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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30화 (130/250)

130화

숨어서 공격 타이밍만 재고 있던 어스는 자신의 머리를 향해 곧장 쇄도하는 얼음 검에 크게 놀랐다.

어찌나 놀랐는지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물들어 버렸다.

블링크를 시전할 생각조차 못 하고 고스란히 놈의 검을 받아야만 했다.

350의 생명력이 적은 수치는 아니었지만 앞서 서리 구울 저격병의 화살에 100이란 수치가 단숨에 깎인 경험을 한 그로서는 죽음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머리에 칼 맞고 살 수 있는 생명체는 없다.

하다못해 언데드도 머리에 칼 맞으면 죽는다.

그러나 어스는 살았다.

단 1의 생명력 하락도 없이 무사할 수 있었다.

습관처럼 쥐고 있던 철옹성이 제 주인을 지키기 위해 무형 방벽을 가동한 덕분이었다.

무형 방벽을 때린 얼음 검은 반탄력에 크게 뒤로 밀려났다.

이를 쥐고 있던 서리 구울 역시 몇 걸음 뒤로 비척거렸다.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든 어스는 이를 갈아붙이며 체인 라이트닝을 날렸다.

스파크를 튀며 쏘아진 체인 라이트닝을 온몸으로 받은 서리 구울의 입에서 괴성이 터졌다.

‘……?’

어스의 두 눈이 커졌다.

괴성이라니?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서리 구울을 처음 상대하는 것도 아니고 앞서 300에 이르는 서리 구울을 처치한 경험이 있었기에 그의 입장에선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푸시시.

서리 구울이 뒤집어 쓴 두꺼운 서리가 고열에 증기를 뿜었다.

증기는 곧 얼음가루가 되어 흩날렸다.

그에 시야가 가려졌다.

위험한 순간이다.

하지만 무형 방벽의 유지 시간이 아직 남아 있었기에 앞서처럼 절체절명을 맛보진 않았다.

가려진 무형 방벽의 뒤에서 소음이 들렸다.

그에 놀라 돌아선 어스는 반탄력에 밀려나는 예의 그놈을 목격할 수 있었다.

‘기, 기민하다!’

날아오는 화살도 실시간으로 식별할 수 있는 능력자들이 있다.

익스퍼트 경지에 한발 걸쳤거나 온전히 그 경지에 든 자들은 날아오는 화살을 볼 수 있다.

반면 어스는 그러한 눈이 없다.

하지만 바로 지척에 있는 놈을 놓친다는 건 비록 그가 범인의 눈을 가졌다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잠시 증기에 시선이 팔렸다곤 하지만 그야말로 잠깐, 아주 잠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척의 적이 어떻게 움직였는지 보지 못한 건 놈의 이동 방식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 역시 일방적인 방식을 초월한 이동 기술을 갖고 있었기에 하나의 단어가 그의 머릿속을 꽉 채웠다.

블링크!

‘서, 설마? 구울인데, 구울이 검도 쓰고 마법도 쓴다고?’

그럼, 마검사라는 소린데.

앞서 반탄력에 크게 밀린 바 있던 서리 구울은 그 경험을 잊지 않은 것인지 이번엔 조금 뒤로 밀려난 채 즉시 공격했다.

“끄아아아아-!”

기합인지, 괴성인지 모를 소릴 지르며.

두두두두두두.

놈에게 신경 쓰는 동안 상황을 인식한 서리 구울이 몰려왔다.

바위 사이로, 바위를 타넘고서.

무형 방벽의 유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콜 라이트닝!’

몰려오는 놈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탕탕탕탕-!

우선순위는 작은 체구의 서리 구울이기에.

백색의 굵직한 번개가 지상을 향해 곧장 떨어졌다.

무형 방벽을 부수기 위해 전력을 다하던 놈의 육체를 콜 라이트닝이 집어 삼켰다.

다수를 상대하는 만들어진 체인 라이트닝과 달리 콜 라이트닝은 단일 대상을 노리고 만들어졌다.

그렇다 보니 단일 대상에게 가해지는 피해는 체인 라이트닝보단 콜 라이트닝이 월등하다.

아니, 비교 자체가 콜 라이트닝에 대한 모독이다.

그런 엄청난 스킬에 삼켜졌으니 죽음을 피할 수 없다.

어스는 알림을 기다렸다.

놈의 죽음을 알리는 시스템의 알림을.

하나 고대했던 알림은 들을 수 없었다.

대신 엉망이 된 모습으로 무릎 꿇은 놈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온몸을 감싸던 서리가 사라진 녀석은 갓 가죽을 벗긴 흉측한 핏덩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코, 콜 라이트닝!’

