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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93화 (193/250)

193화

가족에게도 알릴 수 없는 교단과의 거래였다.

그런데 어찌 자신의 현재 위치를 알릴 수 있으며, 더더욱 로엘을 여기로 부를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로엘이 요청 모두를 거절했다.

삐지지 말아야 할 텐데.

자신의 모든 요청이 다 거절 될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는지 로엘은 잠깐 침묵했다.

-그럼, 언제쯤 영지로 가실 계획이십니까?

이 또한 대답할 수 없다.

오염토의 발생 원인에 대한 조사가 끝나지 않았으니까.

‘입장 바꿔서 생각하면 거리를 두려는 행동처럼 보이겠네.’

그럴 의도는 조금도 없었지만 지금 자신이 보내고 있는 문자 내용만 보면 에둘러서 작별을 고하는 내용이다.

자신이 봐도 그런데 하물며 로엘의 오해는 지극히 당연하다.

-내가 가자마자 바로 연락할 테니까. 오해하지 말아 줘.

그래서 최선을 다해 로엘의 마음을 달랬다.

그래서일까?

-기다리겠습니다, 어스 님.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건승하십시오.

자신의 건강을 걱정해 주는 것으로 봐선 괜찮을 듯싶었다.

-로엘도 건강 조심하고, 교단은 더 조심해.

서로의 건강과 안전을 챙기는 것으로 통신을 마무리한 어스는 수면을 포기하고 곧장 오염토 지역으로 향했다.

오염토의 영향에선 벗어났지만 여전히 그 내부에선 마법 물품의 효능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게 아니면 미답지 전역을 진작 둘러봤을 텐데.

‘시쿠.’

‘주인님!’

언제나 힘이 넘치는 시쿠지만 요즘 들어 더 힘이 뻗치는 듯했다.

그 이유는 주인에게 힘이 되고 있어서였다.

가족도 시쿠처럼 자신을 위해주진 않을 것이다.

녀석을 펫으로 만난 건 일생일대의 행운이 아닐까 싶다.

슥슥.

어스의 손길에 시쿠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러고 보니 시쿠의 귀는 어디 있지?’

눈과 코, 입은 있는데 귀는 아직 한 번도 보지 못한 것 같았다.

녀석의 통통한 볼을 양손으로 쥐고서 살펴봤지만 끝내 귀는 찾을 수 없었다.

‘짧은 털에도 감춰질 정도로 작은가?’

귀가 없어도 말귀는 착착 알아들으니 딱히 중요한 건 아니다.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이제 서로 흩어져서 오염토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걸 찾을 거야.”

“의심되는 거? 시쿠는 주인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나도 내가 뭘 찾아야 하는지 몰라. 그냥 네가 봐서 이건 느낌이 이상하다 싶은 게 있으면 즉시 의념 날려. 할 수 있지?”

“시쿠가 보고 느낌 이상한 게 있으면 의념을 보낸다. 이제 이해했다. 그런데 몬스터는 안 잡아도 되는 건가? 주인님.”

‘그래’라고 대답하려다 어스는 멈칫했다.

시쿠가 가진 광역 공격 능력을 생각하면 몬스터 사냥에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자신도 작정하고 블링크를 쓸 생각이니 그것마저 막을 필요는 없으리라.

“많으면 사냥하고 적으면 그냥 지나쳐. 참, 보스는 무조건 잡아.”

“시쿠, 주인님 명령 접수했다.”

시쿠는 곧장 날아올랐다.

어스는 시쿠의 반대편으로 이동했다.

철옹성에 내장된 마나는 총 15,000 여기에 자신의 마나를 더하면…….

‘여든여덟 번 사용할 수 있겠네.’

마나 걱정 없이 스킬을 시전하던 그때가 그리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싶다.

저 서클도 아니고 자그마치 5서클 스킬을 그리 시전할 수 있으니 이는 대마법사 본인은 물론 그 할아버지가 와도 불가능한 일이다.

