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20화 (120/250)

120화

던전이 우리에 갇힌 맹수가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모든 왕국들이 자국 도심에 위치한 던전 정리에 돌입했다.

각 지방의 영주들 역시 던전 제거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던전에 따라 지형이 천차만별인데다 그 내부가 워낙 광활하다 보니 보스의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전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저 등급으로 분류된 1~3띠 던전을 정리하는데도 평균 20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저 등급 던전이 아니다.

4띠 이상이 가장 큰 골칫거리였다.

시간도 많이 걸리는데다 보스 역시 강력하다보니 10명 이상의 기사와 4서클 이상의 마법사 2, 3명은 필수였다.

그리고 이들을 보조할 무장병력 역시.

이중 생환에 성공하는 자들은 전체의 40퍼센트에 못 미쳤다.

던전 원정이 한 번에 끝이 나면 모를까 그게 아니다 보니 누적된 인명피해로 인해 4띠 이상의 던전 원정은 원활할 수 없었다.

기사와 마법사는 병사 찍어 내듯 그리 쉽게 찍어낼 수 있는 인력이 아니다 보니 저 등급 이상의 던전의 숫자보다 상위 등급의 던전이 많은 지역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였다.

그러한 때에 검증된 마법사가 등장했다.

바로 어스였다.

그가 교단 소속의 성기사임이 밝혀진 이후 교단은 한시도 조용할 날이 없었다.

그에 대한 파견 요청이 쇄도했다.

하나 교단은 그들의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고향에 간다던 그가 돌연 행방불명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이에, 교단은 교의 모든 인력을 동원하여 어스의 행방을 추격하고 있었다.

그가 필요한 국가와 영주들 역시 이에 동참하며 대륙 전체가 움직였다.

그 시각,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오지.

타닥타닥.

“익었나?”

모닥불에 올려 두었던 구운 옥수수를 대뜸 맨손으로 집은 어스는 이를 입으로 가져갔다.

뜨거운 옥수수를 맨손으로 잡는 건 화상을 자처하는 짓이었으나 어스에겐 자신과 무관한 일이었다.

몸을 보호하는 생명력이 화상 자체를 원천 봉쇄한 때문이다.

“오! 잘 구워졌어!”

어스가 왕도에서 오지를 찾아 이동한 지도 어느덧 31일 차에 접어들었다.

그 31일 동안 어스는 총 13개의 던전을 정복했다.

3띠 11개, 4띠 2개였다.

지금 모닥불을 피우고 있는 이 장소는 2시간 전까지만 해도 던전이 떡 하니 서 있던 곳이었다.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 성인 팔뚝만한 옥수수 3개를 해치운 어스는 불룩한 배를 두드리며 접이식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묻었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5월 하순의 맑은 밤하늘 저 편으로 별똥별 하나가 떨어지고 있었다.

재빨리 합장하여 소원을 빌었다.

‘암살단이 사라지게 해주세요.’

풍찬노숙도 하루 이틀이지 이 짓도 한 달 넘게 하다 보니 지겨워 견딜 수 없었다.

자연을 벗하며 홀로 사는 게 꿈이었다면 모를까 그가 추구하는 삶은 이와 정반대였다.

자신의 일상을 송두리째 망친 원흉을 향한 소원을 날린 어스는 인벤토리에서 창을 빼들었다.

요즘 그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꾸준히 창술을 수련하고 있었다.

그와 같은 노력 때문인지 민첩과 힘이 각각 0.2와 0.1이 상승했다.

1시간 동안 기본 동작을 반복한 어스는 거친 숨을 토해내며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그러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55).

칭호 : 위그드라실의 계승자(24/100). 승리의 노래(7/12).

생명력 : 330/330.

마나 : 465/465.

인벤토리 : 1(+4).

스탯 : 힘(2.5). 체력(47). 민첩(2.5). 지력(35). 정신(74).

직업 스킬(9/9) : 매직 애로우(+5/12). 파이어 애로우(+3/12). 파이어 볼(+3/12). 파이어 버스트(+3/12). 아이스 스피어(+3/12). 일루젼(+3/12).

콜 라이트닝(+3/12). 블링크(+3/12). 체인 라이트닝(+3/12).

업적 포인트 : 0.

코인 : 103,947.

그의 상태창은 한 달 동안 몰라보게 달라져 있었다.

2번의 레벨업, 13개 던전 정복에 성공한 결과 덕분이다.

이를 통해 어스는 총 21포인트를 손에 쥘 수 있었다.

포인트는 정신 11, 지력 3, 체력 7에 분배했다.

한 달 고생한 것치곤 나쁘지 않은 결과였다.

대단한 성과였지만 그를 만족시키진 못했다.

‘역시, 칭호가 답인데. 하아.’

지난 한 달 동안 중개인 한스의 손을 거쳐 거너에게 들어간 위그드라실 조각은 고작 3개가 전부였다.

이는 앞서와 너무 비교되는 결과였다.

