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70. (70/75)

# 70.

  눈꺼풀 사이로 희뿌연 빛을 감지한 희원이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을 때 제일 먼저 그녀의 의식을 사로잡은 것은 블라인더가 드리워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안을 환하게 밝히고 있는 햇살의 기운이었다. 빛의 밝기로 보아 분명 해가 중천에 떠있는 듯 싶었다.

  '이런... 나도 모르게 언제 잠이 든 거지?'

  파마머리 사내와 사투에 가까운 몸싸움을 하느라 몸 속에 남아있는 기운이란 기운은 거의 모두 소진해 버리고 만 탓에 희원은 세 명의 사내들이 방을 나가고 난 뒤 얼마 안 있어 자신이 잠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조차 미처 의식할 겨를도 없이 어느 한 순간 골아 떨어져 버리고 말았던 모양이었다.

  '아아... 목말라.'

  마치 탈진상태와 다름없는 기분을 느끼며 타는 듯한 갈증을 느낀 그녀가 수돗물이라도 마실 요랑으로 욕실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헉!"

  그녀의 입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자신의 바로 옆에 보스가 누워있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희원은 기암을 하며 벽으로 붙어 앉았다. 하지만 사내는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눈을 감은 채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깊은 잠에 빠져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어떻게 이 사람이 여기에 누워있는 거지?'

  여전히 질겁한 심정으로 희원은 방문 손잡이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언제 잠에 곯아 떨어졌는지는 기억나지 않았지만 사내들이 나간 뒤 곧장 방문을 잠근 것은 뚜렷이 기억이 났다. 

  '그래, 여긴 이 사람들의 공간이야. 분명 열쇠를 가지고 있었을 텐데 왜 그걸 생각 못했을까? 게다가 이 남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와 바로 내 옆에 눕는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다니.'

  희원은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방심했었던 자신을 나무라듯 자기 머리를 몇 번 쥐어박고는 다시 사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한 쪽 팔을 이마 위에 얹은 채 쌔근거리며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은 무시무시한 흉터에도 불구하고 온유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쯧쯧, 저렇게 고운 얼굴을 한 사람이 어쩌다가...... 하긴 겉모양만 가지고 어떻게 사람 속을 다 알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남자들 말처럼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닐지도 몰라. 어쨌거나 나한테... 다른 나쁜 짓은 하려들지 않았잖아? 아냐, 아냐. 그건 말도 안 되는 논리야. 이 사람은 날 납치하고 선우 오빠를 해치겠다고 협박까지 한 사람이야.'

  조심스럽게 그의 얼굴을 살펴보며 생각에 잠겨있던 희원이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러나 이내 그녀는 가로젓던 고개를 갸웃하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사내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어쩐 이유에서인지 그의 얼굴을 보면 볼 수록 자꾸만 낯이 익다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상해. 어째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하지만 아무리 되짚어 보아도 그와 관련된 기억은 딱히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자신의 생각을 접었다. 대신 그녀의 머리 속을 퍼뜩 스치고 지나간 다른 생각으로 인해 숨을 죽이며 살그머니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 앞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방문 가까이에 귀를 대고 모든 신경을 청각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문 밖에선 어떤 인기척도 들려오지 않았다.

  '다들 잠들어 있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그녀의 가슴이 세차게 두 방망이질 치기 시작했다. 있는 대로 잡아 늘린 활시위처럼 그녀의 모든 신경이 팽팽하게 긴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곧 희원은 등뒤에서 불쑥 들려온 목소리로 인해 심장이 철렁하고 내려앉는 듯한 아찔함을 느끼며 뻣뻣하게 굳어버리고 말았다.

  "우릴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은 일찌감치 접는 게 좋아."

  희원이 놀라움을 채 가라앉히지 못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을 때 사내는 여전히 침대에 누운 채로 눈도 뜨지 않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는 곧 이마에 얹은 팔을 내리고는 부시시 눈을 뜨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잠시동안 희원을 멀뚱멀뚱 바라보다 다시 입을 열었다.

  "천정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다."

  "......" 뜬금 없는 그의 말에 희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를 갈더군."

