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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60화 (60/250)

060화

쩌저저저적, 콰캉가가가가캉-!

한여름 어두운 밤을 가며 지상으로 내리꽂히는 번개를 보면 누구든 그 앞에선 경외심을 품게 된다.

혹은 두려움에 떨며 반성하는 마음을 갖기도 한다.

마치 신이, 마치 자연이 인간들에게 방종하지 말라는 경고와 같은 느낌을 받기에.

지금 그런 번개가 한 인간의 의지에 따라 지상에 소환됐다.

신전의 기둥처럼 크고 우람한 한 줄기 번개, 지상을 향해 내리꽂힌 그 번개를 정수리로 받은 짙은 회색 피부의 몬스터는 그 순간 온몸이 새까맣게 타버렸다.

곧 놈은 밑동이 잘린 거목처럼 묵직한 소리와 함께 지면에 쓰러졌다.

쿠우웅-!

자욱한 흙먼지와 함께 찾아온 생의 마지막을 온몸으로 알린 것인지 한 번 쓰러진 대형 몬스터는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적아를 불문하고 정적에 빠졌다.

이도 잠시.

“바, 방금 뭐였어? 번개 아냐?”

“보, 보면 몰라요. 페어몬트? 번개잖아요. 그런데 마른하늘에 번개라니…….”

“내가 몰라서 그래? 이건 자연적인 현상이 아냐, 이건…… 그래, 이건 콜 라이트닝? 콜 라이트닝이라고! 마법이란 말이다. 그런데 대체 누가?”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루리아 영애마저 이 순간 특유의 포커페이스도 망각하고서 자신의 감정을 얼굴 가득 드러내고 있었다.

말수는 여전히 아끼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 마법사는 단 한 명뿐이다.

그 한 명에게 세 쌍의 시선이 동시에 향했다.

그럼에도 어스에게선 그 어떤 반응도 나오지 않았다.

그럴 정신이 없어서였다.

그를 정신없게 만든 요인 그것은.

-믿기 힘든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업적 달성의 영향으로 5배의 경험치와 코인을 습득합니다.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레벨업!

-던전 보스 마녀 타라카의 아들 회색 거인을 살해했습니다.

-던전 보스 마녀 타라카의 분노가 던전 전역에 퍼집니다.

-던전 내 모든 몬스터가 자식을 잃은 보스의 분노에 영향을 받아 일제히 몰려옵니다.

각성을 통해 마법사가 된 이후 처음과 버금갈 정도로 알림이 쏟아지고 있었다.

그래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지만 들뜬 마음은 이내 차게 식었다.

레벨을 알리는 알림 이후 쏟아진 내용 때문이었다.

‘웨, 웨이브!’

분명 이 알림은 웨이브에 대한 경고다.

아귀는 아직도 많이 남았다.

저 앞에.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더 몰려온다니…… 이러면 마나 회복 포션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어스 네가 죽인 거야? 저 괴물을?”

“어스 너 4서클이라며? 방금 그거…… 5, 5서클 아니냐?”

프라이스와 페어몬트의 목소리는 작지 않았으나 그 목소리가 아예 들리지 않는 듯 어스는 전방을 바라본 채 인상만 구기고 또 구겼다.

그에 의문을 느낀 듯 페어몬트가 어스의 팔을 잡았다.

“무리했어? 몸이 안 좋은 게냐?”

그의 쏟아지는 걱정에 어스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구겨진 표정을 서서히 폈다.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보기 좋은 저 홍조는 자신이 입을 여는 순간 사색으로 변하지 않을까 싶다.

나직이 한숨을 불어낸 어스는 입을 열었다.

“페어몬트, 아무래도 벌집을 건든 게 아닌가 싶어요.”

“생뚱맞게 벌집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냐?”

“던전의 몬스터들이 저 잡아 죽이려고 몰려올 거예요. 그나마 보스는 안 오는 것 같아 다행인 것 같지만.”

어스의 말처럼 거대한 몬스터 아니 회색 거인이 등장한 이후, 기가 팍 죽어있던 아귀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광분에 빠져들었다.

“저 새끼들은 왜 또 지랄이야? 단체로 약이라도 빤 거야? 뭐야?”

“놈들의 반응이 심상치 않아요.”

황당한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프라이스의 말을 받은 루리아가 심상찮은 표정을 하고서 말하였다.

“어스, 너 뭔가 알고 있는 게냐?”

페어몬트의 말에 날뛰는 아귀를 바라보던 프라이스와 루리아의 시선이 어스를 향했다.

알지, 잘 알지.

“제가 둑을 터트렸나 봐요. 그것도 제대로…….”

어스는 뒷말을 잇지 못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설명을 요구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후방에서 살의로 똘똘 뭉친 괴성과 함께 흉악하게 생긴 털북숭이 몬스터가 출현했기 때문이었다.

