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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38화 (138/250)

138화

루시가 집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루시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구울을 토벌하기 위해 중앙 기사단과 중앙군 그리고 교단에서 성기사와 디콘을 대거 투입하면서 왕도 전체는 아니지만 몇몇 구역은 구울을 박멸하는 데 성공했다.

그 몇몇 구역 중엔 어스 네가 살고 있는 2군 구역도 다행히 포함되어 있었고, 그 덕분에 루시의 귀가는 성공리에 끝날 수 있었던 것이다.

‘1군 지역도 아니고 2군 지역까지 포함했다고? 나 때문인가?’

자세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일단 위험지역에서 벗어난 것에 의미를 두었다.

몸만 회복되면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던 어스는 다시 주저앉았다.

멀쩡한 여동생을 봐서인지 아니면 마나 연공법이 이번에도 도움을 주어서인지는 몰라도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멀쩡했다.

아니, 전보다 더 기운이 넘치는 것 같았다.

왜지?

궁금하면.

‘상태창.’

상태창을 연 어스는 감전이라도 된 듯 한차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의 두 눈은 한곳에 못 박혀서 조금의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칭호 : 위그드라실의 계승자(29/100). 승리의 노래(12/12).

‘어떻게?’

마나 회복 포션의 과다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을 겪을 때마다 마나 연공법에 매달렸다.

그때마다 승리의 노래는 단계가 올라가곤 했다.

그래도 10단계에서 단숨에 12단계로 올라갈 것이라곤 조금도 기대하지 않았다.

그랬기에 어스가 받은 충격은, 아니 기쁨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였다.

칭호의 활성화로 인해 생명력은 200이 더해져 565였고, 마나는 150이 더해져 680이 되었다.

마나의 증가로 그는 포션 없이 블링크를 세 번 연속 시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고도 125의 마나가 남는다.

언젠가는 이런 날이 올 것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 시기가 당장 오늘 일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에 이 사실은 어스에겐 큰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런 그의 눈에 분배하지 않은 업적 포인트 1이 들어왔다.

임프 보스를 죽이고 얻은 보너스 포인트였다.

생명력의 끝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은 어스는 체력 스탯에 이를 분배하여 깔끔하게 정리했다.

이로서 생명력 수치는 570이 되었다.

‘이게 활성화 됐으니 이젠 마나 회복도 기존 10퍼센트에서 20퍼센트가 된 건가?’

솔직히 마나 회복률 상승은 마나 회복 포션 이전에나 간절했지 사실 지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능이었다.

‘이러면 위그드라실의 계승자 하나만 남았네.’

계승자 칭호와 승리의 노래는 비교가 민망할 정도로 계승자 칭호의 기능이 압도적이다.

모든 스탯 +100.

스킬 슬롯 +3개.

그리고 왠지는 알 수 없지만 차원 이동까지 칭호에 붙어 있다.

‘생명력이 570이나 됐으니 마나 소드에 베여도 괜찮지 않을까?’

버티면 대박일 텐데.

하지만 겁이 나서 도저히 마나 소드 앞에 제 몸을 맡기는 실험은 고이 접기로 했다.

똑똑.

“예.”

“어스, 엄마다.”

“들어오세요.”

“배고프지 엄마가 우리 아들 좋아하는 닭고기 스튜를 끓여 왔어.”

안 그래도 출출하던 참이라 어스는 반갑게 스튜를 맞이했다.

사실 저보다 더 맛있고 비싼 음식을 숱하게 먹어 봤지만 입과 배만 호강할 뿐, 마음까지 채우지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의 음식은 그게 뭐가 됐든 먹으면 속뿐만이 아니라 마음까지 든든했다.

마법이라도 부리는 걸까?

푹 삶은 닭을 일일이 손으로 찢은 닭고기 스튜는 먹기 편했다.

이거 하나만 빼면.

“나 당근 싫은데.”

