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91화 (91/250)

091화

생애 처음으로 여자에게 고백하려던 어스는 오크의 출현으로 할 수 없게 되자 이에 단단히 열이 받은 어스는 오크 무리를 잿더미로 만들어 버렸다.

몬스터 부산물을 노리고 데려온 짐꾼들은 어쩌라고.

-오크를 처치했습니다. 5코인을 습득합니다.

……

……

……

……

총 100의 코인을 손에 쥐게 된 어스였지만 지금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고백의 타이밍을 놓치자 좀 전과 같은 용기가 더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술자리를 가질까?’

날 잡고 술의 기운을 빌리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그를 향해 루리아가 말했다.

“어스, 숙영지와 가까운 곳이야. 숙영지가 무사한지 가봐야 해.”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든 어스는 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숙영지 터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20분이다.

루리아가 작정하고 달려간다면 5, 6분이면 될 것이고 자신은 15, 6분이면 될 것이다.

“잠시만요.”

어스의 시선이 상공으로 향했다.

‘블링크.’

어스의 몸은 순식간에 상공으로 이동했다.

크고 작은 숲과 언덕이 있다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어스의 시야를 차단할 수 없었다.

원정대가 머물러 있는 곳을 살핀 어스는 그 주변에 몬스터가 없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당장 큰 위험이 닥친 것이 아니기에 어스는 인벤토리에서 마나 회복 포션을 꺼내 들이켰다.

마나 총량이 400만 되도 좋을 텐데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었다.

‘85면 딱 떨어지는 400인데, 언제 모으지.’

어스의 사정을 알고 있는 루리아로 인해 마나 회복 포션을 지원받은 상태였기에 포션은 부족하지 않았다.

더해 마나 회복 포션을 외부에 발주한 상태라 며칠 내로 또 많은 수량의 포션이 도착할 것이기에 딱히 아낄 필요는 없었다.

문제는 포션을 많이 마신 날이면 속이 안 좋아진다는 점이다.

게른 산맥에서 고향까지 쉬지 않고 블링크를 사용한 이후 이런 부작용을 겪고 있었다.

이 문제를 페어몬트와 4시간이 넘도록 문자 통신으로 상의한 결과 페어몬트는 어스가 겪고 있는 문제를 낙인 효과로 판단했다.

듣고 보니 맞는 말 같았다.

‘포션 맛이 별로라서 그래. 내가 좋아하는 딸기 맛으로 바꾸면 달라질 것이야.’

포션에 맛을 첨가한다? 이는 지금껏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방식이었다.

그리고 어스처럼 포션을 물처럼 마시는 사람 역시 인류사에 전무후무했으니 오직 그였기에 가능한 생각일지도.

“어때?”

“괜찮아요.”

“일단 사람들에게 알리는 게 좋겠어.”

“누난 먼저 돌아가세요. 전 숙영지와 가까이 있는 놈들을 정리하고 뒤따라갈게요.”

“나중에 봐.”

별거 아닌 말이었다.

이 상황에선 누구나 하는 그런 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스는 그녀의 그 말에 부드럽고 촉촉한 설렘을 느꼈다.

멍.

루리아는 금방 그의 시선에서 사라졌다.

아쉬움을 뒤로한 어스는 다시 포션을 마신 뒤 좀 전 상공에서 보았던 또 다른 오크 무리가 있는 방향으로 이동했다.

상공과 지상으로 이동해야 하기에 2병의 마나 회복 포션이 그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 * *

루리아가 달려오자 이를 본 원정대는 크게 놀랐다.

그와 함께 간 어스의 모습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가씨!”

기사 웨이즈가 한달음에 루리아에게 달려왔다.

글리시아 영지는 두 개의 계파가 존재한다.

루리아가 차기 영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과 소피가 차기 영주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이었다.

웨이즈는 루리아를 추종하는 계파의 일원이었다.

“괜찮아요.”

“뛰어오시기에 놀랐습니다. 한데, 어스 마법사는?”

“몬스터를 정리하고 올 거예요.”

“혼자 말입니까?”

“그를 믿어도 됩니다.”

자신이 추종하는 대상의 말이었지만 웨이즈는 안심할 수 없었다.

