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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81화 (81/250)

081화

맥코믹 영주가 직접 안내한 곳은 영주의 집무실서 그리 멀지 않은 지하 창고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 앞을 던전이 떡하니 막고 있었다.

다행히 던전 중심부의 띠는 고작 2개였다.

얼마 전 처리한 던전과 동급이었다.

어스는 치솟으려는 입꼬리를 간신히 억눌렀다.

“하필 창고 입구라니 그간 많이 답답하셨겠습니다.”

“맞네. 보름은 문제없겠지만 이후엔 외부에서 빚을 져야 할 입장이네.”

맥코믹 영주는 솔직하게 영지의 상황을 털어놓았다.

솔직함이란 언뜻 생각하면 쉽게 할 수 있다.

하나 막상 이를 실천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맥코믹 영주는 모든 걸 밝혔다.

던전 난이도가 높다라면 신중하게 고려해야겠지만 고작 띠 2개.

일반 병사들만 보내면 힘들지 모르겠지만 익스퍼트급 기사 두 셋이 합류한다면 시간이 문제 일뿐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수준의 던전이다.

그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피어스 영지는 제 고향입니다. 그리고 일전 피난민에 불과했던 저희 가족이 영주님께 신세를 졌으니 온 힘을 다해 돕도록 하겠습니다. 솔직히, 이미 작정하고 있었습니다.”

“오! 정말인가?”

“물론입니다.”

“고맙네. 정말 고마워. 내 당장 원정대를 꾸릴 터이니 하루만 기다려주게.”

혼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던전이었지만 어스는 이를 내색하지 않고 영주의 뜻에 따랐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들을 데려올 수 있을까요?”

“문제없네. 내 당장 마차를 보내도록 하지.”

맥코믹 영주는 앓던 이가 빠진 듯 환한 표정으로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더해 그와 그의 가족이 편히 쉴 수 있도록 단독 별채까지 내주었다.

총집사의 안내로 별채에 발을 디딘 어스는 그에게 부탁하여 허든 상회에 사람을 보냈다.

마부와 마차 대여 기한을 늦추기 위함이었다.

다행히 허든 상회주는 언제든 이용할 수 있도록 준비 해두겠다는 마음에 쏙 드는 답신을 보내왔다.

‘더 챙겨주고 싶게 만드네.’

고도의 상술이리라.

그럼에도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 * *

어스의 가족은 영주가 보낸 마차를 타고 어스가 머무는 영주성 별채에 짐을 풀었다.

아들 덕분에 영주의 손님으로 영주성에 들어온 것에 그의 가족들 모두 제 볼을 꼬집기까지 했다.

이는 일반적인 반응이다.

맥코믹 영주는 저녁 만찬에 어스와 그 가족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어스가 어떤 일을 맡게 되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는 두 사람이 미리 입을 맞춘 결과였다.

그렇게 하룻밤을 별채에서 머문 어스는 영주의 부탁으로 할 일이 있다며 가족을 별채에 남기고 지하 보급 창고로 향했다.

원정대는 어스를 포함하여 총 53명으로 구성되었다.

“어스 마법사, 이쪽은 게이비 루스 기사단장일세. 게이비 단장, 저 청년이 소문의 그 마법사네.”

“게이비라고 한다.”

깐깐한 인상에 날렵하고 탄탄한 몸을 가진 게이비 단장은 못마땅한 기색으로 어스를 대하였다.

언제 봤다고 자신을 이리 깔보는 걸까?

어이가 없다 보니 화조차 나지 않는 어스였다.

‘뭐지? 저 인간?’

“어허, 게이비 단장. 그 무슨 무례인가? 중요한 일을 함께할 사이인데.”

“죄송합니다. 영주님.”

그는 영지의 기사단장이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론 영주의 처남이었다.

게이비 단장의 태도에 마음이 상한 어스는 그를 무시하기로 작정했다.

오래 볼 사이도 아니고 이번 일만 같이하면 영영 남남이니까.

반면 찰슨 커렌에겐 살갑게 굴었다.

게이비 단장과 달리.

그 모습에 게이비 단장의 표정은 더 구겨졌고, 이에 맥코믹 영주는 원정대의 일정을 연기해야 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했다.

의기투합해도 부족할지 모를 상황에서 원정대의 수장과 초빙한 마법사의 관계가 첫 만남부터 삐걱 거렸기 때문이었다.

하나 일정을 미루기엔 영지에 닥친 심각한 재정난이 맥코믹 영주의 발목을 잡았다.

그리고 믿는 구석도 있었다.

