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9화
공격은 최선의 방어다!
용병 마법사로 활동할 당시 동료였던 니코가 온갖 폼을 잡으며 어스에게 해준 말이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어스는 전율을 느꼈다.
이후 그는 이 말을 되새기며 마법사로서의 지표로 삼았다.
그래서 공격 스킬을 제외한 다른 스킬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첫 던전에 휘말리기 전까진.
물론 일루젼과 블링크의 구입을 후회하지 않았다.
구명줄이 되어준 스킬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에도 비공격 계열의 스킬을 구매할지를 두고 짧은 순간이지만 내적 갈등을 심하게 겪었다.
하나 마지막 순간에 니코가 해준 말이 영감처럼 떠오르며 그의 마음은 공격 계열로 이동했다.
그 스킬은 바로 체인 라이트닝이었다.
지붕에 뚫린 구멍은 점차 벌어지고 있었다.
이것만 보면 암담하다.
하지만 역으로 저 상태의 지붕을 이용할 방법이 있다면 상황은 또 달라진다.
상황 역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어스는 체인 라이트닝을 선택했다.
구멍의 지름이 크든 작든 체인 라이트닝은 이에 상관없이 그 모든 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
이후엔 여력이 다할 때까지 이어지는 공격을 할 수 있다.
스킬의 힘을 증대시키는 방법!
어떻게 분배하면 잘 분배했다고 뿌듯할까 고심하느라 남겨둔 미 분배 업적 포인트 10.
어스는 이를 지력 스탯에 모조리 박아 넣었다.
스킬 위력을 높이기 위해.
‘체인 라이트닝!’
번쩍!
비장의 한 수로 선택했던 어스의 체인 라이트닝이 구멍을 지나 하늘 높이 솟구쳤다.
쩌저저저저-쩡!
지붕을 타격하는 둔중한 소음이 번개의 포효와 함께 삽시간에 사라졌다.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하피의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어스만이 들을 수 있는 알림.
-하피를 처치했습니다. 30코인을 습득합니다.
……
……
……
알림이 쏟아지고 있었다.
‘성공이다!’
어스는 속으로 환호작약했다.
반면 비장한 각오를 세웠던 그의 동료들은 뜻밖의 상황에 놀라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다 일제히 어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 짧은 사이 또다시 새로운 마법을 그가 구사하였기에 그들로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마법은 식은 스프 따위가 아니다.
더구나 고 서클의 마법은 그 하나를 익히는 데 있어 긴 시간과 공이 필요하다.
그리고 하나 더해 궁합 역시 맞아야 한다.
이처럼 세 박자가 척척 맞아야만 비로소 익힐 수 있는 게 마법이다.
그러한 마법이, 그것도 고 서클에 해당하는 체인 라이트닝이 어스의 손에서 발출되었으니 이를 본 사람들이 심정은 놀람으로 뒤집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하들리의 충격은 상상을 불허했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의구심, 당장이라도 질문을 쏟을 듯 움직이는 그들의 입을 일별하며 어스는 마나 회복 포션을 마셨다.
질문은 나중에.
물론 그들의 질문에 속 시원한 대답은 시간이 충분히 있어도 불가능하다.
스킬을 사용하는 어스 본인도 이 힘의 출처나 원리 따윈 전혀 알지 못했으니까.
‘체인 라이트닝!’
또 다른 구멍을 향해 두 번째 체인 라이트닝을 날려 보냈다.
쩌저저저저-쩡!
막힌 속을 뻥 뚫어주는 시원시원한 울림과 함께 또 한 번 찢어지는 비명이 난무했다.
그 뒤를 이어 멀어지는 급박한 날갯짓 소리가 들린다.
……
……
……
-하피를 처치했습니다. 30코인을 습득합니다.
-레벨업.
-업적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됐어!’
대미는 레벨업 알림이 장식했다.
하피의 괴악한 울음소리도, 놈들의 날갯짓 역시 모두 사라지고 없다.
