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89화 (189/250)

189화

알람은 분명 저항에 실패하여 마나 감소가 발생했다며 경고했다.

베로니카 단장의 말에 따르면 감소는 영구적인 손상을 의미했기에 어스의 심정은 불에 덴 자의 심정이었다.

그런데 막상 상태창을 열어서 확인해보니 영구적인 손상과 무관한 상태였다.

마나 : 1,260/1,270.

마나 총량이 감소한 게 아니었다.

더해 들은 것과 달리 마나 감소도 미미했다.

‘이건 나에게만 적용되는 건가?’

어스의 몸엔 마법사들처럼 서클이 없다.

이 때문에 자신의 경지를 서클을 풀어 내보이는 마법사들과 달리 어스는 해당 서클의 스킬을 보여 자신을 입증해야만 했다.

물론 이젠 옛말이다.

일개 용병이 아닌 솔론 왕국의 당당한 귀족이자 영주에게 누가 서클을 확인하자고 하겠는가.

아무튼 일반적인 경우가 아닌 것이 이 상황에선 천만다행이었다.

그렇다고 마냥 좋아할 수는 없었다.

‘마나 회복 포션만 사용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바로 이 점이다.

마나 회복 포션을 통한 마나의 즉각적인 회복을 할 수 없었다면 제 아무리 어스라도 오늘날의 그는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비장의 한 수가 무용지물이 되었으니 여기선 알뜰한 소비(?)가 필수였다.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너무 오랜만이라.

긁적긁적.

‘중심부로 갈수록 괴이한 현상이 심해지면 아무리 나라도 힘들지 않을까?’

어스는 철옹성에 내장된 사용 가능한 마나량을 확인했다.

1만 2천에 못 미친다.

지금도 고도를 유지하기 위해 블링크를 사용 중인 탓에 수치는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참고로 블링크 한 번에 소모되는 마나는 185로 이는 3번의 강화를 통해 기존 200에서 줄어든 수치다.

고도 유지에 드는 마나를 전엔 신경 쓸 필요가 없지만 상황이 달라진 지금은 조심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비행 스킬을 구입해야 하나? 바로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알람이 울렸다.

시쿠가 또 던전에 들어가 몬스터를 잡고 있음을 알려주는 알람이었다.

‘그래, 시쿠! 시쿠가 있었지.’

녀석을 불러들여서 입을 손해를 생각하면 아쉬웠지만 당장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이상 전진과 후퇴를 반복해야 하는 고달픈 상황을 피할 수 없었기에 어스는 과감하게 시쿠를 불러들였다.

“주인님!”

홀로 솔론 왕국을 누비며 열심히 사냥하고 다녔던 시쿠는 오랜만에 제 주인을 보자 몹시 기뻐했다.

녀석의 반가움을 어루만져주는 이 시간도 고도 유지를 위해 마나를 소비하고 있었기에 어스는 냉큼 소리쳤다.

“시쿠, 날 감싸.”

이를 섭섭해할 법도 하건만 시쿠는 그런 기색 하나 없이 그의 뒤로 이동한 뒤 촉수를 뽑아 어스의 몸을 휘감았다.

자신의 몸을 휘감은 부드러운 느낌과 함께 더는 고도 유지에 마나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었다.

“잘했어.”

“시쿠, 주인님 칭찬 들었다.”

“시쿠 이 상태로 날아봐.”

고도만 유지해선 안 된다.

비행도 가능해야 한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쿠에게 명령했다.

그의 명령을 받은 시쿠는 자랑할 거리가 생긴 어린아이가 재잘거리듯 온 힘을 다했다.

비행 속도는 준마에 필적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네.’

물론 녀석 혼자 비행할 때와 비교할 수 없는 속도다.

이로써 이동과 고도 유지에 필요한 마나를 아낄 수 있게 된 어스는 한결 마음이 놓였다.

“힘들지 않아?”

“시쿠 거뜬하다.”

“속도를 줄여도 돼. 아니, 멈춰.”

“시쿠는 주인님 명령 따른다.”

어스는 안정적인 위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았다.

오염토라곤 하지만 사실 자연에 피해를 주는 토양은 아니다.

오히려 꽁꽁 얼어붙은 동토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대지를 뒤덮고 있는 저 푸른 새싹이 바로 그 증거다.

마도학과 초인들 한정으로 독일 뿐.

‘시쿠에게도 영향이 있을까?’

어스는 이를 확인하기로 했다.

둘은 곧장 지상으로 이동했다.

촉수를 회수한 시쿠가 오염토 위에 섰다.

신체 구조상 두 발보단 네 발이 편할 시쿠였지만 어스 앞에선 언제나 두 발을 고집했다.

제 주인을 따라 하려는 것이다.

“시쿠, 혹시 힘이 빠지는 느낌 있어?”

