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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29화 (129/250)

129화

어스가 발견한 몬스터 무리의 진로는 캠프로 이어지고 있었다.

중간에 경로를 바꾸지 않고 저대로 쭉 움직인다면 최소 2시간 이내에는 필시 캠프에 닿을 동선이었다.

사실 2시간 거리는 결코 짧은 거리가 아니다.

그러니 놈들의 목적지가 꼭 캠프가 세워진 장소라고는 단정하기 힘들다.

그래, 그게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럼에도 어스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배경은 한 번의 선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에스터 추기경을 구출하기 위해 들어갔던 그 던전에서.

그리고 우연인지 이곳 또한 당시 던전과 동급이라 무심코 흘려버릴 수 있는 사안조차 그에겐 예사로 보이지 않았다.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최악은 피할 수 있으니까.’

일단 놈들을 정리한 뒤 캠프에 이 사실을 알려주기로 마음먹었다.

어스가 파악한 몬스터의 숫자는 3백 남짓으로 이 숫자는 개인이 상대하기엔 턱없이 많은 수다.

그럼에도 놈들을 상대하기로 마음먹은 어스의 표정엔 조금의 두려움도 묻어나오지 않았다.

접근해서 칼질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다른 마법사들처럼 계획적인 마나 소비 역시 추구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냥 닥치고 스킬만 쓰면 된다.

마나 회복 포션에게 영광을!

어스는 놈들의 이동 경로 전방으로 블링크를 시전 했다.

지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낙하하던 그의 신형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찰나의 시간 그의 신형은 어느새 놈들의 이동 경로 전방에 서 있었다.

대체 어떤 놈들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두 눈 부릅뜨고서 응시했다.

‘어, 언데드?’

놀랍게도 놈들 모두 언데드였다.

작년 글리시아 남작령에서 싸웠던 좀비 이후 언데드는 이번이 두 번째였다.

다만 한 가지 그때와 다른 점은 이쪽이 그때 그놈들보다 훨씬 강하다는 점이다.

외모에서 풍기는 분위기와 장소만 놓고 봐도 글리시아에서 상대한 좀비 따윈 놈들에게 비빌 수준이 아닐 것이다.

“끄아아아아-!”

“거어어어어-!”

어스의 모습을 발견한 놈들이 괴성을 지르며 속도를 높였다.

두두두두두.

갑옷이라 생각했던 게 실상 두꺼운 서리임을 알게 된 지금 놈들의 속도는 터무니없이 빨랐다.

확실히 좀비 따윈 놈들의 발뒤꿈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그때의 어스와 지금의 어스는 동일인인지는 몰라도 실력이나 경험에선 엄연한 차이를 보인다.

놈들의 정체에 놀란 것도 잠시 어스는 곧 침착성을 회복했다.

‘이럴 땐 체인 라이트닝으로 밀어 붙이는 게 적당할 것 같군.’

5서클 마법사가 5서클 마법을, 그것도 일대 다수의 상황에서 쓴다는 건 일반적으론 자살행위다.

제아무리 5서클 마법사라 할지라도 한 번에 5서클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횟수는 고작 3, 4번이 한계다.

반면 어스에겐 그들만의 이야기일 뿐이다.

지력 스탯 36이 더해지고 여기에 세 번의 강화를 거쳐 보다 강해진 체인 라이트닝이 그의 손을 떠났다.

번쩍!

기제 좋게 달려오던 놈들은 전방에서 쏘아진 번개에 단숨에 감전됐다.

육신은 자력으로 움직일 수 없는 상태로 변하였다.

어디 움직임만 제한될까, 그보다 더 무시무시한 건 고열에 의한 피해다.

체인 라이트닝은 상대를 눈 깜짝할 사이에 바싹 익혀 버렸다.

-서리 구울 검방병을 처치했습니다. 60코인을 습득합니다.

‘유, 육십 코인!’

이곳과 동급이던 던전의 몬스터 파빌사그와 달리 서리 구울은 그보다 10코인이나 비싼 몸값을 자랑하고 있었다.

이런 노다지가 있나.

더구나 파빌사그보다 더 상대하기 쉽다.

-서리 구울 검방병을 처치했습니다. 60코인을 습득합니다.

-서리 구울 검방병을 처치했습니다. 60코인을 습득합니다.

……

……

……

체인 라이트닝은 그 임무를 훌륭히 끝내고 소멸했다.

효과를 톡톡히 봤으니 이젠 마음 놓고 포문, 아니 시동어만 죽어라 나불거리면 된다.

‘체인 라이트닝, 체인 라이트닝!’

이후 미친 듯 울리는 알림, 알림.