‘블링크!’

* * *

여든여덟 번의 블링크를 모두 소진하였다.

그에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시야가 닿는 곳까지 이동하는 방식이라 상당히 먼 거리까지 왔다.

오염토 지역임을 알면서도 어스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마나 회복 포션을 마셨다.

딸기 맛은 여전했지만 마나 회복은 없었다.

기대도 없었기에 실망도 역시 없다.

“크르르릉.”

어스의 뒤쪽에 우뚝 서 있는 커다란 바위 위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불쑥 등장했다.

인간의 육체에 맹수의 머리를 가진 몬스터로 이마 양옆으로 뿔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어스는 몰골 송연한 느낌을 받고 곧장 뒤돌아섰다.

달을 등지고선 이족 보행 몬스터를 발견한 어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마나가 다 떨어진 마법사는 일개 병사보다 못하다.

그러나 신체에 영향을 주는 힘과 민첩 스탯의 수치가 세 자리를 넘긴 어스에겐 해당되지 않는 내용이다.

더욱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두 스탯에 최근 완숙에 근접할 정도로 적응이 갖춰진 상태였다.

현재 어스의 신체 능력은 소드 마스터 전 단계인 최상급 익스퍼트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었다.

마나 소드를 활성화하여 신체 능력이 급격하게 상승한 그 상태의 최상급 익스퍼트와 말이다.

하지만 지구력이랄까? 지속력이랄까? 아무튼 장기전에선 최상급 익스퍼트조차 어스를 따를 수 없었다.

왜? 최상급 익스퍼트의 마나 소드 최장 활성화 시간은 2시간임에 비해 어스는 하루 종일 그와 동일한 신체 능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 하나만 놓고 보면 그의 비교 대상은 익스퍼트가 아니라 소드 마스터로 교체해야 할 것이다.

그 사실을 최근 들어 확연히 깨달았으니 어스의 자신감은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다.

천상천하유아독존!

휘리릭.

철옹성을 멋들어지게 한 바퀴 회전시킨 어스는 자세를 잡았다.

“안 그래도 기분이 별론데 잘 걸렸다. 덤벼.”

몬스터의 생긴 모습에 충격을 받던 시절은 이미 졸업한 어스는 처음 보는 유형의 몬스터였지만 조금의 거리낌도 없었다.

요사스러운 붉은 안광을 흘리던 몬스터는 어스를 하룻강아지 보듯 웃음을 흘리며 보았다.

“처맞기 전엔 누구나 비웃음을 날릴 수 있지. 그 입에서 곡소리 나오게 해주마. 아니, 곡소리도 안 나오게 머리통을 으깨주마!”

자신을 보며 웃던 고블린이 떠오른 어스는 어금니를 갈아붙이며 지면을 박찼다.

놈이 서 있는 바위 높이가 10미터를 훌쩍 넘겼지만 그쯤은 제 자리 높이뛰기만으로도 훌쩍 넘을 수 있는 어스였다.

잔상을 뿌리며 단숨에 바위 머리에 접근한 어스는 철옹성을 휘둘렀다.

‘얼굴은 표범인데 웬 뿔이지?’

별의별 몬스터를 다 봤지만 뿔 달린 표범은 처음이라 그 신선함에 살짝 놀랐다.

어스는 확신했다.

지금 보는 저 얼굴을 더는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왜? 철옹성에 맞아 놈의 얼굴이 으깬 감자처럼 될 것이니까.

그렇게 자신했는데.

슥.

철옹성은 놈의 잔상만 훑었다.

움직임이 큰 것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저런 속도로 피할 수 있지?

어스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그사이 몬스터의 발이 어스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철옹성으로 방어하기 위해 움직였지만 간발의 차이로 그만 옆구리를 내주고 말았다.

빡-!

충격음만 놓고 보면 몸뚱이가 산산이 부서져도 하등 이상하게 없다.

