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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50화 (50/250)

050화

페어몬트만 집중하고 있던 흉측하고 기괴한 외향의 작은 몬스터들은 그 작은 몸뚱이에 매직 애로우를 한발씩 맞고 모조리 나가떨어졌다.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었던 페어몬트는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반면 어스는 2차 마법을 시전 했다.

‘조그만 것들이 맷집 한번 세네.’

바로 이 때문이었다.

급소를 맞은 놈이 둘, 그런데 두 놈 모두 느리긴 해도 몸을 일으켰다.

죽지 않고 말이다.

이는 고블린에게선 볼 수 없는 예였다.

기습 공격으로 우위를 점한 어스는 이번엔 파이어 애로우를 날렸다.

일곱 번의 작은 폭발음과 함께 놈들의 몸뚱이는 삽시간에 불길에 휘감겼다.

놈들이 지르는 비명이 흡사 송곳 같았다.

남은 마나는 고작 10.

혹시 몰라 서둘러 마나 회복 포션을 들이켰다.

비범한 그를 더더욱 비범하게 만들어주는 촉매제의 등장이었다.

순식간에 마나를 최대치까지 회복한 어스는 언제든 공격할 준비를 갖췄다.

그때.

-아귀를 처치했습니다. 7(×2)코인을 습득합니다.

이와 같은 멘트를 도합 일곱 번 들었다.

매직 애로우를 맞고도 놈들이 멀쩡했기에 내심 당황했던 그는 그제야 긴장의 끈을 손에서 놓을 수 있었다.

복합적인 감정과 함께였다.

‘치, 칠 코인이라고?’

외형적으로 봤을 때 놈들은 소형 몬스터다.

그럼에도 코인은 오크보다도 2코인이나 더 많았다.

참고로 던전이란 특수한 상황이 적용되어 실제 어스가 받은 코인은 2배인 14코인이었다.

-최초 입장 던전 한정 경험치 2배가 적용됩니다.

그와 같은 코인을 받은 이유는 여기서 기인한다.

“어스? 네가 여긴 웬일이냐?”

이제야 어스는 페어몬트를 제대로 볼 수 있었다.

얼핏 보았을 땐 보지 못했는데 자세히 보게 되니 페어몬트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그 모습은 흡사 몇 날 며칠을 고생한 사람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고작 30분 남짓에 어찌 저와 같은 몰골이 될 수 있는 걸까?

찢어진 옷, 군데군데 보이는 핏자국의 면적을 보아 악전고투를 치른 흔적이 뚜렷했다.

전쟁터에서 뒹굴기라도 한 건가?

“페어몬트 대체 그 몰골은 뭐예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어요?”

“에고고. 나도 지금 그들을 찾고 있는 중이야.”

“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다들 거의 비슷하게 던전에 들어갔잖아요?”

“던전? 그게 무슨 말이냐? 혹시 요즘 애들이 사용하는 신조어냐?”

시스템의 목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어스 역시 던전이란 단어를 몰랐을 것이다.

아직도 던전에 대한 개념이 그에겐 없었다.

페어몬트의 반응에 어스는 순간 적잖이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그간 숨긴 비밀에 대해 말하지 않고서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

가족에게도 말하지 않던 비밀을 만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떠벌릴 수 있을까.

아니, 절대 말할 수 없다.

만에 하나라도 자신에 관한 이야기가 마탑이나 혹은 남들과 다른 것에 유난히 과격하게 반응하는 교단의 귀에라도 들어간다면 이를 해명하기 위해 진땀을 빼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진땀에 그치면 다행이지.’

특히, 교단은 자신들이 인정하기 전까지 절대 이해라는 걸 하지 족속들이다.

“지금 그게 중요해요? 그보다 어쩌다 그 몰골이 된 거예요? 고작 해봐야 30분인데.”

“뭐? 방금 뭐라고 했어? 30분?”

페어몬트의 모습은 충격적인 진실과 대면한 사람처럼 크게 놀라고 있었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

“뭐, 뭐예요? 머리라도 다쳤어요?”

“마, 말도 안 돼. 고작 30분이라고?”

“왜, 왜 그래요? 사람 무섭게.”

어스가 자신을 정신 나간 사람 보듯 쳐다보자 그제야 페어몬트는 자신의 실태를 깨달았다.

“일단, 자리를 옮기자. 놈들이 또 몰려올지 몰라.”

페어몬트는 그 말로 그치지 않고 어스의 손목을 낚아챈 뒤 뛰기 시작했다.

아름다운 여인도 아니고 남자, 그것도 다 늙은 남자의 손에 끌려가는 건 사양이다.

하지만 힘에서 그의 상대가 안 됐기에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주변에 시선이 없어서 덜 쪽팔렸다.

‘노인네가 힘이 장사여, 장사.’

* * *

“뭐, 뭐라고요? 나흘이라고 했어요?”

“그래, 나흘.”

“미, 미친 그게…….”

놀랍게도 페어몬트가 이곳에 떨어진 것이 벌써 나흘째라고 했다.

황당해서 말문이 막혔다.

