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9화
구울 보스를 쫓아 움직이던 구울 무리까지 모두 소탕해 버린 어스는 보스 처치로 받은 보너스 업적 포인트를 정신 스탯에 분배했다.
이로서 그의 마나 초량은 690이 되었다.
1서클의 경우 이제 포션 없이도 69번 사용이 가능해졌다.
정비를 마친 어스는 곧장 움직였다.
블링크를 거듭 사용하여 시가전이 한창인 곳으로 이동했다.
인간의 군대와 구울간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제법 큰 도로다 보니 꽤 많은 수의 병력과 구울이 싸웠다.
쿵!
구울의 주먹이 방패를 가격했다.
충격이 제법인지 병사의 몸이 뒤로 밀렸다.
균형은 무너지지 않았다.
중앙군의 이름이 아깝지 않다.
공격으로 인해 균형이 무너진 건 구울이었다.
그 구울은 다른 두 병사의 둔기에 의해 다리가 부러져 주저앉았다.
주저앉은 구울의 정수리로 앞서 구울의 공격을 방패로 막았던 병사의 철퇴가 떨어졌다.
빠각!
병사들은 3인 1조로 움직였다.
효율적이었다.
반면 그러한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구울은 마구잡이로 날뛰다 병사들의 손에 하나둘 무너지고 있었다.
행동만 요란할 뿐 실속이 전혀 없다.
그럼에도 병사들이 놈들을 단숨에 격파하지 못하는 건 역시나 구울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흥분하지 말라! 전우를 믿어라! 대열에서 이탈하지 말라!”
일부 흥분한 병사들이 대열을 벗어나려고 하면 지휘관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흥분한 병사들에게 경종을 울렸다.
그럼에도 대열에서 이탈한 병사들이 있을 경우에는 기사들이 현장에 투입되어 위기에 빠진 병사들을 구해냈다.
기사가 투입된 곳은 눈에 띄게 구울의 세가 꺾였다.
하나 그건 잠시에 지나지 않았다.
놈들은 계속 유입되고 있었으니까.
‘여긴 손을 보탤 필요가 없겠네.’
현재 헥터 왕국은 왕도 5개 기사단 중 4개 기사단을 구울 소탕 작전에 투입했다.
그 수가 무려 800명에 이른다.
여기에 각 기사단에 소속된 수련 기사를 비롯하여 교단의 성기사와 디콘, 그리고 왕도에 있는 귀족 가문에 소속된 기사와 사병들까지 모두 힘을 모아 구울 소탕에 힘을 보태고 있었다.
한마디로 시간이 문제일 뿐 소탕에 투입된 전력은 이미 충분히 갖춰진 상태였다.
중앙로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일별한 어스는 다시 이동했다.
마차 한 대와 장정 두 사람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통과할 수 있는 도로 상공에서 어스는 잠시 멈칫했다.
건물로 인해 좌우가 막힌 도로에 두 사람이 오도 가도 못 하는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는 누가 봐도 생존자가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어스는 그들을 돕기 위해 즉시 인근 지붕으로 이동 했다.
하지만 그가 손쓸 필요는 없었다.
그들은 일반인이 아닌 소탕 작전에 투입된 기사였다.
두 기사는 각자 반대편으로 움직였다.
그들은 마나 소드를 사용하지 않았다.
단련된 신체와 검술만으로 구울 무리를 상대했다.
그럼에도 전혀 위태로워 보이지 않았다.
‘확실히 기사는 기사네.’
기사들의 무위를 잠시 구경하던 어스는 그들에겐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다는 걸 확인한 뒤 다시 움직였다.
그렇게 몇 차례 블링크를 거듭 시전하던 어스는 화광이 유난히 충천하는 곳을 발견하곤 곧장 그 방향으로 이동했다.
걸어서 가면 한참 걸어가야만 하는 거리였지만 블링크를 통해 이동하는 그에겐 고작 한 걸음에 지나지 않았다.
단숨에 화재현장에 도착한 어스는 나란히 붙은 건물 두 채가 요란하게 타오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불길은 두 건물을 집어삼키고도 부족했는지 또 다른 건물에도 팔을 뻗고 있었다.
이 화재로 인해 건물에 숨어 있던 생존자들이 기겁하고 몰려나와 불길을 보며 발을 동동거렸다.
자신들이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도 잊은 듯 보였고, 그 결과 그들은 위험을 맞닥트리게 되었다.
“끄어어어어!”
“키으아아아!”
다다다다.
“헉!”
“괴, 괴물이다!”
“도, 도망쳐야 해!”
이 주변엔 저들을 도와줄 기사도 없고 병사도 없었다.
자신의 몸은 자신이 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변변한 무기도 없고, 그렇다고 싸움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닌 저들에게 있어 구울은 범접할 수 없는 포식자였다.
아이들은 사색이 되어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런 아이들을 그 부모가 달래어 보지만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다.
평소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으며, 힘든 일이 생기면 서로 위로가 되어주었던 이웃들은 그들을 외면하고 도망쳤다.