제 아무리 사이가 나빠도 풍랑을 만나면 모두가 한 마음으로 힘을 합치듯, 지금은 저래도 막상 일이 닥치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한 것이다.

원정대는 영주의 배웅을 받고서 검은 소용돌이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언제나 그렇듯 환경은 삽시간에 변하였다.

어스를 제외한 모두에게 이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정신 차리고 대형을 유지하라!”

게이비 단장의 입에서 불호령이 떨어지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병사들은 황급히 대형을 구축했다.

이를 확인한 게이비가 어스를 돌아보았다.

어스의 태도는 산책이라도 나온 듯 편안해 보였다.

그 모습이 게이비 단장의 눈에 밉게 보였다.

“어스 마법사.”

“말씀하시죠.”

“마법사인 그대의 눈에 이곳이 어떻게 보이나?”

앞서 2띠 던전과 달리 이번 2띠 던전은 동굴이 아닌 사방이 뻥 뚫린 들판이었다.

들판 끝에는 우거진 숲이 자리하고 있었다.

필시 보스는 저 숲에 있으리라.

하지만 이를 말할 순 없었다.

저들처럼 자신도 던전은 처음이어야 하기에.

“들판과 숲이 보이네요.”

“지금 그걸 묻고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마법적인 흔적이 보이느냔 말이다.”

‘뭐라는 거야?’

부하에게 하는 듯한 말투에 어스는 게이비 단장의 말을 무시해 버렸다.

대답 없는 어스에게 게이비 단장이 노화를 터트리려 하자 찰슨이 부랴부랴 끼어들었다.

“단장님, 어스 마법사는 영주님이 직접 초빙한 조력잡니다. 영주님을 생각해서라도 예의를 갖추심이…….”

“뭐라? 지금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인가?”

“그, 그것이…….”

“할 말 없으면 입 다물게. 그리고 상관이 말하는데 어찌 허락도 구하지 않고 끼어드는 건가?”

“죄송합니다.”

찰슨 커렌을 몰아붙인 게이비 단장은 그 여세를 몰아.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다? 다시 물어야 하느냐?”

별의별 인간을 다 만나봤지만 아직 게이비 단장과 같은 인간은 처음이라 어스는 기가차서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트렸다.

게이비 단장에게 있어 이는 도발행위였다.

“감히!”

“감히? 내참 어이가 없네. 난 단장님의 수하가 아닙니다. 아랫사람 대하듯 하지 말아주세요.”

“네놈이 피어스 백성이 아니라고 말하는 거냐? 그래서 영주님의 임관 요청을 면전에서 거절한 것이냐?”

저 양반이 왜 자신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이제야 내막을 알게 된 어스였다.

그렇다고 그에 대한 어스의 마음이 바뀐 건 아니다.

“곧 이사 가요 그러니 더는 피어스의 백성은 아니네요.”

“뭐라? 하하. 완전 근본도 모르는 개잡놈이로구나! 알량한 마법 실력을 믿고 그리 설치다간 오래 살지 못할 것이다.”

던전에 들어온 이상 나갈 방법은 보스를 잡는 것뿐이다.

한데 보스 근처에도 가기 전에 내분이 발생했으니 이는 배가 산으로 가는 형국이다.

게이비 단장과 어스의 충돌은 이를 지켜보는 이들의 마음을 더할 나위 없이 무겁게 만들었다.

한 명은 자신의 상관이요, 다른 한 명은 영주가 초빙한 마법사였으니 그들 입장에선 누구 편도 들기 힘들었다.

물론 최악의 상황으로 일이 치닫는다면 저들 입장에선 게이비 단장의 편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개인이 아닌 영지의 병사였고, 게이비 단장은 그들에 대한 지휘권을 가진 통수권자였기에.

찰슨과 병사들은 어스가 한발 물러서기를, 양보해 주기를 바라였다.

간절하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는데 여기서 이러면 어쩌자는 거야?’

‘답답해 뒤지겠네. 이러다 몬스터라도 몰려오면 어쩌려고.’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 지 어스는 여전히 씩씩 거릴 뿐 그들의 바람을 들어줄 어떤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사실 어스 입장에선 곧장 폭발하지 않은 것만 해도 저들 입장에선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찰슨 님.”

어스는 게이비 단장을 무시하기로 했다.

끝까지 간다면 둘 중 하나는 죽어야 끝날 것 같았기에.

찰슨은 게이비의 눈치를 보느라 제 입술만 잘근잘근 씹었다.

“나 혼자 다녀올 테니 다들 여기서 기다리세요. 이런 기분으로 함께 움직이면 제 마법이 어디로 튈지 저도 장담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지금 그 말, 나를 향한 협박이냐?”

