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
"축하해 주세요. 저... 수영선배랑 결혼해요."
"뭐?!!!"
제 철도 아니면서 탐스럽게도 붉디붉은 딸기 접시를 거실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희원이 말했다. 그녀는 마치 이웃집 아무개가 갑자기 시집을 가게 됐다더라는 소식을 지나는 말로 전하듯 그렇게 자신의 급작스러운 결혼 소식을 담담하게 꺼내놓았다. 때문에 세 멤버들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결혼 발표에 놀랐고 그렇게 돌연한 소식을 너무도 차분하게 알리는 그녀의 태도에 다시 한 번 놀라고 말았다. 그들이 알고 있는 희원은 다른 일도 아닌 자신의 결혼 소식을 저렇듯 얼굴 한 번 붉히지 않고 태연자약 꺼낼 리 만무한 성격이었다. 하지만 그 날 그 시각 웬일인지 그녀의 표정은 처연해 보일 만큼 담담하기만 했다.
"축하... 안 해 주실거예요?"
희원이 그들의 얼굴을 번갈아 쳐다보며 두 눈썹을 팔(八)자로 모으기 시작할 때야 간신히 아연한 표정을 수습한 준희가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무, 물론... 축하하죠, 희원씨. 아하하... 하지만 이거 너무 갑작스런 소식이라 좀 놀라긴 했어요. 정말루......."
"야, 너 정말 그 놈이랑 결혼하는 거야?"
준희처럼 성진 역시 크게 놀란 기색을 대강 수습은 했으나 도통 믿기지 않는 듯한 표정으로 한 쪽 눈썹을 치켜 뜬 그가 희원을 향해 물었다.
"그럼 그런 걸 누가 농담으로 얘기해요. 그리고 그 놈이 아니고 김수영이예요, 김.수.영."
희미한 미소를 띤 채 성진에게 핀잔주는 시늉을 하며 대꾸한 희원이 다시 세 남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돌아보았다. 서둘러 축하한다고 얘기는 해주었지만 다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되돌아 가있는 준희. 여전히 한 쪽 눈썹을 치켜 뜬 채 희원의 표정을 읽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이 분명한 성진. 그리고 누구보다 크게 충격 받은 기색이 한 순간 역력했지만 이내 한 일자로 입을 굳게 다문 채 그늘이 질만큼 긴 속눈썹을 내리깔고 감정의 변화를 알아볼 수 없도록 통제시켜 버린 선우.
"뭐예요. 성진오빠랑 선우오빤... 축하 안 해줄 거예요?"
어울리지 않게 조르는 투로 말하고 있는 희원을 잠시 마땅치 않은 얼굴로 바라보던 성진이 이내 양어깨를 으쓱해 보이더니 입을 떼었다.
"물론... 네 결혼이라면 세상 누구의 결혼보다 축하해 줘야지. 축하한다, 순이야."
하지만 성진은 왠지 그의 얼굴에 씁쓸한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금할 길 없었다. 그리고 그 때 시종일관 침묵하고 있던 선우가 처음으로 말문을 열었다.
"니가 정말 원해서 하는 결혼이라면... 축하해 주지."
왠지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선우와 희원의 시선이 교차했다. 하지만 이내 심중을 꿰뚫어 볼 듯한 날카로움만이 점철된 선우의 시선을 희원이 먼저 외면하며 가까스로 대꾸한다.
"당연히... 제가 원해서 하는... 결혼이죠."
그러나 선우는 다시 입을 굳게 다물었을 뿐 더 이상 아무런 말도 입 밖에 내지 않고 잠시 희원을 응시하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올라가 버렸다. 그리고 그가 말없이 자리를 뜨는 동안 희원은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아득함을 느끼면서 그저 빛깔 고운 딸기송이들을 초점 없는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유실수를 비롯한 여러 종의 고급 정원수들로 아름답게 가꾸어진 300여 평 규모의 정원을 자랑하는 수영의 본가에서는 수영과 수영의 모친이 치열한 언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었다.
"하여간 네가 무슨 억지를 부린대도 이 결혼 절대 허락할 수 없다!"
"정말 이런 말씀까지 드리고 싶진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계속 그런 식으로 나오신 다면 하는 수 없군요. 저 어차피 어머니 허락 따위가 필요해서 오늘 여기 온 거 아닙니다. 그저 어머니 체면치레 정도는 해드리자는 차원에서 미리 알려드리러 온 것뿐이지."
