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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5화 (25/250)

025화

침묵의 숲은 약육강식의 논리에 따라 강한 종은 안쪽, 약한 종은 외곽에 자신들의 영역을 구축하는 방식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렇다고 불변은 아니다.

그 안에서도 크고 작은 영역의 변경이 일어났다.

변화가 클 경우에는 숲 밖에 사는 인간들에게도 피해가 미쳤다.

자유 마을만이 겪는 몬스터 웨이브였다.

그러나 그만한 규모의 몬스터 웨이브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았고, 설사 일어나더라도 최소 20년 이내에 발생한 몬스터 웨이브는 자유 마을의 힘만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수준의 것들이었다.

그런데 하필 오늘 그 불행한 일이 터져 버렸다.

자유 마을이 이곳에 세워진 이례 두 번째로 강력한 규모의 몬스터 웨이브였다.

땡땡땡-!

침묵의 숲 방향으로 세워진 감시탑에서 긴급한 상황을 알리는 종이 울려 퍼졌다.

호우가 남긴 흔적을 정리하던 자유 마을의 주민들은 하던 일을 멈춘 채 다급하게 움직였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그들은 주저하지 않고 무기를 들었다.

어스와 아그네스는 상점에서 일행이 부탁한 물건을 구입하는 중에 이 소리를 듣고 거리로 뛰쳐나왔다.

“몬스터 웨이브!”

무장한 사람들이 몰려가는 걸 본 아그네스가 굳은 얼굴로 말하였다.

어스 역시 저 단어의 의미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고향 마을이 바로 몬스터 웨이브에 의해 파국을 맞이했다.

고향 마을에 비해 자유 마을은 모든 면에서 뛰어났다.

싸울 줄 아는 사람들도 많은 데다 마을을 둘러싼 방벽도 높고 튼튼했다.

웬만한 웨이브는 방벽을 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아그네스의 표정이 저리 굳어 버린 이유는 캠프에 있는 동료들의 안위를 걱정했기 때문이었다.

“캠프는 괜찮을까요?”

“그들은 강해.”

“일단 대장을 만나러 가요. 누나.”

두 사람은 곧장 쌍도끼 여관을 향해 몸을 돌렸다.

긴급한 타종 소리는 평화와 활기로 가득했던 마을에 혼란이란 찬물을 끼얹었다.

앞만 보고 뛰던 어스를 누군가 옆에서 들이박았다.

고의가 아닌 사고였다.

아그네스가 제때 잡아 주었기에 어스는 쓰러지지 않았다.

“고마워요, 아그네스 누나.”

감사의 인사를 전한 어스는 자신을 들이박은 상대를 보았다.

화를 내야 하는 상황이지만 도저히 화를 낼 수 없었다.

몸집이 자신보다 작은 여자아이였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종소리에 겁에 질려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급하면 그럴 수 있지. 얼른 가봐. 부모님 걱정하시겠다.”

“아! 감사합니다.”

뛰어가는 여자아이를 일별한 어스는 다시 움직였다.

* * *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 상황에서 캠프로 가는 건 기름을 지고 불속으로 뛰어드는 행위다.

동료들의 안위가 걱정이지만 일단 그들을 믿고 몬스터 웨이브를 막는 데 손을 보태기로 했다.

만약 이 자리에 린다가 있었다면 모르긴 몰라도 불속으로 뛰어들려 했을 것이다.

‘린다 누나, 살아서 봐요. 꼭.’

일행은 곧장 몬스터가 몰려오는 마을 방벽 쪽으로 이동했다.

방벽 앞엔 자유 마을에서 고용한 용병들이 속속 방벽 위로 올라가고 있었다.

“그쪽은?”

“거너 용병대의 거너요. 여기 고용된 용병은 아니오.”

“고맙소. 그런데 옆에 그 소년은?”

“그도 용병이요.”

“아직 어린데 괜찮겠소?”

“내 동료의 활약을 보면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을 거요.”

어스 일행은 곧장 방벽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보게 되었다.

아니, 알게 되었다.

사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라는 걸 목격한 것이다.

‘미, 미친!’

갈색 자작나무 마을에서 겪은 몬스터 웨이브는 이곳에 비하면 새발의 피였다.

높은 방벽에서 바라본 대지는 온통 몬스터로 뒤덮여 있었다.

‘젠장, 꿈은 이뤄진다더니. 빌어먹을.’