그러니 고통은 어떻겠는가.

정신이 외출할 정도다.

그러나 어스는 멀쩡했다.

생명력이 충격과 고통을 상쇄시켰다.

그래서 어스의 이성은 고통에 잠식당하지 않고 멀쩡할 수 있었다.

생명력 : 1,800/2,000.

어스는 반사적으로 팔꿈치로 자신의 옆구리에 박힌 놈의 다리를 물었다.

그에 도도한 표정의 몬스터가 화들짝 놀랐다.

놈은 자신의 발과 어스의 얼굴을 여러 차례 번갈아 보았다.

발차기에 대한 보복으로 어스는 놈의 면상에 주먹을 내질렀다.

철옹성으로 때리기엔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손에 피와 체액을 묻힐 생각을 하니 찝찝했지만 구겨진 자존심에 이를 까맣게 잊었다.

어스의 주먹은 놈의 면상에 정확하게 꽂혔다.

빡-!

둘은 깔끔하게 서로에게 한방씩 먹였다.

몬스터는 제 얼굴을 감싸 쥐며 껑충껑충 뛰었다.

발이 어스에게 잡혀 있었기에 놈을 뒤로 물러서지도 못했다.

어스는 놈의 손등 위로 또 한 번 주먹을 냅다 꽂았다.

빡빡빡-!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몬스터는 정신을 차리지 못한 듯 여전히 그에게 붙잡힌 상태로 두들겨 맞았다.

얼굴을 감싸진 몬스터의 손의 뼈란 뼈는 모조리 박살 났다.

손이 내려가자 드러난 얼굴에 어스는 쉬지 않고 주먹을 꽂아 넣었다.

그렇게 몇 번 더 꽂아 넣자 놈의 죽음을 알리는 알람이 울렸다.

-시트리족 하급 마족을 처치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3을 습득합니다.

-8,000코인을 습득합니다.

‘마, 마족? 성서에 나오는 그 마족이 방금 그 녀석이라고!’

-아이템이 발견되었습니다.

-아이템을 결합할 장비가 있어야 합니다.

-해당 아이템과 상성이 맞지 않습니다.

자신이 마족을 주먹으로 패 죽였다는 것에 너무 놀란 나머지 아이템을 얻지 못했다는 사실조차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그냥 머릿속이 멍했다.

그사이 시트리족 하급 마족의 시체는 입자가 되어 흩어졌다.

터럭 하나 남김없이 사라지다 보니 이게 현실인지 꿈인지 어스는 갈피를 잡지 못했다.

겨우 진정한 어스는 상태창을 열었다.

그곳에서 업적 포인트 3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수치는 5띠 던전 보스 몬스터를 잡아야만 주는 수치였다.

꿀꺽.

‘갑자기 이런 녀석이 왜 튀어나온 거지?’

워낙 충격적인 일이라 어스의 머릿속은 여전했다.

뜨거워진 머리를 식히라는 듯 소낙비 내리듯 알람이 들이닥쳤다.

-붉은 비늘 리저드를 처치했습니다. 30코인을 습득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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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늘 리저드 정에를 처치했습니다. 70코인을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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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비늘 리저드 마법사를 처치했습니다. 70코인을 습득합니다.

.

.

.

-붉은 비늘 리저드 보스를 처치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2를 습득합니다.

-6,000코인을 습득합니다.

시쿠의 선물이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어스는 이 일을 즉시 베로니카 단장에게 알리기로 마음먹었다.

마족이라니.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뤼빅스 대륙에 정말 망조가 들기라도 한 건지.

어스는 시쿠를 소환하여 곧장 캠프 방향으로 비행했다.

* * *

잠자리에 들기 전 룬을 향해 기도하던 베로니카는 어스로 인해 기도를 방해 받아 굉장한 불쾌감을 느꼈다.

“무슨 일인가?”

“잠이 안 와서 오염토 지역으로 갔었습니다.”

