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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85화 (185/250)

185화

보스와의 거리를 블링크로 삽시간에 좁혀버린 어스는 놈의 정수리를 노리고 철옹성을 내리찍었다.

공간 이동을 밑바탕에 깐 그의 공격은 전광석화와도 같았다.

그래서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됐다!’

잔은 손에 쥐었고 이를 입으로 가져가 들이키면 된다.

그랬기에 내심 환호작약했으나 그 기쁨은 아침 이슬 증발하듯 증발해버리고 말았다.

어스의 철옹성은 허공을, 아니 보스의 잔상만 꿰뚫었다.

이에 놀란 어스의 눈동자가 찰나에 흔들렸다.

그의 몸은 중력에 의해 바닥을 향했다.

그러나 그 몸이 바닥에 닿기 전 어스의 공격을 피한 구울 보스의 대검이 그를 향해 쇄도했다.

공격을 피한 건 그럴 수 있다 치자 명색이 6띠 던전 보스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찰나의 그 순간에 어찌 두 가지 일을 동시처럼 할 수 있단 말인가.

“……!”

너무 놀란 어스의 두 눈은 화등잔만큼 커졌다.

블링크를 시전할 시간도 없었다.

생명력이 버틸 수 있을까?

찰나 이런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것은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블링크는 당장 쓸 수 없었지만 그에겐 그 자신을 보호할 강력한 수단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철옹성에 내장된 기능 중 하나인 무형 방벽이었다.

대검의 공격은 무형 방벽에 막혔다.

충돌의 반발력에 의해 구울 보스는 바닥에 깊은 족적을 남기며 밀렸다.

공격, 회피, 방어, 충돌의 과정이 있었다.

그럼에도 구울 보스의 수하들은 이 모든 과정이 끝난 직후에 반응했다.

이러한 과정은 놈들의 인지 범위를 넘어선 속도에 의한 결과였다.

주변의 구울이 뒤늦게 반응했다.

쇄도하는 공격은 무형 방벽을 뚫지 못하고 외곽에서 벌어졌다.

무형 방벽의 보호를 받는 어스의 모습은 흡사 망망대해 가운데 떠 있는 섬을 연상시켰다.

‘무형 방벽이 아니었다면 큰일 날 뻔했어.’

등줄기로 식은땀이 맺혀 주르르 흘렀다.

이에 정신을 차렸다.

무형 방벽과 충돌하며 밀렸던 구울 보스가 괴성을 터트렸다.

그러자 놈의 부하들이 썰물 빠지듯 빠졌다.

어스와 구울 보스의 눈이 마주쳤다.

구울 보스의 대검이 핏빛으로 물들었다.

무시무시한 일격이 떨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의 예감은 맞아 떨어졌다.

핏빛으로 물든 대검이 허공을 수평으로 벴다.

그러자 반월형의 검기가 뇌전이 작렬하듯 무형 방벽을 때렸다.

쾅-!

쏘아진 거대한 검기는 무형 방벽과 충돌하며 폭발했다.

충격파가 퍼졌다.

충돌지점과 가까이 있던 구울의 육신이 망가지며 나가떨어졌다.

이에 단단히 화가 난 것인지 구울 보스는 더욱더 빠른 속도로 검기를 날렸다.

쏘아진 검기 덩어리 하나하나의 위력은 쇳덩이도 단숨에 박살 낼 정도의 위력을 가졌으나 결코 무형 방벽 안에 있는 어스에겐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구울 무리에 둘러싸인 어스의 표정은 그래서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철옹성을 움켜쥔 어스의 손아귀에 힘이 부쩍 들어갔다.

‘단숨에 처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꼴이 말이 아니다.

기분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어스는 스킬을 작렬시킬까 고민하다 이내 그만두었다.

콜 라이트닝은 너무 눈에 띄는 공격이다.

여기서 이 스킬을 사용했다간 자신이 여기 왔음을 광고하는 꼴이다.

그렇다고 체인 라이트닝을 쓰자니 구울 보스 녀석을 보니 통할 것 같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이에 잠시 고민했다.

이참에 두 눈 딱 감고 7서클 스킬을 구입하여 구울 보스와 그 떨거지들을 한 방에 보내 버릴지를 놓고서.

하나 그 생각은 곱게 접었다.

이미 8, 9서클 스킬 중 살 것을 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덜컥 7서클을 구입해 버리면 사고 싶은 9서클 스킬 2개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너무 아까웠다.

‘예감이 언제나 적중하는 건 아니지.’

어스는 자신의 예감을 부정하며 체인 라이트닝을 시전했다.

그의 손에서 체인 라이트닝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역시나 보스에겐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대신 그 수하들은 체인 라이트닝을 버티지 못하고 먼지 사라지듯 몸이 부서져 사라졌다.

-구울 기사를 처치했습니다. 150코인을 습득합니다.

.

.

.

.

