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94화 (194/250)

194화

아쉽게도 마족을 잡으려던 어스의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 대신 베로니카 단장에게 단단히 자극을 받은 어스는 눈에 띈 몬스터와 던전을 외면하고 수색에 온 힘을 다하여 미답지의 절반 이상의 수색을 끝낸 놀라운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그가 진작 이런 식으로 행동하였다면 지금쯤 절반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지역을 정찰했으리라.

‘더 돌아봐야 하나?’

그러나 미답지 전체의 면적에 대해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마족 수색에 집중하는 것이 과연 옳은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에 봉착했다.

마족 수색에 열을 올리는 동안 발견한 크고 작은 몬스터 무리만 아홉에 달하였고, 던전은 그보다 훨씬 많은 37개를 발견했다.

‘내일부턴 수색은 미루고 사냥이나 해야겠어.’

발견한 과실(?)을 모두 먹어치운다면 70대 중반의 레벨도 80을 돌파하지 않을까 싶다.

더해 습득할 수 있는 아이템도 기대해도 좋으리라.

그사이 본진 캠프는 연일 뒤로 이동하여 현재 셀레네 왕국과 미답지 사이의 경계라고 할 수 있는 천혜의 요새 덩컨 대협곡과 불과 나흘 거리까지 내몰렸다.

참고로 덩컨 대협곡은 미답지에서 가끔 내려오는 몬스터를 방어하기 위한 셀레네 왕국의 최북단 요새로, 이곳엔 5,000명의 정예가 상시 주둔하고 있었다.

던전 브레이크로 인해 셀레네 왕국 역시 몸살을 앓고 있음에도 덩컨 대협곡의 병력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 이유는 백 년 전 대규모 몬스터 침공으로 인해 국토의 3분의 1이 몬스터의 발아래 짓밟힌 뼈아픈 역사를 그들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족은?”

“믿든 믿지 않던 마족은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도 오염토의 원인을 의심되는 걸 보지 못했습니다.”

“부디 다른 데 신경 쓰지 말고 오염토의 원인이나 알아보게. 교단이 백작에게 양보한 걸 생각하면 이젠 성과를 가져와야 하지 않나? 그리고 이 일이 비단 교단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 문제에 있어선 그도 반박할 수 없었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베로니카 단장의 막사를 나선 어스는 자신의 막사로 들어갔다.

잠까지 줄여가며 밤낮 없이 수색에 매진하다 보니 그 역시 지금은 한계에 달한 상태였다.

간이침대에 눕자마자 어스는 곧장 곯아떨어졌다.

그런 귀에 알람이 울렸다.

오염토 밖에 그를 내려주고 다시 오염토 지역으로 돌아간 시쿠가 사냥을 시작한 것이다.

‘잘하고 있어, 수고해라. 시쿠.’

쿨쿨.

* * *

11시간을 깨지 않고 내리 잔 어스는 눈가만 물로 적셨다.

잠기운은 여전히 그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시쿠.’

‘응, 주인님.’

‘지상의 몬스터는 좀 잡았어?’

‘아홉 무리 모두 잡았다. 주인님. 지금 던전 돌고 있다.’

이 말에 어스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어스는 즉시 상태창을 활성화시켰다.

그러자 달라진 상태창이 그의 잠을 대번에 내쫓았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75).

칭호 : 위그드라실의 계승자(100/100). 승리의 노래(12/12).

생명력 : 2,000/2,000.

마나 : 1,495/1,495.

인벤토리 : 1(+6).

스탯 : 힘(102.7). 체력(326). 민첩(102.7). 지력(204). 정신(245).

직업 스킬(9/12) : 매직 애로우(+5/12). 파이어 애로우(+3/12). 파이어 볼(+3/12). 파이어 버스트(+3/12). 아이스 스피어(+3/12). 일루젼(+3/12).

콜 라이트닝(+5/12). 블링크(+3/12). 체인 라이트닝(+4/12).

업적 포인트 : 23.

코인 : 6,083,441.

‘업적 포인트가 23이라니!’

분명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 ‘0’이었던 걸 감안하면 이는 놀라운 성과였다.

23의 업적 포인트 모두 정신 스탯에 분배했다.

마나 : 1,610/1,610.

‘2천까지 얼마 안 남았다.’

하늘 아래 자신처럼 편하게 성장할 수 있는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나이만 먹어도 강해지는 전설에 나오는 드래곤을 제외하고 자신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코인도 앞으로 400만을 모으면 드디어 8서클 스킬 구입이 가능해진다.

그때부턴 마법사라는 호칭 대신 현자다.

6, 7서클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는 현자이긴 하지만 어쨌건 8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니 누가 있어 이를 걸고넘어지랴.

‘대륙 유일의 현자가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았구나!’

열여섯이란 나이에 현자라니, 인류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업적이 아니고 무엇이랴.