베로니카 단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게으르고 방탕한 자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베로니카 단장이 생각하는 어스는 불경, 불의, 부정한 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룬의 충만한 은혜를 받고서도 이를 그 놀라운 은혜를 모리배들과 어울려 사익을 챙기는 데 급급했기 때문이다.

어디 그뿐이랴, 대륙에 핏빛 먹구름이 드리워져 수많은 이들이 도탄에 빠졌음에도 이를 이용하려 들던 파렴치한 자가 바로 베로니카 단장의 뇌리에 굳게 박힌 어스의 이미지였다.

“농담하는 건가?”

베로니카 단장의 반응에 어스는 황당한 감정을 느꼈다.

자신이 방금 오염토 지역에 다녀왔다고 분명 언급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그곳에 심각한 문제가 벌어졌다고 생각해야 하는 것이 올바른 반응이다.

그런데 그런 지극히 당연한 반응은 찾아볼 수 없고 다짜고짜 경솔한 놈 취급을 받았으니 어찌 기분이 좋을까.

“제가 야심한 이 시간에 단장님과 농담 따먹기나 하자고 찾아왔겠습니까? 지금부터 제가 하는 말 잘 들으세요. 오염토 지역에서 마족을 만났습니다.”

“마족?”

어스가 보기에 베로니카 단장은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자신의 말을 믿었다면 반문이 아니라 대경해야 정상이다.

베로니카 단장의 태도를 보자 갑자기 김이 새버렸다.

차라리 입 꾹 닫고 있다가 마족에게 처맞고 질질 짜는 것이나 볼 걸 하는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생각만 해도 기분 좋은 장면이었지만 다른 것도 아닌 마족이라 개인적인 감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분명 마족을 보았고, 놈과 싸웠습니다. 당연히 마족은 처리했습니다. 증거가 있냐고 묻는다면 안타깝게도 증거는 없습니다. 몬스터와 달리 놈은 죽자마자 먼지처럼 흩어져 버렸으니까요.”

공은 베로니카 단장에게 던졌다.

이제 이 공을 갖고 어떻게 판단하고 계획을 세울지는 전적으로 그녀와 그녀가 몸담은 교단의 몫이다.

“먼지처럼?”

“예, 먼지처럼.”

베로니카 단장은 한동안 말을 잃었다.

“증거는?”

알람이 말해줬으니까 마족이 확실한데, 이를 언급할 수 없으니 어스 입장에선 난처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놈이 시인했다는 말도 할 수 없다.

마족과 대화할 수 있는 인간은 마족에게 영혼을 넘긴 자들이나 가능한 영역이니까.

그러니 말문이 막힐 수밖에.

‘젠장, 던전이 생기면서 괴상하게 생긴 놈들이 너무 많아져서 생김새를 설명해도 믿지 않을 텐데.’

인간의 몸에 맹수의 머리? 수인족 혼혈 중에도 그런 자들이 있다.

몬스터 중엔 상상 속의 마족보다 더 마족 같은 모습의 녀석 역시 있다.

그러니 궁리하고 또 궁리해도 생김새를 설명하는 것으로 그녀를 설득하긴 힘들어 보였다.

‘마족 모가지 잡고 끌고 와야 하나?’

오죽하면 이런 생각마저 들었다.

“제가 보기엔 마족입니다. 믿고 안 믿고는 베로니카 단장께서 판단하세요.”

거센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 예상하고 베로니카 단장을 찾았던 어스였지만 맥이 쭉 빠져 그녀의 막사를 나섰다.

베로니카 단장은 그를 붙잡지 않았다.

확실히 안 믿는 눈치다.

믿음이 없는 성직자라니.

쯧쯧.

막사 안에서 베로니카 단장의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환청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 뚜렷한 소리였다.

‘오냐, 내 마족을 잡아다 보여 줄 테니 그때도 그러나 보자.’

오기가 발동한 어스는 다시 오염토 지역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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