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18. (19/75)

  

# 18.

 다음 날 아침.

 햇볕은 쨍쨍 모래알은 반짝.

  "뭐냐?"

  "뭐긴요... 빵이잖아요. 토스트......"

 양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양볼을 부풀리며 성진이 불만스러운 얼굴로 묻자 수영이 짐짓 뻔히 다 아는 사실을 새삼 왜 묻냐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토스트? 이거... 에피타이저냐? 그렇지?"

  "에피타이저라뇨... 농담두... 아침이잖아요. 빨리들 드세요. 토스트 식겠어요."

 토스트 쪼가리를 먹느니 차라리 굶겠다고 할만큼 이젠 희원이 차려주는 푸짐하고도 따뜻한 아침식사에 길들여질 대로 길들여진 세 멤버들이었다.

 하지만 수영은 매우 못 마땅한 기색이 역력한 성진과 그 옆에 떫떠름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선우와 준희의 안색 따위엔 아랑곳 않고 되려 함박 웃음을 띤 채 멤버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럼, 그렇지... 수영선배 말만 믿고 있던 내 죄가 크다... 으허엉.'

 희원은 자신의 발등이라도 찍고 싶은 심정으로 거의 울상이 되어 식탁 위를 눈으로 훑으며 생각했다. 아니 훑고 자시고 할 것도 없었다. 식탁 위에 놓인 것이라곤 커다란 접시 위에 책처럼 쌓아올린 십 여장의 토스트와 딸기잼 병 하나가 고작이었기 때문이었다. 그 흔한 계란 후라이 한 개도 없었다. 

 아침 일찍 레드비트 하우스로 출근(?)한 수영은 자기만 믿으라고 큰소리치며 내려가서 조금이라도 돕겠다는 희원을 부득부득 만류한 채 자신이 부를 때까지 꼼짝 말고 방에서 쉬고 있으라고 거듭 당부했었다. 그러나 마지못해 그의 말에 응했던 희원은 지금 마음속으로 식탁 위에 자기 이마를 열 번도 넘게 콩콩 찧어대는 상상을 했다.

  

 "아참!" 

 다른 사람들의 반응이야 어떻든 어느 새 토스트 한 장을 가져다 아주 오랜 동안 공을 들여 딸기잼을 펴 바르던 수영이 뭔가가 생각났다는 듯 외치며 바삐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르고 있던 핑크색 에이프런 자락을 팔랑 나부끼면서 말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희원은 자신도 모르게 포옥하고 한숨이 새나왔다.

  

 "우유를 깜빡 했네." 

 수영은 마치 서커스라도 하듯 우스꽝스런 자세로 우유 한 통과 컵 다섯 개를 한꺼번에 들고 와선 때려부수는 듯한 소릴 내며 식탁 위에다 내려놓았다. 그는 내내 황망한 얼굴로 앉아있는 세 멤버들 앞에다 컵 세 개를 무척 성의 없는 동작으로 휙휙 밀어놓더니 나머지 잔 하나에는 조심스레 우유를 따라 조심스러운 동작으로 희원에게 건네며 애교가 줄줄 흐르는 표정으로 말했다.

  "마셔, 희원아. 토스트에 잼도 거의 다 발라 가니까 잠깐만 기다려."

 비 새는 천장에 방수 시멘트 도포하듯 정성스레 딸기잼을 펴 바른 후 수영이 다시 희원에게 토스트를 건넸다.

  "서, 선배..."

  (으아아... 나 정말 미치겠네. 수영선배, 도대체 왜 이러는거예욧! 제발 나 좀 살려줘요옷!)

 희원은 얼굴이 화끈거리고 앉은자리에 못이라도 튀어나온 것처럼 좌불안석 어쩔 줄 몰라하며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야, 너 지금 우리 데리고 장난하냐?" 선우가 급기야 카랑카랑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예?"

  "우린 아침에 밥 먹지, 이딴 빵 부스러기 같은 거 안 먹는다구!"

  "이런, 아직까지 촌스러운 식습관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잘 됐네요. 이참에 식생활 개선 좀 하세요." 수영은 조금도 기죽지 않고 느물대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야아!" 

 급기야 성진이 성질을 못이기고 발작적으로 소리를 지르더니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진이 누구인가. 레드비트의 리드 싱어가 아닌가! 나머지 네 사람은 성진이 내지른 벼락같은 소리의 기세에 눌려 다들 찔끔한 얼굴로 성진을 올려다보았다.

