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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91화 (191/250)

191화

잔뜩 고여 있던 물이 제방을 부수고 한 번에 쏟아져 나오는 기세를 연상케 하는 속도로 시쿠의 골렘은 몬스터들을 닥치는 대로 소멸시켰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치킨은 기름에 노릇하게 튀긴 치킨으로 이를 필리스산 허브와 소금을 섞은 조미료에 찍어 한입 크게 베어 물면 천상의 맛이 이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이에 기름진 입안을 맥주 한 모금으로 씻으면 하늘 위에 하늘이 또 있음을 알게 만든다.

그처럼 시쿠의 골렘 폭격 능력은 어스로 하여금 탄성과 반성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사람들이 나더러 괴물라고 했는데 오늘부터 그 별명은 시쿠에게 줘야겠어.’

시쿠가 사용하는 기술은 마법이라곤 할 수 없지만 과정을 제외한 결과만 놓고 보면 광역 마법 그 자체였다.

더욱이 시쿠의 골렘 폭격은 딜레이조차 거의 없었다.

모래사장의 글씨를 지우고 지나가는 빗자루처럼 지상의 몬스터를 그리 쓸고 지나가자 한동안 들을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반가운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레벨업!

-업적 포인트 3을 습득합니다.

이번에 얻은 업적 포인트는 앞서 보스를 처치하여 얻었던 보너스 업적 포인트처럼 즉시 체력 스탯에 분배해버렸다.

오염토에 대한 완벽한 저항을 위해서.

‘생명력 2천쯤 되면 오염토에 의한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현재 어스의 생명력은 1845였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며칠 내에 2천도 가능할 것 같았다.

지금처럼 자체 비행이 아닌 시쿠의 촉수에 감겨서 비행하는 건 단시간은 괜찮지만 장시간의 경우는 불편한 점이 없지 않았다.

특히 가려운 곳이 있어도 촉수 때문에 긁을 수 없는 점이다.

‘캠프로 가면 뜨거운 물에 씻어야겠어.’

교단과의 계약으로 동토의 땅에 온 지 고작 2일에 불과했지만, 천막에서 생활하다 보니 목욕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솔직히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그러나 시쿠의 사기적인 능력을 보니 굳이 조바심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지하면 지하, 하늘이면 하늘. 두 세계에서 녀석은 제왕이라 불리어도 전혀 부족함 없는 실력자였으니까.

‘시쿠 하나면 왕국 전복도 가능하겠어.’

손가락만 빨며 시쿠의 사냥을 지켜보는 것도 슬슬 지겨워진 어스는 운동 삼아 몸을 움직이기로 마음먹었다.

시쿠에게 가까운 곳에 내려달라는 명령을 내렸다.

곧장 그를 내려준 시쿠는 남은 몬스터를 처치하기 위해 날아올랐다.

쏟아지는 알람을 뒤로한 어스는 유난히 큰 덩치를 가진 오크 무리 앞으로 당당히 걸어갔다.

옆구리를 북북 긁으며.

여유 만만한 그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검은 피부의 오크들이 양날 도끼를 휘둘렀다.

과거의 그라면 영문도 모른 채 몸으로 도끼를 받았을 테지만 힘과 민첩 스탯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지금은 조금의 위협감도 느끼지 못하였다.

상대가 먼저 공격했지만 그 공격이 닿기도 전에 어스의 철옹성이 먼저 오크의 두터운 가슴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저항감 ‘0’에 수렴하였기에 철옹성은 조금도 멈칫거림도 없었다.

저항감은 철옹성을 뺄 때도 마찬가지였다.

한 번의 공격으로 그 큰 오크를 단숨에 처리한 어스의 신형은 어느새 십여 걸음 옆으로 이동하여 다시 철옹성을 내질렀다.

이번에도 심장에 바람구멍을 내주었다.

뒤늦게 검은 피부 오크의 비명이 터졌다.

옆에서 그리고 전면에서.

