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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1화 (프롤로그) (1/250)

레벨로 성장하는 마법사

프롤로그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한 기이한 세상을 볼 수 있었다.

그 시작은 열 살 무렵이었다.

철없던 난 내가 본 것들에 대해 말하고 다녔다.

처음엔 다들 내 이야기를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하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날 이상한 눈으로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나는 이를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어른들이 모여서 하는 이야기를 엿듣게 되었다.

내가 악마에 씐 게 아니냐는 말이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덜컥 겁이 났다.

마녀와 악마에 씐 자들은 태워 죽인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연히 그 말을 엿들은 이후 난 내가 본 것들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드문드문 보이던 것도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게 되었다.

처음엔 섭섭했지만 나는 곧 이를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불에 타 죽을 일은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그로부터 5년이 지난 후 나는 또 다른 걸 보게 되었다.

001화

어스는 당혹감과 두려움이 교차하는 불안한 얼굴을 하고서 자신의 눈을 연방 비비기 시작했다.

처음엔 자신의 눈이 잘못되었나 싶었지만 결코 잘못된 게 아니었다.

사람들이 말하던 것처럼 진짜 악마에라도 씐 것일까?

설마.

‘절대!’

잠시 흔들렸던 멘탈을 수습을 한 어스는 두 눈을 부릅떴다.

그제야 낯익은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두려움이란 장막과 안 좋은 기억을 걷어내자마자.

‘저건 꿈에서 봤던 세계의 글자다!’

이것도 꿈일까 싶어 제 살을 꼬집어서 재차 확인했다.

아픔이 생생하다.

문제는 저 글을 본 기억은 있지만 눈앞의 반투명한 창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1).

생명력 : 100/100.

마나 : 100/100.

스탯 : 힘(1). 체력(1). 민첩(1). 지력(1). 정신(1).

직업 스킬(0/9) :

업적 포인트 : 0.

코인 : 100.

거기서 알아볼 수 있는 건 숫자가 고작이다.

용기를 내어 손을 댔다.

안개처럼 잡히지 않았다.

볼 수 있지만 만져지지 않는 그것처럼.

다행히 위험하진 않을 것 같았다.

“대체, 저게 뭐냐고?”

* * *

어스는 상태창이 계속 켜진 채 생활했다.

눈앞에 저런 것이 있으니 평소 하지 않던 실수가 잦았다.

이에 가족들이 걱정을 샀다.

그들의 걱정을 덜어주고 싶었지만 방법이 없었다.

‘나도 답답하다고!’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짜증을 부릴 순 없었다.

자신의 섣부른 주둥이로 인해 가족들은 충분히 곤란을 겪고 있다.

그런데 거기에 이걸 어찌 더할까.

“별일 아니야. 딴생각하다가 그만.”

늘 이런 식으로 얼버무렸다.

그렇게 잘 넘어갔나 싶었는데.

“행크, 아무래도 어스를 사제님께 보여야 하지 않을까 싶어. 요즘 음식도 잘 못 먹고 있어. 이러다 큰일 나지 않을까 두려워.”

아내의 말에 행크도 진지한 표정으로 동의했다.

하지만.

“그러자. 그런데 집에 돈은 얼마나 있어?”

“이번 달 생활비 빼면 950테스 정도. 그런데 이걸로 사제님의 치료를 받을 수 있을까?”

“안 되도 되게 해야지. 그리고 조만간 가죽을 내다 팔 거니까 크게 부족하진 않을 거야.”

“제발, 그랬으면.”

부모님이 나누는 자신의 이야기에 어스는 가슴에 큰 돌을 하나 얹어 놓은 듯 묵직했다.

숨이 턱 막힌 어스는 도저히 집에 있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 길로 곧장 밖으로 나갔다.

무작정 숲으로 들어왔다.

하긴 이곳 이외에 이 마을에서 어스가 갈 만한 곳은 여기밖에 없었다.

낮엔 몰라도 밤에 오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그제야 덜컥 겁이 났다.

지금이라도 집으로 가야 할까 싶어 발길을 돌리는 데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었다.

밤마다 들리는 거지만 장소가 장소이다 보니 오금이 저렸다.

‘그깟 늑대가 뭐라고!’

말은 이리 했지만 그의 두 눈은 잔뜩 주눅이 들어 사방을 경계하고 있었으며, 연방 흔들리는 두 다리는 뒷걸음질 했다.

무기를 가진 건장한 성인도 혼자선 잡을 수 없는 게 늑대다, 하물며 어스는 빈손인데다 또래보다 모든 게 부족했다.

단 하나, 얼굴은 평균을 웃돌았다.

정작 본인은 얼굴은 못생겨도 좋으니 덩치가 컸으면 하고 바랐지만.

다리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어스는 재빨리 몸을 돌려세웠다.