-구울 마법사를 처치했습니다. 180코인을 습득합니다.

.

.

.

막대한 양의 경험치와 코인이 쏟아졌다.

하나 어스의 두 눈은 오직 구울 보스만 노려보고 있었다.

구울 보스의 육신은 핏빛의 둥근 막에 보호되어 조금의 피해도 주지 못했다.

어스는 자신의 예감이 적중한 것이 전혀 기쁘지 않았다.

‘저건 다수의 콜 라이트닝을 갈기지 않는다면 꿈쩍도 않겠어.’

지금껏 경험한 6띠 던전 보스 중 단연 발군의 실력자였다.

그래도 물량에 장사 있을까 싶어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체인 라이트닝을 쏘아댔다.

그리고…… 철옹성에 내장된 1만의 마나가 동이 났다.

다시 말해 놈은 50회의 체인 라이트닝을 막아 낸 것이다.

자신의 무형 방벽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막이 아닐 수 없었다.

위그드라실의 계승자 칭호를 활성화하며 그의 마나는 1,270이 되었다.

5서클 스킬 6번 사용할 수 있다.

이참에 어디에 분배할지 망설이며 방치한 31의 업적 포인트를 이참에 지력 스탯에 분배해 버릴까라는 유혹을 느꼈다.

‘아니, 그전에 마나를 1,400으로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는 동안 어스의 마나는 철옹성으로 유입되고 있었다.

1,270의 마나 전부.

텅 빈 마나는 물약을 통해 금방 채워 다시 이를 철옹성을 보냈다.

8번 반복하자 철옹성에 저장할 수 있는 마나를 최대치까지 채울 수 있었다.

대략 7, 8초가량의 시간이 걸렸다.

그사이 공격이 없자 구울 보스는 어스의 힘이 다한 것이라 여긴 듯 핏빛 장막을 걷고선 또 다시 대검을 휘둘렀다.

무형 방벽은 여전히 이에 맞서 어스를 지켰다.

그 틈에 어스는 체인 라이트닝을 시전했다.

공격이 먹혔다.

이에 구울 보스는 공격에서 방어로 태세를 전환했다.

또다시 앞서와 같은 일이 반복됐다.

이래선 답이 없지 않을까 싶다.

‘시쿠를 소환해서 생매장시켜 버릴까?’

그런데 언데드가 그리해서 죽나?

가둬 둘 순 있어도 죽이진 못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생각은 곧 사라졌다.

대외적으로 자숙을 선택하는 동안 시쿠 홀로 솔론 왕국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원정을 하고 있다.

녀석이 성공한 원정 중에는 언데드도 있다.

등급은 무려 5띠.

‘시쿠에게 맡겨 보자.’

이곳 헥터에서 솔론까지 물리적인 거리는 멀다.

하지만 그쯤은 단숨에 무시할 수단이 있었기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어스는 시쿠를 소환 해제한 뒤 다시 소환했다.

그러자 시쿠가 그 앞에 나타났다.

“주인님!”

“갑자기 불러서 미안해. 시쿠, 저 녀석 처치할 수 있겠어?”

핏빛 장막을 두른 채 짙은 사기와 살의를 뿜어대는 구울 보스를 가리켰다.

시쿠의 덩치는 놈에 비해 한없이 작지만 녀석의 간덩이는 그 덩치에 비해 엄청 컸다.

그래서인지 시쿠는 두려움을 모른다.

“시쿠는 강하다. 저놈 시쿠가 잡는다.”

시쿠의 말이라면 똥으로 치즈를 만든다고 해도 믿을 수 있다.

한때 녀석의 말을 치기로 생각하여 믿지 못해서 입은 손해가 얼마던가.

“해봐.”

어스의 허락이 떨어지자 시쿠는 땅속으로 사라졌다.

땅을 파고 들어간 게 아니라 스며들 듯 사라졌기에 지면엔 그 어떤 흔적도 없다.

어스의 공격이 뜸해지자 구울 보스는 다시 공격 모드로 전환했다.

하지만 공격을 시작하기도 전에 놈의 거대한 육체는 시쿠가 만든 구덩이 속으로 떨어졌다.

구덩이는 눈 깜짝할 사이에 메워졌다.

땅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길이 없었다.

시쿠와 시선을 공유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러니 남은 건 기다림뿐이다.

시쿠의 보고든, 알림이든.

-던전 보스 프라다를 처치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4를 습득합니다.

-1만 코인을 습득합니다.

시쿠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건 고작 5초 남짓이다.

그럼에도 그토록 애먹이던 구울 보스를 잡아버렸다.

역시 시쿠는 빈말을 모르는 펫이다.

‘주인님, 보스를 잡았다.’

‘잘 했어.’

‘주인님이 칭찬했다. 시쿠는 행복하다.’

시쿠에게 있어 가장 큰 보상은 어스의 손길과 칭찬 한마디였다.

미안해지게.

