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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44화 (144/250)

144화

기대감을 잔뜩 안고서 보물 창고에서 나온 어스는 교황청 외궁에 위치한 개인 숙소를 배정 받았다.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어스는 인벤토리에서 예의 그 기괴한 모습의 바윗돌을 곧장 꺼냈다.

궁금증을 해소할 시간이다.

두근.

-아이템을 습득하시겠습니까?

부디 좋은 놈이기를, 자신의 감이 맞았기를.

간절한 마음을 담아 어스는 습득을 선택했다.

-아이템을 습득합니다.

-드래곤 하트를 철옹성에 적용하시겠습니까?

어스는 이 내용에 깜짝 놀랐다.

충격이 너무 크다 보니 벌린 입을 한동안 다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에 와서 드래곤은 설화로 취급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설화에나 나오는 드래곤의 심장을 손에 넣었으니 그의 입장에선 까무러칠 만큼 놀랄 수밖에.

만약 이 바윗돌의 정체가 알려진다면 세상에 알려진다면 어떨까? 모르긴 몰라도 대륙 전체가 발칵 뒤집어질 것이다.

꿀꺽.

‘미, 미친 이게 이야기로만 전해지던 바로 그 드래곤의 심장이었다니.’

행운이 미쳤다.

상스럽긴 하나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 같았다.

‘아이템 말고 내가 먹으면 안 되나?’

자신의 심장이 드래곤 하트로 교체된다면 평생 마나 회복 포션 먹을 일은 없을 텐데.

어스는 홀린 듯 드래곤 하트에 입을 가져갔다.

이빨도 들어가지 않았다.

침만 잔뜩 묻혔다.

연금술사에게 부탁하면 먹을 수 있게 만들어주지 않을까? 다행히 믿을 수 있는 연금술사도 집에 있다.

하지만 그 생각은 고이 접었다.

드래곤 하트의 존재가 밝혀질 경우 뒷감당할 자신이 없어서였다.

콕 집어 말하자면 교단을.

‘어차피 철옹성은 나와 한 몸이잖아. 내가 먹는 거나, 녀석이 먹는 거나…….’

철옹성 참 부러운 녀석이다.

평범한 대장간에서 태어나 별 볼일 없이 살다갈 녀석이 주인을 제대로 만난 덕분에 유물과 견주어 손색이 없는 아이템으로 거듭나더니, 이젠 그것도 부족해서 제 주인도 먹어 보지 못한 드래곤 하트까지 꿀꺽하게 되었으니, 이처럼 출세한 창도 녀석이 유일할 것이다.

어스는 철옹성에 드래곤 하트를 적용시켰다.

평범한 창에서 아이템으로 거듭날 당시 72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 예상은 빗나갔다.

단 10분 만에 드래곤 하트는 철옹성에 적용됐다.

마나 충전(0/10,000).

눈을 씻고 또 씻고 열 번을, 백번을 보아도 이것뿐이다.

멍.

사기당한 기분을 도저히 떨칠 수 없었다.

물론 이것도 엄청 좋은 기능이긴 하다 하지만 녀석에게 먹인 게 전설로 내려오는 드래곤 하트다 보니 어스가 느끼고 있는 좌절감은 이루 말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런데…… 그런데 고작.

하아.

나오느니 한숨뿐이다.

‘내가 먹을 방법을 찾아볼 걸 그랬어.’

* * *

마나를 충전하여 필요에 따라 뽑아 쓰는 마법 물품은 존재한다.

마법사라면 누구나 하나쯤 갖고 있는 완드와 스태프가 바로 그것이다.

마나 저장.

마법 증폭.

완드와 스태프에 담긴 기능이다.

일단 마나 저장의 경우 소유자의 마나를 최소 5퍼센트에서 최대 10퍼센트까지 충전하여 필요에 따라 이를 사용할 수 있다.

다시 말해 100의 마나를 가진 마법사가 105, 혹은 110의 마나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유용한 물품인 것이다.

마나 회복 포션을 통해 마나를 즉시 회복할 수 있는 어스 입장에선 사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마법 증폭을 생각하면 있는 편이 더 좋지만, 아쉽게도 정말 아쉽게도 완드와 스태프 모두 어스는 사용할 수 없는 무구였다.

그 이유는 마법사라면 응당 갖고 있어야 할 마나 서클이 그에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나 서클이 없으면 완드나 스태프 또한 쓸 수가 없다.