“내 심정이 바로 네 심정과 같다. 그보다 넌 왜 들어온 게냐? 분명 남기로 했잖아?”

“흠흠. 그게…… 저 그러니까…… 하아. 이걸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설마, 그림을 만진 거냐?”

“제가 미쳤어요? 그림에 가까이 가면 사라지는 걸 아는데.”

“강제로 끌려온 게냐?”

강제로 끌려온 건 맞다, 그전에 그림을 도발한 것만 빼면.

하지만 이를 이실직고하기에는 명색이 4서클 마법사인데 너무 없어 보이는 짓이었기에 있는 그대로 말하기가 꺼려졌다.

‘나만 입 다물면 내가 그림에 대해 욕한 걸 누가 알겠어.’

그러니 그것만 빼면 거짓말은 아닌 것이다.

“맞아요, 저 혼자 남으니 갑자기 절 잡아끌더군요.”

“기괴하구나, 기괴해. 모든 게. 나름 지식과 견문에서 견줄 자가 없다고 자부했는데. 우물 안 개구리에 불과했던 것인가?”

낙담에 빠진 페어몬트는 탈력감에 빠진 듯 한동안 거기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페어몬트, 페어몬트!”

“왜?”

“우리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요. 하루라도 빨리 사람들을 찾고 던…… 음,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죠.”

“노력했어. 별의별 짓을 다했지만 소용없었어.”

인생 다 산 노인네…… 가 맞지만 아무튼 나이가 무색하게 열정적이며 호탕하던 페어몬트의 모습만 보아왔던 어스에게 지금의 저 모습은 무척 낯설었다.

“페어몬트…… 설마 몬스터 아니죠?”

“뭐?”

“몬스터 중에 외모나 행동을 똑같이 흉내 내는 몬스터가 있다고 들었거든요. 도, 도플이몬인가? 아무튼 도 거시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도플갱어.”

“아! 다행이네. 도플갱어는 아니네.”

도플갱어는 절대 자신의 종족명을 입에 담지 않는다.

이를 입에 담을 경우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 이야기 또한 앞에 앉아 있는 페어몬트에게 들은 것이다.

“파이어 애로우나 치워.”

“습관이라서.”

“자기 안전 하나는 끔찍하게 여긴다니까.”

마법까지 동원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던 어스의 행동 덕분에 페어몬트는 힘을 되찾았는지 표정이 그제야 풀렸다.

“그보다 너 이곳이 던전이라고 했지? 대체 던전이 뭐냐?”

내심 그가 이런 질문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어스는 적당한 변명거리를 찾은 상태였다.

“유적지보다 상위의 위험성을 갖고 있는 곳을 던전이라고 해요.”

“유적지의 상위 개념? 그런데 네가 어떻게 그걸 아는 것이냐? 이런 말 해서 뭐 하지만 넌…… 좀 무식하잖냐.”

“제 파이어 볼과 키스해 볼래요? 4서클 마법사에게 무식하다니.”

“4서클?”

“흡, 아…… 그러니까.”

페어몬트가 기운을 되찾은 모습을 보이자 이에 기분이 좋아진 어스는 그만 숨기고 있던 패 하나를 제 입으로 토설하고 말았다.

그렇다고 딱히 후회되진 않았다.

어차피 알게 될 일이기 때문이다.

‘지금 내 실력으로 마녀를 잡을 수 있을까?’

어디 가도 큰소리 뻥뻥 칠 수 있는 경지였으나, 이런 기괴한 장소를 지배하는 존재를 생각하면 그 앞에서 입도 벙긋할 수 있을지 조금…… 아니, 많이 걱정됐다.

최소 5서클, 아니 5서클 마법을 배워야 안심이 될 것 같은데.

코인이 부족했다.

자그마치 8,463코인이나.

그런데 여기서 잠깐.

‘마녀를 만나기 전에 벌면 되지 않을까?’

던전 최초 입장의 효과로 인해 사냥 효과는 밖에서와 달리 두 배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러니 잘만 하면 이곳에서 제대로 꿀을 빨 수 있다.

갑자기 입에서 침이 고인다.

그러나 마냥 이 상황을 좋아할 수는 없었다.

환경은 익숙하지만 반면 상황은 그와 반대였기 때문이었다.

‘보자, 마나 포션이 몇 개나 있더라.’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하여 치료와 마나 포션은 함부로 쓰지 않고 보관 중에 있었다.

남들은 일생 동안 한 번 겪어볼까 말까 하는 몬스터 웨이브를 무려 두 번이나 겪다 보니 또다시 그런 일이 생길까 봐 나름 마련한 대비책이다.

비장의 한 수!

포션이 바로 그의 숨겨진 한 수였다.

이제 그 숨겨진 한 수를 꺼내어 쓸 상황이다.

물론 보스인 마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적정 수량은 남겨야 한다.

이를 감안하니.

‘가격이 안 맞아도 무조건 샀어야 했는데.’

후회감이 해일처럼 밀려든다.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고 위기를 자초한 것 같아서였다.