속으로 매일 몬스터, 몬스터를 외쳤지만 절대 이런 방식은 아니었다.

캠프의 안전에 이어 마을의 안위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의 규모는.

꿀꺽.

턱.

“니코 형?”

“우린 반드시 이길 거야. 그리고 린다, 게이브, 깁스 형이랑 다시 뭉쳐서 몬스터 사냥을 할 수 있어. 그러니까 그런 얼굴 하지 마.”

이제야 형다운 면모를 보여준 니코로 인해 어스의 뛰는 가슴은 진정됐다.

‘와, 와. 몽땅 코인으로 치환해 주마.’

* * *

자유 마을을 향해 밀려오는 몬스터는 한 종류가 아니라 놀랍게도 두 종류였다.

양머리를 한 브로, 다른 하나는 어스도 익숙한 빅 고블린이었다.

빅 고블린을 본 거너와 아그네스의 얼굴이 딱딱해졌다.

캠프가 위치한 방향이 빅 고블린의 영역과 인접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몬스터 웨이브의 한 축을 빅 고블린이 담당하고 있었으니.

‘꼬여도 제대로 꼬였어.’

어스도 이를 짐작했지만 불길한 소리라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말이 씨가 될 수 있기에.

그리고 당장은 놈들을 막지 못하면 자신들이 위험하다.

그러니 싸워 이기는 게 급선무였다.

쉭쉭쉭-!

활과 석궁을 사용하는 자들이 일제히 시위를, 방아쇠를 당겼다.

화살의 비가 덮친 곳에선 몬스터의 비명이 난무했다.

동료들이 죽어 자빠져도, 고통에 몸부림치며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도 놈들은 이를 무시하고 오직 마을을 향해 내달렸다.

‘이젠 내 차롄가?’

어스는 몬스터의 밀집도가 가장 높은 곳으로 파이어 볼을 날렸다.

어스가 보유한 마나는 총 210으로, 파이어 볼의 경우 4번까지 시전할 수 있었다.

파이어 볼을 시전하는 데 필요한 마나의 양이 딱 떨어지는 50이었기 때문이었다.

네 번의 파이어 볼, 이건 거대한 호수에서 물 한 바가지 뜨는 것밖엔 되지 않는다.

그러나 아군에겐 사기를 높이는 북소리처럼 깊은 울림을 주기엔 부족함이 없었다.

“마, 마법사?”

“오! 여기에 마법사가 있다니.”

“저건 파이어 볼이야!”

주변의 이목을 사로잡고 단숨에 날아간 파이어 볼이 몬스터를 명중한 뒤 폭발했다.

불길이 직경 3미터를 휘감았다.

마법의 등장은 아군의 사기를 올렸고, 반면 적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불!

그 원초적인 힘은 짐승이나 몬스터에게나 두려움을 주기에 충분한 힘이었다.

적의 흐름이 끊겼다.

활과 석궁을 가진 자들에겐 한 번이라도 더 공격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5코인을 습득합니다.

-4코인을 습득합니다.

-5코인을 습득합니다.

……

……

……

-4코인을 습득합니다.

코인이 쭉쭉 차올랐다.

파이어 볼의 살상범위에 아쉬워했던 어스는 자신의 생각보다 많은 수의 몬스터를 처치한 것에 적지 않게 놀랐다.

‘파, 파이어 볼의 범위가 좁은 게 아니었나?’

어스가 저리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금까지 사냥했던 몬스터는 모두 소수인데다 그 소수가 아군을 포위하려 들었으니 자연 개체간의 간격이 넓다.

반면 이곳은 그 간격이 아예 없다시피 했다.

한 발, 한 발 신중하게 파이어 볼을 날리다 보니 210이었던 마나는 딱 10만 남았다.

마지막으로 매직 애로우 한 발이면 마법사가 아니라 창병이 되어야 한다.

게이브에게서 훈련을 받았지만 아직 빅 고블린 하나도 제대로 상대할 수 없는 실력이다.

‘그래도 어쩌겠어.’

방벽이 점령당하면 그땐 마을이다.

놈들이 방벽을 넘는다면 그 수간 방벽은 사람들에겐 감옥이 될 것이다.

그러니 창이라도 잡고 휘두를 수밖에.

매직 애로우를 끝으로 어스는 창을 힘주어 잡았다.