바로 카멜이었다.

외양이 전보다 더 위험하게 변해 단숨에 알아보지 못했지만 놈이 나온 곳이 동굴이었기에 직감처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저주에 의해 몬스터로 변한 카멜은 페어몬트, 프라이스, 루리아를 무시한 채 오직 어스만 노리고 달려들었다.

루리아의 검이 팔을 베었고, 프라이스의 정령 노임의 공격을 충분히 피할 수 있음에도 피하지 않고 모조리 몸으로 받아내며 오직 어스만을 노렸다.

회색 거인의 죽음 이후 벌어진 아귀들의 갑작스러운 광분 상태에 놀란 마음도 추스를 여유도 없이 발생한 이 일련의 사태에 모두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그러나 그들보다 더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인물은 바로 어스였다.

마녀 타라카를 죽여 이 던전을 빠져나가지 않는 이상 던전의 모든 몬스터들이 자신만을 죽이기 위해 달려들게 되었으니 어찌 제정신일 수 있으랴.

‘×팔! 많이 줄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

레벨업 알림까진 금상첨화였는데.

더 흉포하게 변한 카멜이 손톱을 길게 뽑았다.

금속도 단숨에 찢어발길 수 있을 것처럼 예사롭지 않은 손톱이었다.

210의 생명력으론 왠지 버틸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4번의 레벨업을 통해 마나는 이미 가득 채워진 상태다.

이 상태가 아니었다면 마나 회복 포션을 마실 시간을 내지 못해 저 손톱에 당하고 말았을 것이다.

지금은 놈이 카멜이건 아니건 중요치 않다, 중요한 건.

‘내가 죽게 생겼는데. 개뿔. 아이스 스피어!’

마녀를 죽이면 저주의 주체가 사라지니 카멜의 저주도 풀릴 것이다.

누가 알려준 것은 아니지만 직감했다.

하나 지금은 당장 자신이 죽게 생겼기에 이런저런 생각 따윈 할 겨를이 없었다.

카멜의 손톱보다 아이스 스피어가 한 발 더 빨랐다.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진 아이스 스피어, 녀석의 마지막은 그래서 카멜의 가슴팍에서 볼 수 있었다.

‘미안해, 카멜 나도 어쩔 수 없었어. 그러게 밧줄을 왜 푼 거야. 얌전히 묶여 있지.’

저 피해는 괴물이 아니라 괴물의 할아비라도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1, 2서클도 아닌 무려 4서클 스킬을 가슴으로 받았으니까.

아이스 스피어의 후폭풍에 카멜의 몸은 얼음에 뒤덮였다.

“카, 카멜!”

“카, 카멜이…….”

“음.”

하나는 살고 다른 하나는 죽었다.

아니, 죽었다고 생각했는데.

쩌저저적.

카멜을 감싸고 있던 얼음이 이내 깨지더니 그 안에서 벌거벗은 카멜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어, 어스…….”

그건 기적이었다.

죽였는데 멀쩡해지다니.

설마 저주를 푸는 방식이 저주받은 당사자의 죽음이었던 건가?

“카멜 형!”

“카멜!”

프라이스와 페어몬트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곧장 카멜을 향해 뛰어들었다.

셋은 하나의 덩어리가 되어 바닥을 굴렀다.

그러나 그들의 기쁨은 곧 차게 식었다.

던전 보스 마녀 타라카의 영향을 받은 아귀들의 광기가 폭발하며 일제히 몰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앞서 회색 거인이 땅의 중급 정령 노임이 공들여 만든 깔때기 모양의 방벽 대부분을 부순 탓에 한 번에 상대해야 할 몬스터의 수가 앞서보다 배로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아예 상대 못 할 건 없지만 저건 끝이 아닌 시작이었기에 더더욱 암담할 수밖에 없었다.

‘포션이…… 포션이 더 필요해!’

하지만 이를 얻을 방법이 없었다.

괴물의 몸을 버린(?) 카멜은 부랄 두 쪽을 제외하곤 빈털터리다.

그런 그에게 어찌 마나 회복 포션을 기대할 수 있으랴.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광기에 빠져 몰려오는 놈들을 향해 어스는 연방 파이어 볼을 날렸다.

쾅쾅쾅-!

계속하여 울리는 폭음, 그 뒤를 비명이 이어야 하지만 비명은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미쳐 버린 놈들의 괴성만이 있을 뿐이다.

“도, 동굴로 들어가요!”

방금 자신이 살겠다고 카멜을 공격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럴 수 없었다.

양심이란 놈이 갑자기 해맑게 웃으며 짜잔 하고 등장했기 때문이었다.

이리 소리친 어스는 동료들을 뒤로 남겨두고 동굴 반대 방향으로 냅다 달리기 시작했다.

‘상태창!’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39).