완드와 스태프의 제작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전제조건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사용자의 마나 서클과의 동조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는 조건이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완드와 스태프가 제작된다면 해당 물건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되고 만다.

때문에 유적지에서 발굴되는 완드나 스태프의 경우 고고학적 자료나 장인의 연구용으로밖에 쓸모가 없었다.

가끔 이런 제약이 걸려 있지 않은 것도 발굴되긴 하지만 소문만 무성할 뿐 실존 여부는 알려진 바 없었다.

‘드래곤 하트라고 알려주질 말던가.’

그럼 덜 속상했을 텐데.

그럼 환호를 터트렸을 텐데.

사실 단 한 줄의 문구는 어스에겐 정말 필요한 기능이었다.

매번 포션을 마시는 건 그로서도 매우 버거운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 던전의 보스와 싸울 땐 포션을 복용하는 타이밍이 정말 중요했다.

단 한 번이라도 그 타이밍을 놓치면 곧장 저승행인 경우가 많았다.

아직은 운이 좋아 그런 경우는 당하지 않았지만 간담이 서늘한 경우는 많았다.

‘이건 마나 서클이 없어도 충전이 가능하네.’

그나마 다행인 점이다.

그리고 또 하나 다행한 건, 마나 저장 수치다.

기존의 완드나 스태프의 경우 마나 저장률은 사용자 마나의 최하 5퍼센트, 최대 10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그런데 철옹성은 무려 1만의 마나를 저장할 수 있다.

1만의 마나면 9서클 스킬 한 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이며, 업적 포인트로 환산하면 2,000이 필요하다.

레벨업당 3의 업적 포인트를 얻을 수 있으니 단순 계산으로 600레벨 중반을 넘어야만 가질 수 있는, 가히 천문학적인 수치의 마나인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웃을 수 없는 건 역시 드래곤 하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기 때문이다.

똑똑.

“어스 경. 날세. 나 레이몬드 주교일세.”

철옹성을 만지작거리던 어스는 곧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인벤토리에 철옹성을 입고하기 전 철옹성의 상세 정보를 새삼 다시 본다.

〔철옹성(창/귀속) : 12시간마다 1회 무형 장벽(반경 2미터/지속 5분). 회수, 파괴 불가. 마나 충전(0/10,000).〕

드래곤 하트만 머릿속에서 싹 지운다면 함지박이 될 성능인데.

‘잊자, 잊어. 잊어야지.’

철컥.

3개의 잠금 쇠까지 모두 해제하고 문을 열자 그 앞엔 작고 뚱뚱한 레이몬드 주교가 활짝 웃으며 서 있었다.

고위 성직자들에게 허용 되는 새하얀 법복을 차려 입고서.

“아니, 자네 얼굴이 왜 그 모양인가?”

첫인상은 정말 별로였는데, 어쩌다 인연이 여기까지 이어지게 된 것인지.

그 인연이 싫은 건 아니다.

레이몬드 덕분에 한밑천 두둑이 챙길 수 있었고,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보다 더 힘들다던 성기사까지 되었으니까.

레이몬드의 호들갑은 주교가 되었음에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한 그 모습에 저도 모르게 웃음 짓는 어스였다.

“그럴 일이 있었습니다. 그보다 섭섭하네요.”

“왜?”

“자세한 이야기는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나누도록 하죠.”

“그, 그래 일단 그러지.”

자리에 착석한 레이몬드 주교는 어스의 표정을 살피며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어스가 자신에게 섭섭해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함이었다.

“언제부터 아셨어요?”

“던전 처리부?”

“미리 아신 거 맞죠?”

어스가 목소리에 뼈를 실어 말하였다.

이에 그가 자신에게 섭섭한 이유를 알게 된 레이몬드 주교는 울상이 되어버렸다.

“나도 자세한 내막은 얼마 전에야 알았어. 그리고 추기경님의 함구령도 있어 자네에게 말하고 싶어도 미리 말하지 못했다고. 추기경님이 자네에게 좋은 선물이 될 거란 말씀도 있으셔서 내 딴엔 자네에게 깜짝 선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고. 결코, 다른 마음을 먹고 자넬 농락한 게 아닐세. 내 말에, 내 진심에 조금의 거짓이라도 있다면 당장 벼락을 맞아도 괜찮아.”

변방에서 허송세월을 보내는 처지의 레이몬드가 단숨에 승서한 배경엔 두 사람의 공이 컸다.

예전부터 유난히 자신을 싸고돌던 에스터 추기경과 어스 덕분이었다.