놈과 눈을 마주친 어스는 자신도 모르게 똥꼬(?)에 힘을 바짝 주며 스킬을 시전 했다.

다시 한 번 내려치는 굵직한 번개가 또 한 번 놈의 몸뚱이를 적중했다.

그사이 몰려든 서리 구울이 어스를 공격했다.

모든 공격이 무형 방벽에 막혀 그의 털끝도 건드리지 못했다.

-서리 구울 군단장을 처치했습니다. 5,000코인을 습득합니다.

알림을 통해 어스는 방금 처치한 놈이 3띠 던전 보스와 동급의 몬스터임을 알게 되었다.

코인만 봤을 땐 딱 그 수준이다.

무형 방벽 유지까지 남은 시간 10초!

곧 정신을 차린 어스는 체인 라이트닝을 연속으로 시전했다.

눈앞에서 무너지는 서리 구울, 그때마다 쏟아지는 알림과 알림들.

매복 작전은 실패했지만 결과는 딱히 나쁘지 않았다.

다만 앞서 서리 구울 군단장이란 무지막지한 놈을 만나 놀란 걸 제외하면.

두근두근.

‘철옹성이 아니었으면 죽었을지도.’

죽음을 코 앞에서 목도한 심정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멀찍이서 화살이 날아왔다.

화살비를 일별한 어스는 곧장 블링크를 시전 했다.

무형 방벽 유지까지 단 1초를 남겨두고서.

* * *

서리 구울 군단장이란 놈에게 크게 덴 어스였지만 물러서지 않고 서리 구울 군단을 공격했다.

서리 구울 저격병의 화살이 매번 그의 심장을 자극했지만 이를 감안하고 수시로 블링크를 사용하다 보니 단 한 발도 맞지 않았다.

앞서 상대한 서리 구울 군단과 달리 이번엔 폭격 위주의 공격을 날렸다.

“파이어 버스터, 파이어 볼.”

쾅쾅쾅-!

동토의 땅은 화염에 녹고 얼기를 반복했다.

고개만 살짝 돌려도 불타오르던 곳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이와 같은 방식의 공격은 마나 회복 포션의 사용량의 증가로 이어졌다.

그래서 그는 이를 선호하지 않았다.

포션 가격이 아까워서가 아니다.

지나친 음주가 몸과 마음을 해치듯, 포션 과다 복용은 메스꺼움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우웩-!”

이를 악물고 쉴 새 없이 가한 폭격에 드디어 마지막 서리 구울까지 처치한 어스는 지상에 발을 딛자마자 속에 있던 걸 분출했다.

코끝이 따갑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눈물 콧물까지 짜내자 그제야 속이 가라앉았다.

털석.

토사물은 금방 얼어붙었다.

비릿한 냄새까지.

이러고 보면 추위가 꼭 나쁜 건 아닌 듯했다.

속은 편해졌지만 어지럼증까지 사라진 건 아니었기에 어스는 누웠다.

어지럼증을 해소하기 위해 어스는 마나 연공법을 사용했다.

연공법을 손에 넣은 이후 어스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이를 수련하고 있었다.

집중이 잘 됐다.

절박해서인지는 몰라도.

-칭호 승리의 노래가 기존 7단계에서 10단계로 상향됩니다.

-사막 촉수 두더지의 알이 부화에 돌입합니다. 부화까지 30일이 소요됩니다.

저도 모르게 무아의 경지에 발을 디딘 어스는 이 알림을 듣지 못했다.

* * *

육체는 물론 정신적일 피로감까지 단숨에 회복한 어스가 눈을 떴다.

그런 그의 눈에 검푸른 하늘에 촘촘하게 박힌 별들로 가득 찼다.

‘밤?’

펄펄 끓는 뜨거운 물도 단숨에 얼려 버릴 만큼 혹한의 날씨를 자랑하는 던전이다.

해가 떠 있는 동안은 견딜 만하지만 밤이 되면 인간이 동사를 걱정해야 할 지경이다.

그런 곳에서 뻗어 잤다는 건 자살행위다.

그런데 그런 행위를 다른 사람도 아닌 자신이 해버리고 말았다.

실상 무아지경이라 주변에 위험이 감지되면 곧장 깨어났을 테지만 이를 모르는 어스는 자신의 행동에 깊게 자책했다.

자책은 이것 하나만이 아니었다.

‘그렇게까지 무리할 필요는 없었는데.’

서리 구울 군단장 처리 이후 굳이 무리하면서까지 놈들을 처치할 필요는 없었다.

휴식을 가진 뒤 처치해도 될 일이었다.

그래도 될 일이었는데.

어스는 자신의 머리통을 한 대 때리곤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법 로브와 부츠 덕분에 얼어 죽진 않았지만 얼굴과 손이 얼얼했다.

