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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4화 (14/250)

014화

오크 부락에서 나온 무리를 족족 몰살시킨 후 어느덧 삼 일이 지났다.

그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오크 부락에서 다시 20마리의 오크들이 나왔다.

놈들이 부락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 이르렀을 때 5개 연합 용병대가 그 배후를 들이쳤다.

시작은 원거리 공격으로.

“파이어 애로우! 파이어 애로우!”

한 마리라도 더 잡기 위해 어스는 아낌없이 파이어 애로우를 퍼부었다.

그래 봐야 일곱 발이 전부지만 적의 숫자를 생각하면 무시할 수 없는 횟수였다.

-5코인을 습득합니다.

……

……

……

일곱 발의 파이어 애로우로 다섯 마리의 오크를 죽였고, 둘에겐 행동에 불편을 줄 정도의 화상을 입혔다.

그놈들도 제 손으로 정리하고 싶었지만 다른 이의 석궁에 죽고 말았다.

다 잡은 물고기를 빼앗긴 기분을 떨칠 수 없었지만 뭐라 할 입장도 아니었기에 안타까움이 컸다.

‘내 건데.’

오크 스무 마리가 정리되는 건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당연한 결과다.

머리 숫자는 물론 무기의 질과 원거리 병과까지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보다 더 반가운 말이 나왔다.

“오늘은 충분히 휴식을 취한 다음 내일 부락을 공격한다!”

산속에서 보낸 시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 * *

다음 날, 오크 부락은 인간들의 침공을 받았다.

혈기왕성한 그들의 목소리가 오크를 두려움에 빠뜨렸다.

“죽여라!”

“돈 벌자!”

“죽여 버리자!”

“우와아아아-!”

그것은 전투가 아닌 일방적인 학살이었다.

인간과 달리 암컷이나 어린 새끼도 무시할 수 없다지만 부락에 쳐들어온 자들 모두 칼밥으로 먹고 사는 용병들이었기에 위축되는 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오히려 지나친 흥분이 문제였다.

“싯팔, 어린 새끼에게.”

“바, 발을 다쳤어!”

안 다쳐도 될 상황에서 다친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향한 건 욕설이었다.

“병신들.”

그래, 여기서 다치면 그건 병신 중에서 상병신이 된다.

그때부터 부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병신 소릴 듣기 싫어서인지, 다친 동료를 보자 경각심이 들어서인지는 몰라도 다들 전문가답게 행동했다.

마나를 몽땅 다 쓴 어스는 아버지가 선물한 창을 들고서 아직 죽지 않은 채 버둥거리는 놈들의 명줄을 끊었다.

-5코인을 습득합니다.

그 수가 많지 않아 아쉬웠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마, 마법사 나 좀 도…… 도와줘.”

설레발치다 다친 용병 하나가 어스에게 도움을 청했다.

뭘, 도와 달라는 건지.

일단 다친 용병에게로 갔다.

어쨌건 지금은 함께 싸우는 전우이기에.

“뭘 도와달라는 겁니까?”

“치, 치료 마법 좀.”

“포션 뿌려요.”

치유 포션은 비싸다.

가장 비싼 최상급의 경우 한 병에 1만 테스에 판매되고 있었다.

용병들이 돈을 잘 번다고 하지만 1만 테스면 그들에게도 거액이었다.

그렇다고 칼밥을 먹고 사는 처지에 치료 포션을 안 살수 없는 노릇이라 다들 하급 포션은 한 병식 소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걸 쓰라고 했더니.

“누가 몰라? 그거 다 써서 없다고. 구입하는 걸 깜빡했거든. 부탁이야, 제발 치료 마법좀.”

힐이란 스킬이 있다.

2서클이다.

하지만 어스는 구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저 남자를 위해 구입할 생각도 없었다.

스킬 슬롯이 무한정이면 구입해서 나쁠 건 없지만 아홉 개로 고정 되어 있었기에 그건 낭비였다.

힐보다 차원이 높은 치료 마법은 구입할 생각이 있지만 그건 정말 비싼 것이기에 당장은 어림반푼어치도 없었다.

“안 배웠는데요.”

“뭐? 왜?”

“내 맘.”

용병은 투덜거리더니 자신의 품에서 치료 포션을 꺼내 상처에 뿌렸다.

갖고 있으면서 없는 척하다니.

어스가 자신을 황당하게 쳐다보자 그래도 양심이란 놈은 살아 있는지 계면쩍은 얼굴로.

“이놈이 비싸 물건이거든. 그런데 말이야. 이 생활 오래하려면 치료 마법은 꼭 배워두라고. 치료 포션보다 적은 가격으로 팔면 용돈 벌이도 되고 좋잖아.”