  

  "우쒸! 나 안 먹어. 굶을 거야." 

 무섭게 내지른 소리에 반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어린애 같은 말투로 그렇게 내뱉곤 성진은 팽하고 토라져서 주방을 나가버렸다. 그러자 슬금슬금 의자를 뒤로 빼며 준희가 어색한 웃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어쩌죠... 저도 오늘 아침엔 속이 깔깔한 것이... 그냥 굶는 게 나을 것 같네요. 죄송,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그렇게 해서 주방엔 희원과 수영, 그리고 그 때까지 일언반구도 없이 침묵을 지키고 있던 선우 이렇게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그러자 수영이 어깨를 한 번 으쓱해 보이더니 선우를 향해 말했다.

  "은선우씨도 빵... 싫어하십니까?"

  "발라."

  "네?"

  "잼. 바르라고."

 선우가 턱짓으로 토스트와 잼을 번갈아 가르키며 무뚝뚝하게 말했다. 그러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희원이 얼른 토스트 한 장을 집어들었다. 하지만 선우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아니, 너 말고 쟤. 야, 니가 발라."

 턱짓을 하지 않고는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처럼 선우가 다시 턱짓으로 수영을 가르키며 명령조로 말했다. 그러자 수영이 피식 웃음을 짓더니 말없이 토스트 한 장을 집어들고는 딸기잼 병에서 잼을 덜어다 바르기 시작했다.

  "자, 됐습니다, 여기. 드시죠."

 선우는 수영에게서 토스트를 건네 받아 한 입 베어 물더니 오만 인상을 찌푸려 뜨렸다.

  "잼을 바르랬지, 잼으로 곤죽을 만들랬냐. 젠장... 입맛만 버렸잖아! 야, 다시 하나 제대로 만들어 봐."

 선우가 괜한 트집을 잡고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는 수영이었지만 그는 조용히 호흡을 고르며 눈을 한 번 질끈 감았다 뜬 후 다시 빵을 집어들었다.

  "자, 여기."

  

 선우는 침착을 가장하고 있는 수영의 두 눈으로부터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새로 잼을 바른 빵을 받아든 후 곧장 입으로 가졌다.

  "너 지금 반항하냐? 토스트가 무슨 우표고 잼이 풀이냐? 잼을 바르랬지 우표에 풀칠하랬어. 다시."

 그러나 수영의 내공도 만만치 않았다. 그는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은 채 선우에 말에 따라 순순히 새 빵에다가 다시 잼을 발랐다. 작정을 하고 트집을 잡는 선우의 입맛을 맞춘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임을 수영은 잘 알고 있었기에 책처럼 쌓아놓은 식빵이 다 떨어지도록 새로 잼을 바르고 몇 번을 거듭해서 선우에게 건네는 동안 수영의 안색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었다.

  '지... 지독한 놈!'

 포커페이스라면 당할 자가 없었던 선우였지만 그 날 선우는 강력한 맞수를 만났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선우와 수영의 치열한 내공(?) 싸움의 중간에서 찍소리 한 번 낼 엄두도 못낸 채 숨을 죽이고 있던 희원은 하도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했던 나머지 혈액순환이 온통 얼굴에서만 이뤄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었다. 실지로 그녀의 손발 끝에선 피가 통하지 않을 때처럼 지릿지릿 거리는 느낌도 드는 것 같았다.

 결국 더 이상 잼을 바를 맨 빵이 모두 바닥났을 때 선우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니 장난을 받아주는 것도 이 선에서 끝이다."

 그리곤 바람소리가 날만큼 홱 돌아서서 주방을 나갔다. 선우가 주방 밖으로 사라지고 난 후 수영은 갑자기 나사 한 개가 풀린 사람처럼 실실 웃기 시작하더니 한동안 멈출 줄을 몰랐다. 그런 수영의 모습을 불안할 얼굴로 지켜보던 희원이 이내 입을 열었다.

  "선배... 죄송해요, 저 때문에. 그러게 처음부터 이런 일에 선배가 나서지 않았다면..."

  "그 동안 저 사람들 비위 맞추고 산 네가 새삼 대단해 보인다, 채희원."

  "그렇지 않아요. 다들 좋은 사람들 이예요."

  "그럼, 나한테만 비우호적이란 소리로군."

  "......"

  "뭐 괜찮아. 난 원래 그런 건 상관 안 하는 성미라서."