알람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아이템을 습득하시겠습니까?

복불복이다.

과연 이번엔 습득할 수 있을지.

‘습득.’

-아이템을 철옹성에 적용합니다.

이번엔 습득에 성공했다.

그것도 철옹성에.

어스는 이에 기뻐했다.

이번에도 기다려야 적용 내역을 알 수 있을까? 다행히 이번엔 그러지 않았다.

-아이템 철옹성의 마나 충전이 기존 1만에서 1만 5천으로 변경됩니다.

“오!”

어스의 입이 함지박이 되었다.

마나 충전량 증가는 그에겐 가뭄의 단비였다.

* * *

헥터 왕국 왕도를 또 한 번 구해낸 어스는 연합 거점 기지 내 텔레포트 마법진을 이용하여 테리우스로 복귀했다.

뤼빅스와 아도니스 두 대륙을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잇는다면 좋을 텐데.

‘아닌가? 오히려 연결되지 않아서 다행인가?’

만약 두 대륙이 텔레포트 마법진으로 연결되었다면 진작 두 대륙 사이에 전쟁이 발발했을 것이다.

이종족에 대한 교단의 자세는 과거에나 지금에나 변함없이 호전적이기에.

“일찍 돌아오셨군요. 가셨던 일은 잘되셨습니까?”

전에도 공손했지만 지금은 그때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더욱더 공손해진 피구엘의 말에 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잘 처리했어요.”

“역시, 백작님이십니다.”

“새벽까지 고생 많아요.”

“천만에요. 제 일인걸요.”

어스가 아는 엘프들은 하나같이 성실한 자들이었다.

또한 뱉은 말은 반드시 지키는 종족이다.

외모, 능력, 성향까지 어느 하나 버릴 곳이 없다.

그에 비해 인간이란 얼마나 한심한가.

‘나도 엘프들의 영향을 받는 건가?’

칭호 활성화 이후 자신을 대하는 엘프들의 반응이 달라졌듯 어스 역시 엘프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가랑비에 옷 젖듯 서서히 찾아온 변화였기에 어스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자신의 방으로 올라온 어스는 욕실로 들어가 몸을 씻었다.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뜯어본 뒤 흡족한 얼굴로 나와 침대에 몸을 던졌다.

두 왕국을 왕복한 일도 그렇고, 헥터 왕국 왕도에서 있었던 일까지 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

‘아! 시쿠.’

이번 일에서 결정적인 공을 세운 시쿠를 떠올린 어스는 녀석을 소환했다.

처음엔 작고 못생겨 꽝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알고 보니 보물 중의 보물이었다.

어떻게 이런 보물을 외모만 보고 평가했는지, 지금 생각해보면 철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주인님!”

자신을 향한 어스의 따뜻한 시선을 알아차린 것인지 시쿠는 볼을 빨갛게 물들이며 기뻐했다.

짧은 꼬리가 가만있질 않는다.

어스는 녀석의 반질반질한 머리를 쓰다듬었다.

주인과 펫의 교감이 한층 두터워지는 순간이었다.

“시쿠, 고생 많았다.”

“주인님이 기뻐하는 일이면 시쿠는 조금도 고생스럽지 않다. 헤헤.”

네가 충신이다, 충신이야.

“자, 이제 사냥하러 가야지.”

“시쿠는 주인님의 명령을 따른다. 헤헤.”

휴가도 없이 일만 시키는 주인이 뭐 그리 좋다고 시쿠는 활짝 웃으며 새벽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아차, 그러고 보니 시쿠의 사냥하는 모습을 아직 못 봤네.’

오늘만 날도 아니니 그건 다음에 봐도 되리라.

어스는 창문을 닫고 누웠다.

오늘 있었던 일을 복기하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

* * *

헥터 왕국 왕도에서 발생한 두 번째 던전 브레이크.

자그마치 6띠 등급의 던전이 터졌음에도 그 피해가 예상보다 작은 것에 대륙이 깜짝 놀랐다.

왕도의 절반은 파괴 될 것이라는 예상이 뒤집어 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헥터 왕국의 저력을 재평가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그 말은 며칠 가지 않아 쏙 들어갔다.

던전 브레이크로 인한 혼란이 잦아들기 무섭게 왕도에선 그간 우려했던 사태가 발생했다.

내전이다.

왕도에서 발생한 이 전투로 인해 왕도는 던전 브레이크로 인하여 발생한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발생시켰다.

승자는 3왕자 클리프 헥터였다.

그리고 그를 도와 내전을 승리로 이끈 주요 인물들이 세상에 알려졌다.

루리아 글리시아도 그 명단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이로서 헥터 왕국은 사람들이 우려했던 것과 달리 빠르게 정치적인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한 헥터 왕국과 달리 던전 브레이크 현상의 빈도는 비탈길을 구르는 눈덩이처럼 커져 뤼빅스 대륙의 인류를 긴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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