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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71화 (71/250)

071화

달려오는 리빙 아머를 향해 어스는 파이어 볼을 날렸다.

파이어 볼의 숫자는 총 6개였다.

두 번째 던전에서 레벨업을 통해 얻은 업적 포인트 2, 그리고 보스를 처치한 공로를 인정받아 얻은 업적 포인트 3, 이렇게 총 5개의 포인트는 지력에 2, 정신에 3을 분배하여 현재 어스의 지력은 30이 되었고, 정신은 41이 되었다.

정신 스탯의 투자로 그간 애매했던 275의 마나는 딱 맞아떨어지는 300이 되어 파이어 볼 6개를 동시에 시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알다시피 어스의 파이어 볼 보통의 마법사들이 시전 하는 파이어 볼과는 모든 면에서 뛰어난 화력을 갖추고 있다.

지력 스탯의 영향이 미친 덕분이다.

이처럼 스킬에 영향을 주는 건 비단 지력 스탯만이 아니다.

단독 스킬 강화 역시 가능했다.

이는 말도 안 되는 사기적인 능력이었다.

‘생각을 말자, 생각을. 그냥 그러려니 하는 게 편하지.’

파이어 볼 6개의 출현에 깜짝 놀랐던 하들리는 이내 고개를 내저으며 생각하기를 포기해버렸다.

그사이 힘차게 날아간 파이어 볼.

이를 얻어맞은 리빙 아머들이 일제히 뒤로 튕겨 나갔다.

온몸에 화염이 휩싸인 채.

파이어 볼 덕분에 주변은 한층 밝아졌다.

“3서클 마법은 안 통해. 미리 말해 준다는 게…….”

카멜이 한발 늦게 말하였다.

하지만 뒷말을 흐려지더니 더는 이어지지 못했다.

황당하게도 분명 3서클 마법임에도 리빙 아머가 바스러졌기 때문이었다.

이에 충격을 받은 카멜은 달려 나가는 것도 잊었다.

비단 카멜뿐만이 아니었다.

“파이어 볼인데, 파이어 볼이 맞는데 파이어 볼에 리빙 아머가 당해버렸어!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이지? 설마, 하자가 있는 건가?”

이 말은 프라이스가 하였다.

그런 프라이스의 가는 어깨에 두툼한 손이 툭툭 치며.

“어스잖아. 이젠 그러려니 해. 달리 괴물 마법사겠어.”

“그러네요. 어스가 어스 했을 뿐이네요. 그런데 파이어 볼이 전보다 더 강해진 것 같지 않아요? 크기도 그렇고 범위도 좀 더 넓어진 것 같은데 이것도 그냥 어스가 어스 했다고 봐야겠죠?”

그사이 어스는 인벤토리에서 마나 회복 포션을 꺼내 마셨다.

온전한 하급 마나 회복 포션 1병, 하급 마나를 희석한 포션이었다.

이렇게 마셔야 마나 총량에 딱 맞아떨어지는 마나가 회복된다.

전투 중엔 목이 마른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어스의 경우에는 목마를 새가 없었다.

포션으로 이를 대신하기 때문이다.

“약물 중독자.”

누군가 나직하게 말하였다.

누군가 싶어 고개를 돌린 어스는 루리아와 눈이 마주쳤다.

루리아는 급히 고개를 돌리며 시침을 뗐다.

‘설마, 루리아 누나겠어.’

착각이리라.

다른 사람이면 모를까 무뚝뚝하기가 세상 견줄 사람이 없는데, 다른 말도 아닌 저런 말을 한다? 지나가는 소가 분수의 정의에 대해 강의하는 게 더 신빙성이 있으리라.

지금은 리빙 아머에 집중할 때다.

녀석이 마도학의 산물이라 몬스터와 달라 코인은 기대할 수 없지 않을까 싶었지만 막상 처치하고 보니 코인을 습득할 수 있었다.

두당 25코인으로 이는 에이프보다 5코인이나 많은 수치였다.

‘에이프보다 강한가?’

애매했다.

이는 자신의 스킬 데미지가 전보다 강해졌음을 까먹은 탓이었다.

아무튼 리빙 아머도 어스의 상대는 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어스 혼자가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한 건 아니다.

한발 늦게 정신 차린 카멜, 하커, 호커, 그리고 프라이스가 가세하며 리빙 아머를 상대하면서 놈들의 숫자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마무리!”

호커의 마나 소드가 리빙 아머의 목을 날리며 전투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이번 전투로 어스는 1,225코인의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이로써 어스의 코인은 1만 4천에 육박했다.

빈 스킬 슬롯이 없는 관계로 코인의 사용처는 한정되고 말았다.

스킬 강화였다.

하지만 무작정 강화에만 이를 쓸 수도 없었다.

스킬 슬롯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그마치 3개나.

그러니 강화에 코인을 때려 부을 순 없었다.