누가 때리기라도 한 듯.

‘그나저나 캠프 방향이 어디지?’

방향도 문제지만 정작 문제는 다들 이글루 안에 있을 테니 발견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밖에 모닥불이라도 피워 둔다면 좋겠지만 그럴 일은 없다.

어제처럼.

그러니 지금 움직이는 건 헛수고가 될 공산이 농후했다.

어스는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꼽고 밤을 보낼 장소를 물색했다.

마침 저 앞에 바위 서너 개가 한쪽 방면으로 입구를 튼 모습으로 서 있었다.

곧장 움직였다.

바람을 맞지 않으니 추위가 덜했다.

입구에 매직 애로우를 배치하고 주변에 파이어 볼을 배치했다.

‘얼어 죽진 않겠네.’

인벤토리에서 두터운 망토를 꺼낸 어스는 이를 몸에 감고 쪼그려 앉았다.

처량하게.

곧 그는 홀린 듯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파이어 볼에 시선을 빼앗겼다.

한참 그 불속을 들여다보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데 굳이 위험하게 힘들게 살 이유가 있을까라는 의문이었다.

‘오늘 죽을 뻔했는데.’

백 년도 못 사는 인생 먹고 싶은 거, 보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다해도 아쉬울 판국에 이런 삶은 아무리 생각해도 인생 낭비요, 인생 손해 같았다.

돈은 썩어 넘칠 만큼 많고, 명성이나 사회적인 지위 역시 모두 거머쥐고 있다.

제대로 써 보지도, 누려보지도 못하고 죽는다면 그보다 더 억울한 일이 있을까? 단연코 그보다 더 억울한 일도 없지 싶다.

휘이이이잉. 치지지직.

사나운 삭풍에 실린 얼음 알갱이가 증발하는 소리에 부르르 몸서리친 어스는 이번을 끝으로 두 번 다시 위험한 던전은 발을 딛지 않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하지만 과연 그가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 * *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원정대 캠프.

어제보다 더 늘어난 이글루로 인해 좁게 자는 불편을 덜 수 있었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기분 좋아해야 할 일이었지만 캠프의 분위기는 오히려 어제보다 더 무거웠다.

원정대의 목적과 생환에 있어 결정적인 역할을 해줘야 할 주인공이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내일 날이 밝는 대로 찾아 나서야겠어.’

그중 특히 마음이 좋지 않은 이는 푸리엘이었다.

푸리엘은 수시로 이글루의 좁은 입구 너머를 살펴보며 속을 끓이고 있었다.

임무와 생환에 불안을 느끼고 있는 사람들과 다른 의미로.

“으으, 음.”

“……?”

온 신경이 어스에게 가 있던 푸리엘은 나직한 신음에 처음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의 시선이 향한 곳은 몸을 잔뜩 웅크린 채 돌아누워 있는 도리아였다.

“도리아 영애?”

가까이 다가간 푸리엘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도리아를 볼 수 있었다.

도리아의 얼굴은 산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창백했고, 입술은 위험한 파란색을 띠고 있었다.

‘중독!’

보다 정확하게 알아보기 위해 푸리엘은 공간 주머니에서 은색의 얇은 침을 꺼내 도리아의 손끝을 찔렀다.

그러자 까맣게 죽은피가 상처 부위에서 흘러나왔다.

침 역시 본래의 색을 잃고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이에 깜짝 놀란 푸리엘은 도리아의 얼굴을 바로 한 뒤 그 입을 벌리고 혀를 잡고서 뺐다.

혓바닥 역시 까맣게 물들어 있었다.

‘대체 누가?’

해독이 급선무였다.

푸리엘은 자신의 공간 주머니에서 여러 약병을 꺼내 이를 조합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놀림은 빠르고 정확했다.

순식간에 해독에 필요한 배합을 끝낸 푸리엘은 도리아의 기도를 열고 이를 먹였다.

송장처럼 핏기 없던 도리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돌았고, 미약했던 호흡도 조금이나마 정상을 되찾았다.

검게 변색한 입술 역시 그 색이 점점 옅어지며 큰 고비를 넘길 수 있었다.

“도리아 영애? 영애? 정신이 들어요?”

도리아의 눈썹이 파르르 떨며 힘겹게 올라갔다.

“푸, 푸리엘…… 내가…… 내 몸이 왜?”

“중독이에요. 급한 불은 껐지만 지금부터가 중요해요. 마나를 일으켜서 약기운을 최대한 빨리 돌리세요. 어서요.”

어떠한 상황이 발생할지 모를 던전에서 강력한 힘을 가진 도리아를 배제하는 건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다.

이에 푸리엘은 강한 어조로 도리아를 재촉했다.

도리아 역시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를 악물고 마나를 순환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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