* * *

시쿠와 합류한 어스는 던전 원정에 돌입하며 하루 평균 8개의 던전을 처리했다.

그렇게 나흘이 흐르자 발견한 37개 던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다.

레벨은 81을 찍었으며, 마나는 2,000을 채웠다.

그러고도 업적 포인트는 무려 12가 남았다.

37개 던전 모두가 고위 등급 던전이었으면 더 성장했겠지만 낮은 등급 던전이 이 중 3분의 2에 해당하였기에 여기가 끝이었다.

‘아직 살펴봐야 할 곳은 많지.’

앞으로 8서클 스킬 구입에 필요한 남은 코인은 270만이다.

이번 달 안에 현자가 되기 위해 어스는 오늘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었다.

반면 교단은 깊은 고심에 빠졌다.

* * *

각국 왕실엔 교황청으로 곧장 이동할 수 있는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다.

이는 오직 국왕과 그 후계자만 알고 있는 마법진으로 이 마법진이 구축된 건 오래전 일이다.

그 마법진이 일제히 가동했다.

대륙을 10등분 하고 있는 열 개의 국가를 대표하는 왕들이, 혹은 왕을 대리하여 국정은 운영하는 이들이 굳은 신색으로 교황청 내 비밀 회의장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중엔 솔론의 왕세자 칼렉도 있었다.

모두가 자리에 착석하자 노환으로 인해 거동이 불편한 아딜레스를 대신하여 헤롯 추기경이 회의를 주관했다.

아딜레스 교황의 병세가 깊다는 건 이미 회의에 참석한 자들 모두 알고 있었기에 이에 대한 의문은 없었다.

대신 명성이 자자한 추기경들을 제치고 어째서 듣도 못한 추기경이 교황을 대리하고 있는지는 다들 궁금하게 여겼다.

그러나 교단의 일은 왕들도 간섭할 수 없는 영역이라 다들 속으로 삼켰다.

“저것이 바로 문제의 그 오염토입니다.”

헤롯 추기경의 말에 각국 대표들은 침음했다.

오염토를 직접 보기 전 구두로 오염토에 대한 설명을 모두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저것이 체내의 마나를 손상시킨단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직접 실험해보셔도 됩니다. 인체 실험은 위험하니 마법 물품으로 대신하길 권고합니다.”

그 말에 헥터 왕국의 대표가 공간 주머니에서 마법 물품을 꺼냈다.

오염토가 묻은 마법 물품은 작동하지 않았다.

이를 털어내자 그제야 마법 물품이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열 명의 회의 참석자 중 일곱이 직접 실험했고 결과는 동일했다.

마법 물품을 실험하는 건 의미가 없었다.

남은 건 인체 실험이다.

하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았다.

마나 영구 손상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안색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대표들을 둘러본 헤롯 추기경이 입을 열었다.

“교단은 오염토가 세상에 미칠 파장을 우려하여 이 원인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발생 원인은커녕 오염토를 정화할 방법 역시 아쉽게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나눠드리는 문서는 그간 교단에서 조사한 오염토에 관한 내용을 기술한 것입니다. 먼저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대표들 앞으로 서류철이 놓였다.

사람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그 내용을 살폈다.

“어, 어찌 이런!”

“정녕 이게 사실입니까? 헤롯 추기경?”

“마, 말도 안 돼. 어찌 이런 일이.”

부정적인 내용만 있는 건 아니다.

긍정적인 내용도 있다.

동토가 옥토로 변하고 있음이다.

이는 농지의 부족으로 해마다 막대한 양의 식량을 외국에서 사들이고 있는 셀레네 왕국 입장에선 축복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내용들은 그런 셀레네 왕국조차 기뻐할 수 없었다.

“우리가 파악한 모든 것을 기술한 겁니다. 룬의 이름을 걸고 맹세합니다.”

성직자가 모시는 신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였으니 누가 이를 의심하랴.

또 한 번 사람들의 입에선 침음이 터졌다.

앞서와 비교할 수 없이 큰 침음이었다.

사람들은 오염토가 대륙 전역을 뒤덮었을 때의 일을 상상했다.

던전이 출현하기 이전에도 이는 인류에게 위협적인 일이다.

하물며 지금은.

“이종족은 멀쩡하다는 게 사실입니까?”

“그렇습니다.”

“음, 혹시 이 때문에 이 사실을 감춘 것입니까?”

“그렇습니다.”

헤롯 추기경이 수긍하자 장내는 혼란으로 치달았다.

“오염토의 원인을 막아야 합니다. 만약, 이 사실이 아도니스의 이종족의 귀에 들어간다면 인류는 끝장입니다.”

“이종족도 문제지만 그보단 몬스터가 더 큰 재앙입니다. 던전이 없을 때면 모르겠지만 던전으로 인해 생태계 자체가 위협받고 있지 않습니까?”

