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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61화 (61/250)

061화

블링크를 통해 천라지망에서 털끝 하나 다치지 않고 무사히 빠져나온 어스는 어느 이름 모를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근방에서 가장 큰 나무였기에 전망하나는 환상적이었다.

온통 초록, 초록…… 또 초록.

‘정신병 걸리겠네.’

그런데 이도 잠시. 초록의 지평선 끝에서 돌연 불길한 회색 구름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황무지라면 모를까 먼지구름일 리 없다.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발생한 구름이라기엔 고개만 잠시 위로 돌려도 볼 수 있는 하늘은 티 하나 없이 맑다.

‘꺼림칙하네.’

저 현상 또한 마녀의 아들을 살해한 것과 연관된 현상중 하나일까?

부정하고 싶지만 생각은 자꾸 그쪽으로만 치우쳤다.

그렇다면 이 상황을 어찌 타개해야 할까?

‘이참에 들이받아 버려?’

답은 간단하다, 마녀만 죽이면 된다.

그놈만 죽이면 되는데, 그러면 괴상망측한 던전에서도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는데, 그러자니 스스로의 능력에 도통 자신이 서지 않았다.

‘엄마가 아들보다 강하란 법은 없지 않나?’

어스는 냉큼 서쪽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쯤 어딘가에 마녀 타라카가 있으리라.

잠시 그곳을 노려보던 어스는 동료들이 있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승리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선 아무래도 혼자보단 여럿이 좋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던전의 모든 몬스터들이 자신을 잡아 죽이기 위해 미쳐 날뛰는 상황에서 그들과 함께 과연 마녀가 있는 곳까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지면에 발만 디디면 몬스터들이 득달같이 몰려오는 기이한 현상만 벌써 네 번이나 겪었다.

이 때문에 애꿎은 마나 회복 포션만 네 병이나 낭비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볼품없는 모양새로 나무에 매달려 있을 수밖에 없었다.

높은 곳이라면 질색인 그에게 있어 이는 무척이나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저놈의 안개만 아니면 좀 더 생각을 해 볼 텐데.’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았다.

마나 회복 포션이 넉넉하다면 모를까 이런 식으로 도망만 치다간 조만간 포션도 동이 날 게 뻔했다.

그러니 그나마 포션이 부족하지 않은 지금이야말로…….

‘역시, 맞짱밖엔 답이 없겠어.’

숲을 내달리는 불길한 회색 구름을 일별한 어스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큰 도박을 결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블링크.’

* * *

자식을 잃은 마녀 타라카, 그녀는 자신의 호위 병력까지 모조리 아들의 원수를 죽이기 위해 출동시켰다.

그래서 그녀의 영역엔 그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이는 어스의 입장에선 호재가 아닐 없었다.

이를 감안하고 그녀의 아들을 죽인 건 아닌데.

아무튼 마녀의 영역에 도착한 어스는 처음으로 울긋불긋한 색색의 들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들판 한가운데 통나무로 지은 아름다운 2층 집이 낮은 울타리를 두르고 서 있었다.

‘저게 마녀가 사는 집인가?’

마녀가 사는 집이라고 하기엔 너무 동떨어진 분위기에 주소(?)를 잘 못 찾아온 게 아닐까 싶었지만 던전에서 이보다 더 특이한 장소도 없었기에 의혹은 일단 접어두고 통나무집을 관찰했다.

그렇게 한 시간을 관찰하고 있을 무렵 현관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여자가 나왔다.

꽃들 사이로 달리던 바람이 주인을 반기는 개처럼 마녀를 반기자 백발이 휘날렸다.

덕분에 머리카락에 가려진 마녀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마녀의 얼굴을 보게 된 어스는 깜짝 놀랐다.

‘마녀라며? 저건 누가 봐도 미인이잖아!’

진짜 주소를 잘못 알고 온 건가?

‘곤란하군.’

상대가 마녀면 콜 라이트닝을 제대로 먹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만약 마녀가 아니라면 오히려 마녀의 경각심만 높일 수 있다.

거기에 더해 애꿎은 피해자를 내는 일이기에 어찌 행동해야 할지 어스는 판단력 장애를 겪어야만 했다.

하나 그의 그런 고민은 길지 않았다.

“제 발로 찾아왔구나. 내 아이의 원수.”

‘미친, 진짜 마녀였어?’

“쥐새끼처럼 숨어 있지 말고 당당히 나서라.”

‘저 몸으로 어떻게 그 큰 놈을 낳을 수 있는 거지? 마녀라서 가능한 건가? 그런데 저 마녀는 내가 여기 있는 거 어떻게 안 거지?’

땅에 발도 딛지 않았다.

그럼에도 마녀가 단번에 알아본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게 무슨 상관이지? 마녀 맞잖아. 저 예쁜 아줌마만 죽이면 되는 거잖아.’

