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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38화 (38/250)

038화

어스의 결정에 일행은 위험한 결정이라며 그를 만류했다.

열다섯 어린 나이에 4서클 경지에 이른 천재가 정의감에 목숨을 잃을까봐 걱정된 마음에서였다.

하나 어스의 뜻은 꺾이지 않았다.

더 이상 시간을 늦출 수 없었던 일행은 그에게 안전을 최우선시 하라는 말과 함께 마차를 타고 영주관으로 떠났다.

양치기 소년은 어스를 따라가겠다며 남기를 자청했지만 어스는 그를 강제로 마차에 태워 보냈다.

그들의 모습이 눈에서 완전히 멀어지자 어스는 양치기 소년이 말한 방향으로 내달렸다.

경험치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힘을 믿었다.

달밤에 땀이 뻘뻘 흐를 정도로 내달린 끝에 양치기 소년의 마을에 당도할 수 있었다.

적당한 높이의 언덕을 끼고 있는 마을 역시 다른 곳처럼 깊은 어둠이 내려앉아 있었다.

‘여기서도 피 냄새가 나네.’

그를 자극하는 건 비단 피 냄새만이 아니었다.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보이는 괴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녀석이 말했던 살아 있는 시첸가?’

좀비가 어떤 존재인지는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믿어지지 않았다.

머리는 이해하고 가슴은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경우라고 할까?

어스는 자세를 최대한 낮춘 채 마을을 향해 접근했다.

검은 로브를 입고 있었기에 눈여겨보지 않는 이상 그의 움직임을 눈치 채긴 쉽지 않다.

다행히 그건 좀비도 마찬가지였다.

마을을 둘러싼 낮은 울타리에 접근한 어스의 콧잔등 위로 주름이 깊어졌다.

저 주름의 이유는 더욱더 짙어진 피 냄새 때문이었다.

울타리의 높이는 대략 1.5미터로 가시넝쿨을 머리에 이고 있는 형태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없다면 피를 봐야만 넘어갈 수 있는 구조였다.

‘스킬 수 제한만 아니면 나도 그들처럼 보조 스킬을 배웠을 텐데.’

일곱 불꽃 마탑의 젊은 마법사들은 어스와 달리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편리한 마법을 다수 익히고 있었다.

부러운 일이었다.

자신과 달리 그들은 마법의 수에 제한이 없었으니까.

어스는 울타리를 넘어 마을로 진입하는 걸 포기했다.

‘다치진 않겠지만 옷이 망가질 수 있으니까.’

잠깐 자신의 로브를 만지작거리던 어스는 울타리를 따라 몸을 약간 숙이며 발걸음을 놀렸다.

그렇게 이동하던 그가 돌연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멈췄다.

얼굴이 반쯤 뜯긴 좀비 하나와 눈이 마주친 것이다.

“쿠아아아아!”

‘하필.’

살아 있는 시체가 어떤 모습일까 내내 궁금했지만 결코 이런 식으로 보고 싶은 건 아니었는데.

조용했던 마을은 그 순간 일제히 깨어났다.

어스는 달려드는 좀비를 향해 매직 애로우를 날렸다.

지근거리였기에 빗맞을 확률은 현저히 낮다.

하나 그가 노린 부위가 몸통에 비해 작은 머리인 데다 놈이 달리면서 머리가 움직이고 있어 거리와 상관없이 명중에 방해 요소로 작용한다.

그래서인지 첫발은 실패하고 말았다.

놈의 관자놀이를 스쳐 지나간 것이다.

좀비와 그의 거리는 이제 2미터 남짓, 어스는 매직 애로우 3대를 생성하여 날렸다.

머리를 고집하지 않은 공격이었다.

두 다리에 박힌 매직 애로우가 제 할 일을 하고 연기처럼 흩어졌다.

남은 한 대는 놈의 가슴팍을 맞췄다.

치명적인 부위는 가슴팍이었지만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없었다.

다리는 맞힌 건 유효했다.

들소와 같은 기세로 달려오던 놈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쿠당탕.

놈의 뒤통수가 어스의 눈 아래 있었다.

어스는 스킬 대신 창을 사용했다.

인벤토리에 대기하고 있던 창을.

콰직!

뼈를 뚫고 들어가는 느낌이 고스란히 팔에 전해진다.

항상 느끼지만 기분 나쁘다.

‘역시, 난 마법사가 천직인가 봐.’

좀비는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3코인을 습득합니다.

생각에 확신을 더해준 미지의 목소리, 어스는 이에 화들짝 놀랐다.

대형 표범에 이어 좀비까지 시스템은 몬스터로 분류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몬스터의 범위가 어디서 어디까지일까? 설마, 인간을 죽여도 코인을 주는 건 아닐까?

당장은 이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마을 내부에 있던 좀비들이 몰려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놈들은 입구건 아니건 상관하지 않았다.

쿵쿵쿵.

‘울타리를 들이박고 있는 거야?’

들킨 이상 몸을 낮출 필요가 없었다.