생명의 힘이 사라진 두 오크의 몸뚱이는 딱딱한 통나무가 되어 쓰러졌다.

시간차를 두고.

이에 오크들이 깜짝 놀랐다.

놈들은 어스를 공격할 생각도 못한 채 쓰러진 동족만 쳐다보았다.

눈으로 보고도 동족들의 죽음을 믿지 못한 듯했다.

어스는 놈들에게 정신을 차릴 기회를 주지 않고 달려들었다.

이번엔 창대로 오크의 머리통을 가격했다.

웬만한 바위보다 더 단단해 보이던 머리통이 흡사 바싹 마른 쿠키 부스러지듯 힘없이 부서졌다.

‘이게 손맛이지.’

스킬을 난사할 땐 느끼지 못한 별미(?)였다.

뇌수가 사방으로 튀었다.

그러나 단 한 방울의 뇌수도 어스의 옷에 닿지 않았다.

그보다 어스가 더 빨리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든 것이 만족스럽다.

이것 하나만 빼면.

-생명력이 오염된 토양에 저항합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마나 감소가 발생합니다.

‘이 소린 언제까지 들어야 하는 건지.’

순식간에 십여 마리의 덩치 큰 오크를 정리한 어스는 이번엔 사족 보행 몬스터를 향해 냅다 달려들었다.

그보다 족히 5배는 큰 덩치를 가진 몬스터였지만 철옹성에 의해 머리통이 터지고, 심장에 50테스짜리 큰 구멍이 나자 곧장 무너졌다.

‘시쿠 다 처리하면 그때 말해라.’

‘곧 끝난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려라.’

이보다 더 듬직한 말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쉬엄쉬엄해.’

‘시쿠는 그런 거 모른다. 시쿠는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

오! 이 녀석은 뭘 해도 분명 성공할 녀석이다.

이런 마인드로 성공하지 못한다면 그건 세상의 잘못이지 결코 시쿠의 잘못은 아닐 터.

이에 자극을 받은 것인지 어스 역시 최선을 다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스의 최선은 시쿠가 내고 있는 결과의 발뒤꿈치도 따르지 못하였지만.

푸슉.

콰직.

마법사가 마법이 아닌 창질로 몬스터를 사냥하는 걸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결과를 창출하고 있었다.

‘시쿠, 다 잡지 말고 조금 남겨!’

‘시쿠는 부스러기 따윈 흘리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님이 원하니 조금 남긴다.’

작은 덩치의 시쿠지만 남긴 부스러기는 컸다.

백여 마리의 몬스터들이 눈에 불을 켜고 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부스러기가 저 정도면 덩어리를 남기라고 하면 대체 얼마를 남기려나? 내심 픽 웃으며 어스는 놈들을 향해 다리를 놀렸다.

팟팟팟팟-!

* * *

미답지에서 발견된 오염토에 대한 논의가 교황청 대회의실에서 비밀리에 벌어졌다.

그 결과 그간 제공하지 않았던 신전 텔레포트 마법진의 전면 개방이 결정되었다.

이제 각국의 소드 마스터와 대마법사의 전장 투입이 보다 원활해졌다.

당연히 인명과 재산 피해가 현저히 감소하게 되었다.

교단의 이와 같은 결정은 많은 이들에게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물론 진작에 개방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뒷말이 나오긴 했다.

교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간 비밀리에 연구한 신무기를 아낌없이 풀었다.

그것은 대량 살상 병기였다.

“몬스터가 몰려온다!”

헥터 왕국 내 하우든 백작 영지 서부 마을.

4띠와 3띠 던전이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연이어 터지며 일대의 몬스터가 남하하여 하우든 백작 영지 마을 세 곳을 초토화시켰다.

하지만 꼼꼼한 정찰과 신속한 통신을 통해 인명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다.

이는 영주 대리로 영지의 전권을 손에 쥔 도리아 하우든의 유능함이 빚은 결과였다.

그러나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가 벌어졌다.