그렇다고 그가 보유한 치료와 마나 포션의 수량이 적은 것은 아니다.

개인이 소지하기엔 엄청 많은 양이었다.

그럼에도 그가 저리 후회하는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이었다.

한편 페어몬트는 어스가 이해 못 할 행동을 하자 크게 걱정했다.

“녀석아, 왜 그래? 막막해서 그러는 게냐?”

“멀쩡하면 그게 이상한 거죠. 그보다 페어몬트, 안 쓰는 마나 포션 있어요?”

“마나 포션?”

“예.”

“치료 포션도 아니고 마나 포션을 내가 왜 갖고 다녀. 내가 마법사나 기사도 아니고.”

역시, 일반인.

남들 열심히 수련할 때 대체 저 나이까지 뭐 하고 있었기에 마나도 다루지 못한단 말인가.

분명 근육에만 인생을 올인했으리라.

이래서 사람은 내실이 중요한데.

“뭐지? 그 야릇한 눈빛은?”

“야, 야릇이라니. 내가 언제요.”

늙은 생강이 맵다더니 눈치가 백단일세.

“아니면 됐고. 왜 더듬거려.”

‘하필 만나도 페어몬트를 먼저 만났을까?’

그를 제외한 다른 일행은 모두 마나를 다루는 경지에 있었기에 최소 한 두 병의 마나 회복 포션은 갖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중 마법사 하들리는 다른 일행보다 더 많이 갖고 있으리라.

“아니면 됐다.”

“되긴 뭐가 돼요? 사람 이상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네.”

“시비냐?”

“시비는 무슨.”

“조잘거리는 걸 보니 멀쩡한가 보네. 안심이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에요? 내가 안 멀쩡해 보였어요?”

“방금 너 이상했어.”

“제가요?”

“그럼 안 이상하겠냐? 갑자기 오만상을 찌푸리며 허공만 쳐다보고 있었잖아?”

‘아, 막막하냐고 물었던 이유가 인벤토리를 들여다보고 있던 내 행동 때문이었구나.’

그제야 페어몬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생각을 한 거라고요. 흩어진 동료도 찾고, 이곳에서 나갈 방법을 강구한 거라고요.”

“그래서 답은?”

질문을 던진 페어몬트에게선 그에 대한 기대감은 단 1도 찾아볼 수 없었다.

페어몬트의 표정에서 이를 읽은 어스는 은근히 감정이 상했다.

“당연히 있죠.”

“뭐?”

“일단 몬스터부터 조질 생각이에요.”

“굳이?”

어스에겐 나름의 분명한 이유가 있었지만 페어몬트 입장에선 뜬금없는 말이었다.

가만있어도 알아서 찾아오는 벌집을 왜 제 발로 찾아간단 말인지.

“범인이 천재를 가늠하긴 힘든 법이죠.”

“얼어 죽을, 부정은 못 하겠네.”

다른 건 몰라도 마법사로서의 어스는 분명 천재다.

하나 다른 점이 한참 부족하다 보니 전적으로 어스만 믿고 움직이기에는 불안한 페어몬트였다.

“그래서 말인데. 그놈들 소굴이 어딘지 아세요?”

“그놈들?”

“아귀 말이에요.”

“던전도 그렇고 듣도 보도 못한 몬스터에 대해 아는 것도 그렇고, 너 혹시…….”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겠어요. 제가 어째서 아냐고 묻는 거죠? 좋아요, 바른대로 말할게요. 실은 제게 마법을 가르쳐주신 스승님 덕분이에요.”

“대체. 널 가르친 그 용병 마법사는 어떤 사람이냐? 뭐 하는 사람이기에 나도 모르는 걸 그리 잘 안다는 거지?”

“천부적인 재능을 단숨에 알아보고, 또 길을 열어준 분이 제 스승인데 그런 분이 보통일 리 있겠어요? 범인인 페어몬트는 그냥 그러려니 하세요.”

자존심에 제대로 상처를 입은 듯 페어몬트는 한동안 끙끙 앓았다.

“잘난 척은. 그래서 놈들의 소굴은 왜?”

“당연히 처리해야죠. 그래야 걱정을 덜 수 있지 않겠어요?”

말은 맞는 말이다.

문제는.

“일이십 마리가 아니야. 적어도 수백은 돼. 그런 놈들을 둘만으로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둘이 아니고 혼잔데.

하지만 굳이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직접 보여주면 될 테니까.

돌연 어스는 팔을 번쩍 들었다.

이에 페어몬트는 영문을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의문에 찬 저 표정은 곧 경악으로 물들 것이다.

어스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펼친 손을 오므리며, 동시에 팔을 내렸다.

그런 그의 손엔 검은색 로브가 어느샌가 쥐어져 있었다.

페어몬트의 두 눈은 동전처럼 동그래졌다.

저와 같은 반응이 처음도 아니었기에 어스는 로브를 쫙 펼친 뒤 이를 몸에 착용했다.

이후 같은 방식으로 창까지 빼들었다.

“페어몬트, 저만 믿어요. 내 이름을 걸고 백세인생 열어드릴게.”

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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