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호텔의 몰래카메라』 1. CCTV 설치
고광수의 훔쳐보기 버릇은 누나의 목욕 장면을 훔쳐본 이후부
터다.
시골에서 자란 고광수는 부엌에서 목욕을 하는 누나를 우연히
훔쳐보게 되었고 다른 누군가를 훔쳐본다는 것이 얼마나 재미난
일인가를 깨달았다. 단단한 젖가슴, 벌어진 엉덩이, 그리고 불
그스럼한 그곳 비록 누나지만 아름다웠다. 그 뒤 학교 화장실,
이웃집 아주머니 뒷물하는 것들을 훔쳐보며 나름대로 훔쳐본다
는 것에 노하우를 터득했다.
고광수가 실업계 고등학교 전자과를 졸업하고 전업 사에서 전
기 공사 기사로 일을 하게 되면서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하지
만 도시의 삭막함이란 훔쳐보기를 수월하게 하지 않았다. 모두
들 문을 꼭꼭 걸어 잠그고 창문은 커튼을 쳤다. 혹시 창문을
열어 놨다 해도 도시라는 곳이 사람들이 하도 많이 다니는 곳이
라 들여다보기도 쉽지가 않다.
어떤 놈은 재수가 좋아 아파트에 살며 쌍안경 망원경 들고 속
속들이 들여다본다지만 고광수는 가난해서 아파트를 살 돈도 전
세 얻을 돈도 사글세 얻을 돈도 없었다. 결국 고광수는 고향을
떠난 1년 동 안 누군가를 훔쳐본다는 재미를 한 번도 가져 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고광수는 용산 이라는 곳에서 기막힌
물건 하나를 발견 했다. 그것은 바로 소형 CC카메라라는 것이
다. 고광수가 호기심을 보이자 하나라도 팔기 위해 액자나 벽에
설치하면 된다며 주인이 침이 마르게 자랑을 한다.
고광수는 그것을 사기로 마음먹었다. 다만 문제는 오디오가
없다. 훔쳐본다는 재미는 훔쳐보기와 엿듣기가 동시에 이루어
져야 완벽한 재미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것이 고광수의 생각이
다. 하늘에 양이 있고 땅에 음이 있어 숲이 무성하듯이 비디오
가 있으면 오디오가 있어야 재미가 있지 않은가?
고광수는 이리저리 고민하다가 자신의 전기 기술과 소형 마이
크 폰 만 있으면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다는 데 착안하자 안심
이 되었다.
결국 고광수는 CC카메라를 쌌다. 설치하고 싶은 장소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고광수는 요즘 한강 상류 가평 근처의 러브 호텔 전기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고광수는 지금 CC카메라를 그 러브 호텔에
객실에 설치할 생각이다.
고광수는 벌써부터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 것을 느꼈다. 흥분
그리고 스릴.... 훔쳐보기 전에 느끼는 묘미다.
고광수는 소형 카메라를 카드로 결재했다. 현찰로 사기에는
너무 많은 돈이기 때문이다. 주인이 일본서 밀수한 것이라 가
격이 비싸다고 깎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광수가 CCTV카메라를 설치하기로 한 방은 301호였다. 강
이 내려다보이고 양쪽으로 숲이 우거져 있고 뒷문 바로 옆 객실
이기 때문에 단골들에게만 내어 줄 만한 방이기 때문이다.
1번 카메라를 침대 위 천정에, 2번 카메라는 욕실 천정에 설
치했다. 남녀간에 그 짓이 침대 위에서만 하라는 법은 없으니
되도록 다 볼 수 있도록 설치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카메
라를 설치하는 것은 별 문제가 아니다. 아직 완공된 건물도 아
니고 또 고광수가 전기 설비를 하고 있으니 어려울 게 없지만
문제는 CCTV를 어떻게 보느냐는 것이다.
카메라 선을 외부로 빼낼 경우 발각될 염려가 있다. 하지만
노동자의 수입으로 남의 정사 장면을 훔쳐보고자 값비싼 러브
호텔에 자주 드나들 수 없는 일이다. 결국 호텔 외부로 선을 빼
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고광수는 주변 지리를 탐문하여 3K
정도 떨어진 곳에 마을이 있다는 것을 알아내고 그 마을에다 하
숙집을 구하기로 했다.
카메라 전기 줄은 전선줄로 위장해 전봇대를 타고 늘어뜨리기
로 했다. 마침 고광수는 전업사 직원이었기 때문에 의심 없이
작업을 수행할 수 있었다.
하숙집을 구하고 그곳까지 전기 줄을 늘인 후 모니터 시험을
해보았다. 하지만 화면이 선명하지 않았다. 전기 줄이 너무 길
어서 전파가 약하기 때문이다. 결국 고광수는 전파 증폭기를
또 사서 설치하고 비디오와 오디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확인하고 카메라를 떼어 냈다.
아직 실내 장식이며 호텔 공사가 많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
게 들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고광수는 하숙집으로 이사를 왔다. 그리고 러브 호텔 전기 공
사가 끝나자 전업 사를 그만 두었다. 가평에서 전업사 일 다니
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훔쳐보기를 할수
있다는 기대감에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나 고광수는 재수가 없는 놈이다. 직장을 그만두자 IMF
가 뭔가 하는 것이 생기더니 취직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가 되
버리고 말았다. 결국 고광수는 아침 일찍 신문 배달을 하고 저
녁에는 음식점 파트타임 아르바이트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고
광수는 행복했다. 러브 호텔이 영업을 시작할 날이 멀지 않았
기 때문이다.
-다음은 <<미스 리>>편이 연재됩니다.-
♣♣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