마법사에 대해 잘 모르는 이들이나 마법사를 전지전능에 가까운 인간이라고 생각할 뿐 그들에 대해 경험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그들이 그와 같지 않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혼자이지 않습니까? 마법 발동에 시간이 필요할 텐데 그 시간을 벌어줄 기사나 병사들이 그에겐 없지 않습니까?”

“그에겐 해당 되지 않는 일입니다. 내 말을 믿고 지금은 숙영지에 집중해주세요. 참, 이곳의 몬스터는 오크더군요.”

자세한 설명을 생략한 루리아는 곧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녀에겐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이 그곳에 있었다.

레이몬드 사제였다.

“루, 루리아 영애. 어스 마법사는 어디가고 영애 혼자만 온 겁니까?”

사색이 된 얼굴이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스완드 영주가 내세운 원정대는 어스를 축으로 하여 돌아가는 형식이었다.

그런데 그 중요한 축이 보이지 않으니 레이몬드 사제 입장에선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몬스터를 정리한 뒤 곧 올 겁니다. 레이몬드 사제님.”

웨이즈와 달리 레이몬드 사제는 보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했다.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좀 전 웨이즈처럼 단칼에 말을 자를 수 없었기에 루리아 영애는 설명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녀가 설명하는 건 어스의 능력 중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전전긍긍하던 레이몬드의 표정은 이내 평화를 되찾았다.

아니, 욕심이 들끓었다.

레이몬드가 어스에게 이러한 마음을 갖는 이유는 최근 실력이 검증 된 디콘을 확보하라는 교황청의 공문 때문이었다.

레이몬드는 그 이유를 던전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타이밍이 그랬으니까.

‘어린놈의 비위를 맞추는 건 내키지 않지만 그만한 자유 마법사를 어디서 찾을 수 있겠어.’

레이몬드는 어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그가 좋아하는 것이 있는 지 루리아를 붙잡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루리아 입장에선 내키지 않았지만 가문과 영지가 발목을 잡았기에 말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법사로서의 어스의 능력이 아닌 그가 평소에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내용이었기에 그나마 편히 말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루리아는 어스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내가 어스에 대해 이렇게나 알고 있었나?’

* * *

‘매직 애로우! 매직 애로우!’

고백 실패의 원인을 향해 확실한 보복을 가하나 이후 어스는 몬스터 부산물 확보를 위해 매직 애로우만 사용하여 오크를 잡았다.

일반적인 매직 애로우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그의 매직 애로우는 더 이상 매직 애로우로 불리기 힘들만큼 강력해진 상태였기에 오크에게도 통했다.

‘어째, 파이어 볼로 잡을 때보다 매직 애로우로 더 잡을 수 있는 거지?’

그 차이는 밀집의 유무에 있었다.

10의 마나가 필요한 매직 애로우는 현재 31발까지 가능한 상태였다.

다시 말해 31마리의 오크를 즉사 혹은 무력화시킬 수 있었다.

앞서 어스는 세 무리의 오크 무리를 처리했다.

그중 가장 큰 무리의 숫자가 20마리였다.

이번에 그가 상대하는 오크 무리는 앞서 세 무리 중 가장 많은 수를 자랑하고 있었지만 30마리에 못 미치는 27마리에 불과했다.

물론 매번 즉사시킬 수 없었기에 두 번의 공격을 가할 때도 있었지만 다행히 중간에 포션을 마시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마나의 자연 회복을 기다릴 수 없어 포션은 어쩔 수 없이 마실 수밖에 없었다.

‘325의 코인을 벌었네.’

20분도 안 되는 시간에 올린 수익이다.

비 던전 지역에서 이만한 수익을 올리려면 20분의 시간으론 어림반푼어치도 없다.

두 가지를 경우를 제외하면.

두 가지 경우란 몬스터 웨이브와 몬스터의 집단 거주지다.

둘 모두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일이었기에 던전의 출현은 어스 입장에선 축복받은 사냥터가 아닐 수 없었다.

앞서 상공에서 발견한 몬스터 무리를 모두 처리한 어스는 발걸음을 돌리며 이내 곤혹스러워했다.

몬스터 사체가 있는 곳까지 짐꾼들을 데려올 생각을 하니 막막했기 때문이었다.

‘사냥보다 이게 더 힘들겠어.’

그래도 어쩌랴, 수입 창출을 위해선 힘들어도 할 수밖에.

