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33화 (133/250)

133화

양 방향에서 순차적으로 쳐들어온 서리 구울 군단의 숫자는 800에 달하였다.

그러나 그 모든 수를 합친 것보다 더 위험한 건 역시 서리 구울 군단장이란 녀석들이었다.

3띠 던전 보스와 동급인 다수와의 싸움은 제아무리 어스라도 무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매 순간 블링크를 통해 위치를 바꾸었다.

블링크를 사용하고 남은 마나로 적을 공격했다.

5서클 콜 라이트닝 한 번에 파이어 볼 두 번이 마나 회복 포션의 도움을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최대치의 공격 횟수였다.

그의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동급의 콜 라이트닝이나 파이어 볼보다 강력했으나,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스킬의 그 강력함도 한 번에 유효한 피해를 낼 수 없었다.

‘보스급 다섯을 상대하려니 답답하네.’

번쩍, 촤자자자자작.

슈아아아앙.

쾅쾅-!

번개와 불의 힘에 꽁꽁 언 동토의 땅은 모두 녹아 질퍽한 진창이 되었다가 이내 마른 땅으로 변하여 퍼석한 마른 먼지를 잔뜩 피워 올렸다.

초반 일방적으로 당하던 서리 구울 군단장들은 그를 상대하기 위해 활을 들었다.

아공간 주머니라도 있는 것인지.

놈들이 활을 들자 그때부터 어스는 바짝 긴장했다.

무려 군단장들이 활을 들었으니까.

사람들은 이런 그의 속도 모르고 그가 다섯 군단장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인다고 생각했다.

하긴 군단장들의 모습만 보면 그리 생각하고도 남았다.

“쿠오오오오아아아아-!”

“끄아아아아-!”

번개 지져지고, 불길에 뒤집어 쓴 군단장들의 모습은 처음과 사뭇 달라진 상태다.

그게 아팠던 것일까? 아님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하고 단 한 대도 때리지 못했던 것이 분했던 것일까? 과묵하게 화살만 날리던 놈들이 어느 순간 괴성과 함께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제대로 빡 친 듯 보였다.

화내는 언데드라니, 이는 기적이라 해야 할 것이다.

‘블링크.’

사라졌다가 금방 그 모습을 보인 어스, 그가 나타난 순간 하늘에서 곧장 번개가 떨어졌다.

지금까지 그가 날린 콜 라이트닝은 오직 한 놈만 때렸다.

파이어 볼과 달리.

-서리 구울 군단장을 처치했습니다. 5,000코인을 습득합니다.

드디어 그 한 놈이 쓰러졌다.

이제 이 짓을 네 번 더 하면 된다.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한편, 비장의 한 수를 드러낸 도리아는 바닥에 떨어진 낙엽 쓸 듯 서리 구울 군단을 쓸어버렸다.

정령만 싸우는 건 아니다.

정령사인 도리아 역시 마나 소드를 휘두르며 서리 구울을 벴다.

기사들과 함께.

때마침 돌아온 푸리엘이 가담하자 놈들의 숫자는 빠르게 줄었다.

어스를 비롯해 그들이 서리 구울을 쉽게 처리하자 이에 고무된 병사들과 용병이 그 감정을 주체 못하고 개입했다.

“언데드를 죽이자!”

“부정한 것들을 없애자!”

“우와아아아아-!”

용광로처럼 뜨거운 함성과 기세로 그들은 서리 구울에게 달려들어 창을 내질렀다.

힘차게 찌른 공격이지만 상대의 방패에 막혀 얇게 박혔다.

이에 화난 서리 구울이 제 무기를 휘둘렀지만 검방이라 공격 수단인 검이 짧아 허공만 벴다.

하지만 병사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차, 창대가 버틸 수 없어! 도와줘!”

언데드 주제에 힘이 어찌나 좋은 지 창대가 부러질 듯 휘어졌다.

크게 휘었던 창대는 주변에 창이 하나씩 늘어나자 그제야 원상태로 회복되었다.

“대, 대가리를 노려!”

서리 구울의 움직임을 봉쇄한 창병들의 외침에 산적처럼 우락부락한 덩치의 용병이 전투 망치를 휘둘렀다.

전력을 다한 그 공격에 서리 구울의 뒤통수가 박살 나며 쓰러졌다.

창병 셋에 용병 하나가 힘을 모아 이룬 결과였다.

그러나 모든 결과가 다 좋지 않았다.

인생처럼.

“크악!”

“악!”

서리 구울의 검과 창에 베이고 찔린 병사와 용병들이 쓰러졌다.

가벼운 자상에도 버티지 못했다.

그 이유는 서리 구울의 무기에 내재된 냉독(?) 때문이었다.

“모두 물러서!”