이에 거너를 통해 한스에게 알아본 결과 어스처럼 조각을 수집하고 있는 경쟁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들이 누군지는 현재 알아보고 있는 중이다.

‘감히 내 스테이크에 더러운 포크를 꽂다니. 잡히기만 해……?’

마법 통신구에 미등록 번호로 문자가 왔다.

또다시.

어스는 줄곧 이를 무시하고 있었다.

그가 수신하지 않는 문자는 비단 미등록 번호뿐만이 아니다.

거너와 루리아에게서 오는 문자를 제외하곤 모조리 외면하고 있었다.

이번엔 거너와 루리아에게서 온 문자는 없었기에 마법 통신구는 곧장 인벤토리로 들어갔다.

어스는 모닥불 한편에 곧게 편 침낭 위에 엉덩이를 붙였다.

던전이 있던 장소였기에 몬스터가 나타날 리 없다.

맹수라 하여 다를 바 없었다.

그래도 이것만 믿고 있기엔 소중한 자신의 안전이 걸린 일이었기에 어스는 매직 애로우를 호위로 박아 두었다.

촘촘하게 세워둔 그 숫자는 총 46개였다.

이를 확인한 어스는 편안한 표정으로 금세 잠이 들었다.

내일을 위해.

쿨쿨.

* * *

루비오 사제는 어스가 이단의 힘을 손에 넣어 지금처럼 강해진 것이라 확신했다.

그래서 헤롯 추기경에게 보고하였다.

원래는 의심스러운 정황만 있어도 정화를 허락했던 헤롯 추기경은 이번엔 무슨 일인지 기존의 지침을 유지시켰다.

루비오는 이를 더러운 타협으로 규정하며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것은 어스를 제거하는 일이었다.

그 시작은 어스의 가족을 감시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헤롯 추기경의 허락을 받지 않은 이상 이것이 루비오와 뜻을 함께하는 제13대 성전단이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시작한 감시를 통해 루비오는 어스의 가족 주변을 맴도는 자를 발견했다.

감시를 시작한 지 십수 일 만이었고, 이 사실은 루비오에게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이단일지 모른다!’

놀란 마음도 잠시 이단의 가족 주변을 맴도는 자를 본격적으로 살폈다.

이단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성급해지려는 마음을 다독였다.

루비오가 이단의 주구라고 생각한 이는 푸리엘이었다.

푸리엘 역시 루비오와 성전단에 대해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의 정체와 목적을 알고자 역으로 그들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복면인들에 대해.

하지만 서로의 꼬리가 길었기 때문이었을까?

어스 가족을 둘러싼 그들의 불안한 동거(?)는 결국 파국을 맞았다.

“투항하라.”

삼면이 막힌 막다른 골목, 그 안쪽에는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 몸 곳곳에 새겨진 푸리엘이 벽을 등지고 서 있었다.

‘교단의 미친개들일 줄이야.’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에 대해 푸리엘은 자기 책임도 없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순간 규정에 따라 행동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역으로 놈들을 처리할 수 있었을 텐데.

후회는 그 순간이 이미 늦었음을 의미한다.

이를 깨달은 그녀에게 남은 건 조직의 비밀을 위해 입을 다무는 것이 유일한 선택지였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를 실행할 때였다.

푸른 하늘이 그립다.

어두운 하늘이 아는 맑고 그윽한 향기를 머금은 그 하늘이.

“그 몸으로 더 버틸 수 없음은 네가 더 잘 알 것이다.”

복면의 인간, 루비오의 날카로운 협박에 푸리엘은 냉소로 대응했다.

죽기로 각오한 이상 단 한 명이라도 더 죽이고 간다.

냉소에 서려 있는 그녀의 굳은 결의였다.

푸리엘은 손에 힘을 불어 넣었다.

마나의 움직임을 제약하는 독에 중독된 상태라 육신의 힘이 그녀가 사용할 수 있는 전부였다.

단 한 번의 날카로운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 푸리엘은 육신을 쥐어짜기 시작했다.

“무의미한 건 본인이 더 잘 알 텐데. 정, 그렇게 나온다면 사지를 자르고 난 뒤 본격적인 대화를 나누마.”

루비오는 수하들을 뒤로 물렸다.

독에 중독된 상황에서도 장장 반나절동안 저항했던 자에 대한 일종의 예의였다.

한 번의 공격만이 가능했던 푸리엘은 그 한 번의 공격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기 위해 타이밍을 쟀다.

반면 루비오는 여유가 있었다.

그렇게 양측이 최후의 공격, 심문에 필요한 가치만 남기려는 자의 움직임이 막 시작되려던 찰나 갑자기 루비오의 뒤에서 혼란이 발생했다.

하늘에서 장대비가 쏟아졌다.

마흔 여섯 개씩 줄기차게 내리 꽂혔다.

성전단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선 타협 없는 신앙심과 실력은 기본이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도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단 뜻이다.

“매, 매직 미사일?”

“말도 안 돼!”