  하고 짤막한 말을 덧붙인 그는 마치 고양이처럼 유연한 동작으로 침대에서 내려와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희원은 황망한 얼굴로 서서 닫힌 욕실 문을 바라보았다. 그의 말이 진담일까 농담일까를 생각하면서. 

  수돗물 쏟아지는 소리와 세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뒤 이어 꽤 오랫동안 정성 들여 양치질하는 소리도. 잠시 후 물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리고 벌컥 욕실 문이 열리더니 사내가 다시 방으로 들어섰다. 막 세수를 끝낸 그의 얼굴은 더 없이 해맑아 보였다. 그 때였다. 

  '아!'

  안개라도 드리워진 것처럼 가물거리던 의식의 한 켠이 순식간에 명료해지면서 희원은 사내가 누구인지를 기억해냈다! 

  '저 사람은... 저 사람은......'

  

  그 땐 왼 쪽 눈가에 무서운 흉터도 없었고 지금보다 훨씬 더 앳되고 또 밝아 보이는 얼굴이었다. 한 때는 친구라고 철석같이 믿었던 그녀의 집에서, 그것도 시험 전 날 결석한 그녀에게 노트 필기를 가져다주느라 딱 한 번 가보았던 바로 그녀의 집, 그녀의 방, 그녀의 책장 한 쪽에 놓여있던 크리스탈 액자 속에서 어딘가 토라진 듯한 표정의 그녀와 어깨동무를 한 채 빙그레 미소짓고 있던 그를 보고 그 날 희원은 친구에게 이렇게 물었었다.

  "누구야, 이 사람?"

  "오빠. 왜? 너도 관심 있니?"

  "어? 아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너랑 닮은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그래서."

  "타고난 동안(童顔)이야."

  친구는 그렇게 말했었다. 타고난 동안. 그건 정말 맞는 말이었다. 음침해 보이는 흉터조차, 훌쩍 키가 크고 다부진 체격조차도 앳되 보이는 그의 인상을 어쩌지는 못했다. 

  사내는 옷장 문을 열고 옷가지들을 꺼내 침대 위에 풀썩 던져놓더니 뭐에 홀린 듯한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는 희원을 흘깃 돌아보았다. 왠지 사내의 눈이 웃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그가 갑자기 입고 있던 옷들을 훌훌 벗기 시작했다. 

  '앗!'

  당황한 표정으로 황급히 몸을 돌리고 선 희원의 등뒤에서 사락사락 옷 갈아입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시 뒤 뚜벅뚜벅 걸음을 옮기는 소리. 어느 새 스치듯 희원을 지나치며 문가로 다가선 사내에게서 상쾌한 비누 내음이 풍겨왔다. 그 순간 희원은 아침결에 종종 욕실 앞에서 마주치곤 하던 선우에게서 풍겨오던 비누 냄새를 떠올렸다. 미치도록 그가 보고 싶었다. 사내가 문을 열고 막 방을 나서려 할 때 희원은 다급한 목소리로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요!"

  사내는 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돌아보았다.

  "날 언제까지 여기에 잡아둘 생각인가요?" 그녀가 물었다.

  강혁은 잠시 동안 여자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의외일 만큼 담담하고 차분한 그녀의 표정. 겁에 질려있다거나 항의하는 듯한 기색은 없었다. 때문에 내심 당혹스러움을 느낀 것은 강혁 쪽이었다.

  '희원...이라고 했던가?'

  그는 한 쪽 눈썹을 슬쩍 치켜 뜨며 누이 미랑의 입에서 얼핏 흘러나왔던 그녀의 이름을 떠올려 보았다. 

  "성이 뭐지?"

  "......" 도대체 의도를 알 수 없는 그의 물음에 희원은 그의 얼굴을 빤히 올려다보며 눈만 껌벅거렸다.

  "그러니까 이름 앞에 붙는 성 말이야. 뭐지?"

  "채...씨예요. 헌데 갑자기 그건 왜 묻죠?"