체인 라이트닝의 동선을 벗어난 운 좋은 몇몇 서리 구울이 어스를 바짝 접근했다.

한 자리에 서서 놈들을 정리하려던 어스는 입맛을 다시며 블링크를 시전 했다.

상공으로 이동, 다시 무리의 측면으로 이동했다.

거기서 다시 체인 라이트닝을 시전 했다.

제대로 옆구리가 찔린 다수의 서리 구울이 영면에 들었다.

-서리 구울 정예 검사를 처치했습니다. 80코인을 습득합니다.

-서리 구울 창병을 처치했습니다. 50코인을 습득합니다.

‘병종이 하나만 있는 건 아니네. 그런데 창병은 왜 50코인밖에 안 돼? 창병 차별하는 건가?’

창을 애정 하는 입장에선 대단히 불쾌한 일이었다.

그래도 이를 메워 주는 몸값 높은 이들이 간간이 잡히니 딱히 손해는 아니다.

블링크까지 가미한 어스의 공격 앞에 서리 구울 군단은 칼질 한 번, 창질 한 번 못해 보고 영면에 들었다.

본격적인 전투, 아니 일방적인 학살에 돌입한 지 불과 1분 만에 서리 구울 군단의 절반이 날아갔다.

어스가 아니고선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통 상황이 여기까지 다다르면 제 아무리 몬스터라도 겁을 집어 먹고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인데 놈들은 전혀 그런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고맙게도.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나 싶었는데.

퍽!

얼음으로 만든 화살 한 대가 어스의 어깨를 때렸다.

그 충격에 어스는 십수 걸음이나 뒷걸음치고 나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생명력 : 250/350.

반사적으로 상태창을 열어 확인 해본 어스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신다.

백이라니, 급소도 아니고 고작 어깨에 맞았을 뿐인데.

소름이 오싹 돋았다.

방금 그 공격을 세 번 더 허용한다면 그냥 죽는 것이기에.

‘급소였다면?’

소름이 두 배는 더 커졌다.

생명력 저하도 두 배이지 않을까?

실험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생명력 저하가 두 배가 아닌 세 배일지도 모르니까.

포크만 열심히 놀리면 될 것이라 여겼던 만찬에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몸소 겪은 어스는 보다 신중하게 움직였다.

다행히 이후 화살은 맞지 않았다.

-서리 구울 저격병을 처치했습니다. 80코인을 습득합니다.

정예 등급의 코인이 들어왔다.

이후 서리 구울 저격병을 처치했다는 알림은 없었다.

‘고작 하나였다고?’

어스 입장에선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체인 라이트닝!’

* * *

서리 구울 군단을 섬멸한 어스는 캠프의 위치가 적에게 노출되었을지 모른다는 말을 전해주기 위해 캠프로 급거 귀환했다.

“몬스터가 언데드라고요?”

“예, 인간 군대처럼 병종도 다양했어요.”

도리아, 푸리아 그리고 다섯 명의 기사와 두 명의 마법사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죽지 않는 불사의 군대,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이처럼 가볍지 않다.

도리아는 곧 차분한 신색을 회복했다.

원정대의 수장으로서의 면모를 보인 것이다.

“서리 구울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보네요.”

‘시스템은 거짓말을 안 해요.’

그래, 시스템은 안 하지. 대신 자신이 자주 할 뿐.

“저도 처음입니다.”

“숫자는 몇이나 되나요?”

“삼백 조금 넘었습니다.”

“허.”

“사, 삼백이라니.”

“구울이면 상급 언데드인데 우리 전력으론 감당이 어렵습니다. 도리아 아가씨.”

“던전이라 지원을 요청할 수도 없는데. 젠장.”

‘아! 놈들을 박살 냈단 말은 안 했군.’

의도한 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그 말만 쏙 빼먹었을 뿐이다.

“이글루 건설을 전면 중단하고 당장 부대를 집결시키세요.”

“예, 아가씨.”

선임 기사 매튜는 도리아의 명령을 받고 곧장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채 한 발자국을 떼기 전에 돌아서야만 했다.

“놈들은 모두 처리했습니다.”

휙 하고 돌아선 매튜는 제 귀를 의심했다.

“어스 경, 그게 무슨 소립니까? 놈들의 숫자가 삼백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백작님이란 멋진 작위도 있는데 어째 다들 이건 빼 먹고 ‘경’ 아님 ‘님’을 붙이는지 모르겠다.

물론 그 역시 높임의 뜻이긴 해도 이 점은 매번 들을 때마다 아쉬웠다.

실상은 그가 백작의 작위를 받은 사실이 여기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은 까닭이다.

“맞아요.”

확인 사살이 끝나자 사람들은 다른 의미로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후 각종 감탄사가 봇물 터지듯 터졌다.