당연히 노임이 구축한 캠프의 지붕을 두드리는 소리 역시.
잠시 잠깐 내려앉은 묵직한 침묵은 막힌 둑이 폭발하듯 터졌다.
둑을 부수고 쏟아진 물줄기는 당연히 어스에게로 향했다.
“그, 그 마법은 뭐야?”
“녀석아, 그런 게 있으면 진작 써야지. 수명이 10년은 단축됐잖아.”
“역시, 어스다!”
“천재가 괜히 천재가 아니라니까.”
그러나 모두가 기뻐하지 않았다.
의구심도 있었다.
마법사 하들리였다.
“체인 라이트닝……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거 아니었지?”
“하들리 형, 형 말투가 좀 그러네. 지금 어스를 취조하는 거야?”
의형제를 맺은 프라이스가 어스를 대신하여 하들리에게 화를 냈다.
그에 하들리는 깜짝 놀라 손사래 쳤다.
“그, 그게 아니라 너무 놀라서 그래. 아무리 천재라도 저 서클도 아니고 고위 서클에 들어가는 체인 라이트닝을 단숨에 익히는 건 불가능해. 그리고 무엇보다 그 어떤 마법사도 2개 이상의 속성을 가진 사례가 없었어.”
“뭐야? 그 때문에 그런 거야? 우리 어스가 어떤 마법산지 잊었어? 녀석은 천재라고, 그냥 천재도 아니고 초천재. 그러니 범인이 어찌 알 수 있겠어. 그냥, 이 순간을 기뻐하면 돼. 다들 안 그래요?”
프라이스의 열과 성을 다한 연설에 사람들은 적극 동의했다.
그러한 분위기에 하들리는 자신의 의문을 더 이상 드러낼 수 없었다.
‘이게 의형제의 힘인가?’
자신을 대신해 모든 의문을 잠재워버린 프라이스를 향해 경의를 표한 어스는 상태창을 확인했다.
상태창을 들여다보는 어스의 표정이 애매모호하다.
하피를 물리친 건 두말할 필요 없이 기쁘고 안심되는 일이었지만, 꽉 차 버린 스킬 슬롯을 보니 착잡함을 금할 수 없었다.
다른더 상위의 스킬을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었다.
물론 어스에게 한 가지 방법이 있었다.
‘내겐 칭호가 있어. 녀석만 활성화하면 돼.’
착잡한 마음을 애써 위로한 어스는 프라이스를 재촉하여 마나 회복 포션을 마시도록 했다.
당장은 하피들이 후퇴했지만 언제 다시 들이닥칠지 모를 상황에서 프라이스의 회복은 그 무엇보다 중요했으니까.
“나도 너처럼 포션을 복용하자마자 회복되면 좋을 텐데. 체질도, 재능도 모두 특별해서 좋겠다.”
“그런 사람이 의동생이잖아.”
답례를 바라는 마음으로 프라이스의 비위를 맞춰준 기회를 포착하는 맹수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하들리의 눈을 피해 카멜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속전속결이 답이야.’
이리 뇌까리며.
* * *
다구리엔 장사가 없다.
하물며 숫자가 우위인 놈들이 비행형 몬스터일 경우엔 더 그러하다.
이에 어스는 단독으로 보스 사냥을 카멜에게 건의했다.
이번엔 카멜도 그리고 다른 이들도 그를 만류하지 못했다.
쇠뿔도 단김에 뽑듯 어스는 그 길로 곧장 돌산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 전에 업적 포인트의 분배도 잊지 않았다.
지력 스탯에 분배하려다 이번엔 정신 스탯에 분배했다.
포션을 마실 여유가 없을 경우를 산정한 선택이었다.
“밖에서 봐요.”
앞서 보스를 처리하자마자 던전 내의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지만.
“조심해.”
“우리도 따라가마.”
“그러세요.”
저들은 던전이 아닌 밖에서 볼 확률이 높을 것이다.