칭호 : 위그드라실의 계승자(2/100).

생명력 : 210/210.

마나 : 230/230.

인벤토리 : 1(+2).

스탯 : 힘(1.2). 체력(23). 민첩(1.1). 지력(17). 정신(27).

직업 스킬(7/9) : 매직 애로우(+0/12). 파이어 애로우(+0/12). 파이어 볼(+0/12). 파이어 버스트(+0/12). 아이스 스피어(+0/12). 일루젼(+0/12).

콜 라이트닝(+0/12).

업적 포인트 : 8.

코인 : 12,326.

레벨 40을 목전에 둔 직업 레벨.

뿌듯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마냥 기뻐할 수 없었다.

어스의 돌발적인 행동에 미처 반응하지 못한 일행이 그의 이름을 힘껏 불렀다.

괴물에서 인간으로 변신(?)한 카멜의 정신과 육체 상태가 정상적이지 못했기에 다들 그를 쫓아올 수 없었다.

‘모두 안녕. 운 좋으면 살아서 봐요. 특히, 루리아 영애.’

광기에 물든 아귀 떼는 전보다 더 민활했다.

놈들은 어스 일행을 충분히 공격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마리도 그들에게 관심조차 두지 않았다.

이 모습이 남은 사람들에겐 충격으로 다가왔다.

“우, 우릴 살리려고 미끼가 된 건가?”

“저것들이 왜 어스만 죽어라 쫓아가지?”

그사이 어스의 모습은 숲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고 있었다.

* * *

던전의 모든 몬스터가 오직 어스 하나만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다행히 회색 거인 같은 거대 몬스터는 없었다.

‘일관돼서 좋네.’

몬스터의 종류는 아귀 하나뿐이었다.

물론 아귀라고 다 같은 건 아니다.

인간이 다 같지 않듯 아귀 역시 그랬다.

일반적인 아귀보다 머리 두 개는 큰 아귀는 힘도 세고 다리도 엄청 빠른 놈이라 덜미를 잡힐 뻔했다.

아니, 잡혔었다.

하지만 생명력 덕분에 놈을 지옥으로 보낼 수 있었다.

일행을 남겨두고 숲속으로 뛰어들어 온 지도 2시간이 넘었다.

사방이 아귀들의 울음소리로 가득했다.

그 울음소리가 점점 좁혀지고 있었다.

‘내 운도 여기까진가?’

절망적인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날개라도 있다면 빠져나갈 수 있겠지만 인간이 새도 아니고 어찌 이를 바랄 수 있으랴.

그러나 어스는 마법사다.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불가능한 일이 가능한 특별한 마법사.

‘남은 스킬 슬롯이라곤 고작 두 갠데.’

아무래도 이 중 하나를 털어 먹어야 할 듯싶었다.

당장 죽으면 미래가 무슨 소용이랴.

어스는 눈물을 머금고서 스킬 상점에서 플라이 스킬을 구매…… 아니, 하려다 옆에 있는 블링크를 구매했다.

하늘을 날 수 있지만 식별이 가능한 이동 방식이다.

반면 블링크는 시선이 닿는 곳까지 공간을 돌파하는 방식이니 식별 불가능에 흔적 역시 남기지 않는다.

‘마, 망할 뻔했네. 휴우.’

냉큼 블링크를 구입한 어스는 그 즉시 이를 시전했다.

이동 위치는 나무였다.

시선이 닿는 가장 높은 곳이다.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풍경이 변했다.

역시, 궁극의 도주기술이 아닐 수 없다.

이러면 자신을 죽이려고 쫓아오는 놈들이 제아무리 많아도 자신의 그림자도 찾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다 좋은 건 아니다.

마나 : 30/230.

마나가 그의 발목을 덥석 물었다.

‘블링크 한 번에 포션 한 병이라니.’

효율은 극악이다.

상대를 처치하는 것도 아닌 도주기에 불과하지 않은가.

그러니 볼멘소리를 안 할 수 없다.

그래도 위급한 이 상황에서 목숨을 부지할 방법을 찾았으니 이를 마냥 아쉬워할 수도 없었다.

스킬 슬롯이 아무리 귀하다지만 목숨에 비할 수 없으니까.

‘어쩔 수 없네. 이번엔 정신 스탯에 투하해야겠어.’

아직 분배하지 않았던 업적 포인트 8, 어스는 이를 정신 스탯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그러자 230이었던 마나의 총량은 단숨에 270이 되었다.

하지만 5서클 스킬은 마나가 가득 찼음에도 여전히 한 번이 고작이다.

포션 한 병을 마신 어스는 곧장 블링크를 사용했다.

흔적을 남기지 않는 은밀한 이동.

그의 시의적절한 선택은 그를 노리고 쫓아오던 놈들을 당혹감에 빠트렸다.

갸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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