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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02화 (102/250)

102화

토리나 마을에서 발생한 사건에 대한 소식은 해당 지역 신전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기득권들 한정이다.

그쯤 어스 일행은 다시 솔론의 왕도를 향해 출발했다.

그 일이 있은 지 이틀 후.

-어스, 토리나 사태 알아?

카멜 솔론, 그에게서 문자 한통이 왔다.

프라이스와 페어몬트와는 자주 연락을 주고받았지만 다른 동료들과는 연락이 뜸했다.

당연히 카멜과도 그러했다.

‘카멜 형 귀에도 들어갔나 보네. 왕자님이라 귀도 커.’

그렇다고 섭섭하진 않았다.

던전 발생 이후 누구보다 바쁜 사람이 카멜이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 아님, 애국심?

-알고 있음. 현장에 있었음.

-정보 공유 가능?

‘이 형님이 미쳤나?’

던전 브레이크 사태를 축약하더라도 최소 2천 자는 적어야지 그때 그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마법 통신구의 성능을 생각하면 하루 종일 문자만 보내다 볼일 다볼 것이다.

어스는 루리아를 보았다.

1시간 전부터 자세 한번 바꾸지 않고 독서에 매진 중이다.

‘딱히 할 일도 없는데 글 연습한다고 생각하자.’

이젠 웬만한 글은 다 읽을 수 있었다.

어려운 단어 역시 웬만하면 다 이해하고 있다.

로맨스 소설이 큰 역할을 했다.

아무것도 안 해도 인생에 도움이 되는 여자 같으니라고.

어스의 시선을 느낀 루리아가 책에서 눈을 떼고 바라보았다.

“카멜 형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토리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알려줄 수 있냐며.”

“신전을 통해 연락이 가지 않았나?”

“그럼 거절할까요?”

“편한 대로 해.”

“솔론에 가면 카멜 형을 볼지도 모르는데 이런 사소한 부탁을 거절하는 건 아무래도 그렇겠죠? 한동안 안 볼 사이면 모를까?”

“그렇다면 해.”

“누나 말대로 하는게 좋겠어요. 엄청 수고스럽겠지만.”

루리아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곤 다시 독서에 열중했다.

싸움도 잘하는 여자가, 지성미까지.

-가능.

* * *

토리나 마을에서 발생한 던전 브레이크 사건 이후 어스는 하루에 한번 가족의 안위를 확인하곤 했다.

마을의 참상이 잊힐 때까진 계속 이러지 않을까 싶다.

아쉽게도 그의 부모님이 문맹이라 연락은 조쉬나 그의 아내를 통하였다.

부모님 모두 무탈하게 왕도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어스의 여동생 루시는 아카데미에 입학하여 주말에만 집에 와서 지지내고 있었다.

글공부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루시와도 문자를 주고받는데 지장이 없었다.

‘몸뚱이만 튼튼한 게 아니라니까.’

그의 부모님도 딸자식에게 자극을 받았는지 아그네스에게 글을 배우고 있었다.

인연이란 참 묘하다.

자식에 이어 그 부모의 글 선생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아그네스가 글 선생만 하는 건 아니다.

이번에 왕도에 오픈한 가게에서도 일하고 있다.

거너, 린다, 니코와 함께.

이 가게는 전날 그들과 이야기를 한 것으로 주력 상품은 포션이다.

물론 판매만 하는 건 아니다.

포션에 들어가는 약초 따위를 매집하기도 한다.

그리고 최근 어스가 개인적으로 부탁한 일 역시.

-한스 씨가 물건을 맡겼다.

-물건?

-응, 2만 테스 지불.

어스의 두 눈이 개안이라도 하듯 커졌다.

중개인 한스가 물건을 맡기고 돈을 찾아가는 경우는 딱 하나다.

위그드라실 조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를 내세워 일을 맡긴 지 그리 오랜 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벌써 두 개나 입수했다는 것에 어스는 매우 놀랐다.

‘10개월 동안 고작 4개 밖에 모으지 못했는데 한 달도 안 되는 동안 2개나 모으다니.’

이는 한스의 능력보단 당연히 돈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다.

1만 테스면 지방에선 집과 농장을 살 수 있다.

그런 거금을 고작 호두알만 한 크기의 물건에 현상금으로 걸었다.

사실 이보다 적은 액수를 걸까 싶었지만 각 길드가 확실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통 크게 1만 테스를 질렀다.

위그드라실의 계승자를 활성화하여 얻는 이득에 비하면 금전은 길가에 굴러다니는 자갈에 불과했으니까.

‘이래서 다들 돈돈 하는 거겠지.’

