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81화 (181/250)

181화

자욱한 흙먼지를 일으키며 이동 중이던 한 무리의 몬스터, 켄타우로스 앞에 벼락이 떨어졌다.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닌 스킬이 만들어 낸 벼락의 이름은 콜 라이트닝이었다.

5서클 번개의 힘은 전에도 강력했지만 위그드라실의 계승자 칭호를 활성화한 이후 더 강력해졌다.

지력 스탯이 단숨에 100이 늘어났기에 이를 시전하는 당사자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수준이었다.

지표면이 순식간에 타버리다 이내 먼지 흩어지듯 흩어지며 먼지구름을 일으켰다.

이를 본 켄타우로스 무리가 일제히 멈추어 섰다.

놈들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은 먼지구름이 걷혔다.

그 중심에 어스가 서 있었다.

철옹성을 어깨에 척 걸친 모습으로.

커다란 두 눈을 끔뻑이던 켄타우로스가 그제야 반응하며 괴성을 터트렸다.

“괴성을 비명으로 만들어 주마.”

어깨에 걸친 철옹성을 뗀 어스는 바람개비 돌리듯 머리위에서 몇 바퀴 빙글빙글 돌린 어스는 창대 끝으로 바닥을 찍었다.

100을 넘긴 힘 스탯의 영향인지 충돌음이 상당히 묵직했다.

활을 든 켄타우로스가 가장 먼저 반응했다.

화살은 작은 단창만큼 길고 굵직했다.

그러한 화살이 바람처럼 어스를 향해 날아왔다.

어스의 동체시력은 자신을 향해 쏘아진 다섯 대의 화살 모두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았다.

‘이 몸이 동체시력만 뛰어난 게 아니거든.’

어스가 움직였다.

고개를 옆으로 움직였다.

그의 눈앞으로 켄타우로스 궁병이 쏜 화살이 느릿하게 스쳐 지나갔다.

이번엔 왼쪽 상체를 살짝 뒤로 틀었다.

화살이 지나치며 일어난 풍앞으로 인해 옷 앞섶이 파르르 떨렸다.

찰나의 그 순간 어스는 화살의 상세한 모습과 자신의 옷자락이 떨리는 걸 모두 볼 수 있었다.

나머지 화살은 한 발짝 옆으로 이동하는 동시에 상체를 앞으로 숙이는 것으로 모조리 스쳐 보냈다.

눈앞에서 펼쳐진 장면에 켄타우로스는 제 눈을 비비며 다시 눈을 떴고, 스스로 대담한 행동을 택한 어스는 입이 함지박이 되어 있었다.

‘확신은 들었지만 진짜 다 되네, 다 돼!’

몸이 건강하면 없던 자신감도 생기는 법이다.

하물며 신체 능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힘과 민첩 스탯이 기존 2.6대에서 세 자리 숫자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이건 단순히 건강해졌다는 의미를 뛰어넘은 상태다.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고 새로운 하늘을 찾아 헤매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감정 상태였다.

멀리서 스킬을 날려 적을 주살하는 것도 나쁘진 않지만 그건 매번 하는 것이라 그에겐 주식이다.

반면 몸을 써서 적을 상대하는 행위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한 영역의 진미였으니 어찌 피가 끓지 않겠는가.

더욱이 어스의 나이 고작 16세였으니 그 힘을 함부로 남발하지 않고 나름 장소와 상대를 골라서 사용하는 것만도 나름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스가 보여준 화려한 회피 기술에 놀라 입을 딱 벌렸던 켄타우로스 무리도 곧 정신을 차렸다.

궁수들이 또 한 번 화살을 날렸다.

이번엔 앞서 쏘아 보낸 화살보다 두 배 많은 수의 화살이 어스를 향해 날아왔다.

앞서의 공격은 다분히 자기 자신의 상태를 알아보기 위한 일종의 검증 과정이었다면, 이젠 그 과정을 수료하였기에 어스는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잠시 마법사의 직업을 내려놓고 창술가란 직업을 전면에 내세웠다.

‘블링크!’

공간을 단숨에 이동한 철옹성은 체고만 무려 3미터에 근접하는 거대한 켄타우로스 골반을 가격했다.

그 순간 켄타우로스의 크고 두꺼운 몸뚱이는 종잇장 접히듯 접혀 떠오르더니 한참을 날아가 바닥을 나뒹굴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철옹성은 놈들의 튼튼한 다리를 수수깡 부러뜨리듯 모조리 부러뜨렸다.

그 역시 공격을 받았지만 놈들이 내지른 창은 그의 옷깃하나 스치지 못하고 죄다 허공만 찔렀다.

“커우우욱.”

“끄아아아아!”

장내는 켄타우로스의 비명으로 가득 찼다.

자력으로 서 있는 놈들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다들 어디 한 곳이 부러진 모습으로 버둥거리며 고통에 찬 신음만 쏟아냈다.

그 모습을 돌아본 어스는 흡족한 얼굴로 활짝 웃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손맛이란 건가?”