칭호 활성화를 깔끔하게 포기한다면 모를까 남은 인생을 생각하면 아직은 포기하기 일렀다.

‘제발 여기서 조각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리빙 아머에선 건질게 없었다.

기능이 멈춰버린 리빙 아머는 흔적도 남기지 않고 사라지기 때문이다.

“사망자 손!”

카멜의 말에 모두가 웃었다.

평소였다면 어이없는 농담이었지만 이 상황에선 훌륭한 유머였다.

* * *

유적지라고 다 돈이 될 만한 것이 쏟아지는 건 아니다.

특히 도시 형태로 남은 유적지의 경우에는 재화가 모인 곳이 특정되어 있다.

세상에 빈부격차가 존재하듯 유적지 역시 그러한 편차가 있다.

다행히 이곳은 모험가들에겐 축복인 ‘부’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리빙 아머가 바로 그 증거였다.

덕분에 일행의 얼굴마다 활력이 감돌았다.

과거의 건축물과 현대의 건축물은 같은 듯 다른 모습을 하였다.

현대의 건축물은 1, 2층의 지하를 가지는 반면 과거의 건축물은 지하실의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이곳은 지하 유적지였기에 그러한 지하실이 존재할까 의구심이 들었다.

이는 곧 해소됐다.

탐지와 스캔 마법이 대가의 경지에 이른 하들리가 방향을 위쪽으로 잡았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계단이 미쳤네.”

“블링크 쓸 생각 말고 걸어가.”

“위쪽은 너무 어두워서 어차피 못가요.”

설사 갈 수 있더라도 계단에 무슨 함정이 있을지 알고 무턱대고 가랴.

“그래? 잘 됐네. 이참에 하체 운동한다고 생각해.”

“운동이 아니라 이건 노동이죠. 더구나 계단 높이를 봐요. 허들도 아니고.”

“업고 가주랴?”

수치스럽게 사느니 차라리 집돌이로 평생 살지 어찌 이 나이에 업혀간단 말인가.

더구나 루리아까지 있는데.

“그냥 운동이다 생각하고 오를래요.”

“사실 너 몸을 너무 아끼는 경향이 있어. 그래선 제대로 된 몸은 만들 수 없어.”

“나처럼 몸을 험하게 굴리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마법사로는 그렇지만 검사나 전사의 눈엔 넌 낙제생이다.”

가슴에 비수를 쿡 박아 넣은 하커는 이내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같은 마법사인 하들리도 발에 날개를 달았는지 쭉쭉 올라가고 있었다.

모두가 떠나고 혼자가 되었나 싶었는데.

“같이 올라가 줄게.”

루리아가 옆에 남아 주었다.

그래, 다 떠나도 돼.

의형제는 개뿔.

그렇게 어스는 루리아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계단을 올랐다.

계단 턱이 제법 높아 꽤나 힘들었다.

‘브, 블링크를 줄여야겠어. 너무 힘드네.’

곁눈질로 살핀 루리아는 이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표정하나 변하지 않았다.

그에 반해 다리까지 달달 떨고 있으니 이 모습이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다.

이런 그의 비참한 심정을 불쌍히 여긴 것일까?

-민첩 스탯 0.1이 상승합니다.

-힘 스탯 0.1이 상승합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대박이 터졌다.

둘 중 하나만 줘도 감사한 노릇인데 힘과 민첩 스탯이 더불어 올랐다.

‘기쁘긴 기쁜데…… 아직, 더 가야 하다니.’

다른 이들은 이미 정상에 도착하여 편안하게 쉬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블링크로 단숨에 이동할 수 있는데.

‘양심 없는 짓이지.’

자신과 보폭을 맞춰서 함께 움직여준 루리아를 생각하면 자신만 살겠다고 먼저 올라가는 건 양아치나 할 짓이다.

“힘들면 쉬었다 갈래?”

“그 정돈 아니에요. 이래 봬도…….”

스탯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 입을 다물었다.

어스는 이를 악물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몰래몰래 쥐어짜며 계단을 올랐다.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그는 승리할 수 있었다.

단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왔으니까.

털썩.

‘쥐, 쥐가…….’

갑자기 찾아온 쥐로 인해 마지막은 볼썽사나운 꼴을 면치 못했지만, 그에 신경 쓸 수 없었다.

어스의 상태를 알아차린 루리아가 섬섬옥수로 다리를 주물러주었다.

그러자 거짓말처럼 쥐가 풀렸다.

마법이라도 부렸나?

“어, 어떻게?”

“자주 겪던 일이라 어딜 만지면 풀리는지 알게 됐어. 아마 다른 이들도 마찬가질 거야.”

귀족가의 영애로 태어났음에도 자신의 꿈을 위해 어려움도 마다하지 않는 루리아의 정신에 어스는 부끄러움을 느꼈다.

어스가 민망해하자 루리아는 자리를 피해 주었다.

그 자리에 프라이스가 쑥 들어왔다.

“좋냐?”

“무슨 소리야?”