그런데 그때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했다.

그건 바로.

‘코인이 왜 들어와?’

스킬을 날리지 않았는데도 코인이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의문은 곧 풀렸다.

파이어 볼이 폭발하며 퍼트린 불길에 휘감긴 놈들이 이제야 죽은 것이다.

뜻밖의 가외수입이지만 지금은 마냥 즐거지만은 않았다. 그만큼 긴장감이 어스를 누르고 있었다.

“저기, 마법사님.”

한동안 창을 움켜쥐고 전방을 주시하던 어스의 곁으로 두툼한 몸집에 화려한 장신구를 착용한 남자가 다가왔다.

“누구?”

“이걸 받아주십시오.”

남자가 어스에게 유리병을 건넸다.

모양이 치료 포션을 연상시켰다.

“안 다쳤는데요?”

“예? 아니, 이건 치료 포션이 아닙니다. 마나 회복 포션입니다.”

“예? 그런 포션…… 음, 있군요. 그런데 그 귀한 걸 왜 제게?”

생소했지만 곧 아는 척했다.

명색이 마법산데 마나와 관련된 걸 일반인보다 모른다면 마법사로서의 체면이 말이 아니니까.

“당연히 돈은 받죠. 원가로. 물론, 마법사님께 받는 건 아닙니다. 마을의 공공자금에서 받습니다.”

마나 회복 포션, 처음 들어보는 그 이름에 솔깃했지만 과연 저 포션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난 일반적인 마법사가 아닌데.’

그래도 성의를 생각해서, 아니 공짜라서 받았다.

“제가 가진 게 하급 3개, 중급 하나입니다.”

마나 회복 포션을 안긴 상인은 어스에게 물건을 인도받았다는 증서에 서명을 요구했다.

그 모습에 순간 인지부조화를 맛보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인의 본분을 잊지 않다니.

슥슥.

“여기.”

“감사합니다, 마법사님.”

공식적인 문서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 보는 경험,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역시 글을 배운 게 정답이었어.’

증서를 받아든 상인은 황급히 뒤뚱거리며 떠났다.

그제야 어스는 손에 쥔 마나 포션을 응시했다.

과연 이게 자신에게도 도움이 될까?

일단 뚜껑을 따서 들이켰다.

도움이 되면 금상첨화, 안 되면 전투 전에 목이나 축인 것으로 치면 된다.

그런 마음으로 마셨는데.

-마나 200이 즉시 회복됩니다.

미쳤다! 정말이지 이건 미친 물건이다.

‘이것만 있으면 스킬을 무한대로 난사할 수 있어!’

상인, 빨리 그 상인을 찾아야 한다.

“니코 형!”

“왜?”

“상인, 아까 그 상인을 빨리 찾아줘, 급해!”

“야! 내가 놀고 있냐?”

“이걸 보고도 그 말 나오면 계속 있어.”

파이어 볼이 다시 허공을 갈랐다.

그 순간.

“마, 마법사님이 부활하셨다!”

“우와아아아!”

부활이라니…… 자신이 언제 죽었던가? 그러나 그딴 말은 어스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파이어 볼, 파이어 볼!’

꿀꺽.

-마나 200이 즉시 회복됩니다.

마법사의 부활(?)은 몬스터 웨이브에 직면한 사람들에겐 큰 용기를 선사했고, 어스에겐.

-레벨업.

-업적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레벨업의 기쁨을 안겨 주었다.

‘니코 형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하급 마나 회복 포션은 모두 사용하고 없다.

남은 건 중급 마나 회복 포션.

‘하급이 200을 회복시켜 줬는데, 이건 얼마나 회복될까?’

분명 더 많은 마나를 회복시켜 줄 깃이다.

그렇다면 남은 회복분은 어떻게 될까?

느낌에 그냥 사라질 것 같았다.

그에 어스는 머리를 굴렸다.

바로 물과 희석시키는 것이었다.

인벤토리에서 물주머니를 꺼낸 어스는 물의 절반을 버린 뒤 그 안에 중급 마나 회복 포션을 들이붓고는 마구 흔들었다.

그의 저 행동은 무지가 부른 참사라고 해야 할 것이다.

치료 포션과 마나 회복 포션의 공통된 주의 사항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희석 사용 절대 금지였다.

왜? 바로 약효가 증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그래야 하는데.

“파이어 볼!”

어스에겐 통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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