그리고 실제 어스는 반나절이 넘는 시간동안 짐꾼들을 데리고 돌아다녀야만 했다.

어스는 거기에 그치지 않고 부산물 채취에 손을 보탰다.

아버지가 잡아온 짐승을 해체하는 일이 많았다지만 일반적인 동물과 몬스터는 완전히 다른 영역이었기에 꽤나 애를 먹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았다.

이는 미래를 위한 훈련이었으니까.

“마법사님, 해체 같은 더럽고 험한 일은 저희에게 맡겨 주시고 쉬십시오.”

“괜찮아요.”

짐꾼들은 어스의 이와 같은 모습에 크게 감탄했고, 그 마음은 곧 일의 집중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덕분에 해가 뉘엿뉘엿 질 때쯤 모든 일을 마치고 일행은 몬스터 부산물을 갖고 숙영지로 돌아올 수 있었다.

어스는 파김치가 되고 말았다.

‘다음엔 포션에 필요한 부위만 챙겨야겠어. 죽을 것 같아.’

체력은 완전히 고갈돼 일찍 잠자리에 들고 싶었지만 레이몬드 사제 때문에 그의 간절한 바람은 이뤄질 수 없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스 마법사. 그대를 위해 조촐하나마 술자리를 마련했습니다. 하하.”

침이라도 뱉어 줄까?

욕이라도 던질까?

“피곤해서요. 원정이 끝나면 그때 자리를 만들겠습니다.”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럼 당연히 돌아서서 갈 줄 알았는데.

“제가 힐을 걸어드리겠습니다.”

사제의 힐은 비싸다 그 이유는 마법사들의 힐은 자잘한 상처와 통증 완화가 전부지만 사제의 힐은 내외상은 물론 질병치료와 예방까지 가능하다.

질병치료와 예방은 치료 포션으로도 불가능하다보니 귀족이나 부유한 자들도 사제의 힐을 받기 위해선 최소 일주일, 길면 한 달을 기다려야한다.

그런데 그걸 공짜로 해주겠다니.

‘저 작자와 술을 마시는 건 내키지 않지만.’

이러니 어찌 거부할 수 있으랴.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하하.”

어스를 디콘으로 끌어들이고 싶었던 레이몬드 사제는 평소보다 더 많은 신성력을 사용하여 어스에게 힐을 걸어주었다.

-농축된 마나의 힘이 체내에 유입되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알림이 떴다.

이에 어스는 깜짝 놀랐다.

‘농축된 마나? 그런 것도 있나? 아니, 그보다 신성력이 아니고 어째서 마나인거지?’

마나와 신성력은 엄연히 다른 힘이다.

그 말은 진리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 신성력과 마나를 동일시한다면 그 순간 그 누군가는 무조건 교단의 적으로 간주된다.

과거 어느 거대 마탑에서 이런 소릴 했다가 교단에 의해 주춧돌 하나 남기지 않고 사라진 사례가 있었다.

이후 마나와 신성력을 동일시하거나, 혹은 신성력을 연구하는 마법사는 지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교단은 이종족을 박해했다.

오랜 세월 잔인하고 집요하게 자행되고 있었다.

그러니 이 알림을 만에 하나라도 레이몬드가 듣게 된다면 어스의 뜻과 별개로 교단의 적으로 간주되어 어스 개인은 물론 그의 가족과 지인들조차 교단의 화를 감당해야 한다.

다행히 알림은 어스의 귀에만 들리는 것이기에 들킬 염려는 없었다.

이를 뻔히 알면서도 워낙 충격적인 내용이라 대경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레이몬드 사제는 어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힐에 집중하고 있었기에 그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했다.

-농축된 마나의 힘을 칭호 ‘승리의 노래’에 적용합니다.

-칭호 승리의 노래가 두 단계 발전합니다.

‘왜? 어째서?’

레이몬드 사제의 신성력이 칭호에 적용되자 어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혹시, 페어몬트가 선물한 마나 연공법이 실상은 사제들의 비밀 수련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이런 결과가 나올까.

칭호 : 승리의 노래(4/12).

레이몬드 사세를 바라보는 어스의 눈빛이 전과 사뭇 달라졌다.

‘사람 인연이라는 건 어떻게 될지 모른다더니.’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