돈은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비포장 길을 포장길로 만드는 마법을 부릴 수 있는 요물이 바로 돈이다.

어떤 이는 말한다.

돈이 많으면 근심도 그 못지않다고, 전엔 그런가? 라고 생각했지만 이젠 아니다.

그건 희대의 개소리다.

왜? 거부 소리는 못 들어도 부자 소리는 들을 만큼 돈이 많음에도 전혀 근심이 없으니까.

‘한심한 정신승리지.’

-잘 보관하세요.

진품인지의 여부를 알 수 없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단 한 명이기에.

마음은 왕도를 향해 벌써 블링크를 시전하고 있었지만 하룻밤 새 다녀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궁금해도 참았다.

블링크에 대해 들키고 말았지만 이동 거리는 불과 50미터 남짓으로 다들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목격자의 공통적인 생각이다.

레이몬드가 이에 대해 물었지만 어스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한데 그런 자신이 단 하루 만에 왕도를 다녀온다? 차라리 참는 게 낫다.

그리고 좋은 건 아껴 먹는 법.

칭호 : 위그드라실의 계승자(5/100).

‘이놈만 활성화하면.’

1.차원 이동(재사용 30일).

2.모든 스탯 +100.

3.스킬 슬롯 +3.

미친 옵션을 거머쥘 수 있다.

셋 중 하나만 얻어도 헉 소리가 절로 나올 텐데 그러한 것이 무려 3개다.

‘모든 스탯 100을 얻는다면 소드 마스터가 거치는 과정중 하나인 환골탈태도 가능하지 않을까?’

참기로 했는데, 엉덩이가 절로 들썩거리는 어스였다.

이를 본 루리아.

“마차 세울까?”

“마차는 왜요?”

“화장실 급한 거 아니야?”

“그냥 엉덩이가 배겨서. 참, 집엔 연락했어요?”

“수색 중이래.”

“없으면 좋을 텐데.”

어스는 진심을 담고 말하였다.

그의 마음에 글리시아는 이미 처가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아주 예쁜.

* * *

글리시아 남작 영지를 출발한지 정확히 2주 만에 일행은 국경 도시에 도착했다.

레오다니스에 인접한 국경 도시나 마을의 경우 군사들이 자주 보였지만, 솔론 왕국과 면한 이곳에선 일반인들로 북적북적했다.

일행은 도시에서 가장 좋은 여관에 여장을 풀었다.

찌뿌둥한 몸을 뜨거운 물에 모두 녹인 어스는 루리아와의 내기에서 얻은 소원권을 사용했다.

로브를 벗어 던진 어스는 산뜻한 복장을 하고서 객실 로비에서 루리아를 기다리고 있었다.

‘데이트다, 데이트! 흐흐.’

여성스럽게 꾸미고 나왔으면 좋을 텐데.

멍청하게도 그 부분을 소원에 넣지 않았기에 루리아의 성격을 생각하면 기대하지 않는 게 현명한 자세다.

곧 루리아가 내려왔다.

간편한 복장을 하고서.

기대하지 않았지만 막상 평범한 복장의 그녀를 보니 실망감이 조금 차올랐다.

곧 이를 지운 어스는 당당히 팔을 벌렸다.

팔짱은 처음이라 그 모습이 참으로 어색했다.

루리아 역시 처음인지라 제대로 된 팔짱이 완성되기까지 시간이 제법 지체됐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두 사람은 관절이 없는 목각인형처럼 여관을 나섰다.

“더 붙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기 저 사람들처럼.”

“그렇군.”

루리아가 게걸음으로 다가오자 그제야 불편했던 팔이, 곧 쥐가 날것만 같던 팔이 편해졌다.

가까이 붙자 그녀의 냄새가 진하게 났다.

평소에 맡지 못했던 냄새다.

‘향수인가?’

오! 자신만큼이나 그녀도 데이트에 신경 쓴 것 같아 기분이 급 좋아졌다.

옷차림 따윈 차차 개선하면 될 것이다.

‘아니지, 애초 여성스러운 옷이 없는 건지도 몰라.’

미처 이 생각은 하지 못했다.

데이트가 첨이라.

어스는 내심 자신의 머리를 두들겼다.

데이트 전에 옷을 선물했어야 했는데, 센스가 없어도 어찌 이리 없을 수 있는지.

이번 데이트 코스에 옷가게도 넣기로 했다.

한껏 들뜬 마음으로 여관을 나섰지만 막상 이 도시에 대해 알아본 게 없었다.

하지만 딱히 상관없다.

이번 데이트의 의의는 그녀와 팔짱을 끼고 보란 듯 걷는 것이니까.

“저거 사줄까요?”