시쿠는 크고 동글동글한 머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더니 이내 고개를 좌우로 내저었다.

“시쿠는 튼튼하다. 주인님. 힘 조금도 안 빠진다.”

“그래?”

“응. 주인님.”

오염토의 발생 원인이 지상에 있는지 지하에 있는지 미답지 전체를 확인하지 않은 이상 확언할 수 없다.

그러니 지상을 다 살핀 다음엔 지하도 살펴봐야 한다.

이때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녀석이 시쿠다.

“땅속으로 들어가 봐. 혹시 몸에 이상이 생기면 즉시 말해.”

어스의 명령 하나하나가 평범한 것들이라 시쿠는 주인이 왜 저러나 싶었지만 반문 없이 곧장 그 명령을 수행했다.

언제나 그렇듯 시쿠의 몸은 마른 땅에 물이 흡수되듯 사라졌다.

몇 분의 시간이 흐르자 시쿠에게서 당황한 듯한 의념이 어스에게 전달됐다.

이에 어스는 시쿠를 소환 해제했다.

“괜찮아?”

“시쿠 이상하게 피곤하다. 시쿠는 쉬고 싶다. 주인님.”

조금 전까지 활기로 가득했던 시쿠의 목소리는 맥아리가 없었다.

그만큼 몸의 상태가 안 좋다는 뜻이다.

이에 어스는 시쿠를 소환 해제했다.

시쿠를 돌려보낸 어스는 어두운 표정으로 오염토를 응시했다.

-오염된 토양의 영향으로 체내 마나가 감소합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마나 감소가 발생합니다.

여전히 마나 총량엔 변화가 없었다.

사용 가능한 마나만 이번에도 10이 줄어들었다.

더 깊은 곳으로 들어가도 이 정도에 그치면 다행일 텐데.

일단 베로니카 단장이 있는 캠프로 후퇴했다.

미답지 내부의 초지에 대해 저들이 아는지도 궁금했거니와 시쿠가 힘을 되찾아야 비행 정찰이 가능하기 때문이었다.

‘블링크, 블링크…….’

* * *

“초지?”

베로니카 단장의 반응으로 봐선 아직 거기까지 조사가 이뤄진 건 아닌 듯했다.

“예.”

“오염토로 인한 피해는 없었나?”

“있었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닙니다.”

“그 말은 백작도 완전 자유롭지 않다는 말인가?”

어스와 교단의 관계는 틀어진 상태다.

그러니 자신이 잘못되면 교단 입장에선 앓던 이 하나가 사라지는 일이니 기쁜 일이다.

베로니카 단장 입장에서도.

하지만 이를 묻는 베로니카 단장은 오히려 긴장하고 있었다.

진실로.

‘내 힘이 그만큼 필요하다는 증거겠지.’

하긴 그러니 교단이 굴욕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조건을 모두 소용한 것이리라.

“서클엔 영향이 없었습니다. 긴 시간 체류한 것이 아니라 확신할 수 없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가용 마나 모두 감소했을 때의 경우를 실험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가용 마나가 ‘0’이 되었을 때 마나 총량이 감소한다면 이번 거래는 없던 것으로 해야 한다.

어스의 대답에 베로니카 단장의 눈이 반짝였다.

“저, 정말인가?”

베로니카 단장의 반응에서 어스는 저들이 자신과 달리 근원에 문제가 발생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하긴 그러니 그 대단한 교단이 바짝 긴장한 것이리라.

“현재까진 그렇습니다.”

“내부로 더 진입할수록 달라질 수도 있겠군.”

“그건 가봐야 알 것 같습니다. 그보다 교단이 지금까지 실험한 내용을 알 수 있을까요?”

잠시 고민하던 베로니카 단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정보를 공유하려는 태도에서 어스는 적어도 이 일에 있어서만큼은 뒤통수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 *

베로니카는 어스에게 막사 한 동을 제공했다.

신체의 피로는 없었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상당한 터라 어스는 이를 거절하지 않았다.

막사 중앙에 자리 잡은 화로가 막사 내부의 난방을 담당하고 있었다.

닭 잡을 칼로 소 잡으려 하는 꼴이다.

마법 로브와 신발이 없었다면 화로에 딱 달라붙어 있어도 추위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렇다고 이곳에 제대로 된 캠프를 설치할 수도 없다.

오염토는 이 순간에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당분간 천막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이 일이 해결되기 전까지.

‘일반인에겐 전혀 해가 없단 말이지.’

여기서 일반인이란 러너까지다.

러너 이후인 유저부턴 오염토의 영향을 받는다.

마법사의 경우 서클이 형성된 자면 무조건이다.

참고로 1서클 마법사의 경우 오염토에 발을 딛자마자 서클이 붕괴해버렸다.

