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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3화 (23/250)

023화

트롤도 맨주먹으로 때려잡을 것 같은 위풍당당한 모습의 거한이 갑옷이 아니라 앞치마를 두르고서 거너를 향해 환한 웃음과 함께 팔을 활짝 벌리며 반겼다.

두 개의 크고 단단한 바위가 부딪치는 느낌의 포옹을 끝낸 둘이 한발 물러섰다.

“오랜만이에요. 노바.”

“진짜 오랜만이네. 보자, 한 삼 년 됐나?”

“그쯤 되겠네요. 여전하시네요.”

“여전하긴 나도 많이 늙었어. 보자, 린다는…… 여전히 단단하고 씩씩하군. 우리 아그네스는 여전히 우아하고 아름다워. 누가 저 녀석을 용병이라고 생각하겠어. 예쁜 드레스를 입는다면 바로 귀족 영애지, 아무렴. 하하하.”

쌍도끼 여관의 주인 노바는 린다와 아그네스를 향해 앞서 그랬던 것처럼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아그네스는 재빨리 거리를 벌리곤 고개만 숙였고, 린다는 노바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가볍게 날린 게 아니라 온 힘을 다해 내지른 주먹이었다.

그 무시무시한 주먹을 가볍게 쳐낸 노바는 린다가 반항할 틈도 주지 않고 품속으로 끌어당겼다.

와락.

그러곤 천둥을 연상케 하는 큰 웃음을 터트렸다.

“쳇, 하나도 안 늙었잖아.”

“물렁한 네 주먹에 나가떨어질 만큼 늙진 않았지. 껄껄.”

포옹을 푼 노바는 린다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렸다.

그 모습이 린다가 자신을 대하는 것과 꼭 닮아 있었다.

‘아빤가?’

그러고 보니 외모도 살짝 비슷한 것 같기도.

게이브와 깁스와도 진한 포옹으로 인사를 끝낸 노바는 그제야 어스와 니코에게 관심을 보였다.

노바의 시선을 받은 니코는 마치 신병훈련소에서 갓 퇴소한 신병처럼 뻣뻣한 모습으로 거너에게 자기소개를 하였다.

“거너 용병대의 니코입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선배님.”

“신입이로군. 그런데…… 단련이 많이 필요하겠어.”

“기, 깁스 형님께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검방이야?”

“예? 아! 옙.”

“사나이는 도낀데. 하하. 깁스면 괜찮은 검방이지. 잘 배워 두게.”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그런데 저 소년은…… 호송 의뢰 중인가?”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어스에게선 용병으로서의 느낌이 전혀 나지 않았다.

그러하다 보니 노바는 어스를 의뢰 대상이라고 생각했다.

“아뇨, 저 용병인데요.”

거너를 돌아보던 노바는 당돌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렇지 않아도 커서 부담스럽던 노바의 눈이 더 커졌다

“거너, 가출한 애도 멤버로 받아들이는 거냐?”

“용병 마법사.”

“뭐?”

“훗, 그게 바로 접니다.”

“용병 마법사라니, 귀한 손님이군. 자자 모두 앉으라고 오랜만에 내 솜씨를 발휘해서 모두의 입을 호강시켜 주지.”

“공짜?”

린다의 말에 노바는 안면을 싹 바꾸었다.

“손님, 무슨 말씀이신지?”

그에 다들 웃음을 터트렸다.

“빨리 밥이나 줘. 맛없음 고소할 거야.”

“예예, 린다 님.”

콧노래를 부르며 노바는 주방으로 그 큰 몸을 집어넣었다.

그제야 어스는 노바에 대해 일행에게 물었다.

이처럼 친한 관계라면 진작 언질이나 해두지, 조금은 섭섭함을 담고서.

“노바? 현역 시절 그의 위명이 헥터 왕국 전역에 울려 퍼졌을 만큼 쟁쟁한 용병이었지.”

노바에 관한 이야기는 어스의 창술 사범이기도 한 게이브가 아련한 표정으로 알려주었다.

‘일종의 정신적인 지주 같은 건가?’

* * *

거너는 노바를 통해 이런저런 정보를 입수했다.

이후 일행은 3일 만에 자유 마을을 나섰다.

짐마차는 쌍도끼 여관에 보관시켰다.

덩치가 덩치이다 보니 아무래도 숲속으로 짐마차를 끌고 가긴 무리인데다, 자칫 맹수나 몬스터의 공격으로 말이 상할 우려도 없지 않았기에.

당연히 보관료는 지불했다.

