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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7화 (27/250)

027화

제 등에 두 명의 사람을 태웠음에도 말은 힘든 기색 하나 내비치지 않고 거침없이 내달린다.

두두두두.

흔들림과 승차감은 형편없었지만 그 때문에 어스의 생각이 끊어지는 일은 없었다.

그쯤의 불편 따윈 단숨에 씹어 소화해버릴 만큼 기분 좋은 선물 보따리를 만지작거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인벤토리는 진짜.’

레벨 20을 달성하자 숫자 ‘1’만 달랑 있던 곳에 +1이란 붙었다.

한창 전투 중이었기에 확인할 여유가 없었다.

파이어 볼을 던지고 싶은 곳이 워낙 많았고, 사람들도 악다구니를 쓰며 도움을 요청하는 상황에서 당장 전투에 도움이 될 내용도 아니었기에 자연 후순위로 밀려 버렸다.

실상 스킬보다 인벤토리의 이용 빈도는 물론 생활 전반에서 이젠 없어선 안 될 산소와 같은 존재임에도.

‘미안하다, 토리야. 형이 나빴어.’

1이 붙게 된 인벤토리는 기존 20킬로그램이었던 용량이 지금은 10킬로그램이 증가해서 30킬로그램이 되었다.

20킬로그램도 작지 않은 용량이었지만 개인 물품만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부족한 느낌이 들었는데 이젠 조금이나마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매 10레벨마다 붙는 건가?’

시스템의 선물(?)로 상태창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 이상의 것은 직접 경험해야 한다.

인벤토리의 증가 현상에 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다만 앞서의 경험을 통해 이런 식으로 유추할 뿐, 실제 그렇게 될 것인지는 현재는 알 수 없다.

이 부분은 그가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보다 성장한 토리에게 애정의 시선을 듬뿍 주는 것으로 끝냈다.

‘떨리네.’

이제야말로 자신의 의지가 관철되는 시간이었다.

바로 22개의 업적 포인트의 분배, 그리고 4서클 스킬 2개를 구입할 수 있는 자금의 사용이었다.

‘스킬 슬롯에 여유만 되면 더 바랄 것도 없을 텐데.’

입맛을 다시지만 안 되는 걸 더 바랄 수는 없었다.

이미 배울 것은 결정했다.

어스는 흔들림 없이 생각했던 스킬을 구입했다.

직업 스킬(4/9) : 매직 애로우(+0/12). 파이어 애로우(+0/12). 파이어 볼(+0/12). 파이어 버스터(+0/12).

‘일, 이, 삼. 이젠 사네.’

문득 스킬 슬롯의 숫자가 아홉 개인 이유, 각 서클의 스킬을 하나씩 구입해서 쓰라는 심오한 뜻이 내포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나저나 9서클 스킬, 과연 언제 손에 넣을 수 있을지…….

1억!

놈을 갖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다.

그리고 그놈을 세상에 풀어주기 위해서, 어떤 면에선 코인보다 이게 더 어렵지 않을까 싶은 일이 있다.

그건 바로 마나였다

9서클 스킬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10,000의 마나가 필요하다.

업적 포인트 1에 5의 마나가 생성되니, 1만이면 업적 포인트가 무려 2천 개개나 필요하다.

레벨업당 2의 업적 포인트를 기준으로 할 경우 1,000레벨이 되어야 한다.

‘여기까지 온 것도 기적인데.’

너무 높은 하늘이어서 그런지 잠깐 엿본 것만으로도 영혼이 탈탈 털려버린 어스였다.

현실, 그래 일단은 현실에 집중.

말에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아그네스의 허리를 안고 있지 않았다면 제 뺨을 때려 정신을 일깨웠을 어스였다.

생명력의 신비한 효능 때문에 아프진 않지만.

‘이번 같은 일도 있으니 생명력도 무시할 수 없어.’

누가 알았으랴, 동료들이 옆에 있는 상황에서 브로의 몽둥이에 머리통을 맞게 될 줄이야.

지금 생각해도 소름 끼치는 순간이다.

생명력 : 5/100.

생명력이 95까지 떨어진 건 저승에 한 발을 들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람들은 그렇게 맞고도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것에 놀랐지만, 어스는 이 때문에 놀란 마음을 진정하느라 무진 애를 써야만 했다.

살아서나 목에 힘을 주며 큰소리칠 수 있는 마법사지, 죽으면 그게 무슨 소용일까? 아닐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죽을 순 없는 노릇.