  '채 씨라...... 채희원. 채희원. 예쁜 이름이군.' 하고 생각하며 강혁은 혼자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번엔 그 쪽이 내 질문에 대답할 차례예요." 희원이 딱딱한 어조로 말했다.

  "아아......" 강혁은 뭔가 대답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희원을 바라보며 곧 이렇게 덧붙였다. "그건 대답이 생각나는 대로 말해주도록 하지."

  그는 황망한 표정을 하고 서있는 희원을 뒤로한 채 방을 나왔다. 걸음을 옮기는 동안 피식 피식 웃음이 새어나왔다. 왜 웃음이 나오는 지 그 자신도 이유는 몰랐다. 그저 괜스레 유쾌한 기분이 들었다.

  방과 방 사이의 통로를 빠져 나오니 그를 기다리며 소파에 앉아있던 수하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어나셨습니까, 형님."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는 사내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래. 난 약속이 있어서 나간다. 그리고 경수야, 이거......" 강혁이 윗옷 안주머니에서 두툼한 봉투 하나를 꺼내 사내에게 건네며 다시 말을 이었다. "회장님이 주셨다. 나눠서들 가져. 그리고 당분간 날치 패거리들하고는 부딪히는 없도록 주의하라시니 알아서들 피하고."

  "네, 알겠습니다."

  "참, 그리고 저 애. 단단히들 지키고."

  턱짓으로 희원이 있는 방을 가르켜 보이며 강혁은 자신의 아지트를 나오기 전 수하들에게 다시 한 번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열려있던 문틈 사이로 철커덩하고 쇠문이 닫히는 육중한 소리가 들려왔다. 부하들에게 자신을 잘 감시하라는 당부를 끝으로 사내는 밖으로 나갔다. 희원은 소리나지 않게 방문을 닫고는 그대로 문에 등을 기댄 채 서서 허공을 응시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리 속에선 아무렇게나 뒤섞여있던 그림퍼즐 조각들이 하나 하나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처럼 끝없는 의문으로만 점철돼 있던 상황들이 하나씩 이해되기 시작했다. 머지않아 희원은 마지막 조각 하나까지 완벽하게 제 자리를 찾아 완성된 그림을 마주하듯 명약관화한 진실과 대면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에겐 너무도 잔인한 진실이었다.

  '미랑아, 정말...너니? 정말 너야?'

  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어쩌면 미랑과는 상관없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녀의 오빠가 그녀의 뜻과는 상관없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행동인지도 모른다. 

  이내 뜨거워진 눈시울을 타고 흘러 넘친 눈물이 그녀의 양 볼을 적셨다.

   

  무작정 차를 끌고 시내로 나선 선우는 반나절이 넘도록 이 거리 저 거리를 헤매고 다니며 희원의 자취를 찾았다. 부질없는 일이란 것을 그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집에 들어앉아 경찰의 연락만 기다리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었다. 

  꼬박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오전 중에 희원의 실종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와의 면담을 끝낸 뒤 곧장 집을 나선 선우가 온 시내를 배회하고 다니는 동안 무심하고 야속한 시간은 물처럼 흘러 어느 새 불그스레한 기운을 띤 태양은 나른한 그림자를 권태롭게 끌며 오후의 말미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 시각까지 끼니는커녕 물 한 모금 마실 생각조차 못했던 탓에 가뜩이나 희원에 대한 걱정으로 바싹바싹 타들어 가고 있던 그의 입안에선 쓴 침조차도 괴지 않게 된 지 오래였지만 선우는 허기짐도 갈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의 육체와 정신을 온통 사로잡고 있는 것은 오로지 희원을 찾아내야 한다는 절박감뿐이었다. 

  정신나간 사람 같은 얼굴을 하고 그 주위를 십 여 차례도 넘게 뺑뺑 맴돌던 주차장에다 차를 세운 선우는 희미한 현기증을 느끼며 차에서 내린 후 바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선우가 바의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자 새하얀 천으로 브랜디 잔을 닦고 있다 그와 시선이 마주친 콧수염 사장이 들고 있던 잔을 선반 위에 대충 올려놓고는 총총히 선우를 향해 다가왔다. 불룩한 두 눈두덩 밑으로 수심이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선우를 맞이한 그는 말없이 선우의 팔을 붙잡아 가장 구석진 테이블로 이끌었다. 주로 밤 시간대에 손님이 몰리는 곳인지라 업소 내부는 아직 한산한 편이었다. 