  "선배."

  "응?"

  "선배는 괜찮은지 몰라도 전 그렇지 않아요. 제가 아는 선배는 늘 모든 사람들의 호감을 사고 누구에게나 인기가 있던 사람이었어요. 그런 선배가 지금 여기서 다른 사람들도 아니고 제가 좋아하는 사람들한테 이런 대접 받는 거 저는 정말 못 보겠어요. 너무 마음이 괴로워요. 레드비트 오빠들은... 다들 저를 친동생처럼 여겨서 그러는 걸 테지만 아무튼 저... 수영 선배가 그만 했으면 해요."

  "희원아 난..."

  "그리고 선배, 아무래도 제가 전에 선배한테 제 입장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던 것 같아 지금 다시 말씀드릴게요. 저와 교제... 하자던 선배 제의, 저처럼 보잘 것 없는 여자애한텐 너무 과분하고 또 그래서 너무 감사하지만... 그 제의... 저 지금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 전 그냥 선배랑 예전처럼 좋은 선후배 사이로..."

  "좋아. 아무래도 네가 그 '교제'라는 말 때문에 크게 부담을 느끼는 것 같구나. 알았다. 이제 교제니 뭐니 하는 소리로 네게 부담 주지 않을게. 네 바램은 우리가 그냥 좋은 선후배 사이로 지냈으면 한다는 거지? 그래. 그러자. 그 편이 희원이 네게 편하다면 그렇게 하기로 하자. 대신 희원아, 너 이거 한 가지만 나한테 약속해라."

  "뭘..."

  "선후배 사이든 뭐든 니가 날 진심으로 편하게 대해줬으면 해. 날 너무 어려워하지 말라는 말이야. 그냥 짬날 때 만나서 친구처럼 수다도 떨고 쉬는 날에 같이 밥도 먹고 놀러도 가고... 할 수 있는 사이로 말이야. 그것조차도 네게 그렇게 부담을 주는 거니?"

 희원은 생각했다. 수영과 교제하지 않는다고 해서 짬짬히 만나 얘기도 나누고 쉬는 날 그냥 부담없이 같이 시간 보내는 일에 대해 굳이 민감하게 여길 필요가 있을까 하고. 그냥 친구사이처럼 편하게 생각한다면 오히려 수영의 제의를 마다하는 것이 더 부자연스러운 일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편으로 희원은 자신으로 인해 털끝만큼이라도 수영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고 싶지가 않았다. 희원 자신에게 수영은 언제나 과분한 존재라는 고정관념이 늘 그녀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교제 제의까지 거절한 마당에 그의 자존심을 생각한 다는 것이 어불성설일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희원은 그의 마지막 부탁까지 거절할 수는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좋아요, 선배. 선배한테 저 가능하면 못된 후배란 소리는 듣고 싶지 않거든요."

  "좋았어.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하이 파이브 한 번 할까?!"

  "오케이!"

 물론 수영과의 관계정리(?)로 한결 희원이 마음이 가벼워졌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잠시 뿐이었다. 희원은 레드비트의 집에 들어온 이후로 그날처럼 긴 오전을 보내본 적도 없는 것 같았다.

 거(?)한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수영은 고집스레 핑크색 에이프런을 푸르지 않은 채 청소기로 온 집안을 벌집 쑤시듯 헤집고 다니기 시작했다. 특히 성진과 선우가 자리를 잡고 앉는 곳만 따라다니며 집중적으로 쑤셔(?)대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청소기에 이리 쫓기고 저리 쫓겨다니며 씩씩거렸지만 그들이 씩씩거릴수록 수영은 헤벌쭉 웃으며 더욱 집요하게 청소기를 들이밀었다. 그 때 점심 준비를 위해 콩나물을 다듬으며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희원은 하얀 끈으로 머리라도 질끈 동여매고 차라리 나 몰라라 몸져 누워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수영이 그 이후에 친 사고에 비하면 그 정도는 차라리 애교로 봐줄 만 한 수준이었을 것이다.

  "으아악! 도대체 여기다 무슨 짓을 한거야!"

  "야! 이게 뭐야!"

 한 번 상상해보라. 집안 일 가운데 가장 돌이킬 수 없는 사고를 내기 십상인 일이 무엇인지를. 

 그건 바로 다림질이다.

  "어허엉... 내가 제일 아끼는 티셔츠를......"

  "니가 죽을려고 아주 기를 쓰는구나."