게이비의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당장이라도 손찌검할 기세였다.

이에 깜짝 놀란 찰슨이 개입했다.

단장이 졸렬하고 오만한 건 알고 있었지만 임무까지 망각하고 막무가내일 줄은 예상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임무 중입니다. 단장님, 어스 마법사 부디 자중하세요. 병사들이 보고 있습니다.”

그 말에 게이비 단장도 쳐든 손을 내렸다.

충돌의 위기는 넘겼지만 둘 사이의 앙금마저 사라진 건 아니다.

잠시 봉합된 것일 뿐.

찰슨은 속으로 탄식했다.

“찰슨 님,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먼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스 마법사.”

“내버려둬. 혼자 가겠다는데 잘하겠지.”

“단장님.”

“어허.”

게이비 단장의 태도에 어스는 코웃음을 선사한 뒤 블링크를 시전했다.

튀지 않는 선에서 여러 차례 시전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저와 같은 마법은 생소했기 때문이었다.

하긴 저들이 어디 가서 5서클 마법을 구경이나 할 수 있을까.

사람들을 눈뜬장님으로 만들어 버린 어스는 곧 숲 상공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울창한 나무로 인해 숲 안에 어떤 종류의 몬스터가 있는지 파악이 어려웠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모로 가도 왕도만 가면 되지. 파이어 볼!’

게이비 단장으로 인해 받은 울화, 그 울화를 지상을 향해 모조리 쏟아버리는 어스였다.

슈아아아, 쾅!

조용하던 숲은 삽시간에 굉음과 함께 불길이 퍼져가기 시작했다.

-코볼트를 처치했습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

……

……

‘코볼트? 역시, 2띠 던전이네.’

상대가 코볼트임을 확인한 어스는 더욱더 거침없이 행동했다.

그리고 멀리서 이 모습을 본 병사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법사의 무서운 점을 모르는 사람들은 없다.

하지만 그 수준이 저와 같은 것이라곤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기에 병사들이 받은 충격은 상상을 초월했다.

‘게이비 단장 편에서 칼을 빼들었다면 불고기 신세를 면치 못했겠구나!’

‘마, 마법사가 저리 무서운 사람들이었다니!’

‘이래서 다들 마법사, 마법사 하던 거였구나!’

마법사에 대해 소문으로만 들어 알고 있는 병사들과 달리 마법사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이비 단장과 찰슨은 병사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란 충격에 빠졌다.

‘저 나이에 고위 마법사라고?’

게이비 단장은 충격에 입을 다물지 못하였고.

반면 찰슨은 지난날 어스와 힘을 모아 대형 표범을 사냥했을 때를 떠올리며 혀를 내둘렀다.

천재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수개월 만에 보일 만한 성장이 아니기에.

‘기연이라도 있었나?’

그게 아니고선 설명할 길이 없었다.

당최.

쾅쾅쾅-!

* * *

원정대 전원을 충격에 빠트려 할 말 없게 만들어 버린 어스의 위력적인 행보는 지침도 없이 이어져 더더욱 사람들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쾅쾅쾅쾅-!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린 숲.

그와 함께 사라지는 몬스터.

그에 반해 어스의 상태창은 코인과 경험치로 풍악을 울리고 있었다.

또다시 멀쩡한 숲 상공으로 단숨에 이동한 어스는 십수 번 파이어 볼을 난사하였고 처음으로 기존의 알림과 전혀 다른 반가운 알림을 받았다.

-레벨업!

-업적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인벤토리 용량이 증가합니다.

이로서 어스는 레벨 50대에 발을 들여놓게 되었다.

지상에서 올라오는 거대한 연기를 피해 마나 회복 포션을 시원하게 들이킨 어스는 블링크를 통해 모습을 감추었다.

그가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파괴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온전한 숲의 상공이었다.

연기로 인해 쓰린 눈을 비빈 어스는 상태창을 열려다 이내 멈칫했다.

그의 시선을 끄는 건 피라미드였다.

‘저기구나!’

상태창 확인을 뒤로한 어스는 조속한 던전 완료를 위해 곧장 피라미드 상공으로 이동한 뒤 앞서 그랬던 것처럼 반복적인 파이어 볼 세례를 지상을 향해 쏘아댔다.

쾅쾅쾅-!

반면 지상의 코볼드 전사들은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허수아비처럼 족족 쓰러졌다.

그렇게 일방적인 학살로 끝이 날 것 같은 순간 기이한 힘이 어스를 지상으로 끌어당겼다.

마나 회복 포션을 마시려던 찰나에 벌어진 일이라 어스는 저항 한번 못 하고 곧장 아래로 추락했다.

“허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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