그 말을 끝으로 용병은 다시 싸우러 갔다.

후방으로 물러서는 게 아니라.

이를 빤히 쳐다보던 어스는 남자의 말을 곰곰이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스킬 슬롯이 아까웠다.

“참,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어스는 자신을 불러서 시간을 낭비시킨 구두쇠를 욕하며 명줄이 아직 끊어지지 않은 오크를 매의 눈으로 살피기 시작했다.

그리고 보이는 즉시 다다다 달려가선 가차 없이 창을 내리찍었다.

푹.

-5코인을 습득합니다.

‘바쁘다, 바빠.’

* * *

-레벨업.

-업적 포인트 2를 획득합니다.

역시 발품이 진리였다.

아니, 막타.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13).

생명력 : 100/100.

마나 : 150/150.

인벤토리 : 1.

스탯 : 힘(1). 체력(1). 민첩(1). 지력(2). 정신(11).

직업 스킬(2/9) : 매직 애로우(+0/12). 파이어 애로우(+0/12).

업적 포인트 : 4.

코인 : 496.

오크 부락을 상대로 한 사냥에서 총 2개의 레벨을 올리게 되었다.

몽땅 독식했으면 이보다 더 많은 레벨을 올릴 수 있었을 텐데, 용병들의 손에 죽어가는 오크를 보니 내 것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다.

더구나 4코인만 더 있었다면 바로 3서클 파이어 볼인데 목전에서 좌절해 버렸으니.

겨우 아쉬운 마음을 달랜 어스는 업적 포인트에 눈길을 던졌다.

잠시 고민하던 어스는 업적 포인트를 정신 스탯에 분배했다.

마나 : 170/170.

파이어 애로우를 기준으로 이제 8회 시전이 가능해졌다.

‘내가 전면에 나서서 싸울 일은 없을 테니까.’

* * *

용병들은 두 팔 걷어붙이고서 전장 정리에 구슬땀을 흘렸다.

가죽이 벗겨지고, 송곳니가 뽑힌 새빨간 몸뚱이의 크고 작은 오크 사체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거기서 흘러나온 피가 바닥의 열기와 함께 올라오며 진한 비린내를 풍겼다.

비위가 약한 자라면 단단히 고생하겠지만 여기 있는 그 누구도 이에 휘둘리는 사람은 없었다.

용병들의 수입이 걸린 탓인지 부산물 수거는 전투보다 몇 배의 시간이 더 걸렸다.

더운 날씨라 더 꼼꼼히 해야 한다.

양이나 소 같은 가축의 가죽을 벗기는 작업은 숙달된 사람도 체력적인 소모가 심하다.

하물며 몬스터는 말해 무엇할까.

달콤한 승리 뒤에 찾아온 일거리에 다들 지쳐갈 무렵.

“잠깐, 휴식!”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앓는 소리가 튀어나온다.

용병들은 어스가 앉아 있는 나무 그늘로 우르르 달려왔다.

참고로 어스는 전투가 끝난 이후 적당한 그늘에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마법사의 특권이랄까.

그리고 저 어린 마법사가 해체 같은 험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그런 선입견도 한몫했다.

그가 앉아 있는 곳이 바로 명당이었기에 거너 용병대 전원이 그가 있는 곳으로 우르르 몰려왔다.

피비린내와 땀 냄새가 섞여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지만, 다들 힘든 일을 하고 왔으니 뭐라 할 입장도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건 아니지.

“자리 넓은 데 왜 여기 앉아요?”

누구보다 더러운 몸을 하고서 린다가 착 달라붙었다.

참고로 린다는 어스의 얼굴을 무척 마음에 들어했다.

처음부터.

하지만 그땐 용병대의 정식 멤버도 아닌데다 어스의 아버지까지 있었기에 스킨십 따윈 없었지만, 행크도 없고 어스도 멤버가 되면서 그녀는 노골적으로 어스와의 스킨십을 즐겼다.

아니, 그의 반응을 즐긴다고 해야 할 것이다.

어스가 코를 부여잡고 볼멘소리를 하자 오히려 더 달려드는 린다였다.

덥석.

“으악!”

“고놈 그거 팔딱팔딱거리는 게 싱싱하구먼!”

다른 동료들은 지켜보기만 할 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오히려 깁스와 게이브는 니코와 죽이 맞아 낄낄 웃으며 배를 긁었다.

손톱 사이가 시커먼 이유가 바로 저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하긴 몇 날 며칠 산속에서 노숙하며 지냈으니 제대로 씻기는 힘들다.

아니, 씻을 수 없었다.

오크의 예민한 후각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어스 역시.

그러니 그가 이런 말 할 처지는 아닌 것이다.

다행히 린다도 더웠는지 잠깐 장난을 치다가 곧 대자로 뻗어버렸다.