안전하다 생각해 피난민들을 피신시킨 마을에도 대규모 몬스터가 출현했기 때문이다.

“다, 다 죽을 거야! 놈들이 너무 많아!”

병사도 주민도 전의를 상실했다.

전의를 불러일으키기엔 몬스터의 수가 많아도 너무 많았다.

“망할, 수가 저리 많은데 중형과 대형도 많아.”

마을로 쳐들어오는 놈들이 전원 소형 몬스터면 싸울 엄두라도 낼 텐데 소형보단 중형과 대형이 더 많다보니 싸우기도 전에 패배감이 사람들을 짓눌렀다.

“지, 지금이라도 도망가야 합니다. 매튜 경!”

하우든 서부의 방어를 담당하는 기사 매튜는 부관의 연이은 재촉에도 철수를 고려하지 않았다.

아니, 매튜 입장에선 할 수 없었다.

몬스터의 진군 속도는 기병이 아닌 보병으론 따돌릴 수 없는 속도였기 때문이다.

하물며 병사들도 그러한데 일반 백성은 그냥 죽으라는 소리와 진배없었다.

“우리가 철수하면 피난민과 이곳 주민 모두 죽는다. 우린 이곳을 사수한다.”

몬스터의 남하를 대비해 이곳 마을 방벽을 보다 튼튼하게 보강해 두였으며, 무기와 물자도 피난민들을 상정해 충분히 갖춰놓았었다.

한마디로 마을은 군사 요새로 거듭난 상태였다.

그래서 다들 자신했다.

몬스터 따윈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현실은 보다시피 절망적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신전에서 기사들이 나오고 있다!”

“도리아 님이 오셨다! 도리아 님이 기사들을 대동하고 오셨어!”

이 마을엔 다행히 룬의 신전이 있었다.

그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다행히 신전 내부에 텔레포트 마법진이 있어 마법 통신을 접한 도리아 하우든이 유사시를 대비하여 운영 중인 긴급 지원대를 이끌고 몸소 이 마을에 왔다.

불씨조차 남지 않았던 사기는 그녀의 등장으로 조금이나마 올라갈 수 있었다.

그래 봐야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엔 역부족이다.

“도, 도리아 님.”

“상자에 있는 무기를 즉시 병사들에게 지급해.”

“무기라니요?”

“써 보면 알 것이다.”

도리아 하우든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본 기사 매튜는 그녀의 말을 따랐다.

신무기를 지급 받은 병사들은 다들 고개를 갸웃거렸다.

날도 없고, 촉도 없는, 달랑 방아쇠 하나만 달린 길쭉한 원통을 무기라고 지급 받았기 때문이었다.

병사들이 지급 받은 무기를 본 의용대는 제 눈을 의심했다.

그러나 그들의 의심은 곧 충격으로 바뀌었다.

무기를 지급 받은 병사들 역시.

도리아가 대동한 기사들이 방벽에 서서 신무기를 전방을 향해 겨누었다.

방아쇠를 당기자 길쭉한 원통 안에서 어린 아이 주먹만 한 구슬이 작은 굉음과 함께 쏘아져 나갔다.

장궁의 사거리보다 훨씬 길었다.

‘뭐지?’

‘저게 어떻게 저렇게 멀리까지 날아가지?’

‘멀리 날려 보내면 뭐해 그런다고 달라질 상황이 아닌걸.’

사거리에 놀랐던 이들도 곧 절망했다.

그러나 그 절망은 이내 충격과 환희로 바뀌었다.

쾅-!

구슬이 떨어진 장소에서 천둥처럼 큰 소리가 나더니 주변에 있던 몬스터를 휩쓸었다.

잘 훈련된 병사 3명이 합을 맞춰 상대해야 겨우 잡을 수 있는 오크가 갈가리 찢겨 날아갔다.

그 하나만이 아니다.

주변에 있던 몬스터 모두 그와 같은 꼴로 죽었다.

