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화
‘미, 미쳤다! 미쳤어!’
2배 이벤트 이건 그야말로 개꿀(?)이었다.
물론 당하는 마족 입장에선 그야 말로 비통한 노릇이겠지만 어스에게 이곳은 노다지였다.
꿈에 그리던 완벽한 세계였다.
-시트리족 하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6을 습득합니다.
-16,000포인트를 습득합니다.
지나가는 행인 1을 잡았을 뿐인데, 노점에서 호객행위를 하던 노점상 1을 잡았음에도 보상은 현존하는 가장 높은 등급인 6띠 던전 보스보다 보상이 월등하게 높았다.
-레벨업!
‘또 레, 레벨업?’
이벤트가 강림(?)한 마계에 어스는 무한한 애정을 느꼈다.
평생 쭉 살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참에 마계에 집이라도 알아봐야 하나 싶을 지경이다.
두근두근.
어스는 흥분한 자신의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시스템을 처음 만나 마법사로 각성한 당시만큼이나 어스는 흥분에 몸을 떠는 어스였다.
그럼에도 그의 손에선 쉴 새 없이 스킬이 쏟아져 나갔다.
물론 간간이 마나 회복 포션을 먹어주는 건 멈추지 않았다.
‘헬파이어를 파이어 버스터처럼 쏟아내면 좋을 텐데.’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그랬다간 초 단위로 마나 회복 포션을 복용해야 한다.
그래도 이왕 얻은 스킬이라 한번은 사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기에 어스는 큰맘 먹고 마을에서 가장 큰 집을 향해 헬파이어를 날렸다.
백색의 거대한 불덩이가 지상을 강타하자 살상반경의 모든 것이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헬파이어의 위력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매번 그 파괴력에 감탄이 절로 튀어나왔다.
이번에도 역시.
그러나 어스의 일방적인 학살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기습 공격의 효과가 다 되었기 때문이었다.
분기탱천한 마족들은 날개를 활짝 펴고 하늘 높이 일제히 솟구쳤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다들 까만 두 눈에 피처럼 붉은 혈광을 줄기차게 뿌리며 악에 받친 괴성을 내질렀다.
마계의 대기가 그에 동조한 듯 거칠게 요동쳤다.
‘파이어 버스터! 파이어 버스터!’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어스는 자신을 향해 쇄도하는 마족들의 머리위로 파이어 버스터를 날렸다.
깊고 깊은 지저에서 캔 듯 불길하고 까만 기운이 검과 창, 그리고 양손에 잔뜩 머금은 마족들이 파이어 버스터를 쳐냈다.
그때마다 파이어 버스터는 요란한 굉음을 내며 폭발했다.
“크아아아악!”
“커억!”
“끄아아아아-!”
평범한 4서클 파이어 버스터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어스의 파이어 버스터였다.
파이어 버스터의 모양새만 보고 이를 쳐내고 자르고 막은 마족들은 그제야 자신들이 지나치게 흥분한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땐 이미 수십 명의 동족이 죽거나 중상을 입어 더는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냉정을 회복한 마족들은 더 이상 어스의 스킬에 맞서지 않고 회피했다.
초원을 내달리는 질풍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속도였다.
그보다 속도가 떨어지는 마족들은 뭉친 마기를 쏘아 보냈다.
그러나 그 모든 공격은 허공만 가르고 이내 힘을 잃었다.
“노, 놈이 사라졌다!”
“머리, 머리 위다!”
쩌저저적!
마족들의 머리 위로 이동했던 어스는 다시 블링크로 그들의 전면에 나타났다.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어스는 체인 라이트닝을 날려 그들을 구워 버렸다.
그리곤 자신을 피해 움직이는 마족들을 보며 혀를 찼다.
기습 공격의 약발이 다한 어스는 이곳을 포기하기로 했다.
마계는 넓고 마을은 지천인데 굳이 태세를 갖춘 자들과 싸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시쿠 역시 작정하고 달려드는 마족으로 인해 곤란을 겪고 있었다.
‘잘 먹고 간다. 잘 있어라.’
몸을 빼기로 작정한 어스는 시쿠를 소환 해제한 뒤 거푸 블링크를 시전하여 마족들의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어스의 블링크에 호되게 당한 마족들은 긴장감을 유지한 채 전방위를 경계했다.
5분…… 10분…… 20분이 흘러도 학살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마족들은 그제야 그가 떠난 것을 알게 되었다.
“우, 우리 마을이…….”
“어머니가 죽었어.”
“내 아들이…….”
“여보.”
“흑흑.”
마을의 참담한 모습에 마족들은 원한도 복수심도 잊고 슬픔에 눈물지었다.
한순간에 너무 많은 것을 잃었기에.
“복수, 복수하리라! 반드시 복수하고 말겠다!”
“우아아아아아-!”
남녀노소 모두가 상처 입은 짐승처럼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다.
* * *
마족의 마을을 반파시킨 어스는 그 마을에서 멀찍이 떨어진 상공에서 시쿠의 도움을 받아 이동 중에 있었다.