숙였던 허리를 펴 울타리 너머를 본 어스는 기겁했다.

사기 구슬을 박아 넣은 수십 쌍의 눈과 마주쳤기 때문이었다.

“끄아아아아!”

“우어어어억!”

놈들의 입에서 괴성이 더 커졌고, 울타리를 들이박는 힘도 더 강해졌다.

철천지원수도 아니고 왜 저리 날뛰는 것인지.

“노, 놀랐잖아!”

어스는 뛰는 가슴을 두 손으로 꾹 누르며 황급히 뒷걸음질 쳤다.

다행히 울타리 너머로 나온 좀비는 방금 잡은 그놈 하나뿐이었다.

울타리는 제법 튼튼했다.

당장 무너질 것 같진 않았다.

좀비의 숫자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었다.

발이 빠른 놈들이었다.

거기다 지치지도 않고, 고통도 모르는 녀석들이라 단 한 놈도 몸을 사리는 놈들이 없다.

저런 놈들로 군대를 만든다면 지상최강의 용명한 군대가 탄생하지 않을까 싶다.

좀비를 상대해본 결과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놈들은 경험치와 코인까지 준다.

마나만 낭비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자유 마을 이후 몬스터 사냥을 못 했던 그에겐 이는 기회였다.

마을 규모를 생각하면 좀비를 다 잡아 죽이더라도 양에 차진 않겠지만 어쨌건 수익이 되는 놈들이다.

문제는.

‘네크로맨서는 어디 있지?’

좀비는 보이는 데 놈들을 만든 네크로맨서라는 놈이 보이지 않았다.

과연 하날까? 아니면 둘? 그도 아니면 셋보다 많을지 알 수 없다 보니 신경을 안 쓸래야 안 쓸 수 없었다.

좀비의 숫자가 급격히 불어나며 제법 튼튼했던 울타리도 이내 넘어질 듯 크게 휘청거렸다.

그에 정신을 차린 어스는 잇소리를 내며 뒤로 멀찍이 물러서선 파이어 버스터를 날렸다.

파이어 볼의 상위 버전인 파이어 버스터답게 상상도 할 수 없는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해 범위 역시.

더구나 놈들은 거의 붙어 있다시피 모여 있었으니.

코인이 쏟아져 들어왔다.

‘이럼 굳이 파이어 버스터만 고집할 필요가 없어.’

울타리의 재질이 나무가 아니라 돌이면 아예 자리 잡고 놈들을 사냥해도 될 텐데, 하필이면 재질이 나무라 그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파이어 버스터의 여파로 울타리에 불이 붙어 버렸다.

놈들이 저리 똘똘 뭉쳐서 덤빈다면 고맙겠지만 울타리가 없다면 그건 바랄 수 없는 일이라는 건 그도 잘 알고 있었다.

어스는 마을을 향해 파이어 볼을 연방 날렸다.

마나가 떨어지면 즉시 인벤토리에서 마나 회복 포션을 꺼내 들이켰다.

참고로 어스의 주머니를 아낌없이 채워준 벤슨 할리 덕분에 마나 회복 포션까지 입수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 그가 보유한 마나 회복 포션의 숫자는 총 22개로 이 중 하나는 중급이다.

마을의 규모를 생각하면 마나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네크로맨서.

울타리는 끝내 무너졌다.

그러나 그보다 더 위험한 불의 장벽이 그곳에 버티고 서 있다.

하나 물리력이 없는 불의 장벽은 놈들에겐 소용없었다.

놈들은 불길도 두려워하지 않고 뛰어들었다.

그러다 타 죽는 놈들도 있었지만 무사히 빠져 나온 놈들의 수도 제법 된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3개를 동시에 생성하여 이를 날린 어스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줄행랑을 놓았다.

그렇게 얼마간 달리고 있을 때 갑자기 심장 어림에서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루만지는 느낌이었다.

강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수도 없는 느낌에 멈춰선 어스는 앞섬을 풀었다.

‘이게 왜 빛나?’

위그드라실의 조각을 흡수하면서 생긴 문신이 지금 빛을 내뿜고 있었다.

약한 빛이었다.

알 수 없는 신비한 현상에 멈칫한 사이에 그를 쫓아온 좀비들이 일제히 괴성을 터트렸다.

그에 의문의 현상에서 신경을 끊은 어스는 파이어 볼을 연달아 날렸다.

쾅쾅쾅-!

거침없이 달려오던 놈들의 흉측한 육신이 찢기고 타오르며 흩어졌다.

이처럼 큰 소란이 연이어 터졌음에도 우려했던 네크로맨서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대체 놈은 어디 가고 수족만 있는 걸까?

알 수 없지만 어쨌건 어스 입장에선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

그 많던 좀비도 이젠 서너 구밖에 남지 않았다.

그것도 불길에 타들어 가고 있는 놈들이다.

직접 상대하지 않더라도 내버려 두면 알아서 경험치와 코인이 될 녀석들이다.

‘쉽네.’