현재 그들은 경지를 회복하기 위해 교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교단이 선의로 그들을 지원하는 건 아니다.

잃은 경지를 회복할 수 있는지가 그들의 관심사일 것이다.

아직 서클 붕괴를 경험한 그들 중 회복된 자들은 없다.

베로니카의 말에 따르면.

‘교단이 만족할 수준의 정보를 쥐여줘야 할 텐데.’

이에 부합하지 못할 경우 교단과 체결한 계약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어스는 베로니카 단장이 말해준 정보를 곱씹으며 휴식을 취했다.

* * *

오염토의 발생원인 확인.

미답지 내 던전 유무 확인.

미답지 내 몬스터 상태 확인.

교단은 어스에게 이 세 가지를 요구했다.

1차 정찰을 끝내고 돌아온 이후 배정 받은 막사에서 충분한 휴식을 치한 어스는 2차 정찰에 나섰다.

베로니카 단장의 배웅을 받았다.

캠프에서 완전히 떨어진 장소까지 이동한 어스는 시쿠를 소환했다.

시쿠 역시 그사이 완전히 회복하였기에 비행 정찰엔 차질이 없었다.

다만.

‘답답하네.’

그간 블링크를 숨 쉬듯 사용한 탓에 지금의 속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처음엔 하늘을 훨훨 날아다니는 것이 좋았지만 그것도 이젠 질리고 말았다.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어스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쳤다.

‘시쿠, 고도를 낮춰.’

어스의 명령을 받은 시쿠는 즉시 고도를 낮추었다.

동토의 땅이라고 생물이 살지 않는 건 아니다.

드물지만 동물도 산다.

어스가 발견한 건 가족 단위로 움직이는 순록이었다.

남부에 비해 유달리 덩치가 컸다.

하지만 그것이 이상한 건 아니었다. 추운 곳에 서식하는 동물들의 특징 중 하나가 덩치가 크고 반대로 귀와 코가 작다.

이 순록 가족 역시 그러한 특징을 갖고 있었다.

‘동물들은 딱히 이상한 것 같지 않네.’

순록 가족은 동토의 땅에서 보기 힘든 새싹을 먹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 녀석들을 향해 하얀 털로 전신을 뒤덮은 맹수가 살금살금 접근하고 있었다.

처음엔 몬스터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보았던 어스는 이내 실망했다.

순록 가족에게 접근한 맹수는 단숨에 어린 순록의 목을 물었다.

순간 순록을 도와줄까 고민하던 어스는 그만두기로 했다.

맹수에게 있어 이는 생존과 직결 된 문제다.

어스는 곧 장소를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서 어스는 처음으로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그것도.

‘던전 몬스터다!’

어스는 단숨에 놈의 정체를 알아볼 수 있었다.

교단이 요구한 조건 중 하나를 해결한 순간이었으나 전혀 기쁘지 않았다.

놈들이 오염토와 함께한다면 놈들을 상대해야 하는 건 일반인들이기 때문이다.

과연 일반인이 4띠 던전 몬스터를 상대할 수 있을까?

죽일 순 있어도 그 피해가 막심할 것이다.

‘암울하네.’

어스는 파이어 볼을 날렸다.

쾅-!

스킬 위력은 오염토 상공이었음에도 문제가 없었다.

마나 소비 역시.

-맨티스 자이언트를 처치했습니다. 25코인을 습득합니다.

오염토와 함께하는 몬스터라 일반적인 던전 몬스터와 다를까 싶었지만 막상 잡아보니 차이가 없었다.

반면 어스는 마나 회복 포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입장이라 사냥 난이도는 전에 비할 수 없이 높았다.

폭음을 듣고 또 다른 맨티스 자이언트가 몰려들었다.

철옹성을 잡은 어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내려가자.’

지상으로 내려온 어스는 몸을 써서 맨티스 자이언트를 상대했다.

철옹성 앞에 놈들의 육신은 과자 부스러지듯 부서졌다.

-맨티스 자이언트를 처치했습니다. 25코인을 습득합니다.

.

.

.

.

그러나 어스는 웃을 수 없었다.

-저항에 실패했습니다.

-마나 감소가 발생합니다.

스킬 사용에 들어가는 마나에 비할 순 없지만 오염토의 영향으로 마나가 꾸준히 감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참에 사용 가능한 마나 소진 이후 총량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어스는 오염토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드디어 사용 가능한 마나가 ‘0’이 되었다.

지금부터가 문제다.

어스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상태창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다행히 마나 총량엔 작은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불행 중 다행이네.’

그새 또다시 모습을 드러낸 맨티스 자이언트.

어스는 놈들을 향해 곧장 돌진했다.

철옹성을 내세우며.

‘이러려고 창술을 배운 건 아닌데.’

그래도 천만다행이라 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라도 써먹을 수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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