"뭐, 뭐라고?! 수영이 너 그걸 지금 어미 더러 들으라고 하는 소리냐?!"
자기 딴에는 금지옥엽처럼 여기면서 키웠다고 생각한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그토록 정나미가 떨어진다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냉기가 뚝뚝 떨어져 내릴 것만 같은 말들을 거침없이 내뱉자 나이에 비해 놀라울 만큼 주름살이 적은 박여사의 얼굴이 흥분으로 벌겋게 상기되었다.
"배은망덕도 유분수지. 내가 널 얼마나 귀하게 키웠는데 고작 그 딴 계집애한테 눈이 멀어 지에미를 이렇게 취급하다니 세상에나, 기가 막혀서!"
"고작 그 딴 계집이라니요. 세상 모든 일이 돈으로 돌아간다고 믿고 사는 어머니나 아버지보다 훨씬 고귀한 애예요, 그 앤."
수영은 속물근성에 절은 어머니를 차디찬 시선으로 쏘아하며 코웃음 섞인 어조로 말했다.
"어머, 어머 얘 점점 말하는 것 좀 봐. 아휴, 기가 막혀! 아무튼, 절대 안 돼. 어디 어지간한 상대라야 한 번 생각이라도 해보던가 말던가 하지. 너 찍소리 말고 당장 정리해. 집안 시끄러워 지는 거 싫으니까 아버지한텐 알리지 않으마. 아버지까지 아셔봐. 아마 널 호적에서 파내 버린다고 난리난리 치실 게다."
"상관없어요. 두고두고 두 분이 희원일 불편하게 만드는 걸 보느니 차라리 그 편이 낫겠네요."
말을 마친 수영이 훗하고 시니컬한 웃음을 짓더니만 이내 외투를 집어들고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아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인상을 찌푸리던 박여사가 막 현관을 벗어나려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다시 목청을 돋우었다.
"우릴 우습게 보지 말아라!"
탁.
현관문이 세차게 닫히는 소리를 들으며 미간을 좁히던 박여사는 이내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몇 번 꾹꾹 누르곤 주방을 향해 소리쳤다.
"안성댁! 여기 냉수 한 잔만 갖다줘요!"
12월을 한 주 앞에 두고 있는 거리는 어느 새 가을의 태를 벗고 완연한 겨울로 접어들고 있었다. 스산함을 넘어서 코가 시큰해질 만큼 싸늘한 대기도 그렇거니와 부지불식간에 짧아진 해가 자신의 오토바이를 향해 걸어가는 선우의 그림자를 한결 길다랗게 늘여놓았다.
선우는 헬멧을 쓰기 전에 손목 시계를 내려다보며 다시 한 번 시간을 확인했다. 희원이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시각까지는 여유가 충분했다.
두카티를 달리는 동안 비교적 몸에 달라붙는 검은 색 가죽 쟈켓 속으로 칼날 같은 바람이 비집고 들어왔지만 오히려 상쾌함을 느끼는 선우였다. 폭주로 그의 온몸을 사로잡고 있는 작열감을 날려보낼 수만 있다면 하고 바라는 선우였지만 그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바램인가는 그 자신 스스로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어제 오후 화가 날 만큼 담담한 얼굴로 수영과 결혼하게 되었다고 얘기하던 희원의 모습은 그 시각 이후로 단 한 순간도 선우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처음엔 고통조차 느끼지 못할 만큼 그녀의 결혼 발표는 그에게 너무도 비현실적이기만 했었다. 그러나 이내 경악감에서 헤어난 선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끝이 보이지 않는 좌절감과 죽는 순간까지 극복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작열감이었다.
'이렇게... 허망하게... 사랑하는 사람을 내겐 너무 소중해져 버린 사람을 놓쳐버리는 건가. 아무 것도 해준 것 없이... 이렇게 허망하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동안 선우는 그러나 자신이 희원의 선택을 존중해야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녀를 사랑하는 만큼 그녀의 선택을 축복해 주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너의 선택이라면... 그래, 웃는 얼굴로 축하해 줄게, 희원아.'
쏜살처럼 바람을 가르며 어느 새 학원 앞에 도착한 선우는 입구가 건너다 보이는 널찍한 골목 한 켠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희원이 나오길 기다렸다.