철옹성을 통해 전해진 감각은 꿀을 가득 넣은 홍차처럼 달달했다.

중독성이 미쳤다.

어스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충분히 편안하게 살 수 있는 여건이 주어졌음에도 여동생이 이를 마다하고 힘든 수련을 고집했던 이유를.

그렇다고 자신의 본분은 버릴 생각이 없었다.

마법사라는 걸.

그래도 가끔은 이런 식으로 싸울 생각이다.

운동도 되고 거기다 손맛이 무척 좋았다.

스트레스가 확 풀리는 기분이다.

쓰러져 낑낑 거리는 켄타우로스를 일별한 어스는 놈들을 향해 손을 살짝 들었다.

스킬을 시전하여 영원한 안식을 선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스킬을 시전하기도 전에 알림이 먼저 울렸다.

-켄타우로스를 처치했습니다. 65코인을 습득합니다.

.

.

.

.

-정예 켄타우로스 처치했습니다. 100코인을…….

.

.

.

쓰나미처럼 알림이 덮쳤다.

‘어째서?’

순간적으로 어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다 곧 자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시쿠가 떠올랐다.

‘자기 선에서 정리한 건가?’

꽤 많은 수의 몬스터를 정리한 것 같았다.

여기 있는 몬스터 모두 처치해도 방금 울린 알림의 절반도 안 될 것 같았다.

승부욕에 발동이 걸렸다.

웃긴 일이다.

다른 이도 아닌 자신의 펫에게 승부욕이 동하다니.

이는 어스의 성격과 동떨어진 반응이다.

칭호를 활성화하기 이전의 그였다면 편히 사냥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오히려 기뻐했을 것이다.

하나 지금의 그는 그때와 달리 경쟁심을 느꼈다.

어스는 자신의 변화에 대해 알아차리지 못했다.

‘체인 라이트닝! 체인 라이트닝!’

그의 신체 능력만큼이나 강력해진 스킬에 의해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남김없이 모두 죽었다.

어스는 곧 그 자리를 떠났다.

* * *

한편 정수리의 새싹을 통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 있게 된 시쿠는 어스만큼이나 흥분한 상태였다.

시쿠는 그 감정을 몬스터에게 모두 해소했다.

백여 마리에 달하는 켄타우로스를 발견한 시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던 새로운 방식의 공격을 펼쳤다.

지금껏 주로 사용하였던 생매장 방식이 아닌 공중 폭격을 날리고 있었다.

‘골렘 소환!’

일전 시쿠는 자신의 능력을 어스에게 자랑했다.

녀석이 자랑한 능력 중 하나가 바로 자신과 똑 닮은 골렘이었다.

당시 어스는 골렘을 보자 대놓고 실망했다.

그에 시쿠는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

그래서 이후 시쿠는 어스 앞에선 골렘의 ‘ㄱ’자도 꺼내지 않았다.

때문에 어스도 시쿠가 골렘을 소환할 수 있는 걸 까맣게 잊어버렸다.

하지만 시쿠는 줄곧 사용하고 있었다.

어스에게만 보여주지 않을 뿐.

당장 가장 최근에 골렘을 사용한 건, 대륙을 발칵 뒤집어 놓은 솔론 왕국 내 신전 함몰을 들 수 있었다.

시쿠의 덩치를 감안할 때 그 거대한 신전을 그처럼 함몰시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시쿠가 해낸 배경엔 바로 골렘이 가진 기능 때문이었으니, 그 기능이란 바로 자폭이다.

골렘이 한두 기면 모를까, 무려 1천 개의 골렘이 폭발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 위력이 어찌 작을 것인가.

더욱이 시쿠의 골렘이 쓰는 자폭은 단순히 터지는 폭발이 아니다.

소리도 없고 빛도 없이 조용히 주변과 함께 소멸해 버린다.

그래서 시쿠가 땅속에서 골렘을 자폭시켜 땅 꺼짐 현상을 일으키더라도 감각이 뛰어난 자도 이를 알아차릴 수 없었다.

그런 무음무광의 자폭 골렘을 시쿠는 폭격 용도로 사용했고 그 결과 몬스터들은 영문도 모른 채 폭사당하고 말았다.

지상의 몬스터를 깨끗이 정리한 시쿠는 계속하여 움직였다.

이후로도 시쿠의 골렘 투하는 계속되었다.

* * *

‘시쿠 이 녀석…….’

시쿠에게 승부욕을 느낀 어스는 녀석보다 더 많은 몬스터를 잡기 위해 착착 달라붙는 손맛도 잊고 오직 스킬로만 몬스터를 사냥했다.

그럼에도 시쿠에게 밀렸다.

‘……대체, 어떤 방식으로 몬스터를 잡고 있는 거지?’

자존심에 상처까진 아니지만 그 비슷한 느낌을 받고 있었다.

명색이 주인인데.

덩치도 크고, 가진 스킬도 더 많고, 거기다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 데 어째서 시쿠가 잡은 몬스터보다 자신이 더 적단 말인가.