어스는 마녀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당당하게 나서기로 한 것이다.

딱 절반만.

‘콜 라이트닝!’

쩌저저저적, 콰캉가가가가캉-!

지상을 향해 내리꽂히는 백색의 굵직한 뇌전!

든든하다.

하지만 상대는 마녀다.

또한, 신비한 이 세계의 주인이다.

그러하니 그 격에 맞춰야 하지 않을까?

그래서 스킬을 시전함과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마나 회복 포션을 들이켰다.

‘콜 라이트닝!’

쩌저저저적, 콰캉가가가가캉-!

‘두 번은 섭섭할 거야.’

또 한 병 들이켰다.

쩌저저저적, 콰캉가가가가캉-!

또.

쩌저저저적, 콰캉가가가가캉-!

몸살을 앓게 된 하늘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무려 수십 번을 시전했다.

그런데,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기다리던 알림이 들리지 않았다.

‘젠장.’

어렵고 힘든 여정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동료들과 함께 왔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포션은 포션대로 쓰고 결과를 얻지 못했으니 손해 막심이 아닐 수 없었다.

자신이 보유한 가장 강력한 스킬에도 마녀가 버티자 어스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블링크를 시전했다.

또 한 병 줄어든 마나 회복 포션.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분명 블링크를 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야 끝이 아닌.

“너로구나! 내 아이를 죽인 원수!”

환장하게도 블링크가 마녀의 코앞에 내려주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이 찍혀도 이보다 통렬하진 않으리라.

“헉!”

마녀면 마녀답게 생겨야 함에도 불구하고 기똥차게 아름다운 미녀는 어스의 목을 움켜잡았다.

손이 그리 크지 않은데 어찌 자신의 목을 한 손에 움켜쥘 수 있는 것인지.

“컥!”

그리고 악력은 왜 이리 센 건지.

아프진 않다.

숨이 막히는 것도 아니다.

생명력이 지금의 모든 피해를 감당하고 있기에.

‘파이어 볼!’

지근거리에서 파이어 볼을 사용하는 건 너 죽고 나 죽자는 자폭 행위다.

하지만 이 방법 이외엔 도저히 마녀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에 어스는 눈물을 머금고 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생명력은 줄어들지, 딱히 방법은 없지.

그나마 생명력이 조금이라도 더 남아 있는 지금이 아니면 영영 기회가 없을 것 같아 그 짧은 순간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쾅-!

파이어 볼이 폭발하며 충격파가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파이어 볼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꽃으로 뒤덮었다.

마녀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꺄아아아아아-!”

의외였다.

‘콜 라이트닝엔 멀쩡했잖아?’

파이어 볼을 사용한 건 탈출하기 위함이다.

이런 상황은 계산 밖이었다.

‘설마 불에 약한 건가?’

그렇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어쩌다 보니 화속성 스킬만 세 개를 보유하고 있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볼.

파이어 버스터.

생명력 : 15/210.

잠시 딴생각을 하는 중에 생명력이 쪼그라들었다.

이에 화들짝 놀란 어스는 냉큼 치료 포션을 들이켰다.

하급이 아닌 중급 포션으로 연속 두 병을 털어 넣었다.

몸에 붙은 불을 꺼야 하지만 포션을 마시는 데 시간을 너무 썼기에 이를 무시하고 파이어 버스터를 날렸다.

아차, 마나.

다급한 나머지, 아니 치료 포션을 마시느라 마나 회복 포션을 마시는 걸 깜빡한 걸 깨들은 어스는 냉큼 마나 회복 포션을 마시고 앞서 실패한 파이어 버스터를 날렸다.

연속으로.

쾅! 쾅!

파이어 볼과는 비교할 수 없는 범위와 화력을 지닌 파이어 버스터는 마녀의 몸에 명중했다.

연이은 두 번의 공격으로 마녀의 입에선 더 큰 비명이 터졌다.

고통에 찬 비명인지, 분노에 찬 비명인지 조금씩 헷갈릴 때쯤 마녀의 몸뚱이가 정수리부터 사타구니까지 쩍 갈라지며 그 안에서 쭈굴쭈굴한 여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모습이야말로 마녀 타라카의 실체였다.

“죽인다, 죽이고 말겠다! 개 같은 어린 인간!”

열이 뻗칠 대로 뻗힌 마녀가 손을 휘저었다.

아무렇게나 휘두른 그 손에 의해 생성된 바람이 칼날이 되어 허공과 지면을 할퀴었다.

또한 입으론 저주를 쏟아냈다.

저주는 연기가 되어 주변을 잠식했는데 잠식당한 곳은 식물이든 토양이든 모조리 새까맣게 변해 버렸다.

경험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저기에 닿는 순간 ⨉되리란 걸.

‘블링크.’