“마나 소드를 써!”

“위, 위쪽에 있다!”

성전단과 푸리엘이 대치하는 막다른 골목에 뜬금없이 쏟아지는 매직 애로우의 주인은 어스였다.

거너를 만나기 위해 왕도에 도착한 어스는 다수의 복면인들에게 쫓기는 여자를 발견했다.

처음엔 못 본 척하려고 했다.

행방을 감춘 입장이었으니까.

그랬던 그가 그 생각을 바꾼 건 복면인들에게서 암살자 놈들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그 뒤 어스는 그들을 쫓았고 결국 여기까지 이른 것이다.

지력 35에 다섯 번의 강화를 거친 매직 애로우의 위력은 투창과 맞먹는 위력을 발휘하고 있었다.

여기에 가속도까지 붙어 위력은 더 배가된 상태다.

그런데 그 공격이 모두 막히기 시작했다.

마나 소드가 언제부터 대중화 된 것인지.

‘역시, 그놈들이군.’

매직 애로우만으론 도저히 놈들을 무너뜨릴 수 없자 어스는 전날 서커스 공연장에서처럼 일루젼을 사용했다.

매직 애로우를 쳐내며 공격의 기회를 노리고 있던 그들은 훅 들어온 일루젼에 당하고 말았다.

“환상이다, 환상에 휘둘리지 말라!”

푸리엘과 격돌하기 직전에 손을 멈춘 루비오가 소리쳤다.

이를 들은 어스는 고개를 갸웃했다.

귀에 익은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당장 기억은 나지 않았지만.

루비오의 경고가 통했는지 복면을 쓴 성전단이 일루젼에 대항했다.

이에 놀란 어스는 곧장 공격에 들어갔다.

블링크를 통해 위치를 이동한 뒤 놈들의 후방에서.

‘체인 라이트닝!’

번쩍!

포악한 번개의 뱀이 지그재그로 놈들 사이를 누비며 물어뜯었다.

제아무리 마나를 다루는 익스퍼트라곤 하나 이를 견디긴 힘들다.

즉사!

어스는 이를 확신했다.

하나 그의 확신이 무색하게도.

“크악!”

“컥!”

단말마의 비명이 아닌 고통에 찬 비명만이 터져 나왔다.

순간적으로 반짝이는 흰빛이 보였다.

‘마법 방어구?’

어스의 머리에 순간 경고등이 켜졌다.

이를 외면하지 않고 즉시 블링크를 발동한 어스의 육신은 그 자리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팟팟팟팟-!

방금까지 어스가 서 있던 곳으로 백색의 주먹이 내리꽂혔다.

단단한 땅거죽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부서진 파석의 파편이 쏜살처럼 날아가 벽에 박혔다.

저것에 맞았으면 어스의 생명력이 쭉쭉 달았으리라.

‘신성력?’

사제의 신성력은 부드러워 생명을 살리는 힘이다.

반면 교단을 수호하는 전투 사제, 즉 성기사들의 신성력의 성질은 강맹하여 막고 부수는 데 특화되어 있다.

다시 말해 저들은…… 성기사다.

또한 헥시움의 그 암살자 무리도 어쩜 성기사일지도.

꿀꺽.

좋지 않다, 몹시!

“이단이다!”

“상공이다! 놈이 저기 있다!”

“놈의 마법을 조심해!”

이단!

자신을 향한 그 말에 순간 어스의 머릿속에선 굉음과 함께 거센 폭풍우가 불었다.

심장은 제멋대로 뛰고, 간댕이는 쪼그라들었다.

경황이 없어 블링크를 깜빡한 그의 몸은 어느새 지붕과 가까워졌다.

이를 기회로 본 복면인, 아니 성기사 둘이 신성력을 돋워 몸을 가볍게 한 뒤 벽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조심!”

성기사들에게 쫓기던 여자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어스는 곧장 블링크를 시전했다.

대각선 방향으로 단숨에 이동한 어스는 지붕을 잡고 벽을 박차는 두 성기사를 향해 매직 애로우를 날려 보냈다.

허공에 몸을 띄운 두 성기사의 몸뚱이를 매직 애로우가 사정없이 강타했다.

단단한 바위도 깊게 파고드는 위력의 매직 애로우였지만 피륙을 뚫지 못하고 움푹한 흔적만 남겼다.

마법 방어구의 힘이 작용한 것이다.

피륙이 뚫리는 건 막았지만 그 충격까지 상쇄한 것은 아니기에 두 성기사는 악문 신음과 함께 아래로 떨어졌다.

쿵쿵-!

충격의 여파로 피를 토하는 두 성기사의 상세가 심상치 않았다.

상대가 성기사임을 안 이상 저들을 상하게 하는 건 차후 큰 문제를 낳을 것이다.

하지만 손을 쓴 이상 여기서 멈출 수 없었다.

더구나 놈들은 자신을 이단이라 지목했다.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관계가 성립되었음을 의미한다.

교단과.

‘젠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