‘유료지만 마나 회복 포션이 있으니, 지금은 생명력을 신경 써야 해.’

모으긴 힘들어도 사라지는 건 한순간이라고 했던가?

그래도 변한 상태창을 보니 객사는 덜 수 있을 것 같았다.

생명력 : 210/210.

막상 업적 포인트를 소진하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쉬움의 한숨이었는데.

“걱정 마. 그들은 분명 무사할 거야.”

어스의 한숨을 오해한 아그네스의 목소리가 등의 울림과 함께 전해졌다.

그제야 어스는 현실로 복귀할 수 있었다.

지금이 어떤 상황인데.

‘갑자기 미안해지네.’

린다, 게이브, 깁스를 떠올리자 밀려든 감정이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들은 베테랑 용병이잖아요. 분명 괜찮을 거예요.”

상태창을 일별한 어스는 아그네스의 허리를 힘주어 잡았다.

그게 신호라고 여긴 것인지 아그네스는 더욱더 박차를 가했다.

두두두두두.

* * *

캠프로 돌아가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자유 마을에서 출발한 지 20분, 캠프까진 아직 한참이다.

그러니 시간을 지체할 수 없는데, 현실이 사람들의 마음을 따라주지 않았다.

말이 달리는 전방에 몬스터가 출현했다.

자유 마을 공략에 실패하여 달아난 놈들의 일부였다.

문제는 놈들이 인간에게 호되게 당했음에도 인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닭대가리도 아니고.

“곧장 달려요!”

말이 달리는 소음으로 인해 자신의 목소리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것을 우려하여 어스가 크게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매직 애로우 23발이 그의 주변에 신기루처럼 등장하더니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넘치는 물량 앞에 일행의 전방에 출현한 몬스터들은 모두 나자빠졌다.

평소라면 확인사살을 하겠지만 지금은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다.

마나 회복 포션으로 마나를 냉큼 채우자 네 사람을 태운 두 필의 말은 이내 그곳을 지나쳤다.

이런 일을 몇 번 더 겪은 다음에야 일행은 캠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캠프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는지 곳곳에 싸운 흔적이 역력했다.

“수색해. 멀리까진 가지 말고.”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거너가 말하였고, 이에 다들 입을 굳게 다물고 주변을 살폈다.

어스 역시 눈에 불을 켜고 수색에 나섰다.

그때, 니코가 일행을 향해 소리쳤다.

“대, 대장 여기! 이쪽으로 오세요! 모두 이쪽으로.”

그에 모두가 니코가 있는 곳으로 내달렸다.

가장 늦게 도착한 어스는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거너와 아그네스 사이로 보이는 처참한 모습의 시체 때문이었다.

부르르.

“빌어먹을.”

거너가 이를 악물며 욕설을 토해냈고, 아그네스는 먼 하늘을, 현장을 가장 먼저 발견한 니코는 어린아이처럼 펑펑 울기 시작했다.

어스는 이 모든 것들이 현실 같지 않았다.

그래서 이를 인지하기까지 제법 시간이 걸렸다.

시체는 깁스였다.

무섭게 생긴 외모와 달리 의외로 귀여운 구석이 많아 가끔 웃음 짓게 만든 남자였다.

어스는 고개를 돌렸다.

더는 볼 수 없었다.

시체를 보는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닌데도 전에 없이 몸이 떨리고, 마음이 한 없이 가라앉았다.

인식의 차이일까?

타인과 동료라는 인식에서 발생하는?

“린다와 게이브를 찾는다.”

상실감, 슬픔, 분노를 애써 억누른 거너가 꾹 눌린 음성으로 일행을 일깨웠다.

그에 다들 굳은 신색으로 발걸음을 놀렸다.

제2의 깁스는 보지 않았으면, 그런 간절한 마음을 담고서 움직였다.

* * *

깁스의 시체를 시작으로 흔적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곳곳에 싸움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몬스터 사체, 베이고 찍힌 나무, 짓밟힌 풀과 발자국이 애탄 이들의 앞길을 인도했다.

그렇게 흔적을 따라가던 일행이 돌연 발걸음을 멈추었다.

몬스터의 것이 아닌 인간의 팔이 앞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모두의 입에서 침음이 새어 나왔다.

팔 주변엔 세 마리의 몬스터가 처참한 몰골로 죽어 있었다.

“……게이브의 팔이군.”

거너가 말하였다.