사람들의 저와 같은 반응은 익숙해질 법도 한데 매번 새롭다.

어스의 어깨가 조금 더 넓어진다.

“소문을 다 믿지 않았는데 오히려 소문이 부족했군요.”

“별말씀을.”

“백작님의 시험을 고작 이 전력으로 아가씨께서 받아들였을 땐 무척 당혹스러웠는데 이제야 안심입니다.”

선입 기사 매튜를 비롯해 여기 있는 기사들과 마법사는 하우든 백작 가문에서 도리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도리아에 대한 충성심과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제 죽을 자리가 될지 모를 장소까지 따라 나선 것이다.

“매튜 경.”

“예, 아가씨.”

“힘들겠지만 인력을 빼서 울타리나 함정을 만들도록 하세요.”

목재를 아예 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울타리를 만드는 작업은 몹시 고된 작업이다.

이글루를 만들 듯 얼음을 잘라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함정…… 역시, 힘들다.

사방이 탁 트인 장소다 보니 함정이라고 해 봐야 땅을 파서 만드는 게 고작이니까.

일반적인 땅도 아니고 꽁꽁 언 땅을 파야 하는 병사나 용병들 입장에선 곡소리 나올 상황이다.

그와 같은 어려움을 어찌 도리아가 모르고, 매튜가 모르랴.

“다른 분들도 힘을 보태주시기 바랍니다.”

그 말에 기사들과 마법사들이 막사 밖으로 나갔다.

막사에 남은 사람은 어스, 도리아, 푸리엘뿐이다.

“어스 경.”

“예.”

“캠프는 우리 힘으로 반드시 방어하겠습니다. 대신 보스의 위치를 서둘러 찾아봐 주세요.”

“그야 제 일이니 당연하죠.”

어스는 보스의 위치만 찾고 끝낼 생각이 없었다.

놈을 보면 바로 잡아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사냥에 실패할 경우도 있었기에 말을 아꼈다.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전 가보겠습니다.”

막사 문을 나서는 순간 그의 신형은 곧장 사라졌다.

뒤따라 나온 도리아와 푸리엘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하늘만 보았고, 그런 두 사람…… 아니, 도리아를 눈여겨보는 이가 있었다.

“막스, 요리 안 할 거야? 날도 추운데 배까지 주릴 순 없잖아.”

“아! 해, 해야지. 하하.”

* * *

두 번째 구울 무리가 어스의 발아래서 이동하고 있었다.

캠프에서 꽤 떨어진 곳이라 앞서 처리한 무리처럼 그 경로가 캠프로 이어진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고이 스쳐 보낼 어스가 아니었다.

저게 다 경험치고 코인이니까.

하지만 이전처럼 바로 들이치지 않았다. 어스는 서리 구울 저격병을 우려하여 몸을 숨길 만한 장소를 찾았다.

그런 그의 눈에 적당한 곳이 쏙 들어왔다.

크고 작은 바위가 들쑥날쑥 펼쳐져 있는 곳이었다.

그래서 막 블링크를 시전하려고 했는데.

지상에서 수십 발의 화살이 쇄도했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 놈들에게 그만 들킨 것이다.

몸을 허공에 고정하거나 하다못해 추락 속도를 늦출 수만 있어도 좋을 텐데.

그에 적합한 스킬은 있지만 스킬 슬롯을 꽉 채워 버린 상황이라 코인이 남아돌아도 구입할 수 없는 것이 그를 아쉽게 만들었다.

힘차게 날아온 화살.

한 발, 한 발의 위력이 강력하다는 걸 몸소 체험하였기에 어스는 바짝 긴장했다.

망할 궁수.

다행히 화살은 그를 맞추지 못했다.

당연하다 고정된 표적도 아니고 실시간으로 추락하고 있었으니까.

‘블링크.’

앞서 봐둔 장소로 어스는 곧장 이동했고, 서리 구울 저격병이 당긴 시위는 이내 힘을 잃었다.

적당한 크기의 바위에 몸을 숨긴 어스는 놈들이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출출한 배를 달래며.

오물오물.

그렇게 30여 분을 기다리자 드디어 언데드 군단의 선두를 볼 수 있었다.

선두는 그냥 보냈다.

그가 노린 타깃은 중군이었다.

체인 라이트닝이 활약하기 딱 좋은 간격으로 움직이고 있는.

척척척.

드디어 목표했던 중군이 눈에 쏙 들어왔다.

‘체인 라이트……!?’

어스는 시동어를 끝맺을 수 없었다.

느닷없이 옆에서 나타난 서리 구울 하나가 예리한 얼음 검을 곧장 휘둘렀기 때문이었다.

오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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