숙박료와 음식값도 다 받아내더니 보관료에서도 얄짤없이 챙기는 노바였다.

‘훌륭한 마인드다.’

어스는 노바를 통해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친한 관계일수록 돈거래는 철저히 하라는.

“어스, 너 마법 주머니 용량이 어떻게 돼? 어떻게 그 많은 게 다 들어가?”

어스의 인벤토리엔 그의 개인 물품을 제외하고도 12킬로그램의 여유가 있었다.

이에 어스는 일행이 사용하는 활과 석궁의 화살을 맡았다.

참고로 거너 용병대에서 원거리 무기를 사용하는 이들은 총 셋이다.

아그네스, 깁스, 니코.

깁스와 니코의 경우에는 보조 무기로 석궁을 사용했다.

반면 아그네스의 보조 무기는 쇼트 소드로 활솜씨엔 미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허술한 솜씨는 아니다.

“마법사의 비밀을 알려고 하지 마.”

“오! 신비주의. 그런데 우리 사이에 그런 거 할 필요 있어?”

“우리 사이니까.”

그 말을 툭 내뱉으며 재빨리 아그네스 옆으로 이동한 어스는 린다를 향해 혀를 내밀었다.

“너, 너 이 자식 그렇게 귀여운 얼굴로 혀를 내밀다니!”

놀린 건데, 그녀에겐 놀림으로 작용하지 않은 것 같다.

잔뜩 흥분한 린다가 달려들었지만 어스는 아그네스를 엄폐물 삼아 그녀의 마수(?)를 뿌리쳤다.

그렇게 아웅다웅하며 이동하던 일행은 침묵의 숲 초입에 도착했다.

자유 마을과 면한 곳이 아닌 조금 돌아서 움직였기에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지금부터 대형을 유지하면 이동한다.”

거너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일행의 분위기는 지금까지와 달리 180도 달라졌다.

역시, 프로.

대형은 마름모 형태로 중앙엔 활이 주무기인 아그네스와 마법사인 어스가 자리했다.

전방엔 거너와 게이브, 후미엔 린다가 섰고, 좌우엔 검방인 깁스와 니코가 중앙을 호위했다.

“초입이라곤 하지만 여긴 침묵의 숲이다. 다들 긴장해.”

상대를 콕 집어서 말한 건 아니지만 거너의 경고는 어스와 니코에게 향한 것이다.

여기서 저 둘만이 이 숲이 처음이었으니까.

저벅저벅.

살짝 긴장한 니코와 달리 주변을 둘러보는 어스의 표정엔 조금의 긴장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흥분하고 있었다.

‘이제야 레벨 작업을 할 수 있겠구나.’

* * *

숲 진입 40분, 전방에서 일행을 인도하던 거너와 게이브가 동시에 굳은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놀라거나 당황하는 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대응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

숨소리마저 죽인 채 사방을 경계하던 거너에게서 수신호가 떨어졌다.

그에 아그네스의 화살이 허공을 매섭게 갈랐다.

잔가지와 나뭇잎에 가려 볼 수 없던 나무 위에서 단말마의 고통이 담긴 신음과 함께 하나의 인영이 곧장 아래로 떨어졌다.

이를 시작으로 숨어 있던 인영, 아니 빅 고블린이 일행을 노리고 튀어나왔다.

나무 위, 무성한 수풀 속에 숨어 있다가.

“킥킥!”

“키익!”

동족의 죽음에 흥분한 놈들의 두 눈에선 살의가 줄기차게 뿜어지고 있었다.

고블린이라 하여 무시했던 어스는 놈들을 실제로 보게 되자 그런 마음이 싹 사라졌다.

‘저게 어떻게 고블린일 수가 있어?’

일반적인 고블린보다 훨씬 큰 덩치에다 움직임도 그놈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빨랐다.

놈들에 대해 이야기는 앞서 들었지만 막상 두 눈으로 직접 보니 느낌이 완전 달랐다.

만에 하나 거너와 게이브가 놈들이 매복하고 있는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모르긴 몰라도 인명사고가 발생했으리라.

놈들은 어디서 구했는지 한 놈도 빼놓지 않고 날붙이를 손에 쥐고 있었다.

빈 몸으로 달려들어도 위협적일 놈들이 무기까지 들고 있으니 위압감이 대단했다.

그렇다고 여기에 주눅이 들어 어리바리할 일행이 아니다.

일행이 침착하게 대응하자 놈들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던 어스도 이내 평정심을 회복하곤 스킬을 날렸다.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어스가 날린 파이어 애로우 두 대가 빅 고블린의 몸에 적중했다.