굳이 자존심에 상처가 될 말은 하지 않았다.
어스는 블링크를 거듭 사용하여 단숨에 돌산에 당도했다.
이렇게 오면 간단한 것을.
이제부터가 문제다.
상공에서 보았을 때와 달리 돌산의 규모는 매우 컸다.
일일이 걸어서 수색하려 들었다간 족히 열흘 이상은 걸리지 않을까 싶다.
이러니 블링크를 애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블링크!’
포션을 물처럼 마시며 본격적인 수색에 들어갔다.
마나 회복 포션이 없었다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운이 좋았는지 10분이 채 안 되어 미심쩍은 장소를 발견했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골짜기였다.
골짜기 입구에 내려선 어스는 포션으로 마나를 가득 채운 다음 창을 움켜쥐고서 골짜기로 들어갔다.
20여분을 울퉁불퉁한 오르막길과 내리막길 그리고 절벽의 좁은 돌출부를 딛고서 이동하자 안개가 없는 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시야가 트이자 마음까지 탁 트인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가 서 있는 절벽 한참 위쪽은 여전히 짙은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저 안개가 아니었다면 진작 저 분지를 발견할 수 있었을 텐데.
분지에 발을 딛기 위해선 절벽을 기어서 내려가야 한다.
그러나 그에겐 그런 수고 따윈 남의 이야기였다.
안개가 시야를 가리지 않은 지금은.
‘블링크.’
단숨에 분지에 내려선 어스는 재빨리 포션을 마신 뒤 걸음을 옮겼다.
울긋불긋한 색색의 꽃들이 지면을 뒤덮고 있었다.
꽃을 좋아한다면 이곳에 집을 짓고 한평생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한참을 걸어가자 냇가가 보였다.
야생 동물들이 삼삼오오 모여 물을 마시고 있었다.
그런 놈들의 뒤로 맹수가 슬금슬금 접근했다.
‘이렇게만 보면 던전이나 바깥이나 다를 바 없는데 말이야.’
대체 던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걸까? 세계와 세계가 충돌하여 그 여파로 대륙이 생겨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혹시 던전이란 장소도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게 아닐까?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엉뚱한 생각에 빠진 자신을 채찍질하며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 순간 맹수가 목을 축이고 있는 커다란 사슴을 공격했다.
하지만 결과는 예상과 달리 오히려 맹수가 죽었다.
선혈이 낭자한 고깃덩이가 되어 휙 날아갔다.
일련의 사태에 깜짝 놀란 동물들이 후다닥 달아나며 일대는 소란에 휩싸였다.
어스의 눈엔 이 모든 게 들어오지 않았다.
방금 맹수를 날려 버린 존재만이 그의 눈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보스?’
독수리의 머리에 수사슴의 몸을 가진 기이한 생물체가 미친 존재감을 뿜어내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놈과 눈이 마주치자 전율을 느꼈다.
오싹.
무심한 듯 보이던 놈의 두 눈에서 돌연 살기가 폭발하듯 뿜어졌다.
멍하니 바라봤을 뿐인데.
팟!
놈이 지면을 박찼다.
질풍도 따라잡을 법한 가공한 속도였다.
‘새대가리 새끼가 선전포고도 없이. 블링크.’
놈이 제아무리 빠른 듯 어찌 블링크와 견줄까.
어스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지자 놈이 급히 제동을 걸었다.
그사이 상공으로 이동한 어스는 파이어 볼을 날렸다.
마나 : 35/285.
스킬 두 번 쓴 영향으로 남은 마나는 고작 35.
확실히 마나통이 작긴 작다.
‘짜증 나네.’
파이어 볼이 통할까?
일반적인 파이어 볼과 달리 지력 스탯이 적용된 스킬 파이어 볼의 위력은 그보다 훨씬 강력하다.
그럼에도 놈의 덩치와 신비한 기운 탓에 파이어 볼이 효과를 보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스는 이 느낌을 무시하지 않았다.