사냥 결과를 확인하기 위해 떨리는 마음으로 상태창을 활성화한 어스의 입이 떡 벌어졌다.
15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얻은 성과라고 하기엔 터무니없는 결과치가 상태창에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미, 미쳤네. 미쳤어. 허허.’
89였던 레벨은 그새 99레벨이 되어 있었다.
인벤토리 용량이 증가해 있었다.
그러나 이건 업적 포인트와 코인 앞에선 명함도 내밀 수 없는 수준이었다.
뤼빅스에서 이만큼 벌려면 던전 브레이크와 던전 원정을 얼마나 해야 할지 계산조차 서지 않았다.
그런데 고작 15분 만에 계산조차 할 수 없는 결과를 단숨에 이뤄냈다.
대박, 아니 이건 초대박이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건 이벤트 시간이 끝나려면 아직 한참 더 남았다는 사실이다.
어스는 주저하지 않고 업적 포인트를 분배했다.
체력, 지력, 정신 스탯에.
미 분배 업적 포인트가 무려 3천대 중후반이다 보니 이 모든 걸 분배하는 것도 꽤 힘들었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99).
칭호 : 위그드라실의 계승자(100/100). 승리의 노래(12/12).
생명력 : 8,000/8,000.
마나 : 10,435/10,435 (마나 회복 1시간 20퍼센트).
인벤토리 : 1(+8).
스탯 : 힘(102.7). 체력(1,526). 민첩(102.7). 지력(1,204). 정신(1,687).
직업 스킬(10/12) : 매직 애로우(+5/12). 파이어 애로우(+3/12). 파이어 볼(+3/12). 파이어 버스트(+3/12). 아이스 스피어(+3/12). 일루젼(+3/12).
콜 라이트닝(+5/12). 블링크(+3/12). 체인 라이트닝(+4/12). 헬파이어(+0/12).
업적 포인트 : 0.
코인 : 10,016,000.
터무니없이 달라진 상태창이 어스를 황홀경에 빠트렸다.
보라 저 미친 생명력과 마나 그리고 체력, 지력, 정신 스탯의 수치를.
두근두근.
‘인생 한 방이라더니.’
“주인님, 저기 마을 보인다.”
감동에 흠뻑 젖어 풀어진 그의 정신이 시쿠의 보고에 번쩍하고 제 자리를 찾았다.
“시쿠. 아까 했던 것처럼 곧장 친다.”
이벤트 종료까지 미친 듯 달리리라.
“가즈아!-”
* * *
첫 번째 마을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
두 번째 마을에선 그보다 못하지만 그 언저리까지 올렸다.
그러나 앞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마을과 달리 세 번째 마을에선 그와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없었다.
인류에게 마법 통신구가 있다면 마족들에게도 그와 같은 통신 장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세 번째 마을은 사실 마을이라고 할 수 없는 도시였다.
수만 명이 살아가는 곳을 어찌 마을이라 할 수 있을까.
처음 그 도시를 봤을 때 어스는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대충 공격해도 앞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마을을 합친 것보다 더 큰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단정했다.
그러나 막상 도시를 공격하자 그게 큰 착각이었음을 깨달았다.
도시는 마법사의 실드처럼 단단한 결계로 덮여 있었다.
시쿠의 골렘 폭격도, 어스의 헬파이어도 그 단단한 결계를 깨지 못했다.
서너 차례 더 공격하면 깰 수 있었을 테지만 마족이 감나무에서 감이 떨어지길 기다리는 미련퉁이도 아니고 이를 기다려 줄 리 만무했다.
“콜 라이트닝?”
지금껏 마족의 원거리 공격은 마나 탄과 유사한 형태였다.
그러나 이곳 도시에 거주하는 마족 중엔 마족 마법사가 있었다.
콜 라이트닝은 때려 본 적은 있어도 맞아 본 적이 없는 어스는 이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콜 라이트닝에 직격 당했지만 어스는 무사했다.
생명력이 몇인데 그깟 5서클 콜 라이트닝에 쓰러지랴.
가소롭다.
하지만 이에 코웃음 칠 상황은 아니었다.
마법은 이 하나만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나 하나 잡자고 이건 아니잖아!’
파이어 스톰.
블리자드.
트윈 싸이클론.
윈드 스톰.
그래비티.
라이트닝 스톰 따위의 광역 마법이 소낙비와 같은 기세로 퍼부으니 제아무리 어스라도 버틸 재간이 없었다.
‘제길, 메테오 스트라이크만 구입했어도.’
마계에 너무 일찍 왔다.
9서클 스킬을 구입하고 왔다면 한방에 아웃시킬 수 있었을 텐데.
마법 공격만 위험한 건 아니다.
‘X팔, 소드 마스터가 왜 블링크를 써!’
개사기 캐릭터만 무려 백 명이 넘었다.
그러나 그건 양반이다.
인류사 전체를 통틀어도 그 수가 다섯을 넘지 않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이 도시에 있었다.
다행히 놈은 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전투 영역을 펼쳐 어스를 매우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뚝뚝 떨어지는 생명력에 기함한 어스는 줄행랑을 놓았다.