하나는 급소를 제대로 맞아 즉사했다.

-4코인을 습득합니다.

‘고, 고블린이 이렇게 많이 준다고?’

4코인이면 오크보다 1코인이 부족한 액수였다.

어스가 날린 파이어 애로우에 당한 다른 놈은 다리에 불이 붙은 상태였다.

놈은 이를 끄기 위해 몸부림쳤다.

한 번에 죽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마나 : 160/200.

마나를 올린다고 올렸지만 그래도 마나는 부족하기만 했다.

언제쯤 마나를 신경 쓰지 않고 스킬을 펑펑 쓸 수 있을지.

다리에 불이 붙어 전의를 상실한 놈의 목에 게이브의 창이 쑤시곤 곧장 빠져나와선 다른 놈들을 노리고 이를 드러냈다.

‘내 건데…….’

이 상황에서 소유권을 주장할 만큼 철딱서니가 아니다.

재빨리 다음 표적을 물색했다.

이왕이면 한 번에 끝장낼 수 있도록 급소를 노려야 한다.

상대의 급소에만 집중한 때문일까? 좌측에서 빠르게 달려오는 놈을 미처 보지 못했다.

“어스!”

니코가 목이 터져라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에 위기를 느낀 어스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빅 고블린의 모습을 보다 자세하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런!

어스는 재빨리 파이어 애로우를 날렸다.

거리가 가깝다고 스킬의 위력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파이어 애로우에 깜짝 놀란 놈이 팔을 휘둘렀다.

고블린 따위가 가지기엔 너무나 아까운 근육질의 단단하고 두꺼운 팔뚝이 파이어 애로우를 받았다.

작은 폭발음과 함께 불길이 놈의 얼굴을 덮쳤다.

“키이이이익!”

2차 피해는 생각하지 못한 듯 놈은 크게 당황했다.

작열감도 깜빡 잊을 만큼.

‘파이어 애로우.’

그래 봐야 놈의 운명은 달라지지 않았다.

놈은 작열감을 느끼며 끝내 쓰러졌다.

-4코인을 습득합니다.

마나는 줄고, 코인은 늘어나고 있다.

이게 1 : 1의 비율이면 위안거리가 될 텐데 현재까지 거의 2 : 1에 가까운 비율이다.

완전 손해 보는 장사였다.

그 생각에 짜증이 확 솟구쳤다.

그나마 이 한 번의 위기를 끝으로 이런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니코가 착 달라붙어 제대로 가드를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덕분에 어스는 표적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거의 2 : 1이었던 비율이 1 : 1수준이 되기 시작했다.

-4코인을 습득합니다.

-4코인을 습득합니다.

-4코인을 습득합니다.

* * *

거너 용병대를 공격한 빅 고블린 무리가 몰살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분이 넘지 않았다.

지금부턴 승리자의 권리를 누릴 시간이다.

전리품 수거.

“저 네 구는 버려야겠네.”

깁스가 새까맣게 타버린 네 구의 빅 고블린을 보며 아깝다는 듯 혀를 찼다.

일반적인 고블린의 사체는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빅 고블린은 돈이 된다.

가죽과 손발톱이.

놈의 가죽은 옷과 신발의 안감으로 인기가 높으며, 손발톱은 마법 물품의 재료로 사용된다.

딱히 어디에 사용되는 재료인지는 일행도 알지 못했다.

전투보다 몇 배는 더 긴 부산물 수거를 마치자 다들 땀으로 목욕이라도 한 듯 흥건해지고 말았다.

반면 어스는 마법 로브 덕분에 그와 같은 꼴은 면할 수 있었다.

‘이건 신의 한 수였어.’

자화자찬을 하지 않으려야 않을 수 없었다.

찝찝한 느낌에 죽으려는 린다를 보니 특히 더 기분이 좋아졌다.

‘이 정도 코인이면 빅 고블리만 잡는다고 해도 나쁘진 않겠어.’

타깃을 고블린으로 한다는 거너의 말에 실망했던 어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당시의 실망감은 그에게선 단 한 점도 찾아볼 수 없었다.

두당 4코인이면 오크를 사냥하는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오크보다 덜 위험하기도 하고.’

침묵이 숲의 빅 고블린,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거너 용병대의 본격적인 빅 고블린 사냥의 서막이 올랐고, 어스는 누구보다 열심히 빅 고블린 사냥에 전념했다.

마나가 떨어지면 창을 쥐고 뛰쳐나가는 열의까지 보이며 코인과 경험치를 축적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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