차후 양심에 깊은 상처는 남겠지만 당장은 제 목숨이 급했다.
만약 이 자리에 어스가 없었다면, 저 화광이 어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면 주저앉은 아이를 안고 뛰는 부모들은 구울의 손에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지금 달아나고 있는 자들 역시 뛰어봐야 벼룩이다.
그들이 달아나는 곳에 구울이 있었으니까.
어스는 즉시 개입했다.
아이를 안고 달리는 부모들부터 구조했다.
매직 애로우에 맞은 놈들이 일제히 뒤로 자빠졌다.
머리통을 맞춰야 죽일 수 있지만 당장은 앞서 도망친 자들이 구울을 향해 곧장 달려가고 있었기에 일단 급한 불을 끈 뒤 어스는 블링크를 시전했다.
버럭 소리친 뒤.
“도망치지 말고 멈춰!
당연히 그 소리에 멈출 생존들이 아니었다.
공포에 이성이 잡아먹힌 공황 상태였으니까.
어스는 속으로 투덜거리며 블링크를 시전했다.
위로 한 번, 아래로 한 번.
그렇게 겁에 질려 달아나는 생존자들의 앞에 섰다.
생존자들이 움찔 떨며 걸음을 멈췄다.
어스가 막 입을 떼려던 순간 두 골목에서 구울 무리가 튀어나왔고, 그제야 생존자들은 어스가 자신들을 불러 세운 이유를 알아차렸다.
생존자들을 일별한 어스는 흉성을 터트리며 미친 듯 뛰어오는 놈들을 향해 매직 미사일을 선사했다.
수십 발의 매직 애로우는 단 한발도 빗나가지 않고 놈들을 명중했다.
문제는 급소가 아닌 부분은 명중하더라도 놈들을 죽일 수 없었다.
그래도 서너 마리는 급소인 머리를 맞았는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십수 마리의 구울이 허공에 붕 떠서 쓰러지는 걸 목격한 생존자들은 또 한 번 놀랐다.
화등잔만큼이나 커진 눈으로 어스를 바라보던 그들의 입이 한 박자 늦게 열렸다.
“마, 마법사?”
그런 그들의 두 눈엔 기대와 안도감이 차올랐다.
“무턱대고 달아나면 어떡해요? 사방이 구울인데.”
그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그들의 무모함엔 한마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시 몸을 일으키는 구울을 향해 이번엔 작정하고 급소를 노렸다.
이번엔 모두 죽일 수 있었다.
그때, 뒤편에서 다급한 비명이 터졌다.
‘아차!’
아이들을 안고 뛰던 부모들이 내지른 비명이었다.
블링크를 통해 순식간에 이동한 어스는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매직 미사일 세례를 날렸다.
일단 쓰러뜨려 고비를 넘겼다.
잠깐 한숨을 돌린 뒤 다시 매직 미사일을 날렸다.
이번엔 급소를 놀렸다.
알림이 연달아 떴다.
“안심해요.”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온몸으로 감쌌던 여자가 고개를 들었다.
귀공자풍의 소년이 자신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멍.
그 손을 먼저 잡은 건 여자의 품에 안긴 꼬맹이였다.
울기 직전의 그 얼굴이 꽤 귀여웠다.
생존자들은 불빛에 이끌리는 나방처럼 어스를 향해 모여들었다.
그중엔 건물에 숨어서 지켜보던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모인 생존자들의 숫자가 서른 명에 달했다.
“마, 마법사님 살려주세요.”
“저희를 안전한 장소까지 데려가 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도와주세요. 흑흑.”
“진정들하세요. 도와드릴 테니까 제 말을 잘 따라줘야 합니다.”
그가 승낙하자 불안에 떨던 생존자들은 한시름 놓았다.
감사의 인사가 봇물처럼 쏟아졌다.
“조용하고 따라오세요.”
기사와 병사들이 활동하는 구역까지 가려면 못해도 30분 이상은 걸어야 한다.
그사이 불길은 또 다른 건물로 번져 그 힘을 키우고 있었다.
이러다 일대가 모조리 불바다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떻게 집을 저렇게 다닥다닥 붙여서 지은 건지 저렇게 집을 지은 건설업자를 만나 따지고 싶을 지경이다.
사실 어스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이 구역은 준 빈민가였다.
왕도 외곽의 밀집 주거지였다.
그렇다 보니 집이 닭장처럼 붙어 있었고, 건축 자재도 모두 목재였다.
벽돌로 지었다면 불길이 지금처럼 번지지 않았을 텐데.
어스는 불길이 더 번지지 않도록 손을 썼다.
‘아이스 스피어…….’
물약을 마시며 거듭 손을 쓰자 그제야 불길은 더 이상 번지지 않았다.
이 모든 걸 지켜본 생존자들은 더더욱 그에게 매달렸다.
“따라와요. 가까운 곳에 병사들이 있으니까 거기까지 데려가 줄게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룬님이 마법사님을 축복할 겁니다.”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그만하고 따라오세요. 그리고 주변을 잘 살피세요. 만약 구울이 나타나면 즉시 소리쳐요.”