냉큼 마나 회복 포션을 마신 어스는 자신이 가진 스킬 중에서 가장 강력한 위력을 자랑하는 콜 라이트닝을 시전했다.
콜 라이트닝과 체인 라이트닝은 동급이나, 위력은 콜 라이트닝이 체인 라이트닝을 압도한다.
콰르르릉, 번쩍!
파이어 볼에 시선을 빼앗겼던 놈의 정수리로 콜 라이트닝이 떨어졌다.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공격에 놈의 커다란 몸이 크게 휘청거리더니 이내 앞다리가 구부러졌다.
이에 어스는 내심 환호성을 터트렸다.
그러나 그런 그의 환호는 이내 사라졌다.
놈이 구부린 앞발을 다시 펴 똑바로 섰기 때문이었다.
“콰라라라라라-!”
그렇다고 콜 라이트닝이 전혀 효과가 없던 건 아닌 듯 약화된 느낌이 들었다.
한방에 안 간다면.
꿀꺽.
‘콜 라이트닝!’
두 번.
콰르르…… 번쩍!
버텼다.
‘미친!’
두 번의 콜 라이트닝에 당해 휘청거리는 놈의 가슴팍을 그제야 들이박는 파이어 볼.
펑-!
보기엔 파이어 볼이 더 큰 피해를 입힌 것 같아도 콜 라이트닝의 공격을 받은 다음 놈이 보이는 반응을 떠올리면 파이어 볼은 콜 라이트닝의 발꿈치도 따라가지 못하는 듯 보였다.
스킬에 계속하여 두들겨 맞자 이에 격분한 놈이 괴성을 터트리며 지금껏 드러내지 않던 날개를 드러냈다.
‘대가리만 독수리 아니었어?’
블링크를 반복하며 놈을 공격하느라 멀미까지 날 지경이다.
그래도 놈의 공격이 닿지 않는 상공이었기에 위험부담은 전혀 지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젠 이를 바랄 수 없을 것 같았다.
살짝 굽혀진 놈의 다리가 펴지자 놈의 신형은 단숨에 어스가 위치한 상공까지 도착했다.
지상을 달리는 속도와 비교할 수 없이 놈의 비행 능력은 빨랐다.
어째서 이제야 사용하는 걸까?
‘비행 중엔 약점이라도 노출되는 건가?’
놈이 작정하고 붙었다.
그래 봐야 블링크 앞에선 굼벵이일 뿐이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정신없이 나타나고 사라지기를 반복하며 간간이 스킬을 날렸다.
지면을 박차고 날아오를 때까지만 해도 기세당당하던 놈은 이에 크게 당황했다.
그럼에도 이를 악물고서 어떻게든 밤톨만한 꼬마 인간을 잡겠다며 노력했다.
다들 알다시피 세상일이란 게 어디 노력만 갖고 되는 일이 몇이겠는가.
놈의 노력은 매번 허사였고, 그때마다 놈의 체력은 쭉쭉 빠져나갔다.
그게 눈에 보일 지경이다.
한번 멀찍이 물러선 어스는 콜 라이트닝을 연속으로 날렸다.
콰르르릉, 번쩍, 번쩍, 번쩍.
스킬이 시전 될 때마다 어스의 손에선 연방 빈 포션 병이 아래로 떨어졌다.
그 노력이, 그 투자가 드디어 결실을 보았다.
“끄아아아아아아-!”
처음으로 괴물의 입에서 비명다운 비명을 들었다.
그 비명이 어스가 들은 놈의 마지막 비명이었다.
-던전 보스 바르고를 처치했습니다.
-8,000코인을 습득합니다.
-업적 포인트 3이 지급됩니다.
-레벨업.
-업적 포인트 2가 지급됩니다.
홀로 먼 길을 떠나버렸다.
놈이 죽자 던전 전체가 일그러지며 그 안에 있던 외부인들은 모두 외부로 배출됐다.
이전에도 그러했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