“네가 편식하니까 루시에게 힘으로 밀리는 거야. 루시 봐라, 주는 건 뭐든 남기지 않고 다 잘 먹잖아. 그래서 힘도 황소처럼 세고. 물론, 루시에겐 비밀이다.”

“비밀은 무슨 루시면 오히려 칭찬으로 알아들을 거야.”

“그래도 그게 아니야. 여자앤데. 벌써 다 먹었네? 우리 아들 대견하네. 호호. 한 그릇 더 갖다 줘?”

“응, 당근 빼고.”

“나이도 열여섯씩이나 먹은 녀석이. 쯧쯧.”

혀차는 소리는 했지만 그래도 잘 먹는 아들의 모습이 기쁜지 엘이나는 부리나케 주방으로 내달렸다.

그새 마음이 바뀔까 봐.

어스는 그 짬을 이용해서 루리아에게 문자를 보냈다.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답장이 왔다.

이에 어스는 기분이 좋아졌다.

할 말은 많은데 글자 수 제한과 재사용 시간 때문에 이 마음을 고스란히 전하지 못하는 것이 몹시 아쉬웠다.

아쉬운 마음을 통신구를 만지작거리며 달래고 있자 엘이나가 스튜를 들고 들어왔다.

어스는 어머니에게 미안해졌다.

저 스튜를 들고 들어온 사람이 어머니가 아니라 루리아였으면 더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다.

보고 싶다, 루리아.

손도 원 없이 잡아 보고, 뽀뽀도 원 없이 하고 싶었는데.

그걸 이번에 다 할 줄 알았는데.

하필이면 왕도에 던전 브레이크가 터질 줄이야.

자신의 결정이 아니라 외부사정에 의해 루리아와 뜬금없이 헤어진 것이 너무 아쉬운 어스는 문든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무심코 툭 튀어나왔다.

“엄마, 나 장가갈까?”

“당근 잘 먹으면 그때 가렴.”

어스의 얼굴은 홍당무처럼 변해 버렸다.

자신을 어린아이 취급하는 어머니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무심코 한 자신의 말에 부끄러움을 느껴서도 아니었다.

순간 루리아와 신혼 생활을 상상해버린 탓으로 얼굴이 홍당무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스는 자신의 민망함을 감추기 급히 스튜를 먹었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이.

“잘 먹었습니다.”

“이렇게 잘 먹으니 엄마 기분이 엄청 좋네. 요 당근까지 다 먹으면 더 좋을 텐데.”

그 와중에도 그의 본능이 밀어낸 삶은 당근이 그릇 한 곳에 얌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엄마가 내 곁에서 딱 100년만 더 기다리면 내가 당근 먹는 걸 볼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오래오래 살아줘. 당연히 아프지 말고 말이야.”

엘이나는 애정 가득한 포옹으로 사랑스러운 아들의 말에 보답한 뒤 가볍고 경쾌한 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루리아 보고 싶다.

마침 통신구의 재사용 시간이 되었기에 한쪽으로 치운 통신구를 냉큼 집어 들었다.

하지만 그 손은 다시 멈추고 말았다.

다들 생존을 걱정하는 재난적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왕궁과 교단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와도 하필 이 타임에 올 건 뭐람.

* * *

왕궁과 교단에서 보낸 사람들의 소속은 달랐지만 그들이 어스를 찾아온 용건은 단 하나였다.

몬스터 처리에 힘을 보태주길 원하였다.

어스도 당연히 얌전히 앉아 있을 생각이 없었다.

몸 상태가 매우 좋은데다 왕도엔 소중한 가족과 지인들이 있다.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안전을 위해서라도 이미 적극적으로 나설 마음을 먹은 상태다.

타이밍만 잘 맞춰왔다면 웃으며 수락했을 텐데, 그 타이밍 때문에 어스는 냉랭하게 수락했다.

“문단속 잘하고 있어.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올게.”

“조심해.”

