨어지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뺐다.

‘시간 없어 죽겠는데.’

어스는 좀 더 멀리 이동하기 위해 철옹성에 내장된 마나 전체를 블링크 사용에 모두 소비했다.

그렇게 이동하다 보니 어느새 시트리족 왕국 국경을 넘어 버렸다.

‘앞서는 맹수더니 이젠 소대가리네.’

생김새는 달랐지만 마족인 건 변하지 않는다.

어스는 미분배 업적 포인트를 분배했다.

이제 이벤트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23시간.

‘바쁘다, 바빠.’

* * *

마침내 최초 입장 이벤트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그동안 어스는 맹수 머리의 시트리족 왕국을 시작으로 고모리, 말파스, 모락스족 왕국을 누비며 작은 마을을 먹어 치웠다.

인간들의 왕국 몇 개를 합쳐야 겨우 엇비슷한 면적을 가진 4개 왕국을 누비느라 블링크를 구입한 이후 마계에 오기 전까지보다 지난 48시간 동안 시전한 블링크 수가 더 많을 지경이었다.

그와 같은 노력에 힘입어 어스는 폭렙과 황홀한 보상을 얻었다.

반면, 어스로 인해 마족 4개 왕국은 씻을 수 없는 치욕을 맛봐야만 했다.

계속된 추격 끝에 그가 인간이란 게 알려졌기 때문이었다.

마계 역사상 한 인간에 의해 이처럼 유린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이들 4개 민족 왕국은 다른 민족 왕국들의 비웃음까지 사고 말았다.

아무리 덜떨어져도 그렇지 열등한 인간에게 당하냐며.

국과와 민족의 체면이 제대로 구겨진 이들 4개 왕국은 인간에 대한 복수심을 활활 불태우며 사냥에 나섰다.

사냥감은 당연히 어스였다.

그러나 정작 그들의 표적인 어스는 그 시간.

‘차원 이동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궁금하네.’

무지막지하게 강해져서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버렸다.

중간계로.

* * *

차원 이동이 어떤 식으로 작동할까 궁금했지만 막상 사용해 보니 별거 없었다.

처음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했을 때와 비슷한 압박감이 고작이었다.

이렇게 평범해도 되나 싶다.

명색이 차원 이동인데.

“어, 어스 님?”

“오랜만이야. 피구엘.”

“가, 갑자기 어디서?”

피구엘은 영주관 지하 텔레포트 마법진을 관리하는 엘프였다.

어스는 차원 이동 좌표를 이곳으로 앞서 해놓았다.

토끼처럼 눈이 커진 피구엘의 두 눈은 텔레포트 마법진과 어스를 번갈아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텔레포트 마법진이 작동하지 않았음에도 그가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가 모습을 드러내는 동시에 공간의 뒤틀림은 공간 이동을 꽤 오랫동안 공부한 피구엘조차 처음 보는 괴현상이었다.

피구엘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어스가 마계에서 귀환한 것임을.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미안해.”

“아, 아닙니다. 그보다 혹시 텔레포트 마법을 익히신 겁니까?”

공간과 관계된 마법은 재능의 여부와 관계없이 극상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마법으로 제아무리 천부적인 자질을 타고 태어난 공간 속성 마법사라도 족히 반백 년은 공부해야 겨우 결실을 볼 수 있는 마법으로 악명이 자자했다.

그런데 그러한 마법을 고작 열여섯 소년이 익혔다? 이건 종족을 불문하고 마법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는 자라면 놀라 자빠질 일이었다.

더욱이 매개체도 없이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공간 마법 특성상 작은 실수도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야기할 수 있기에 텔레포트 마법진을 익힌 대마법사도 출발지와 도착지에 매개체를 두었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고작 5서클 마법사가 대마법사조차 꺼림칙하게 여겨 꼼꼼하게 조치를 취하는 걸 무시하고 텔레포트를 해버렸으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니, 지금 이걸 놀라워할 게 아니다.

“6, 6서클이 되신 겁니까?”

설마, 제아무리 천부적인 자질을 가졌더라도 열여섯에 6서클이면 말이 되지 않는다.

드래곤의 피를 이은 혼혈이라면 모를까.

꿀꺽.

“8서클이야. 후후.”

“허허, 농담도.”

사실을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피구엘은 어스의 말을 전혀 믿지 않았다.

하긴 자신이 생각해도 자신의 나이에 8서클은 터무니없는 경지긴 하다.

그렇다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헬파이어를 내보일 수도 없고.

“내가 먼 길을 다녀와서 지금 몹시 피곤하거든. 계속 수고해 줘.”

툭툭.

피구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겨 준 어스는 곧장 계단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던 피구엘은 연방 고개를 갸웃거렸다.

‘수련에 정진이 있으신가? 기도가 전과는 판이하게 달라진 것 같은데?’

갸웃.

설마, 진짜 8서클?

‘에이,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피구엘은 자신의 생각을 부정하며 다시 책을 펼쳐 들었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