오토바이와 함께 붉은 색이 감도는 벽돌담에 비스듬히 기대선 채 십 여분 넘게 학원입구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선우가 비로소 입구를 나서는 희원을 발견하고 몸을 바로 세울 때였다. 그가 도착하기 전부터 학원 입구 근처에 주차되어 있던 은색 벤츠 승용차에서 한 눈에 보기에도 거만함이 철철 넘쳐흐르는 중년 여자가 운전기사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바닥에 내려서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아직은 철 이른 모피코트를 입고 검은 색 프레임 여기 저기에 번쩍거리는 큐빅이 박힌 다소 요란스러워 보이는 선글라스를 쓰고 있었는데 뜻 밖에도 학원을 나서는 희원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희원은 잠시 모피코트의 여자와 몇 마디를 나누더니 불현듯 크게 놀라는 기색을 하다 이내 허리를 굽혀 그녀에게 정중히 인사를 했다. 하지만 거만한 자태의 여자는 희원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하고 돌아서 어디론가를 향해 앞장서 걷기 시작했고 어깨를 움츠린 희원이 그 뒤를 따랐다. 그 때까지 두 사람의 모습을 예의 주시하고 있던 선우는 왠지 개운치 않은 표정으로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예고도 없이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미안해요."
학원 근처 커피숍에서 희원과 마주 앉은 박여사가 조소 어린 시선으로 커피숍내부를 둘러보다 희원과 눈이 마주치자 금세 표정을 바꾸어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먼저 말문을 열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먼저 찾아 뵙고 인사를 드려야 하는 건데....." 희원이 머리를 조아리며 미안한 기색으로 대꾸했다.
"어머, 어딜 찾아온다는 거예요?"
"예?"
박여사가 문득 정색을 하는 바람에 희원은 순간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아가씨... 뭔가 대단한 착각을 하고 있는 모양인가 본데... 수영이한테도 말했지만 난 우리 집안에 아가씨처럼 볼품없고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사람을 며느리로 들일 생각 추호도 없어요."
".....!"
본인 면전에 대고 저렇듯 태연자약한 얼굴로 볼품없다느니 내세울 것 하나 없는 주제니 하는 소릴 대놓고 하는 박여사 앞에서 희원은 기분이 상하기 이 전에 어안이 벙벙할 뿐이었다.
'생각보다 머리까지 둔한 모양이로군!'
대놓고 모욕을 주었는데도 별다른 반응이 없이 그저 눈만 껌벅거리고 있는 희원을 건너다보며 박여사는 다시 한 번 눈쌀을 찌푸렸다.
'뭐야? 도대체가 여태 상황파악을 못하고 있는 거야? 저 몰골을 해 가지고 수영이 놈 혼을 홀라당 빼놓을 정도면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혹시 얘 진짜 고단수 아냐?'
"아무튼 나 이런 구질구질한데서 아가씨랑 오래 마주 앉아 있고 싶지 않거든. 그러니까 얼른 본론으로 들어갈게. 자, 얼마면 돼?"
"네?"
"흥, 그렇게 순진한 얼굴 할 필요 없어. 어차피 나중엔 다들 한 푼이라도 더 챙기겠다고 본색을 드러내게 되있으니까 말이야. 집안 형편이 꽤 어렵다고 들었어. 아버지 사업이 쫄딱 망해 가지고 어머니가 남의 집 일 다닌다며. 쯧쯧, 그러게 사업은 아무나 하나. 개나 소나 사업한다고 설치다 꼭 그렇게 경을 친다니까. 그 덕에 화병까지 얻었다면서?"
"저... 말씀 중간에 죄송하지만 절 찾아오신 이유가......"
희원은 목이 매어오는 통에 말을 끝까지 맺지 못했다. 대신 무릎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던 두 손을 하얗게 질리도록 꼬옥 그러쥐었다.
"여태 듣고 뭘 물어? 적나라하게 다시 한 번 말해 줘? 좋아. 아무래도 아가씨 같은 타입한텐 그 쪽이 빠르겠군. 내 말은 이 돈 먹고 우리 수영이한테서 당장 떨어져 달라는 소리야. 됐어?!"