“나 어스야, 어스. 괴물 마법사. 조심은 오히려 몬스터들이 해야지.”

아버지에게 큰 소리 탕탕 친 어스는 집을 나섰다.

왕궁에서 보낸 병사들과 교단에서 보낸 디콘들이 그가 떠난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 * *

‘매직 미사일!’

어스의 손에서 수발의 매직 미사일이 전방을 향해 힘차게 날아갔다.

그의 스킬은 단 한 발도 낭비되지 않고 전부 구울의 몸에 박혔다.

매직 미사일을 몸으로 받은 놈들이 뒤로 쭉 밀려나가 뒹굴었다.

그중 하나가 머리를 맞아 즉사(?)했다.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30코인을 습득합니다.

앞서 들어갔던 던전은 6띠 서리 구울 던전이었다.

그 인연인지 이번에도 구울이다.

그 중간에 임프가 끼어들긴 했지만 사실 어스에게 있어 임프는 식후 간식거리도 되지 않는 놈들이었다.

‘서리 구울보다 코인이 적은 걸 보니 그보다 낮은 등급의 던전인가 보네.’

하긴 서리 구울 같은 놈들이 일시에 쏟아졌다면 소탕 작전 따위 세울 게재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루시 역시 무사히 집에 오지 못했으리라.

매직 미사일을 맞고 나가떨어진 놈들이 벌떡 일어나 흉성을 터트리며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매직 미사일!’

어스는 이번에도 매직 미사일만 사용하고 있었다.

그가 이것만 사용하는 건 인명 피해를 우려했기 때문이다.

앞서 구울을 향해 파이어 볼을 날린 뒤 그는 식겁했다.

주변 민가에 불이 붙은 것이다.

그리고 그 집에서 놀란 사람들이 뛰쳐나왔을 땐, 순간 눈앞이 아찔했다.

구울이 아니라 인간을 박멸할 뻔 했으니까.

그때부터 어스는 주변에 피해를 끼치지 않는 매직 미사일만 사용했다.

괴물 마법사로서의 체면이 실로 말이 아니게 된 것이다.

참고로 파이어 애로우도 사용할 수 없었다.

몸에 불이 붙은 구울로 인해 그 역시 화재로 이어질 뻔 했다.

그나마 매직 미사일이라도 놈들에게 통하니 망정이지.

‘내가 궁수도 아니고 이게 무슨 꼴인지.’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그래도 사정은 궁수보단 낫다.

궁수는 화살을 무한정 날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시위를 당기는 일련의 동작 때문에 반사적인 공격이 어렵지만 어스는 그 모든 게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가 이 상황을 답답하게 여기는 이유는 기존에 하던 가락이 있는데 여기선 그걸 못하고 있어서였다.

하늘을 나는 새가 종종걸음으로 걸음하려니 어찌 답답하지 않겠는가.

-구울을 처치했습니다. 30코인을 습득합니다.

또 한 마리 사냥 성공.

하아.

‘사흘 밤낮을 돌아다녀도 끝이 없겠어.’

시가전…… 정말, 까다롭다.

“사, 살려주세요!”

거기다 생존자는 또 왜 이렇게 많은지.

아니, 다행인 건가?

어스는 구조요청이 들어온 방향으로 곧장 몸을 틀었다.

매직 미사일을 날리고서.

다락방 창문을 이용해 지붕으로 피신한 어린아이 둘이 어스의 눈에 들어왔다.

예닐곱 살쯤 되는 아이들이었다.

구울 하나가 두 아이가 빠져나간 창문으로 기어 나와 아이들을 향해 접근하고 있었다.

겁에 질린 아이들은 엉덩이걸음으로 뒤로 움직였다.

속도가 느려 금방이라도 따라 잡힐 상황이다.

구조요청을 듣고 즉시 달려오지 않았다면 두 아이의 목숨은 장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블링크!’