어스는 앞장서서 걸었다.
철옹성을 움켜쥐고서.
그렇게 이동하던 어스는 한 무리의 구울과 조우했다.
그 수는 어스가 이끄는 생존자들보다 많은 숫자였다.
이에 질려 버린 생존자들.
그래도 뿔뿔이 흩어지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앞서 어스가 보여 준 마법이 그들의 마음에 확신을 심어준 덕분이었다.
마차 한 대 간신히 지날 수 있는 도로를 채우며 괴성과 함께 달려오는 구울.
주변엔 목재 가옥이 즐비하다 보니 화속성 스킬은 사용할 수 없었다.
번개 속성을 잠시 생각했지만 그 역시 화재를 일으킬 수 있어 제외시켰다.
그러다보니 남은 건 매직 애로우와 아이스 스피어뿐.
그중 어스는 아이스 스피어를 선택했다.
포션 없이 시전 가능한 아이스 스피어는 총 여섯.
아이스 스피어는 꼬치 꿰듯 놈들을 단숨에 꿰뚫었다.
아이스 스피어에 당한 놈들은 냉기에 모두 얼어 버렸다.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30코인을 습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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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를 맞춰야 죽일 수 있는 매직 미사일과 달리 아이스 스피어는 물리적인 피해 이외에도 2차, 냉기 피해를 줄 수 있었다.
그 냉기에 의해 구울은 사망했고 그 사망은 알림으로 어스에게 전달됐다.
그래도 여전히 남은 놈들이 있다.
그래 봐야 세 마리.
어스는 남은 마나를 모조리 매직 미사일로 치환하여 놈들의 머리통을 부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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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울을 처치했습니다. 30코인을 습득합니다.
“따라오세요.”
* * *
생존자를 구출한 어스는 40분을 이동하고 나서야 한 무리의 병사를 만날 수 있었다.
그사이 그가 대동한 인원은 어느새 70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구울을 피해 숨어 있던 생존자들이 무리지어 움직이는 이들을 보자마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합류했다.
그러나 곧 그들은 낙심하고 말았다.
무리를 이끄는 자가 나이 스물도 안 된 꼬맹이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후회했지만 그 마음은 금방 사라졌다.
무리를 보호하며 이끄는 자가 무시무시한 괴물조차 상대가 안 되는 엄청난 마법사였기 때문이었다.
사실 어스도 인원이 이렇게 많이 늘어날 줄 몰랐다.
더구나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전투가 일어나도 하등 이상할 게 없는 상황에서 70명을 보호하는 건 제 아무리 어스라도 신경이 바짝 곤두서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건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정말이지 대단히 훌륭한 일을 하셨습니다. 은빛 솔개 기사단 소속 수련기사 아젠, 마법사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수련기사 폴트 경의를 표합니다.”
“천만에요. 그보다 이 인원이 전부인가요?”
어스가 발견한 병력은 수련 기사 둘과 병사 열 명이 전부였다.
그런 저들에게 70명의 안전을 맡겨도 될까 싶었다.
“도슨 15번 길에 본대가 있습니다. 확보한 생존자는 그곳으로 이송하고 있습니다.”
“그럼 저들을 맡겨도…….”
말을 들어보니 멀지 않다.
그에 어스의 표정이 활짝 펴졌다.
그러나 그 표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며 상대했던 구울보다 족히 두 배 이상 많은 구울이 그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개중엔 분위기와 덩치가 심상치 않은 놈들도 더러 끼어 있었다.
이를 본 수련기사 아젠과 폴트를 비롯한 모두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기, 기사님들이 정리를 마친 곳인데!”
그랬다 병사들이 투입된 이곳은 앞서 2인 1조로 움직이는 기사들이 휩쓸고 지나간 곳이었다.
그런데 기사들이 한차례 정리한 장소에서 저와 같은 대규모 구울이 출현했으니 다들 아연실색할 수밖에.
“여긴 내가 맡을 테니, 생존자들부터 단속하세요.”
수련 기사 아젠에게 생존자를 부탁한 어스는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 놈들이 달려오는 정면에 자리 잡았다.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두 수련 기사를 비롯한 병사들이 깜짝 놀랐다.
반면 그를 따라 이곳까지 온 생존자들은 미약한 불안감은 내비칠지언정 크게 놀라워하지 않았다.
언데드의 수가 그리 많음에도 말이다.
일반적인 생존자와 다른 그들의 모습은 수련 기사 아젠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대체 왜? 어째서 잔뜩 겁에 질려 있어야 할 생존자들이 저리 태연한 것일까? 이러한 의문은 곧 풀렸다.
악의로 가득한 흉성을 터트리며 달려오는 몬스터를 향해 반복적으로 쏘아지는 아이스 스피어를 보자마자 깨달을 수 있었다.
금세기 최고의 천재 마법사로 추앙받고 있는 어린 마법사에 대해.
‘괴, 괴물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