병사들과 용병들이 당하자 이에 도리아가 몸을 날려 병사들과 용병들이 상대하는 서리 구울을 벴다.

서리 구울의 무기에 당한 사람들의 몸은 차갑게 식었다.

눈 몇 번 깜빡이자 곧 그들은 죽었다.

냉독의 무서움을 목격한 사람들은 대경했다.

고작 스친 것만으로 사람이 죽었으니까.

그러나 이보다 그들을 더욱더 놀라게 만든 건 죽은 이들이 멀쩡하게 다시 일어선다는 점이었다.

“구, 구울이 됐어!”

좀비에게 당하면 좀비가 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구울에 당한다고 구울이 된다는 이야기는 생전 들어보지 못했기에 사람들의 느끼는 공포감을 몹시 컸다.

‘미, 미친!’

도리아 역시 이 장면에 크게 놀랐다.

후방으로 이송한 병사와 용병이 또 구울이 되어 벌떡 일어났다.

안타깝게도 그들의 부상을 돌봐주던 마법사가 변한 그들에 의해 당하고 말았다.

억눌린 신음과 함께 쓰러진 마법사도 그들처럼 벌떡 일어났다.

서리 구울 마법사가 되어.

“마, 맙소사!”

“말도, 말도 안 돼!”

만에 하나 이런 놈들이 세상에 쏟아져 나온다면, 인류 멸망을 거론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싶었다.

놈들의 무기가 가진 위험성을 알게 된 도리아는 푸리엘과 기사들에게 경고했다.

* * *

서리 구울 군단장 다섯을 상대하던 어스는 끝내 놈들 모두를 지상에서 영원히 추방했다.

그때를 맞춰 지상의 싸움도 끝났다.

승리했지만 누구도 이를 기뻐하지 않았다.

오히려 두려움에 몸을 떨었다.

놈들에 의한 사소한 상처도 위험하다는 걸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실을 도리아에게 전해들은 어스 역시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번 전투로 마법사 한 명과 병사 일곱, 용병 넷이 죽었다.

‘얌전히 있을 것이지.’

두려움을 떨치고 일어선 병사들과 용병들의 마음은 가상했지만 결과가 이렇다보니 괜히 화가 났다.

안 죽어도 될 사람들이 죽었으니까.

서리 구울의 숨겨진 무서운 점을 알게 된 건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어스, 도리아, 푸리엘, 선임 기사 매튜가 모였다.

침통한 얼굴로.

어스가 입을 열었다.

“놈들은 우리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하고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이번 일로 확실해졌네요.”

“놈들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정찰을 통해 알았던, 던전에 의한 모종의 작용으로 알았던 지금 중요한 건 하루빨리 여길 나가야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말인데 앞으론 다른 데 일절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보스를 찾는 데 집중할까 합니다.”

보스를 찾으러 매번 나가곤 했지만 중도에 그만두고 돌아오길 반복했다.

어스가 그와 같이 행동한 건 일행이 못미더워서였다.

하나 이번 전투를 통해 그와 같은 마음은 싹 사라졌다.

다들 어스를 보았다.

“보스 사냥에 힘을 보태고 싶어도 도저히 어스 경을 쫓아갈 수 없으니 온전히 경에게만 맡겨야겠군요. 염치없지만 부탁합니다. 어스 경.”

정중한 도리아 태도에 어스는 고개를 내저었다.

“이건 제 일이기도 합니다. 최대한 빨리 놈을 찾아서 제거하도록 노력하겠지만, 제가 없는 동안 오늘 같은 일이 또 일어날 수 있으니 그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겁니다.”

“그건 저희들이 상의해서 세울 테니 어스 경은 보스에게만 집중해 주세요.”

상급 정령사이자 익스퍼트이기도 한 그녀의 힘이라면 캠프를 충분히 지켜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자신의 밑천을 다 드러내지 않은 푸리엘도 있으니 도리아의 말처럼 보스에게만 집중해도 될 것이다.

‘지금 당장 나서기엔…… 속이 별론데.’

최상의 몸 상태까진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상태는 유지해야 한다.

상대는 6띠 던전의 보스니까.

캠프 방어에 관한 대책은 세 사람에게 맡긴 어스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리를 지키고 있어 봐야 딱히 도움이 될 의견도 없고.

“쉬세요.”

“그럼.”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하였기에 어스는 이글루 한 채를 혼자 쓸 수 있었다.

이글루 안으로 들어선 어스는 올라오는 신물을 애써 삼키며 몸을 뉘였다.

그러곤 마나 연공법을 돌렸다.

혹시나 하는 마음을 담아서.

* * *

밤새 마나 연공법을 돌렸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자신의 사심 때문인지? 아니면, 밤새 간간이 들려오던 전우의 동료의 죽음을 애도하며 훌쩍이는 사내들의 목소리 때문인지 몰라도 그의 기대는 외면당하고 말았다.