민망한 자세였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거너 용병대야 이런 모습을 자주 봤기에 면역이 있었지만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특히, 5개 연합 용병대에서 여자라곤 아그네스와 린다 단둘뿐이다 보니 그들을 용병이 아닌 여자로 보는 자들이 적지 않았다.

‘아그네스 누나는 당연히 인정이지만 린다 누나는 아니지 않나?’

어스는 흘끔거리는 시선들을 향해 눈을 부라리자 하나둘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도 끝까지 쳐다보는 놈에겐 입모양으로.

고자라고 말해주었다.

딱 그 말만 하였을 뿐인데 남자는 사색이 되어 눈길을 거두었다.

어스는 내심 한숨을 내쉬며 대자로 뻗은 린다를 일별한 뒤 시선을 아그네스에게 주었다.

‘역시 아그네스 누나네.’

나무에 등을 기대고서 두 눈을 살포시 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청초함으로 가득했다.

턱 끝에 매달린 땀방울은 땀이 아니라 여신의 이슬처럼 보였다.

두근두근.

엊그제는 꿈에 아그네스 누나가 나왔다.

목욕을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을 보고 실제인지 알고 비명까지 지르고 깼다.

난데없는 그 비명에 깬 사람들의 원망을 수도 없이 들어야만 했다.

하지만 어스는 단 한 마디도 할 수 없었다.

왜?

몸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였다 어스가 아그네스에게 가까이 가지 않는 이유가.

‘덕분에 린다 누나가 꼬여 버렸지.’

그나마 아그네스 누나 옆에 있을 땐 스킨십 장난은 치지 않았었는데.

지금이라도 아그네스 누나…… 꿈에서 본 아그네스의 목욕 장면이 떠오른 어스는 얼른 고개를 돌렸다.

‘나도 땀 좀 흘리고 일할까?’

왠지 그래야 할 것 같았다.

휴식이 끝나고 어스도 단검을 들었다.

“마법사님은 그늘에서 쉬지 왜 왔어?”

“보기보다 힘든 작업이니까. 마법사님은 쉬지그래?”

이런 말이 쏟아졌지만 어스는 꿋꿋이 가죽을 벗겼고.

“깔끔하네.”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데.”

“도축장 집 아들인가?”

그리고 부족하지 않은 무두질 솜씨까지.

그제야 어스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은 사라지고 그도 한 사람의 일꾼으로 모두에게 인정받았다.

‘이게 다 린다 누나 때문이지.’

여기서 왜 린다가 나오는 건지 어스의 속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 * *

몬스터 토벌령이 거둬지기 하루 전, 5개 연합 용병대가 토벌대 임시 숙영지에 도착했다.

그들이 지고 온 오크 가죽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과 부러움을 불러 일으켰다.

임시 숙영지의 행정관에게 오크를 잡았다는 증거를 제시한 5개 연합 용병대는 무사히 결제를 받을 수 있었다.

수입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후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상인에게 가죽 전량을 매도했다.

이렇게 받은 금액을 앞서 분배율대로 각각 용병대가 나누어 가졌다.

그리고 거너의 손에서 멤버들의 손으로.

“자 이건 어스 네 몫이다.”

거너가 어스에게 묵직한 돈주머니를 내밀었다.

당장이라도 내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보는 사람도 있고 해서 어스는 호기심을 억눌렀다.

반면 사람들은 거너를 믿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이게 관례인지 그 자리에서 금액을 확인했다.

그에 어스는 거너의 눈치를 살폈다.

불쾌할 수 있는 노릇이니까.

‘저래도 괜찮은 건가?’

거너의 표정에선 그러한 감정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거너는 어스의 마음을 짐작한 듯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어스 너도 확인해. 식구라도 금전문제에 있어서만큼은 확실한 게 좋아. 그래야 오래가거든.”

그제야 어스도 돈을 세기 시작했다.

그의 입은 이내 함지박이 되었다.

고블린 토벌대에 합류해서 벌었던 돈은 여기에 비하면 그야말로 푼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일행은 산속에서 고생했던 원한을 모조리 풀어내기 위해 술과 음식으로 풀었다.

‘이것만 보면 용병들의 씀씀이가 크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이들의 사정을 알지 못했다면 어스도 아마 그리 생각했을 것이다.

돈 귀한 줄 모른다고.

하지만 지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난 그러면 안 되지. 집을 사야 하니까.’

아버지에게 약속한 번듯한 집을 사려면 지금보다 더 많이 벌어야 한다.

그날을 위해 어스는 적당히 먹었다.

그리고 제 몫의 음식 값을 지불하곤 객실로 올라가 오랜만에 침대와 합체했다.

‘여기가 바로 천국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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