 수영은 하필 성진이 제일 아끼던 토토로 캐릭터 티셔츠의 프린트를 다리미로 짓뭉개 놓은 것도 부족해서 다리미에 눌러 붙어있던 얼룩을 선우의 하얀 셔츠 위에다 떡하니 찍어놓은 것이다. 

 그러나 성진과 선우를 더욱 기막히게 만든 건 적반하장 격으로 되려 인상을 쓰고 툴툴대는 수영의 태도였다.

  "사람이 일을 하다보면 실수도 할 수 있고 그런 거지 남자들이 그깟 일로 쪼잔하게... 아, 정말 희원이한테 다른 직장을 구해주던가 해야지 이거야 원."

  "야, 너 지금 말 다했어?! 이게 지금 사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뭐, 뭐? 쪼잔? 우쒸 정말..." 성진이 분을 삭이지 못하는 얼굴로 방방 뜨며 말했다.

  "그거 얼맙니까? 내가 물어드리죠. 그깟 거 몇 푼이나 한다고..."

  "너!" 선우가 눈을 부릅뜨고 불현듯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너 스스로가 방금 희원이를 모욕한 거 알기나 알어?!"

  "은선우씨, 그게 뜬금없이 무슨 소립니까. 내가 언제 희원이를 모욕했습니까. 두 분이 그깟 옷 한 두장 망가졌다고 하도 방방 뛰니까 내가 물어주겠다고 밖에 더 했습니까?"

  "너 같이 부족한 거 없이 자란 사람은 사고 치고 나서 비굴하게 빌 필요 없이 돈으로 간단하게 해결하면 그만이지만 희원이처럼 스스로 자기 앞가림을 해나가는 사람은 그것이 아무리 비굴한 행동으로 비칠 지라도 빌고 또 비는 방법 밖에 달리 방도가 없지. 

 니가, 아니 니가 아니고 니네 부모겠지. 너희 부모가 돈 좀 있다고 니가 턱 꼿꼿이 치켜들고 자존심 세우면서 어디선가 그깟 거 몇 푼 어쩌고 하는 소릴 내뱉는 동안 희원인 그 깟 몇 푼을 위해 자존심을 죽여야 했을 때가 한 두 번이 아닐 거다. 

 희원인들 그게 좋아서, 쉬워서 그랬을까? 

 지금 니 언행이 그래서 희원이를 모욕하는 것 밖에 안 된다는 소리다. 차라리 이 자리에서 이 사람 저 사람 비위 다 맞춰가며 남의 집에서 가정부 살이를 하는, 그깟 거 몇 푼 짜리 하나 물어줄 엄두도 못 내고 사과하고 비는 것밖엔 달리 방법이 없는 희원이를 비굴하고 자존심도 없는 인간이라고 대놓고 욕을 하지 그러나."

 서슬퍼런 눈빛으로 쏟아낸 선우의 발언에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갑자기 숙연해지는 분위기였다. 기고만장했던 수영의 기세 역시 순식간에 수그러든 것은 당연지사였다. 아니 어찌보면 풀이 죽은 듯 보이기까지 했다. 이윽고 수영이 입을 열었다.

  "듣고 보니... 당신 말이 옳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사과... 하겠습니다. 두 분께도 그리고 희원이에게도.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희원은 그러나 선우가 그토록 자기 입장을 잘 이해해 주는 것에 대해 고마운 마음이 앞서기 이 전에 수영이 목례까지 하며 사과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도 고욕스러웠다.

  '나만 아니었으면... 나 때문만 아니었으면 수영선배가 이럴 필요 까진 없을텐데...... 정말 미안해서 선배 얼굴을 볼 수가 없네. 물론 오빠들도 마찬가지고. 어휴, 이 놈의 발목은 왜 모양이 되가지고 사람 속을 스테레오로 썩이는 거야 정말. 앞으로 어디 다치나 봐라. 절대로, 네버, 절대로 안 다칠거야.'

 왠지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희원의 도움을 받으며 점심준비까지 마친 수영은 부랴부랴 학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러나 운전대를 잡고 있는 수영의 마음은 찝찝하기 그지없었다. 

  '제기랄. 은선우 그 자식. 잘난 척 하기는. 정말 볼수록 밥 맛 떨어지는 새끼라니까. 오냐, 두고 보자. 오늘의 수모는 꼭 잊지 않고 갚아주지.' 

 운전대를 힘주어 잡고 있는 수영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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