그것은 몹시 아쉬웠지만 몸 상태는 좋아졌다.

연공법의 효과인지 아님 일찍 쉬었기 때문인지는 몰라다.

어스는 맑은 정신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58).

칭호 : 위그드라실의 계승자(29/100). 승리의 노래(10/12).

생명력 : 350/350.

마나 : 500/500.

인벤토리 : 1(+4).

스탯 : 힘(2.5). 체력(51). 민첩(2.5). 지력(36). 정신(81).

직업 스킬(9/9) : 매직 애로우(+5/12). 파이어 애로우(+3/12). 파이어 볼(+3/12). 파이어 버스트(+3/12). 아이스 스피어(+3/12). 일루젼(+3/12).

콜 라이트닝(+3/12). 블링크(+3/12). 체인 라이트닝(+3/12).

업적 포인트 : 10.

코인 : 278,884.

‘느낌에 곧 레벨이 오를 것 같단 말이야.’

보스를 사냥하면 확실히 오를 것 같다.

설사 보스가 아닌 일반 서리 구울 백여 마리 잡으면 되지 않을까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어스는 시선을 아래로 쭉쭉 내려가 업적 포인트에서 멈추었다.

레벨업과 던전 보스 사냥을 통해 받은 포인트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한 걸 오늘 분배할 생각이었다.

상대가 6띠 던전 보스다보니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아끼다 똥 될 수도 있으니까.

‘역시, 지력에 줄 수밖에 없겠지.’

벌긴 어려워도 쓰는 건 한 순간이라더니, 그래도 포인트 지출은 결실이나 보지 이제부터 할 작업은 그 결실조차 보기 힘들다.

스킬 강화를 할 생각이다.

저 서클이 아닌 가장 높은 등급의 스킬중 하나인 콜 라이트닝을.

1회에 5만의 비용이 든다.

어스는 비장한 표정으로 몇 차례 심호흡을 끝낸 뒨 코인을 투척했다.

‘강화!’

-실패!

쿨럭.

처음이니까.

-실패!

-실패!

다섯 번의 기회 중 세 번이 실패로 끝났다.

이대로 무과금(?)이 될 것인가 아닌가는 이제 남은 두 번에 남았다.

그런데 앞서의 여파인지 기대조차 되지 않았다.

‘될 대로 돼라. 염병!’

욱하는 마음에 그냥 질렀다.

-콜 라이트닝 4강에 성공하였습니다.

떴다.

그 순간 무언가에 홀린 듯 마저 질렀다.

-콜 라이트닝 5강에 성공하였습니다.

믿을 수 없는 결과에 어스는 자신의 뺨을 때렸다.

철썩.

안 아프다.

또 철썩.

지금도 안 아프다.

왜?

꿈인가?

아니다, 생명력 덕분이다.

이럴 땐 아파도 되는데.

두근두근.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떴다.

콜 라이트닝(+5/12).

꿈이 아니었다.

‘강화란 생각 없이 막 질러야 하는 건가?’

차후 이를 실험하기로 했다.

자리에서 힘차게 일어선 어스는 곧장 이글루를 나섰다.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하늘, 어스는 그 하늘로 자신을 내던졌다.

활짝 웃으며.

‘블링크!’

* * *

“그는 떠났나요?”

“예, 아가씨.”

“그에게 너무 큰 빚을 졌군요.”

“그 빚은 아가씨께서 하우든의 주인이 되신 뒤에 갚으십시오.”

선임 기사 매튜의 말에 도리아는 픽 웃었다.

잠시 여유를 두고 도리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여기서 나가면 미뤄뒀던 묵은 일을 할 생각입니다.”

그 말에 매튜의 얼굴이 굳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과거 그들의 어미에게 진 빚은 다 갚았다고 생각합니다.”

도리아는 두 오라비의 친모, 자신에겐 계모인 한 여인을 떠올리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계모이나 친모와 같은 정을 준 그녀였다. 그래서 자신을 향한 두 오라비의 만행에도 불구하고 죽은 계모를 생각하며 입술을 앙다물며 참았다.

하나 더는 그들을 좌시하지 않기로 했다.

계모에게 받은 은혜는 그 자식들의 선을 넘는 짓을 참아주는 것으로 충분히 치렀다.

그러니 이젠 새로 얻은 빚을 갚아줄 차례다.

그러자면 지금보다 더 큰 힘을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 힘을 손에 넣고도 과연 제대로 갚아 줄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가진 게 너무 많은 은인이기에.

“오래 걸렸군요. 그럼 저도 제 일을 해야겠지요. 신 매튜, 주군께 인사 올립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