“알면서 시침은. 너 루리아 좋아하잖아.”

“누, 누나는 내게 은인이야. 마차에 치일 뻔한 걸 구해주고 또…… 귀족이랍시고 잘난 척하는 재수 없는 녀석에게서도 날 보호해 줬다고. 그걸 알면서도 그런 말 하는 건 아니지.”

짜증을 와락 내고 일어선 어스는 거대 청동 문 앞에 모여 있는 이들에게로 가버렸다.

그런데 그의 걸음걸이가 평소와 달리 많이 어색했다.

그도 그럴 것이 루리아를 의식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루리아 누나도 들었을 텐데 별다른 반응이 없는 걸 봐선…… 역시, 난 아닌가 보네.’

자신의 운명의 별은 짝사랑의 별이 아닐까?

급 침울해진 어스였다.

그렇다고 빤히 보이는 모습은 하고 없었기에 어스는 의도적으로 일행이 하고 있는 일에 집중했다.

문은 열라고 만들어졌지만 유적지의 문은 함부로 열어선 안 된다.

특히 외부인의 침입을 막기 위한 조치가 취해진 곳에선 특히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이를 잘 알기에 하들리는 전보다 더욱더 꼼꼼한 스캔 작업에 돌입한 상태였다.

중간에 마나가 다하면 마나 연공을 통해 마나를 보충했다.

마나 회복 포션과 함께.

‘나도 마나 연공법 있는데.’

수련 시간이 짧아서인지 아직 아무런 효과도 볼 수 없었다.

하다못해 마나조차 느끼지 못했다.

마나가 기반인 스킬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어째서 자신은 마나를 느끼지 못하는 걸까? 마나 연공법이 잘 못인가? 아니면, 페어몬트가 준 마나 연공법이 너무 구식이라서?

지끈.

연공법만 생각하면 머리가 절로 지끈거리는 어스였다.

마나를 어느 정도 회복한 하들리가 스캔을 통해 문을 다시 꼼꼼히 살폈고 드디어 문을 열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문을 여는 일은 페어몬트가 하였다.

하들리가 해도 될 것을 어째서 페어몬트가 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다들 유경험자니 필시 이유가 있을 테니까.

페어몬트가 까치발까지 하며 조작하자 청동으로 만들어진 거대 문이 열렸다.

오래된 문이라 듣기 싫은 쇳소리를 듣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런 소음은 일절 없었다.

활짝 열린 문 안의 전경은 세월이 무색하게 먼지 한 톨 찾을 수 없었다.

너무나 깔끔한 모습이 오히려 위화감을 불러일으켰다.

하들리는 즉시 스캔과 탐지 마법을 시전했다.

모두가 하들리의 입만 쳐다보았다.

하들리의 관자놀이에서부터 시작된 땀방울이 또르르 흘러 턱 끝에 잠시 머물다 아래로 떨어지자 그제야 그의 입이 열렸다.

꽤나 곤혹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미안하지만 내 힘으론 역부족이야.”

항복을 선언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시선이 자연스레 어스를 향하였다.

‘나, 나도 몰라 이 사람들아!’

내심처럼 솔직해야 하는데, 그랬어야 했는데 루리아를 의식해서 그만 엉뚱한 말을 하고 말았다.

“제가 해볼게요.”

말하고 나서 후회했다.

실언이라고 수습하기엔 분위기가 너무 뜨거웠다.

“역시, 괴물 마법사.”

“쟤가 나랑 의동생 맺었잖아. 하하하.”

“오! 역시.”

“카멜이 어스를 영입한 건 신의 한 수였어.”

이러니 사지라도 걸어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마, 망했다.’

* * *

대륙 전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검은 소용돌이.

이것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뤼빅스 대륙의 모든 왕국과 마탑이 힘을 모았다.

학계에서도 두 팔 걷어붙이고 나섰다.

교단 역시 이 일에 적극 동참했다.

그러나 뤼빅스 대륙의 모든 힘이 투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내 검은 소용돌이에 대한 단서를 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자료조사만 하고 있을 수 없었다.

민심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와 같은 민심은 교단의 힘도 통하지 않았다.

신앙심보다 공포심이 더 컸기에.

이에 어쩔 수 없이 각 왕국은 교단과 마탑의 협조를 구하여 대규모 원정대를 결성하여 검은 소용돌이로 파견했다.

어떠한 단서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의 파견이었기에 원정대 모두 유서를 작성하고 떠났다.

목숨을 도외시한 그들의 출정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고, 그 덕분에 최악으로 치닫던 민심은 그제야 안정을 되찾았다.

이제 모든 이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기도했다.

원정대의 무사 귀환을, 일련의 어지러운 사태에 대한 단서와 해결책을 기도하며 기다렸다.

하지만 사람들의 이와 같은 간절한 바람은 놀랍게도 의외의 장소에서 이루어졌다.

그곳은 헥터 왕국의 하우든 백작 영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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