“마, 말도 안 돼! 도, 도리아 님. 대체 저건 어디서 난 마법 무깁니까?”

“교단.”

“교, 교단이라고요?”

“교단이 본격적으로 나서기로 하였다. 앞으로 저 신무기. 아니 매직 스틱이 던전 브레이크 지역마다 보급 될 거야.”

병사들과 의용군은 희망을 보았다.

신무기 매직 스틱의 위력을 직접 보았기에 가질 수 있는 희망이었다.

그리고 그 희망은 꺼진 전의를 크게 불러일으켰다.

“룬께 영광을!”

“마을을 지키자!”

“우와아아아아아!”

던전 브레이크 사태가 전 대륙을 휩쓸었음에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던 교단의 돌연한 행동, 그 행동에 일부 식자들은 의문을 품었지만 당장은 교단의 그와 같은 결정이 가뭄의 단비였기에 룬과 교단을 칭송하는 목소리가 전 대륙을 뒤덮었다.

기사나 마법사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전과를 이젠 매직 스틱만 있으면 일개 병사는 물론 어린아이조차 올릴 수 있게 되었으니, 교단을 향한 칭송은 당연한 결과였다.

매직 스틱의 사용은 어렵지 않았다.

스틱에 내장된 구슬을 소비하면 스틱 안에 구슬만 넣으면 된다.

이 간단한 조작법은 딱히 훈련한 필요도 없다.

매직 스틱으로 무장한 병사들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몬스터의 수는 빠르게 격감했다.

그리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도리아 하우든은 처음 매직 스틱을 받았을 때의 감정을 또 한 번 느끼고 있었다.

매직 스틱이 보급된 곳은 비단 하우든 영지만이 아니었다.

대륙 전역에 거미줄처럼 퍼져 있는 신전 텔레포트 마법진을 통해 빠르게 보급이 이뤄지고 있었다.

* * *

시쿠와 함께 정찰과 사냥을 병행하며 나날이 성장하고 있는 어스는 자신의 막사로 돌아오자마자 푸리엘의 연락을 받고 어안이 벙벙하고 말았다.

-매직 스틱?

-교단에서 오래전에 개발한 신무기라고 합니다.

-그게 정말 그렇게 강력해?

-일반인도 매직 스틱 하나만 있으면 오크 십수 마리쯤은 단숨에 처치할 수 있는 무깁니다. 혹시, 이런 무기가 교단에 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잠깐 몸담은 조직인데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레이몬드 주교면 모를까. 그럼 그 무기는 우리도 받은 거야?

-상황이 급박한 왕국과 지역에 우선 보급 중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영주님도 아시다시피 솔론이나 저희 영지의 경우 몬스터에 의한 피해가 전무하다시피 하니까요.

병력을 철수해서 욕먹었던 교단은 신무기 보급을 통해 사람들의 지지와 찬사를 받고 있었다.

전보다 더 강력한 지지라고 봐야 할 것이다.

‘노림순가?’

하지만 그리 생각하기엔 몬스터 브레이크로 인해 교단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었다.

그럼 대체 왜 이제야 이런 행보를 보이는 걸까?

‘음…… 오염토 때문인가?’

던전이나 몬스터 브레이크보다 교단이 더 신경 쓰고 있는 부분이 바로 오염토임을 베로니카 단장을 통해 확인하였기에 교단의 돌연한 행보가 아무래도 이 때문인 듯싶었다.

-영주님께선 언제 귀환하실 예정이십니까?

미답지에 온 지 일주일이 넘었지만 아직 전체를 다 둘러본 것도 아니기에 대답할 수 없었다.

-당분간 힘들 것 같아. 그동안 영지 잘 부탁해. 일이 있으면 곧장 연락하고.

통신을 끝낸 어스는 찝찝함을 느꼈다.

교단의 행보가 과거와 달리 급작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어스는 날이 밝으면 베로니카 단장을 떠보기로 마음먹고 잠을 청했다.

내일도 열심히 굴러야 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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