전자는 지은 죄가 커 파문까지 갈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변두리 교구의 평사제로나마 교단에 적을 올리게 도와준 은인이었고, 후자는 그랬던 자신을 단숨에 여기까지 끌어준 은인이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오직 두 사람에게만은 자신의 모든 걸 다 내어주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해온 레이몬드였다.

가감 없는 오롯한 진심이었다.

“제가 얼마나 당황했는지 형님은 모를 겁니다.”

“자, 자네 날 믿어주는군!”

“우리가 남입니까? 의형제잖아요.”

“맞아, 우린 의형제지 암, 누가 뭐래도 그렇지. 사실 내 입으로 이런 말 하기는 그렇지만 자네가 잘 되길 누구보다 간절하게 빈 사람이 날세, 이건 공치가사 아니라 정말이라고. 그래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 추기경님께 자네 칭찬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하고 했어. 추기경님이 오죽하면 자넬 내 숨겨진 아들이 아니냐고 묻기까지 했다니까. 하하.”

사실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어스는 교황이 직접 자신을 부른 것에서부터 시작하여 교황청의 보물창고까지 개방한 것까지 어느 하나 자연스럽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랬던 의문이 레이몬드의 말에 조금이나마 풀렸다.

‘교황과 추기경이 모종의 거래를 한 건가?’

레이몬드의 표정을 살피니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듯했다.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구구절절 쏟아내던 변명만 봐도 알 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살짝 떠보기로 했다.

“형님, 혹시 교황청의 보물 창고에 대해 아세요?”

“보물 창고? 소문으로만 들었지 거기 들어간 사람은 손에 꼽을걸. 그런데 그건 왜? 설마, 거길 구경하고 싶다는 말이라면 아예 꺼내지도 말게. 자넬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줄 수 있지만 그건 내 영역도, 추기경님의 영역도 아닌 오롯이 교황님의 영역일세. 차라리 다른 걸, 다른 걸 말해 보게. 내 힘으로 안 되면 추기경님께 간청해서라도 자네가 원하는 걸 손에 넣도록 도와주겠네.”

‘확실히 자세한 내막은 모르는 건가?’

그렇다면 추기경과 교황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지만 어스 입장에선 모든 결과가 긍정적이었다.

다만 한 가지 못마땅한 건 자신의 의지가 조금도 방영되지 않고 일이 일방적으로 진행된 점이다.

“아뇨, 됐습니다. 그보다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면 무조건 저에게 알려주세요. 그래야 저도 마음의 준비를 하죠. 부탁드릴게요.”

“또 이런 일이 있다면 다음엔 추기경님이 함구하라는 지시가 있어도 반드시 알려주겠네.”

“그럼 됐습니다. 그보다 승차 축하드립니다.”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자네 아니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야. 모르긴 몰라도 평생 변두리 교구에서 생을 마감했을 거야. 자넨 내게 룬께서 주신 최고의 선물이자, 인연이라고. 그러니 자네도 부디 내 마음의 절반, 아니 십분의 일이라도 날 믿어주면 좋겠어.”

“십분의 일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99퍼센트 믿어요.”

“자, 자네…… 크흑. 고맙네, 고마워. 자네 말도 고맙고 이번 일을 먼저 알려주지 않은 미안함도 있으니 자네가 바라는 소망이 있으면 내게 말해보게. 내 힘닿는 대로 자네의 소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테니까.”

어스의 말에 감동한 레이몬드였다.

그에 어스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가족들의 안전을 지켜줄 자신만의 군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그에 한참을 생각하던 레이몬드는 단춧구멍만 한 두 눈을 반짝이며 입을 뗐다.

“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자네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도와주겠네.”

대체 어떻게 도와준다는 건지 언질이라도 해주지.

그래도 자신을 위해 적극적으로 일을 해보겠다는 레이몬드의 말에 어스는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겪어 본 레이몬드의 손은 여간 큰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무리하진 마세요.”

“역시, 날 생각해 주는 사람은 추기경님과 자네뿐이군. 갑자기 의욕이 샘솟네. 기대하게 절대 자넬 실망시키지 않을 선물을 준비할 테니까. 으하하하하.”

저러니 정말, 진심으로 기대하지 않으래야 않을 수 없었다.

“좋습니다. 잔뜩 기대할게요.”

그렇게 두 사람은 각자가 가진 불편한 감정을 온전히 털어 낸 뒤 던전 처리부가 향후 어떤 방식으로 운영 되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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