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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2화 (2/250)

002화

시장에 내다 팔 가죽을 정리하던 행크는 평소와 달리 이른 아침에 일어난 아들을 보게 되었다.

행크에게 있어 이는 해가 서쪽에서 뜨는 일과 동급.

“놀라운 걸 네가 이 시간에 다 일어나고 말이야. 아니, 그게 아니지. 아들 혹시 악몽이라도 꾼 거냐?”

“그딴 거 이제 안 꿔.”

“그래? 하긴 악몽을 꿨다면 표정이 그럴 리 없겠지. 그리고 그 표정 참 마음에 든다. 사내는 모름지기 자신감이지, 자신감! 하하.”

어스는 마을에서 별종으로 취급받고 있었다.

심한 경우 욕까지 들었다.

인구라고 해봐야 300인 마을에서 말이다.

그 일은 6, 7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금도 또래보다 작고 힘도 없는 어스가 무슨 대단한 능력을 가졌다고 마을 사람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큰일을 벌였겠는가.

이 모든 사달의 원인은 어스가 꿈에서 비롯됐다.

어린 어스는 그곳을 천국이라 믿었고 친구들에게 자신이 본 내용을 소상하게 알려주었는데, 그가 말한 천국과 뤼빅스 대륙에서 유일신으로 받드는 룬의 성서에 기록된 천국은 상이했다.

그래도 어린아이의 말이니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는 문제였지만 워낙 자세한 어스의 이야기는 사람들에게 악마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다행히 종교 재판장에 끌려가는 끔찍한 일은 당하지 않았지만 그때부터 어스는 물론 그 가족들도 전염병 보균자처럼 따돌림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를 보고 자란 어스가 어찌 마음이 편했을까.

아버지의 힘차고 밝은 웃음에 어스도 마주 보며 크게 웃었다.

‘아빠, 이제 그깟 놈들 말 따윈 신경 쓰지 않아요. 왜냐고요? 그들 따위 무시할 수 있는 사람이 될 테니까요. 마법사요, 그것도 모든 사람들이 우르르 보는 대마법사가 될 거예요.’

중요한 내용은 항상 말을 아끼는 습성이 있었다.

어릴 때의 그 경험 때문이었다.

어스는 시침을 뗐다.

“평소 내 표정이 어떤데?”

“잘생겼지. 그럼, 잘생겼고말고! 하하.”

역시 정직한 아버지다.

빈말이라도 다른 칭찬은 없으니까.

행크의 호탕한 웃음소리에 엘이나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마당에 나왔다.

웃고 있는 남편과 그런 남편 앞에 서 있는, 왠지 여유로워 보이는 아들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엘이나의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그려진다.

“엄마.”

“아침은?”

아들에겐 웃어 주고, 남편에겐 인상을 그리는 엘이나였다.

남편…… 그냥 한때 사랑했던가 싶은 관계인 듯싶다.

반면 자식을 향한 어머니의 사랑은 불편이지 않을까 싶고.

급 초라해진 아버지를 대신해서 어스가 나섰다.

“아침은?”

“배고파? 기다려 엄마가 얼른 준비하고 부를 게.”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람처럼 주방으로 달려가는 엘이나였다.

그에 행크의 어깨는 쭉 내려간다.

호탕하던 남자는 어디 가고 없는 건지.

“아빠.”

“응?”

“엄마랑 사랑해서 결혼한 거 맞지?”

“그랬지, 그랬었지.”

“지금은 아니야?”

“음, 어스야. 너도 이참에 결혼하고 아들딸 낳고 살다 보면 언젠가 이 아빠가 달 보며 술 한 잔 기우는 심정을 이해하게 될 날이 올 거야. 어떻게 아냐고? 아빠도 그래. 아. 울 아빠 보고 싶다.”

코끝이 찡해지는 아빠의 고백(?)에 어스는 말없이 안아주었다.

토닥토닥.

“나도 사내잖아, 사내가 사내의 심정을 몰라주면 세상 누가 그걸 알아주겠어. 거기다 난 아들인데. 다 이해해.”

행크는 또 한 번 놀랐다.

‘이 녀석…… 진짜 달라졌잖아? 스쳐 가는 바람은 아니었으면.’

가슴 뿌듯하면서도 한편으론 조마조마한 행크였다.

그날 행크 일가는 온 가족이 모두 식탁에 모여 화기애애한 식사를 마쳤다.

“오빠?”