거너의 말이 아니었더라도 저 팔의 주인이 게이브라는 건 알 수 있었다.

깁스를 제외하고 남은 두 동료는 게이브와 린다 둘뿐이었으니까.

다시 이동했다.

15분을 달렸을까?

까마귀 떼에 둘러싸인 게이브의 시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일행을 본 까마귀들은 겁도 없이 힐끗 쳐다본 뒤 만찬을 즐겼다.

이에 격분한 니코가 괴성을 지르며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그제야 오만하게 굴던 놈들이 놀라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까악, 갸아악, 갹!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며.

놈들을 모조리 죽이려던 어스는 이내 팔을 내렸다.

의미 없는 화풀이기에.

그리 봐줬음에도 미물들은 멀리 가지 않고 상공에서 맴돌았다.

탐욕스러운 놈들이 아닐 수 없었다.

그 결과.

쉭.

아그네스가 놈들을 향해 연방 화살을 날려 모조리 죽여 버렸다.

그 모습은 평소 어스가 알던 아그네스와 달랐다.

‘……아그네스.’

거너가 아그네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에 휙 돌아선 아그네스, 그제야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어스는 또 한 번 더 충격을 받았다.

아그네스가 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눈물을 흘리는 아그네스라니.

멍.

“아그네스, 진정해. 린다가 남아 있어.”

“미, 미안해.”

듬직한 모습으로 아그네스를 진정시킨 거너, 이를 본 어스는 마음 한 곳이 불편했다.

그건 질투라는 이름의 졸렬한 감정이었다.

아그네스를 위로한 사람이 거너였기 때문에 이런 감정이 든 것인지, 아니면 거너의 듬직하고 냉철한 모습이 부러워서…….

‘시기심인가?’

아무튼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한없이 볼품없고 초라하게 느껴지는 어스였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요. 린다를 찾아야죠.”

감정의 반동인가? 어스는 일행을 향해 다소 매몰찬 태도로 소리치며 먼저 움직였다.

그러나 그의 몸과 달리 생각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미안한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치밀어 올랐다.

* * *

자유 마을.

몬스터 웨이브에 직격 당한 마을이라고 믿기지 않을 만큼 집들과 거리는 깨끗했다.

그러나 이러한 모습은 방벽 안쪽의 상황일 뿐, 방벽 너머는 죽은 몬스터로 뒤덮여 있었다.

지금 마을 주민 대부분이 몬스터 처리를 위해 일손을 보태는 중이다.

물론 이 마을에서 노동은 공공의 목적을 띤 사업이라도 무임금이 없다.

그러다 보니 침묵의 숲과 면해 있는 상황임에도 제법 많은 이들이 마을의 구성원이 되길 원하였다.

그러나 여전히 이 마을의 주류는 용병, 상인, 장인 집단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마을을 실질적으로 이끄는 집단은 용병이 아닌 상인들이었다.

그들의 인맥과 돈 아래 용병들이 굴복한 것이다.

그렇다고 용병들이 이에 불만을 품는 건 아니다.

상인답게 금전적인 부분은 합리적이었기 때문이었다.

“인명피해도 적고 물적 피해도…… 없군. 오히려 금전적인 이득이 많군.”

“모든 게 괴물 마법사의 활약이 컸습니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지금도 불안정한 상태였을 겁니다.”

“그래, 그자에 대해 알아봤나?”

“확실히 용병은 맞습니다. 또한 외모처럼 나이도 어립니다. 괴물 마법사라고 불리기에 조금의 손색도 없는 소년입니다.”

“그래, 그렇지. 정말 특이한 자야. 그래서 말인데. 그자를 그분께 추천할까 하는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두 사람밖에 없는 사무실이었지만 말 중반부에 가서는 뜬금없이 주변을 경계하며 말소리를 낮추는 제프니 촌장이었다.

그 모습은 마치 정체를 감추고 활동하는 세작의 느낌을 닮았다.

“저 역시 동감입니다.”

“좋아, 이런 일은 미적거려선 안 되지. 어수선한 상황이긴 하지만 자네가 직접 다녀오게. 최대한 은밀하게.”

호론은 촌장이 써준 편지를 품속에 넣고는 곧장 마을 밖으로 말을 달렸다.

두두두.

* * *

조용하던 숲에서 돌연 비명이 터졌다.

몬스터의 것이었다.

이에 일행의 얼굴 위로 희망이 스친다.