사람이 사람한테 어쩜 저렇게 모진 소리를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할 수 있을까. 희원은 그 때까지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박여사를 마주 보기만 할 뿐 쉽사리 말문을 열지 못했다. 하지만 곧이어 테이블 위에 던져지는 봉투소리에 그녀는 퍼뜩 정신을 차릴 수밖에 없었다.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게... 뭐죠?"
"열어 봐."
희원의 미간이 꿈틀거렸다. 분명 돈 봉투임에 틀림없을 것이다. 모멸감으로 온몸이 떨려오는 희원이었지만 그렇다고 자신과 마주하고 있는 여인에게 고스란히 분통을 터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가 수영의 어머니만 아니었다면. 감정을 안으로만 삭이려드는 희원이었지만 자신의 부모까지 들먹여 가며 모욕을 주는 박여사 앞에선 당장이라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으나 차마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전...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전......"
하지만 결국 박여사를 상대로 그녀가 내놓을 수 있는 말이라는 게 고작 그것이 다였다. 경멸 어린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후들거리는 목소리로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라는 말만 바보스럽게 되풀이하고 앉아있는 게 전부였다.
"봉투나 열어보고 다시 얘기하지, 아가씨."
어느 새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하는 희원의 얼굴을 쳐다보며 박여사가 코웃음을 칠 때였다.
"그럼, 얼마나 들었는지 한 번 봅시다."
난데없는 목소리의 출연으로 박여사도 눈물을 떨구기 일보직전이었던 희원도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 선글라스를 머리띠인 양 이마 위로 젖힌 선우가 한 쪽 다리를 건들거리며 삐딱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박여사를 내려다보고 서있었다.
"선우 오빠..."
"뭐야. 우리 희원이 가치가 겨우가 이 것 밖에 안된다는 거야? 아줌마가 뭘 모르시네."
어느 틈에 집어 들었는지 선우가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봉투 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다, 당신 누구야? 누군데 함부로..... 앗?!"
화르르륵.
정말 눈 깜짝 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선우가 봉투에 들어있던 수표들을 꺼내 박여사의 얼굴을 향해 보란 듯이 내던진 것은.
"이 바보야, 일어나!"
그리고 다음 순간 선우는 희원의 손목을 세차게 끄러 쥐며 순식간에 그녀를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이 따위 인간은 뭐하러 계속 상대해 주고 있는 거야? 넌, 이런 드러운 인간들하고는 절대 마주 앉지도 아니 눈길도 주지마, 알았어?!"
어찌나 선우의 기세가 서슬이 퍼렇던지 희원은 잠시동안 박여사의 존재도 잊어버릴 지경이었다. 눈가에 괴었던 눈물마저 도로 들어가 버린 듯 했다.
"뭐야, 넌?! 누군데 끼어 들어 행패야 행패가! 그리고 뭐어? 날더러 드러운 인간이라고?!"
갑작스런 수표 세례(?)를 받고 잠시 움찔했던 박여사가 모욕감을 이기지 못하고 분기탱천한 얼굴로 바락바락 소릴 지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살기 등등하기만 했던 선우가 얼굴에 노골적인 혐오감을 숨김 없이 드러내며 다시 박여사를 향해 말했다.
"아줌마, 다시는 우리 희원이 불러내지마. 애한테 구정물 튀잖아!"
"뭐, 뭐, 뭐얏?!"
기가 막혀 펄펄 뛰는 박여사를 뒤로하고 희원은 앗 소리 한 번 내지를 겨를 도 없이 선우의 손에 이끌려 커피숍을 나왔다. 그리고 그렇게 커피숍을 나온 후 선우는 잔뜩 굳어진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심지어 희원에게 눈길 한 번조차 주지 않았다.
희원은 그런 식으로 남겨두고 온 박여사에 대한 걱정보다 도통 속내를 가늠할 수 없는 선우의 태도에 더욱 난감한 심정이 되었지만 일단은 조용히 그가 이끄는 대로 그의 뒤를 따랐다.
두가티에 오른 두 사람은 마치 한 몸처럼 붙어 앉아 차디찬 바람을 가르며 한참동안을 달리고 또 달렸다. 선우는 목적지가 어디라고 말해주지도 않았고 희원 역시 목적지가 어디냐고 묻지 않았다. 그저 이 도로 저 도로를 쉬지 않고 달릴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추위따위는 아랑곳할 무엇이 못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