“지금이라도 미답지에 대규모 인력을 파견하여 미답지 전역을 수색해야 합니다.”

“이보세요. 그리했다간 이종족의 귀에 금방 들어가고 말 겁니다.”

“오염토가 덩컨 대협곡까지 확장하였다고 하지 않습니까? 보고서의 내용이 사실이면 올해 안으로 셀레네 왕국 북부 전역이 오염토에 먹힙니다. 이건 우리가 입을 다문다고 지켜질 수 있는 비밀이 아니란 말입니다.”

대표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소란이 좀처럼 잦아들지 않자 헤롯 추기경이 나서 이를 진정시켰다.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 솔론 왕국의 대표로 회의에 참석한 칼렉 왕세자가 입을 열었다.

“미답지의 조사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습니까?”

미답지에도 던전이 있고, 그리고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했다.

보고서에 나온 내용이다.

그러한 곳에 일반인을 투입한다면 애당초 제대로 된 조사는 불가능하다.

칼렉 왕세자가 이를 짚고 넘어가자 각국 대표들의 눈이 커졌다.

“그러고 보니 일반인으로 구성된 조사단으론 애초 조사가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겠군.”

“그럼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말이잖아. 헤롯 추기경, 조사는 어디까지 이뤄지고 있는 겁니까? 아니, 조사를 하긴 하는 겁니까?”

헤롯 추기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벽면에 쳐진 커튼을 열어젖혔다.

그곳엔 뤼빅스 대륙의 지도가 자리하고 있었다.

“현재 조사는 여기까지 이뤄진 상탭니다.”

막대의 끝이 덩컨 대협곡 너머 한참 위쪽까지 가리키고 있었다.

그 면적이 상당하였기에 의문을 제기한 모두가 화들짝 놀랐다.

교단이 병력을 미답지로 돌린 지 고작 2달, 그 안에 저만한 면적의 조사가 이뤄지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그래서 다들 불신을 드러냈다.

“일반인으로 구성된 조사대가 고작 2달 만에 저만한 영역을 조사했다는 걸 믿으란 말입니까?”

교단의 말을 부정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언이다.

그러나 사안이 워낙 중대했기에 이를 지적하는 자도, 그리고 각국 대표들도 이 지적에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오염토는 하나가 피해를 입어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 전체의 안위와 직결된 문제였기에 교단의 눈치를 보지 않았다.

헤롯 추기경은 이를 담담한 표정으로 받아 넘겼다.

“어스 테리우스 백작을 투입하여 얻은 결과입니다.”

여기서 어스의 이름이 언급될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에 크게 놀랐다.

특히, 칼렉 왕세자의 놀라움이 대단히 컸다.

“지금 어스 백작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오염토는 마나를 축적한 자들에겐 독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어스 백작을…… 잠깐, 설마 어스 백작은 오염토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입니까?”

헤롯 추기경은 대답하지 않고 지도에서 미답지를 가리켰다.

“그가 조사한 영역입니다.”

“어, 어떻게?”

“혹시, 어스 백작이…… 이종족입니까? 아님, 이종족의 피를 진하게 물려받은 혼혈이라도 된답니까?”

사람들의 말에 칼렉 왕세자가 발끈하고 한마디 했다.

“어스 백작의 외모는 인간입니다. 혼혈이면 외모에 약간이라도 흔적이 보이기 마련인데 없습니다. 백작의 가족들 역시. 그러니 어스 백작에 대한 모욕적인 말을 삼가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불신을 지우지 못했다.

그때, 헤롯 추기경이 그들의 불신을 불식시켰다.

“혼혈도 오염토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종족의 피가 진한 혼혈도 일주일 이상은 버티지 못했습니다. 반면 어스 백작이 조사에 투입된 기간은 한 달이 넘습니다. 그럼에도 아직 그에겐 별다른 이상이 없었습니다. 이는 아마 그의 특이 체질이 이번에도 힘을 발휘한 게 아닐까라는 것이 교단의 최종 결론입니다.”

이에 어스에 대한 논란은 사그라졌다.

헤롯 추기경의 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이어졌다.

“당장은 어스 백작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여러분도 보시다시피 그의 활약으로 경이적인 속도로 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니까요. 그러나 그런 백작도 끝내 오염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그땐 결단을 내려야 할 겁니다.”

“그 말씀은 무슨 뜻입니까? 헤롯 추기경.”

“첩보에 의하면 아도니스엔 던전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건 가설이지만 던전과 오염토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교단의 입장을 밝힐까 합니다.”

헤롯 추기경의 입에서 아도니스가 거론된 이후 사람들은 전쟁이란 단어를 직감처럼 떠올리고 있었다.

“오염토가 셀레네 왕국 북부 지역까지 잠식할 경우 교단은 아도니스로 정복 전쟁을 감행할 생각입니다. 각 왕국도 여기에 동참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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