그가 향하는 방향 좌측의 풀숲이 흔들리며 그 안에서 비쩍 곯은 인영이 튀어나왔다.

“으악!”

쿵.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제대로 찍혀 몹시 아파야 하는데 상황 때문인지 통증보단 두려움이 앞섰다.

흐릿한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낸 인영, 그것은 이족보행 몬스터인 고블린이었다.

어스가 사는 마을이 큰 마을은 아니지만 그래도 인근에 몬스터가 출몰한 적은 없다.

그래도 몬스터에 대해 들은 건 제법 많다.

참고로 어스의 아버지는 마을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수준 높은 사냥꾼이다.

사냥꾼답게 몸도 크고 힘도 좋으며 그 못지않게 날래기까지 했다.

아버지의 절반만 닮았어도.

반면 어스의 어머니는 몸이 가늘고 예쁘장한 얼굴로 인근에서 유명했다.

그런 둘이 만나 1남 1녀를 낳았는데, 하필 사내아이인 어스는 아버지가 아닌 어머니를 닮아 버렸다.

대신 그의 여동생이 튼튼한 아버지를 닮았다.

“킥킥.”

어스를 먹잇감으로 생각한 놈이 톱니처럼 생긴 흉측한 이를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처음엔 두려웠지만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것에 용기를 얻은 어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벌이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는 저지르지 않았다.

그리고 다행한 건 엉덩방아를 찧은 곳 옆에 쓸 만한 짱돌이 있다는 점이다.

끝이 제법 날카롭다.

만만한 먹잇감이 설마 발톱(?)을 숨기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던 고블린, 그 대가는.

콰직!

몸뚱이에 비해 기형적으로 큰 고블린의 머리가 옆으로 기울었다.

그 몸을 따라 작은 몸도 바닥에 쓰러졌다.

-다 잡은 사냥감이라고 방심하면 큰일 나. 거기엔 초식 동물도 마찬가지다.

불현듯 떠오른 아버지의 말씀.

어스는 쓰러진 고블린의 머리를 또 한 번 짱돌로 내려찍었다.

확인 사살을 위해서.

하지만 그의 내려치기는 실패하고 말았다.

고블린이 피한 것이다.

머리통 옆으로 피를 철철 흘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피한 고블린은 성이 났는지 인간에겐 없는 날카로운 손톱으로 어스를 할퀴었다.

팔을 들어 막았기에 망정이지 자칫 목을 내줄 뻔했다.

쿵쿵쿵.

죽다 살아난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놈은 재차 그를 공격하지 않고 멀찍이 물러섰다.

저대로 달아났으면 싶었지만 놈에겐 그럴 의향이 조금도 없었다.

많이 굶주린 사태였기 때문이었다.

고블린을 어스를 호적수로 여긴 듯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어스는 그럴 수 없었다.

늘 보던 반투명한 판에 처음으로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에서 저딴 게 눈에 들어오다니.

생명력 : 91/100.

저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숫자가 줄어든 게 왠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여기에 연연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삶과 죽음이 위태한 기로에 서 있는 입장이기에.

허점을 노리며 맴을 돌던 놈이 괴성을 지르며 달려들었다.

어스는 고블린보다 긴 다리를 이용했다.

걷어차기!

실패했다.

긴급한 상황이다.

어스는 앞서 놈의 손톱에 베인 팔을 들었다.

팔을 내주고 목을 친다!

위기의 순간 찾아온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고블린의 어스의 팔에 막혔다.

그 순간 어스는 이를 기다렸다는 듯 이번엔 제대로 놈의 정수리를 깠다.

뾰족한 부분이었다.

짱돌은 제대로 놈의 정수리에 박혔다.

그 충격에 놈은 사지를 바르르 떨다 연체동물처럼 무너졌다.

물고 있던 어스의 팔에서 떨어졌다.

할퀴이고, 물리고 오늘 어스의 팔이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이번에도 놈이 깨어날까 싶어 머리통을 내려찍었다.

더 이상의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그제야 어스는 안심했다.

그리고 하나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그건 바로.

“내 팔에…… 상처가 없어!”

그랬다, 발견한 건 두 번의 공격을 받고도 멀쩡한 팔이었다.

그러나 이 놀라움은 곧 일어난 일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레벨업.

-업적 포인트 1을 획득합니다.

-2코인을 습득합니다.

귀, 아니 이건 머릿속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귀, 귀신?”

그 말에 상처 받은 걸까?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대상이 상태창을 이해할 수 있도록 조치합니다.

그 순간 어스는 거대한 정보의 파도에 휩쓸려 기절하고 말았다.

‘지, 집에 가야 하는데…… 늑대가…….’

이 생각을 끝으로.

털썩.

* * *

영문을 알 수 없는 기이한 현상을 통해 어스는 상태창의 내용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대륙 공영문자도 모르는 그에게 있어 글자를 이해한다는 건 기분 좋은 생소함이었다.