  "좀 전에 경찰들도 다녀갔다. 느려터진 자식들! 신고는 새벽녘에 했는데 해질녘이 다 되서야 나타나다니."

  콧수염 사장이 먼저 입을 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하지만 하루 사이 안쓰러울 만큼 핼쓱한 얼굴로 묵묵히 앉아있는 선우의 얼굴을 쳐다보곤 근심 가득한 어조로 물었다.

  "너, 점심은 먹은 게야?"

  "......." 

  "쯧쯧쯧. 하루 새에 얼굴이 반쪽이 됐구나."

  묵묵부답인 채로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선우의 얼굴에서 무겁디 무거운 피로감을 읽은 그가 혀를 차며 고개를 가로젓더니 손짓으로 종업원을 불러 간단한 요기 거리와 음료를 가져오도록 시켰다. 그러자 선우가 그를 제지시키기 위해 입을 열었다.

  "형, 지금은 별로 생각이 없어."

  "생각 없어도 먹어둬. 그렇게 유령 같은 얼굴을 하고 무슨 기운으로 희원씨는 찾을래?"

  "......"

  당장은 목구멍으로 물 한 모금 넘기는 일조차 거추장스럽게만 느껴지는 선우는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는 사내의 말이 백 번 옳다는 것을 알기에 말없이 그의 뜻을 수긍했다.

  "휴우, 이거야 원." 콧수염이 풀썩거릴 정도로 크게 한숨을 내뱉은 사내가 눈쌀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우리 가게터랑 희원씨가 안 맞는 거냐, 어째 희원씨가 여기 왔을 때마다 안 좋은 일이 터지냐 그래?"

  답답한 마음에 푸념조로 해 본 소리였지만 사내는 이내 선우에게 아무런 도움도 안 되는 그런 쓸데없는 소리 따위는 아예 지껄이지 않는 편이 나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모든 게 다 내 불찰이야. 내가 방심하고 있었어. 혼자 두는 게 아니었는데." 선우가 테이블 위에 양 팔꿈치를 괴고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쥐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

  "자책하지 마라, 선우야. 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 

  "절대로 두 번 다시 그녀를 위험에 빠뜨리지 않겠다고 내 자신에게 맹세했었는데...... 이렇게, 이렇게 무능하다니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야."

  "선우야." 

  "아무래도 내가 받아야 할 벌을 그녀가 대신 받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한 번도 아니고 이렇게......" 자신의 머리칼을 거칠게 거머쥐며 거의 흐느낌에 가까운 소리로 선우가 독백하듯 말했다.

  "네가 무슨 죄가 있다고 벌을 받아 벌을 받긴? 정말 너답지 않게 왜 이러냐, 은선우."

  "아냐, 형. 아무래도 나 벌받는 거 같애. 그 동안 내가 상처받기 싫다는 이유로 내게 진심이었던 여자들한테 함부로 대하고, 상처 주고, 눈물 흘리게 만들었잖아. 그러면서도 난 일말의 죄의식도 가책도 느끼지 않았어. 거기다 내 자만심은 하늘을 찌를 듯 했지. 경멸하는 척 고상을 떨면서도 내 인기를 이용하고 우상대접 받는 일을 당연시했어. 그래. 내 교만이, 내 교만 때문에 지금 이런 벌을 받는 가봐. 하지만 희원인, 너무 착한 그 앤 아무런 잘못도 없는데. 흔들림 없이 날 사랑하고, 날 믿은 잘못 밖에는 없는데. 아아, 형... 정말 불안해 미칠 것 같아. 숨쉬기조차도 힘들 정도야.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불붙은 심장에 풀무질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가슴이 아파. 희원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난... 난 살 수 없을 거야. 아니 죽는다 해도 영원한 고통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거야,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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