아이들과 구울 사이로 이동한 어스는 자신이 등장에 놀라 멈칫거린 구울을 향해 매직 애로우를 날려주었다.

퍽퍽퍽.

세 대의 화살을 맞은 놈은 이내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괜찮아?”

아이들의 구조요청에 반응한 건 어스만이 아니었다.

구울과 병사들이 동시에 접근하고 있었다.

양측의 속도가 비슷했다.

저렇게 달려오다간 병사들과 구울 무리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한데 뒤엉킬 상황이었다.

‘아이스 스피어. 아이스 스피어!’

힘차게 날아간 4서클 스킬은 선두의 구울을 관통하고 후방에서 달리던 놈까지 깊게 찔렀다.

아이스 스피어에 당한 놈들의 몸뚱이는 이내 꽁꽁 얼어 버렸다.

뒤늦게 놈들의 처치를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안식을 찾은 구울로 인해 놈들의 이동에 차질이 발생했다.

그사이 병사들이 먼저 모퉁이를 돌아서 나왔다.

앞서 어스가 날린 아이스 스피어를 보았기에 다들 그 방향으로 몸을 돌렸다.

병사들 모두 방패와 둔기를 갖고 있었다.

언데드를 상대하기에 가장 적합한 무장이었다.

“놈들은 신경 쓰지 말고 애부터 챙겨요.”

병사들에게 소리친 어스는 명중률을 높이기 위해 블링크를 시전 하여 움직였다.

해당 위치로 이동한 어스는 놈들의 정수리를 향해 매직 애로우를 쏟아 낸 뒤 예의 그 자리로 돌아왔다.

“뭐 해요? 구경하러 온 거 아니잖아요!”

겁에 질린 아이들을 다독이고 있자 집 안에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아이들을 쫓아온 구울 외에 또 다른 구울이 집 안에 있었던 모양이다.

요란한 소리는 이내 잠잠해졌다.

다락방 창문 안쪽에서 머리 하나가 툭 튀어나왔다.

병사들을 이끌던 하급 장교였다.

덜덜 떨고 있는 아이들을 하급 장교에게 인도한 어스는 그와 짧게 대화를 나눈 뒤 그 자리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런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근방에서 구울의 괴성이 가장 크게 들린 곳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어스는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덩치와 기운을 풍기고 있는 보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놈이 보스구나!’

놈은 폭군이라도 된 듯 주변을 파괴하고 있었다.

놈이 거느린 수하들 역시 그에 동조하듯 난폭하게 행동했다.

저놈들 때문에 이번 사태가 끝나면 용병들 못지않게 건설에 필요한 자재나 기술자들의 임금이 폭등하지 않을까 싶다.

어스는 곧장 상공으로 이동했다.

그러곤 구울 보스를 향해 콜 라이트닝을 때려 박았다.

-구울 보스 도바를 처치했습니다.

-6,000코인을 습득합니다.

-보너스 업적 포인트 2를 습득합니다.

단 세 번의 공격이었다.

그럼에도 놈은 영원한 안식을 선물 받았다.

3띠 등급 보스도 아니고 4띠 등급의 보스가 이리 쉽게 죽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한 어스에게 있어 이는 매우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제 앞에서 보스가 안식에 들자 그 수하들이 일제히 날뛰었다.

던전이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이곳은 던전이 아닌 현실이기에 저놈들처럼 왕도 곳곳에서 날뛰고 있는 구울을 일일이 찾아내서 박멸해야 한다.

하루 이틀 사이에 끝날 일은 아닌 것이다.

더욱이 놈들에겐 동족을 양산하는 힘까지 있다.

‘파이어 버스터! 파이어 버스터!’

그나마 이곳은 구울 보스와 그 수하들이 건물이란 건물은 죄다 부숴 버렸기에 어스는 범위 스킬에 제한을 두지 않고 놈들에게 퍼부었다.

쾅쾅쾅쾅-!

속이 다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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