‘마법사? 내가 그 마법사라고!’

직업란에 적힌 단어는 분명 마법사였다.

출세가 보장된 직종인 것이다.

마법사는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노력도 그 앞에선 소용없다.

선제조건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건 바로 심장에 서클을 생성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다.

이를 마법사의 재능이라고 말한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2).

생명력 : 100/100.

마나 : 100/100.

스탯 : 힘(1). 체력(1). 민첩(1). 지력(1). 정신(1).

직업 스킬(0/9) :

업적 포인트 : 1.

코인 : 102.

어스의 상태창은 달라져 있었다.

시스템이 요구하는 목적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몬스터 사냥!

지금 당장 마법사들이 하는 것처럼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아니, 애당초 마법사용이 가능했다.

처음부터 주어진 100코인은 1서클에 해당하는 마법, 아니 스킬을 구매할 수 있는 화폐였으니까.

그런데 지금껏 그걸 몰랐으니……. 알았다면, 고블린 따윈 스킬 한 방에 해결이었을 텐데.

스킬 상점에 들어간 어스는 한참을 궁리한 끝에 매직 애로우를 구매했다.

당연히 상태창 스킬 스롯에 등록이 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 순간 저도 모르게 바짝 긴장했다.

10초 안 되는 사이 빈 슬롯에 불이 들어오며 매직 애로우 스킬이 안착했다.

그에겐 1분, 아니 10분 같은 시간이었다.

‘된…… 된 건가?’

마법을 이렇게 쉽게 배울 수 있다니, 그런데 어째서 다들 마법사가 아닌 걸까?

‘이봐, 왜 그런지 알아?’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이름(성별) : 어스(남).

직업(레벨) : 마법사(2).

생명력 : 100/100.

마나 : 100/100.

스탯 : 힘(1). 체력(1). 민첩(1). 지력(1). 정신(1).

직업 스킬(1/9) : 매직 애로우(+0/12).

업적 포인트 : 1.

코인 : 2.

‘됐나?’

친절한 설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몸으로 확인할 밖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어스는 매직 애로우를 시전했다.

‘매직 애로우!’

시동어와 동시에 길쭉하고 반투명한 작대기가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환호성이 절로 터졌다.

심장은 기뻐 당장이라도 현신할 것처럼 세차게 뛰었다.

마을의 별종이 마법사가 되다니.

진동하는 마음을 다잡은 어스는 과녁으로 삼은 나무를 향해 매직 애로우를 날렸다.

생애 첫 마법.

힘차게 날아간 매직 애로우가 나무에 박혔다.

그 순간 안개처럼 흩어지는 매직 애로우.

잰걸음으로 나무를 향해 다가간 어스는 그곳에서 매직 애로우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기보다 세네.’

단단한 표면엔 새끼손가락 한마디 길이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마나 : 90/100.

1서클 스킬의 필요 마나의 양은 10이다.

남은 마나로 아홉 번 스킬 시전이 가능하다.

마나를 다 쓰면 1시간에 10퍼센트씩 회복된다.

총량이 100이니, 1시간에 마나 10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빨리 계산할 수 있다니.’

신통방통하다.

마법사가 됐기 때문에 머리까지 좋아진 것이리라.

“업적 포인트를 아낄 필요가 없어. 고작 하나지만.”

힘, 체력, 민첩, 지력, 정신 이 다섯 개의 스탯을 업적 포인트로 올릴 수 있다.

하지만 효율을 따진다면 힘과 민첩은 배제해야 한다.

그 이유는 지력, 정신, 체력 스탯에 업적 포인트를 분배하면 정상처리가 되지만 힘과 민첩의 경우에는 직업의 특성상 10개의 업적 포인트가 1의 효과를 발휘하기 때문이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지만 그렇다고 기억되어 있으니 맞겠지.

“아무렴 어때. 내가 전사나 기사도 아닌데.”

어스는 힘과 민첩을 제외한 세 가지 스탯 중에서 하나를 선택했다.

그건 바로 정신 스탯이었다.

정신은 마나의 총량을 올려준다.

1의 업적 포인트가 올려주는 마나의 양은 5였다.

이 수치는 체력 스탯을 올려주면 생명력에도 작용한다.

참고로 지력은 스킬의 위력을 높여주는 데 수치로 확인은 어렵다.

강화의 경우는 업적 포인트가 아닌 코인으로 하는 방식으로 스킬 구입 가격의 2배로 3강까진 100퍼센트 확률로 성공하고 이후엔 5배, 8배, 18배, 32배, 50배로 가격이 뛴다.

실패율 역시.

남은 마나를 몽땅 소진한 어스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런 마음과 달리 어스의 걸음걸이는 유독 힘찼다.

보무당당한 그 걸음이 흡사 개선장군을 보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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