‘도, 도시는 포기하자.’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어스는 도망쳤다.
아니, 효율을 찾아 떠난 것이다.
그냥 여기서 바이바이 하면 참 좋으련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죽자고 쫓아 왔다.
‘내 블링크로도 따돌릴 수 없다고?’
비통(?)하게도 놈들을 따돌릴 수 없었다.
소드 마스터이자 고위 마법사인 놈들도 문제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예의 그 그랜드 소드 마스터였다.
마법도 사용하지 않음에도 놈의 속도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빨랐다.
감은 어찌나 좋은지 예지 능력을 가진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어스가 나타나는 지점마다 마나 소드를 화살처럼 날려대는 바람에 10개 중 3개나 얻어맞았다.
그때마다 뭉텅이로 빠지는 생명력에 한두 번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스는 매번 기함했다.
‘그만 따라와! 결계 조금 두들긴 게 전부잖아!’
마족이 악독하다는 말은 들어 봤지만 근성은 그보다 더 대단하다는 걸 알게 된 어스는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이래선 답이 없다.
이래선 쫓겨 다니다 이벤트 시간 소진할 판이다.
이에 어스는 결단을 내렸다.
시쿠의 단독 사냥을 결정했다.
그리 결정했지만 막상 시쿠를 내보낼 수 없었다.
그랜드 소드 마스터 마족이 시쿠를 소환하고 보낼 여유조차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도시를 공격하는 게 아니었는데.’
어쩌자고 도시를 공격했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아예 눈길도 주지 않을 텐데.
‘무형 방벽을 믿고 맞장 떠야 하나?’
도망만 치다 볼 장 다 볼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에 어스는 결국 그랜드 소드 마스터 마족과 한판 붙기로 결심했다.
어스는 즉시 지상으로 내려섰다.
상대 역시 그 뒤를 따라 지면에 착지했다.
날개를 접은 녀석은 마나 소드가 아닌 마나 블레이드를 날렸다.
그것도 무려 5개를 날려 보냈다.
무형 방벽의 지속 시간은 10분, 설마 그 안에 저 하나를 끝장내지 못하랴.
화살처럼 쏘아진 5개의 마나 블레이드는 모조리 무형 방벽에 막혀 힘을 다해 쓰러졌다.
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 마족도 놀란 듯 눈이 커졌다.
‘헬파이어! 헬파이어! 헬파이어!’
철옹성에 충전된 마나 모두 헬파이어로 치환했다.
세 발의 헬파이어는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갔다.
연속으로 쏘아진 헬파이어에 그랜드 소드 마스터 마족도 순간 당황한 듯 보였다.
그러나 그건 찰나였다.
놈은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검을 휘저었다.
그러자 헬파이어의 궤적이 틀어지며 모두 놈을 비켜 날아갔다.
쾅쾅쾅-!
요란한 세 번의 굉음과 함께 놈의 뒤편은 잿더미로 변하였다.
대체 저건 무슨 기술일까?
감조차 잡을 수 없었다.
‘제길, 저런 식이면 곤란한데.’
어스의 등줄기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놈은 자신의 원거리 마나 블레이드가 통하지 않자 이번엔 직접 달려들었다.
눈 깜빡할 사이에 접근한 놈이 검을 휘둘렀다.
순간 심장이 덜컥하고 내려앉았다.
지금까지 본 그 어떤 공격보다 강력했기 때문이다.
설마, 무형 방벽이 박살 나거나 해체되는 건 아니겠지.
불안불안했다.
다행히 그런 일은 없었다.
무형 방벽에게 찬사를.
그랜드 소드 마스터의 전력을 다한 일격을 막아냈음에도 무형 방벽은 건재했다.
지속 시간까진 문제없을 듯했다.
그에 마음이 놓인 어스는 번개 속성의 스킬을 시전했다.
헬파이어가 8서클 스킬이라곤 하나 그 속도는 번개 속성의 스킬보다 느리다 보니 놈을 잡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를 선택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콜 라이트닝과 체인 라이트닝 모두 놈에게 통하지 않았다.
검의 막이 번개를 모조리 튕겨 버린 것이다.
‘미쳤네, 미쳤어. 시쿠, 땅속으로 들어가서 놈을 잡아.’
단독 사냥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어스는 시쿠를 소환하여 지하로 내려보냈다.
만약 시쿠와의 합작도 실패한다면…… 그땐 시쿠 단독 사냥에 기대어 작게나마 꿀을 빠는 것으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제발, 거기까진 가지 말자. 거기까진.’
놈의 무자비한 칼질을 노려보던 어스는 철옹성에 충전한 마나와 본신의 마나를 확인한 뒤 시쿠에게 명령을 내렸다.
놈의 발목을 잡으라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어스는 가용 가능한 모든 마나를 헬파이어로 치환했다.
‘그런데 이 정도 헬파이어가 바로 앞에서 터질 텐데 무형 방벽이 버텨줄까?’
그러나 이 방법 이외엔 놈을 확실하게 보낼 방법이 없었기에 어스는 모험수를 던졌다.
쿠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과 함께 온 세상이 새하얀 불바다로 뒤덮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