정적의 끝엔 어김없이 슬픔과 조우했었다.

그래서 정적이 두려웠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까 싶어서.

하지만 이번엔 앞서와 양상이 달랐다.

네 사람은 동시에 소리가 들린 곳으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뛰기 시작했다.

숲에서 이런 식의 이동은 극히 위험한 일이다.

높이 자란 수풀, 무성한 나무에 몬스터가 숨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스는 몰라도 거너, 아그네스, 니코는 짧게는 수년에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용병으로 구른 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이 이를 모를까?

당연히 그들도 알고 있었다.

분명 알고는 있었지만 이성을 좇기에는 그들의 감정이 이를 용납하지 않은 것이다.

어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스, 그렇게 쥐면 안 돼. 상대를 찌르는 순간 네 손목부터 나간다. 인마! 하체, 하체가 흔들리잖아. 에휴. 그냥 역기로 써라, 역기로. 이크, 농담이다, 농담이라고. 파이어 볼은 너무 심하잖아! 명색이 스승인데.

파이어 볼을 보고 화들짝 놀랐던 게이브는 죽어서 어스의 파이어 볼의 맛을 보았다.

운명인가?

-진정한 어른은 말이야, 여자를 알아야 해. 내가 다음에 좋은! 억! 린다, 그만 그만해. 장난이었어!

-깁스 우리 막둥이에게 그딴 저급한 걸 가르치겠다고! 오늘 그 쓸모도 없는 메추리를 박살 내주마!

-메, 메추리 아니거든.

-내가 다 봤어. 어디서 구라야!

그들과 있었던 일들이 선명하게 눈앞을 스치고 있었다.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닌데 엄청 오래된 것 같은 느낌으로.

깁스와 게이브는 늦었지만 린다는 아직 희망이 있다.

내달리고 있는 어스나 다른 이들이나 그 마음은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소중한 동료의 무사를 바라는 마음 말이다.

그런 그들의 마음이 하늘에 전해 진 것일까? 어스는 몬스터의 공격으로부터 힘겹게 버티고 있는 린다를 발견할 수 있었다.

살아 있는 린다였다.

린다를 둘러싼 채 공격하고 있는 몬스터의 수는 서른에 가까웠다.

저 많은 숫자의 몬스터를 상대로 지금껏 살아남은 게 용한 일이었다.

아니, 실력이다.

“린다!”

“린다 언니!”

“누나!”

그녀의 위기를 확인한 일행은 눈에 불을 켜고 거침없이 장내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들보다 한발 앞서 움직이는 인물이 있었으니.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파이어 볼!’

바로 어스의 파이어 볼이었다.

쾅쾅쾅쾅-!

네 번의 화끈한 폭발음, 사방으로 뻗어가는 거침 없는 화염의 파도 앞에 절반의 몬스터가 쓰러졌다.

남은 절반도 온전하지 않았다.

열기에 의한 피해로 인해 다들 혼란에 빠진 상태였다.

그런 놈들의 몸뚱이를 성난 일행이 난도질했다.

일행이 몬스터와 싸우는 사이 어스는 마나 회복 포션을 입에 들이붓고는 전장을 우회하여 린다에게로 달려갔다.

“린다 누나!”

그녀의 몸은 몬스터의 피인지, 아니면 자신의 핀지는 몰라도 피에 흠뻑 절어 있었다.

그래서 미처 보지 못했다.

린다의 한쪽 팔이 심각하게 훼손된 상태임을.

“하아, 이거 꿈 아니지? 너 어스 맞지? 귀엽고, 깜찍하고 그러면서도 장난 아니게 잘생긴?”

내용은 장난스러웠지만 린다의 목소리는 반대로 힘을 잃어 가고 있었다.

의식이 흐려지는 중이었다.

“앗! 이거 마셔. 치료 포션이야. 무려 중급이라고.”

“……귀, 귀한 거네. 그런데 소, 손을 못 쓰겠네. 칼을 너무 많이 휘둘러서 그런가?”

“이 상황에서도 말장난……!”

뒤에 말은 삼켰다.

한 손은 검을 놓지 않기 위해 끈으로 묶여 있었고, 다른 팔은 엉망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이를 보게 된 어스의 표정이 굳어 펴지지 않았다.

저 상처…… 상급, 아니 최상급 치료 포션도 소용없어 보였다.

‘8서클 레스토레이션이면 가능할 텐데.’

까마득한 훗날이면 모를까 당장은 방법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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