“아니.”

“저건요?”

“괜찮아.”

“보석 좋아해요?”

“아니.”

“가방은?”

“별로.”

“앗! 옷을 사야 해요. 여름 옷이 없어서.”

“로브 있잖아?”

“작업복만 입고 다닐 수 없잖아요.”

“그렇군.”

어스는 자연스럽게 루리아를 데리고 옷가게로 향했다.

가장 예쁜 옷으로 열댓 벌 사주리라.

하지만 정작 옷가게 앞에서 어스는 다른 것에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다.

그것은 벽보였다.

「위그드라실 서커스단이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평생무료초대권을 선물로 받았는데 이걸 이곳에서 써먹게 될 줄이야.

* * *

교단엔 오랜 세월 암중에서 활동하는 결사조직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었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내부조직의 이름은 성전단이며, 이 조직에 대해 아는 사람은 교단 내에서도 극소수였다.

성전단이 하는 일은 교리에 위배되는 것이기에 성전단의 단원은 임무 중에 붙잡힐 경우 자살도 마다하지 않았다.

교단의 교리상 자살을 가장 큰 죄라는 계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서슴지 않고 단행했다.

그런 성전단이 지금 헥터 왕국의 서북쪽 국경 도시에 집결해 있었다.

“감안할 특이 동향은?”

“에스터 추기경님의 명을 받은 성기사 어스 경과 레이몬드 사제 일행이 도시 남쪽에 머물고 있습니다.”

교단의 천년 안녕을 위해 탄생한 비밀 조직이라지만 형제자매를 헤하는 건 지양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추기경은 물론 교황의 목도 벨 수 있다.

교단의 안녕에 조금이라도 위해가 된다고 판단될 시.

하나 그렇다고 하여 함부로 교단의 형제자매를 해치는 경우는 없었다.

꼭 해야 한다면 보다 철저한 검증과 조사 이후에 행해진다.

내 식구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랄까?

“성기사 어스? 흔한 이름이라서 그런가? 귀에 익군.”

“그때문은 아닐 겁니다. 그는 13대의 타깃이었던 인물입니다.”

“타깃? 그런 자가 성기사라…… 교화대상이었나?”

“13대의 일이라 그것까진 알 수 없습니다.”

“루비오 형제가 맡은 일이니 알아서 잘 처리했겠지. 그들이 임무에 방해될 소지는?”

“내일 솔론 왕도로 출발한다고 하였으니 그들로 인한 문제는 없을 겁니다.”

하나 그 말은 곧 무색해졌다.

또 다른 대원이 새로운 소식을 가져 왔기 때문이었다.

“어스 경과 일행 1인이 서커스단을 방문했습니다. 징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순간 성전단 장내의 분위기가 차가워졌다.

“확인한 건가?”

“똑똑히 확인했습니다.”

수하에게 거듭 확인한 남자, 아니 성전단 7대의 대장은 13대 대장 루비오를 떠올렸다.

‘그런 실수를 할 자가 아닌데.’

그렇다면 우연인가? 일단 우연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정화는 중단하지 않는다. 단, 성기사 어스가 방해하려 든다면 처리해도 좋다.”

“룬께 영광을!”

“영광을.”

* * *

VVIP임을 증명하는 평생 무료 관람권을 통해 서커스 공연장에 입장한 어스의 품엔 군것질거리고 가득했다.

공간 주머니나 인벤토리에 넣어서 갖고 와도 됨에도 그는 손에 드는 불편을 감수했다.

이래야 맛이 난다며.

어스의 방문은 곧 서커스단 단장의 귀에 들어갔다.

‘대회합의 날에 오다니. 이 또한 인연인가?’

“단장님?”

“귀빈들은?”

“공연이 끝난 후 안내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두었습니다. 한데, 그분들이 계신 자리에 인간 마법사와 일행이 머물러도 괜찮겠습니까? 지금이라도 자리를 옮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특별 관람권을 가진 자들 모두 공연장에서 가장 좋은 자리에 있었고, 하필 그 자리에 대회합과 관계없는 일남 일녀가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 푸리엘은 깊은 우려를 드러냈다.

“공연 10분전이네. 오히려 상황만 이상해져.”

로엘 단장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기에 푸리엘은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경계에 만전을 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부탁하지.”

푸리엘을 내보낸 로엘은 자리에서 일어나 VVIP석을 향해 눈길을 던졌다.

그런 그의 눈에 세상 해맑게 웃고 있는 어스의 얼굴이 들어왔다.

멀찍이서 그를 응시하는 로엘 단장은 의아하다는 듯 자꾸만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문을 모르겠군. 전보다 더 친숙한 느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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