혹시, 시쿠가 간 방향에 몬스터가 떼로 몰려 있었던 건가?

시쿠와의 경쟁을 어스는 포기했다.

지금 가진 스킬로는 도저히 녀석을 이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참에 스킬 구입할까?’

위그드라실의 계승자 칭호를 활성화하면 곧장 구입하겠노라 생각해두었던 스킬이 있었다.

하지만 정작 스킬을 활성화한 이후엔 저도 모르게 망설였다.

7서클 스킬 말고 코인을 더 모아서 8이나 9서클 스킬을 구입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였다.

그의 마음이 이처럼 갈대처럼 흔들린 건, 스킬 슬롯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이번이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8서클의 스킬 가격은 1천만이고, 9서클의 스킬 가격은 1억 코인이다.

현재 그의 수중엔 200만 조금 안 되는 코인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당장은 갈 길이 멀었다.

-켄타우로스를 처치했습니다. 65코인을 습득합니다.

.

.

.

.

.

그새 또 알람이 울렸다.

‘시쿠 녀석 땅만 잘 파는 게 아니라 몬스터 잡는 것도 엄청 잘 하네.’

일 잘하는 수하가 있는 데 굳이 자신까지 고생할 필요가 있나 싶다.

차라리 저 강변에 앉아 간식이나 먹으며 독서나 하다 시쿠가 힘에 부쳐 부르면 그때 움직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마음까지 들 지경이다.

펫이 사냥하더라도 경험치와 코인이 덜 들어온다면 모를까 온전히 다 들어오니 그 점은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그러나 이를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9서클 마법사 안 할 거냐? 지금은 쉬엄쉬엄할 때가 아니잖아? 정신 차리자, 정신!’

어스는 마음을 다잡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스킬과 창술을 병행하며 다채로운 사냥을 하였다.

시쿠와의 경쟁? 그건 머릿속에서 깔끔하게 지워 버렸다.

‘흠, 그나저나 앞으로 업적 포인트는 어디에 분배해야 할까?’

칭호를 활성화한 이후 어스는 이 부분에서 선택장애를 겪고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급하게 분배해야 할 이유는 없었기에 시간을 갖고 생각하기로 하였다.

그렇게 마음을 정리할 무렵이었다.

-보스 자이언을 처치했습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4를 습득합니다.

-1만 코인을 습득합니다.

-아이템을 발견했습니다.

-아이템이 적용될 대상이 없습니다.

놀랍게도 시쿠가 큰일을 내버렸다.

‘마, 말도 안 돼!’

다른 건 몰라도 보스까지, 그것도 등급 6띠 던전의 보스를 잡은 건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그간 시쿠가 자신의 힘을 숨겼던 것일까?

그게 아니고선 결과는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었다.

‘대화가 필요하군.’

* * *

현존 최고 등급인 6띠 던전을 정리한 어스는 레오다니스 왕국 귀족들이 제공한 거처에 머물렀다.

더해 만찬에도 참석하기로 했다.

이는 이전과 전혀 다른 행보였다.

그의 이 같은 돌연한 행보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는 이 지역의 이종족 노예를 구입하기 위해서였다.

전날 이 문제로 로엘이 그에게 부탁했을 땐 이를 거절한 바 있었다.

그랬던 그가 그새 마음을 바꾼 것이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넘치는 힘, 그 힘의 크기만큼 자신감도 커졌다.

-감사합니다, 어스 님.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말은 해보겠습니다.

로엘과 통신을 끝낸 어스는 그제야 시쿠와 의념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시쿠 너 지금까지 내게 힘을 숨기고 있었던 거야?’

‘시쿠는 주인님 속이지 않는다.’

‘그럼 어떻게 그 많은 몬스터에, 보스까지 잡을 수 있지?’

‘주인님이 시쿠에게 명령했다. 몬스터 발견하면 처리해도 된다고 했다. 그래서 시쿠는 주인님 말대로 했다.’

듣고 보니 이제껏 시쿠에게 이런 식의 명령은 내리지 않았다.

만약 진작 이런 명령을 내렸다면 어땠을까?

그럼 그때도 오늘과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 만약 정말 그런 것이라면 이는 시쿠의 탓이 아닌 자신의 잘 못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아니지. 그땐 시쿠에게 비행이란 수단이 없을 때였으니 누구의 잘못도 아니지 않을까 싶다.

‘시쿠는 언제나 말했다. 시쿠는 강하다고.’

이에 어스는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틀린 말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어스는 다음엔 시쿠의 전투를 직접 참관하기로 했다.

‘시쿠.’

‘응, 주인님.’

‘오늘 잘 했어.’

‘헤헤, 시쿠는 기쁘다. 주인님 칭찬 많이많이 감사한다.’

역시, 시쿠를 만난 건 일생일대의 행운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론 녀석의 덩치만 보고 무시했던 자신에 대해서도 깊이 반성했다.

이런 어마어마한 전력을 그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으니까.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