짧은 시간 동안 어스이 손에 잿더미가 된 좀비의 숫자는 80구에 달했다.

이는 마을 전체 인구의 75퍼센트에 해당하는 숫자였다.

불길에 휩싸인 놈들도 이내 무너지며 주변은 타오르는 소리를 제외하곤 정적에 휩싸였다.

곧 그 정적은 깨졌다.

앞서 상대한 좀비와는 한눈에 봐도 격이 다른 놈이 장내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외양은 볼품없는 노인네였지만, 기운은 외양과는 천양지차였다.

예사롭지 않은 좀비.

‘빅 좀빈가?’

어스가 주로 상대했던 고블린도 다 같지는 않았다.

어디 고블린뿐이랴.

그러니 좀비라고 다를 게 없을 터.

제 동족을 학살한 자에 대한 분노인지, 아님 좀비 특유의 산 자에 대한 증오심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좀비의 몸에서 짙은 살기가 뿜어졌다.

살기는 이내 한 줄기 바람이라도 된 듯 빠르게 어스를 향해 접근했다.

파이어 볼의 여파로 주변이 훤하기에 망정이지 어두웠다면 영문도 모르고 당했으리라.

‘파이어 애로우!’

보유한 마나 전량을 파이어 애로우로 치환했다.

파이어 볼이나 파이어 버스터로 상대하기엔 워낙 빠른 놈이라 선택한 결과였다.

어둠을 밀어내며 불쑥 등장한 4개의 파이어 애로우가 주변을 한층 더 밝혔다.

어스는 놈을 향해 곧장 파이어 애로우를 날렸다.

일단 하나만.

자신의 정면으로 날아오는 파이어 애로우를 보았음에도 놈은 이를 피하지 않았다.

‘눈알은 장식인가 보네.’

하긴 저리 생긴 눈으로 사물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어스는 의외로 쉽게 상대를 처리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오산이었다.

좀비가 팔을 휘둘렀다.

‘장식이 아니었나?’

뜨끔한 순간이다.

그래도 저런다고 파이어 애로우를 어쩔 순 없을 것이다.

일반적인 화살이면 쳐낼 수 있겠지만 저건 마나로 만들어진 화살이다.

그런데…… 그래야 하는 데 놈의 팔에 닿는 족족 파이어 애로우는 물에 닿은 불꽃처럼 맥없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흠칫.

‘미, 미친!’

다 이긴 것이라 여겨 잠시 방심했던 어스는 황급히 남은 파이어 애로우를 놈을 향해 날렸다.

동시에 인벤토리에서 마나 회복 포션을 꺼내 들이켜곤 마법을 연발했다.

하지만 앞서 4개의 파이어 애로우를 놀라운 속도로 무력화시킨 좀비는 이번엔 그보다 2배 가까운 파이어 애로우 역시 모조리 소멸시키며 어스와 거리를 좁혔다.

좀비의 표정이 생생하게 보일 정도의 거리, 이에 다급함을 느낀 어스는 파이어 볼을 날렸다.

좀비의 주먹이 날아오는 파이어 볼을 쳤다.

그 순간 압축된 불의 기운이 폭발했다.

쾅-!

폭발의 여력은 어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뒤로 날아간 어스는 몇 번을 굴러야만 했다.

간접적인 영향을 받은 어스도 저를 진 데 직접 부딪친 좀비는 말해 무엇하랴.

‘잡은 건가?’

획득물을 알려주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놈은 아직은 살아 있다.

죽은 놈에게 붙일 단어로는 상당히 부적합하지만.

흠칫.

역시 어스의 예상은 적중했다.

파이어 볼의 폭발로 뒤로 날아갔던 놈이 벌떡 일어나선 괴성을 터트리고 있었다.

파이어 좀비가 되어서.

불꽃을 두른 좀비가 더더욱 사나운 태도로 어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눈알이 장신구가 아니듯 놈의 머리 역시 아쉽게도 장식으로 달린 게 아니었다.

한번 호되게 당한 놈은 이번엔 파이어 볼을 쳐내지 않고 회피하며 그와의 거리를 좁혔다.

어스의 입장에선.

‘망할!’

* * *

두두두두.

양치기 소년의 마을에 발생한 미증유의 사건, 이를 영주에게 알리기 위해 어둠을 뚫고 내달리는 마차 내부는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여 있었다.

“베르톤 선배, 어스 씨는 괜찮을까요?”

“어리다곤 하지만 명색이 4서클 마법사야. 그 스스로도 조심하겠다고 했으니 무모한 행동은 하지 않을 테니 큰일은 없을 거라고 봐.”

“역시, 그렇겠죠?”

소피의 표정에선 그제야 안도감이 떠올랐다.

그녀뿐만이 아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제야 다들 죄책감을 내려놓는다.

굳이 따지고 들어가면 어스가 남기로 한 것이니 저들이 저런 기분을 가질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저들이 저러한 기분을 느끼는 건 아직은 순수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 분명 그럴 거야.”

하지만 현실은 저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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