눈보다 빠른 동작으로 마나 회복 포션을 들이킨 어스는 허공을 향해 공간 이동했다.

그 위에서 어스는 재빨리 마나 회복 포션을 들이키며 미쳐 날뛰는 마녀의 정수리를 향해 파이어 버스터를 선사했다.

‘파이어 버스터! 파이어 버스터!’

이 순간, 마녀도 그리고 어스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데 모든 걸 내걸고서 난사에 목숨을 걸었다.

죽음의 연기, 칼바람.

파이어 버스터의 향연은 그래서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블링크! 꿀꺽. 파이어 버스터! 파이어 버스터!’

서로가 서로의 옷깃 하나 스치지 못하고 있는 싸움이었지만 그 싸움은 그 어떤 싸움보다 치열하고 위험하고 또 사나웠다.

일대를 모조리 초토화시키고 또 시켜,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지형지물마저 바꾸는 격렬한 마법사와 마녀의 싸움,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싸움의 승기는 블링크를 적절히 이용한 어스에게로 승리의 여신이 손을 내밀고 있었다.

“이, 인간이 무한의 마나를 가지고 있다니! 넌 대체 뭐냐? 드래곤이라도 되는 것이냐!”

마녀의 입에서 처음으로 당혹감이 깃든 목소리가 터졌다.

포션 마시는 걸 못 봤나? 아무튼 상관없다.

중요한 건 마녀와의 대화가 아니다.

‘뒈져, 제발 죽어라! 배 터져 죽을 것 같다고-!’

쉴 새 없이 마셔댄 포션으로 인해 배 터져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파이어 버스터! 파이어 버스터! 꿀꺽, 블링크! 꿀꺽. 제에에엔자아아아앙-!’

* * *

세상엔 영원한 건 없다.

영원한 건 진실뿐.

마녀로 하여금 종족 자체를 의심케 만든 어스는 끝없는 물량(?)전을 통해 끝내 마녀의 명줄을 끊는 데 성공했다.

-던전 보스 마녀 타라카를 처치하였습니다.

-첫 던전 완료입니다.

-모슨 스탯 +1 확정 증가 보상이 지급되었습니다.

-1만 코인이 지급되었습니다.

-던전이 파괴되었습니다.

-비 던전 생명체는 모두 던전 밖으로 송출됩니다.

-레벨업!

-레벨업!

……

……

-레벨업!

포션의 ‘ㅍ’자만 들어도 욕지기가 올라올 지경에 이른 순간 듣게 된 알림에 어스는 그제야 반사적으로 입으로 가져가던 포션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하아, 하아.

힘든 싸움이었다.

고통스러운 싸움이었다.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은 끔찍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는 말처럼 결과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그를 만족시켰다.

‘앞으로 폐가는 절대 안 들어가!’

* * *

번쩍, 쏴아아아아.

휘위이이잉.

던전에서 나오자마자 어스는 거센 비바람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방금까지 마녀의 집 앞마당에 뻗어 있었는데.

‘앗! 밖이구나. 밖이야!’

그런데 어째서 아직 현실에선 비가 내리는 걸까?

그리고 이상한 그 폐가는 어디 가고 왜 여기 있는 건지.

모든 게 의문이었다.

‘그게 뭐 중요해 중요한 건…… 루리아 영애는?’

어스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서 주변을 살폈다.

그런 그의 눈에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일행이 들어왔다.

페어몬트, 프라이스, 카멜, 루리아.

‘나머진?’

하들리, 하커, 호커가 보이지 않았다.

설마 던전에서 나오지 못한 걸까?

그의 우려는 곧 사라졌다.

“어스!”

‘이 목소린?’

깜짝 놀라 돌아선 어스는 지친 기색으로 손을 흔들고 있는 하들리를 볼 수 있었다.

그의 뒤에 서서 고개를 내젓고 있는 하커와 호커 쌍둥이도.

다행이다, 정말.

반가운 마음으로 그들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페어몬트, 프라이스, 카멜, 루리아도 의식을 회복하고 몸을 일으켰다.

“여, 여긴 뭐야?”

“또 이상한데 끌려 온 건가?”

“페, 페어몬트 저기 어스예요! 어스라고요! 다른 사람들도 다 멀쩡하다고요!”

“던전이란 곳에서 빠져나온 것 같아요. 저기 말과 마차가 있어요.”

모두가 무사한 걸 확인한 사람들은 감격하여 한 몸이 되어 진창이 된 바닥을 뒹굴었다.

옷? 얼마든지 버려도 상관없었다.

지옥에서 돌아왔는데 이깟 옷쯤이야.

모두가 기뻐 환하게 웃는 그 순간 어스는 슬쩍 상태창을 열어보고 있었다.

‘지려버리겠네.’

함박웃음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당장은.

“가까운 마을로 가죠.”

쉬고 싶었다.

미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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