“왜?”

“이상해.”

“뭐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아빠를 닮은 슬픈 여동생이여.

물론 단점만 있는 건 아니다.

힘도 좋고 덩치도 좋다.

그래서 마을 남자아이들도 루시에겐 까불지 않는다.

아무튼 이런 동생이 기어오를 때가 있다.

힘으론 상대할 수 없다.

슬프게도.

그땐 엄마 찬스를 쓴다.

하지만 그것도 한 해 전부터 하지 않았다.

고자질은 어린애나 할 짓이니까.

그래서 방법을 달리했다.

여동생이 가장 싫어하는 말 바로 아빠를 닮았어.

“좋은 의미로 한 말이지?”

“그래, 좋은 의미야. 늘 그래 봐. 내가 업고 다닐 테니까.”

함박웃음을 짓는 여동생을 보며 어스도 마주 보며 웃어 주었다.

자식들이 다정하니 그 부모도 보기 좋은지 입가에 웃음꽃이 지질 않는다.

* * *

행크는 아침을 먹자마자 손질한 가죽을 보따리에 싸서 집을 나섰다.

이맘때면 사냥을 업으로 삼는 마을에선 상당량의 가죽이 쌓이다 보니 주도의 상인회에서 마차를 보내주곤 했기에 그 편으로 가기 위함이다.

어스를 비롯해 모두가 행크를 배웅한 뒤 여느 날과 다름없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단 한 명, 어스만 특별한 움직임을 보였다.

“그건 왜 들고 나왔어?”

마당에 있던 루시가 어스의 옆구리에 매달린 단검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녀석에게 곧이곧대로 말할 생각은 없다.

“숲에서 토끼 굴을 봤어. 그거 잡을 해.”

“정말? 그럼 나도 따라갈래.”

이 생각을 못 했다, 저 녀석 사냥을 되게 좋아한다는 것을. 그래서인지 장래 꿈도 아버지를 능가하는 사냥꾼이다.

그런 녀석에게 보도 못 한 토끼굴 이야기를 했으니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인 꼴이 되고 말았다.

“싫어.”

“왜?”

“그냥.”

“씨.”

“엄마, 루시가 욕해!”

그 말에 엘이나가 눈을 부라리며 튀어나왔다.

“루시, 엄마가 욕하지 말랬지!”

“아, 아냐! 욕한 게 아니라…….”

모녀가 한판 실랑이하는 사이 어스는 한 줄기 바람처럼 집을 나섰다.

* * *

집을 나섰을 땐 단검 하나뿐이던 어스의 손엔 조잡한 나무창이 쥐어져 있었다.

숲에서 주운 나무로 대충 만든 것이다.

그의 목적지는 마을에서 금지로 정한 장소였다.

다른 곳도 아닌 그가 금지에 온 건 다른 몬스터를 봤다는 마을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이 찾지 않는 이곳이야말로 놈들이 살고 있을 확률이 그나마 높은 곳이다.

‘오크나 트롤 같은 놈들이 나오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는 없을 것이다.

금지라곤 하지만 마을과 크게 먼 곳도 아닌 곳에 그런 놈들이 살고 있다면 마을의 상황은 지금과 180도 달랐으리라.

그리고 깊이 들어갈 마음도 없었다.

한 시간가량을 이동했을까?

어스는 물소리를 듣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갈증도 해소할 겸 오래 걸었더니 다리도 아팠다.

물소리의 진원지에 거의 다다랐을 때였다.

익숙한 소리가 어스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고블린이다!’

고블린과 생사를 걸고 싸웠다.

단 한 번이긴 하지만 인생 최초의 일이었으니 어찌 그 소리를 잊을 수 있으랴.

피곤함으로 죽어 가던 어스의 두 눈은 언제 그랬냐는 듯 별빛처럼 반짝이기 시작했다.

자세를 낮추고, 밟으면 소리 나는 것이 있는지 살피며 조심조심 전진했다.

역시, 그 소리의 주인은 고블린이었다.

문제는 그때처럼 하나가 아닌 셋.

‘쫄지 마. 넌 마법사잖아.’

마음의 안정을 되찾기 위해 어스는 상태창을 열었다.

아직은 보잘것없다.

지금껏 잡은 몬스터라곤 비실비실한 고블린 하나가 전부였으니까.

하나 저 세 마리를 모두 잡는다면 지금보다 좀 더 여물어 지리라.

위축되었던 마음이 풀리자, 긴장으로 굳은 몸까지 덩달아 풀리었다.

물론 육박전으로 놈들을 상대할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애초 그럴 재간도 없고.

마나 : 105/105.

아쉽게도 마나 5가 부족해서 매직 애로우는 10발이 한계다.

이를 넘어서게 되면.

어스는 조악한 창을 보았다.

‘이걸로 될까?’

막상 시작을 하려니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셋이 아니라 둘이면 이런 고민도 없을 텐데.

‘여차하면 싸우자. 그래 봐야 상대는 고블린일 뿐이야.’

마나를 다 쓰면 생명력으로 버티면 된다.

고통과 충격을 모조리 막아주는 생명력의 효과를 생각하면 해볼 만하단 생각이 들었다.

앞서 그렇게 해서 한 놈 잡지 않았던가.

‘매직 애로우×3.’

의지만으로 즉시 발동하는 스킬, 이건 스킬을 사용하는 어스만이 할 수 있는 신기였다.

보통의 마법사가 지금 저 모습을 본다면 신기한 마음에 눈을 떼지 못했으리라.

저서클의 마법사인 경우.

아직 그쪽 세계에 대해 잘 모르기에 어스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대단함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각설하고.

생성한 세 발의 매직 애로우는 각자의 표적을 향해 쏜살처럼 날아갔다.

시위를 떠난 화살은 바람의 영향을 받는다.

반면 스킬은 그와 같은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이 차이는 매우 크다.

명중률에 관계된 것이기에.

퍽퍽퍽!

게걸스럽게 사냥감을 찢어 먹고 있던 세 고블린의 입에서 동시에 외마디 비명이 터졌다.

한 마리는 즉사.

-2코인을 습득합니다.

이게 그 증거다.

다른 두 마리는 부상만 입었다.

‘칫.’

충격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있는 놈들을 향해 어스는 거푸 매직 애로우를 날렸다.

머리통을 맞추고, 상체를 맞췄다.

그러자.

-2코인을 습득합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이 멘트를 들을 수 있었다.

그제야 어스는 긴장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었다.

“뭐야? 별거 아니잖아.”

3마리의 고블린을 잡느라 소비한 마나는 60, 남은 마나는 달랑 45에 불과하다.

마나는 1시간에 10퍼센트 회복된다.

한두 마리의 고블린을 더 사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지금처럼 세 마리를 만나게 될 경우에는 곤란해질 것 같았다.

그나저나.

‘세 마리씩이나 잡았는데 왜 레벨이 오르지 않지?’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잠시 그 자리에서 고민하던 어스는 모험보단 안전을 선택했다.

누군가는 이를 소심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소심한 자가 어찌 제 발로 몬스터를 찾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이건 소심한 것이 아니라 분별이라고 해야 하리라.

* * *

고블린은 돈 되는 몬스터가 아니다.

그래서 몬스터를 통해 수익을 얻는 용병들의 경우에는 놈들을 성가신 쓰레기라고 불렀다.

그러나 그것도 몬스터 토벌령이 내려진 영지에선 상황이 달라진다.

놈들에게 현상금이 붙기 때문이다.

물론 많은 금액은 아니지만.

가죽을 팔기 위해 남작령의 주도에 갔던 주민들이 돌아와서 이 사실을 마을에 알렸다.

몬스터 토벌령이 내려진 사실을 촌장에게 알렸다.

그에 촌장은 마을 남자들을 회관으로 소집했다.

“다들 들어서 알고 있겠지만 몬스터 토벌 공고가 붙었다. 위치는 영지 남쪽이다. 공고가 붙은 지 이틀 밖에 안 됐으니까 내일 출발하면 토벌대에 참가할 수 있을 게야.”

그 말에 사람들의 엉덩이가 일제히 들썩인다.

동물을 사냥해서 그 부산물을 내다 파는 수입보다 몬스터를 잡는 수입이 더 크다 보니 다들 안달이 난 것이다.

더구나 토벌령하에선 자신들만 움직이는 게 아니기에 안전도 어느 정도 보장된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누가 이를 외면할까.

어스의 아버지 행크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니, 누구보다 간절했다.

“매년 하던 대로 제비뽑기를 통해 선발하겠네. 지원자는 앞으로 나서게.”

촌장의 말이 떨어지자 남자들이 앞다투어 나섰다.

이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기에 촌장은 놀라지 않았다.

“줄을 서시게.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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