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을 무지 압박해뒀구나. 내가 풀어줄께."
"...."
멍한 상태로 완전히 방치된 나는, 덕후가 하고 싶은대로 놔둘 수 밖에 없었다.
셔츠의 앞섬이 열리고, 점점 커가는 가슴을 압박한 붕대가 풀리자 앙증맞지만 조금은 커보이는 젖가슴이 출렁였다.
(아...!)
그리고 나는 해방감을 느껴서 기분이 편안해졌다.
덕후가 가슴을 만지고 유두를 비빌 때도 나는 행복감에 머리가 멍해져서 그저 그가 하고 싶은대로 만지작거려졌다.
"으음...♡"
기분이 너무 좋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이제는 분한 마음도 엷어진 느낌...
덕후는 그런 나의 마음을 깨닫기라도 하는 듯 입맞춤을 다시 강요해왔다.
그리고 한심하게도 나는 두 눈을 계집아이처럼 닫은 체,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내밀고 있었다.
-쭈웁~!
이제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친구인 한성이와 결혼하는 꿈을 꾸고서는 혼란에 빠졌던 주제에, 이제는 덕후의 키스를 받으며 헤롱거리는 내 모습은 한심함 그 자체다.
"하아...하아..."
타액의 긴 교환이 끝나고, 덕후가 입술을 떼었을 때는 나는 완전히 무방비하고 흐트러진 모습으로 좌변기에 방치되어버렸다.
바지와 팬티는 완전 벗겨져서 발끝에 걸려 있고, 위의 옷은 반쯤 풀어헤쳐져서 가슴 위까지 밀어올려져 있었다.
"꿀꺽!"
키스에 황홀해하며 칠칠맞게 군침이나 흘리는 나의 모습은 매우 한심하고 야시시해 보일 것이다.
흐르는 침을 삼키며 나는 반쯤 풀린 눈동자로 멍하니 앞을 응시했다.
"연아야, 이제 긴장이 완전히 풀렸지?"
"응...♡"
덕후가 그런 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마치 덕후의 물건이 된 느낌이지만 아무래도 좋다.
머리 쓰다듬어주는 행위가 기분좋았으니까.
"아...!"
긴장이 풀려서인지 요의가 느껴지자 그대로 좌변기에 앉아진 나는 소변을 볼 수 밖에 없었다.
-쪼르르륵~
키스의 황홀경과 유두를 만지작거려준 애무에 살짝 가버린 탓인지 오줌은 멈추지를 않았다.
아아, 시원하다.
같은 남자 앞에서 볼 일을 보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원초적인 본능에는 이길 수 없었기에 나는 덕후가 보는 앞에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았다.
녀석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눈에 핏발이 선 모습으로 나의 그런 모습을 지켜봤다.
-쪼륵, 쪼륵! 뚝! 뚝!
시원한 해방감이 지나고나자 나는 볼 일이 다 끝났다는 걸 느꼈다.
"후아~"
온몸이 뜨겁다.
다시 열이 오른 듯 달아오른 느낌이다.
무엇보다 가족들에게도 안 보이는 그런 모습을 덕후에게 전부 보인 것에 기분이 이상했다.
"그럼 이제 양호실로 돌아가자."
"응..."
덕후는 좀 더 뭔가를 할거라 예상한 나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렇게 말했다.
만약 지금 덕후가 키스보다 더한 행위를 요구한다면 난 그대로 들어줄지도 모르는데...
아쉬움일지 안도감일지 모를 복잡한 심정...
나는 왠지 내 기대를 저버리는 덕후를 속이 상해서 녀석이 싫어할 말을 하였다.
"근데 덕후야. 오늘은 나 게임에 접속 못할 것 같아. 한성이네 집에 가서 자기로 했거든."
"!"
과연 덕후는 한성이의 이름이 들리자 놀란 듯 보였지만 순순히 알았다고 하였다.
"그래? 별 수 없지. 그럼 내일 보도록 하자."
크게 낙담한 듯 보이는 녀석의 얼굴을 보자 나는 이긴 것 같은 비열한 우쭐함이 들어왔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너무 크게 낙담을 한 듯 보이자, 왠지 미안한 기분도 들어왔다.
좀 이상하긴 하지만 녀석은 정말로 나를 좋아하고, 나와의 약속을 잘 지키려 노력하는데 내가 너무 심하게 대하는 것도 같으니까 말이다.
"응..."
나는 덕후의 쓸쓸한 듯한 옆얼굴을 보게 되자 동정심이 들어와서 마음이 약해졌다.
여자의 몸이라 감수성이 늘어나서 그런걸까?
혜선이 누나라는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나의 마음은 마구 흔드리고 있었다.
나를 보통의 친구 이상으로 보는 한성이라는 절친.
혜선이 누나라는 연상의 배려심많은 여친.
그리고 육욕의 관계이긴 하지만 나를 완전히 충족시켜주는, 날 여자로 만든 변태 같은 협박자 덕후....
LD&LD라는 악마의 게임을 접한 뒤, 나의 주변관계는 온통 엉망이 되었고 나의 통제에서 벗어나고 있었다.
-욱씬 욱씬!
아직도 머리에서 두통이 일어나고 있었다.
솔직히 이제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다.
(난 정말 누굴 좋아하는 것일까?)
나는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서 덕후의 부축을 받으며 그렇게 양호실로 향했다.
방과 후가 되자 나는 한성이를 따라 녀석의 집으로 향했다.
"실례하겠습니다."
"어서 오거라."
"정말 오랜만이네. 연아야."
내가 집안에 들어가자 한성이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한성이네의 집안분은 나를 친자식처럼 좋아한다. 나 역시도 그렇게 나를 친자식처럼 좋아해주시는 한성이네 가족들을 정말 좋아한다.
"방에 올라가 있거라. 먹을 거라도 가져다 줄께."
한성이네 아주머니가 오랜만에 온 내가 반가운 듯 친절히 대해주셨다.
"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아주머니께서는 편의점을 해서일까?
그런 친절한 서비스 정신이 자연스레 깃든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언제와도 편한 곳이었다.
한성이네 집은.
-풀썩!
나는 부담을 가지지 않고 한성이의 방에 들어가 언제나처럼 침대에 뒹굴거렸다.
"거의 반년만이지?"
"그런가? "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최근에 놀러온 시간을 돌이켜보았다.
그리고보면 그랬다.
(어라? 정말이네...?)
절친이면서 최근엔 관계가 소원해졌다랄까.
서로의 집에 찾아가는 비율이 적어졌다.
전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매일 놀러왔었는데...
(그리고보니 한성이가 어느 순간 자기 집에 나를 부르지 않게 되었구나.)
다 컸다고 피하는 걸까?
뭐 어쨌든 우리 둘은 가벼운 보드게임도 하고, 아주머니가 가져다주시는 과자도 먹고, 앨범도 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와아~ 이거 언제적 사진이야?"
"아, 그거? 아마 초등학교 때인가? 그리고 이건 유치원 때 꺼."
한성이녀석과 같이 지낸 시간이 많다보니 녀석과 내가 찍은 사진들은 굉장히 많았다.
마치 악동처럼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장난치는 사진. 아직 어렸을 때 여자 옷을 입고 여자아이처럼 웃고 있는 나의 모습 등.
"야, 그거 보지마!"
나는 여장을 한 모습이 부끄러워서 한성이에게 그 사진을 버리라고 했다.
대체 언제 이런 사진들을 빼돌린거야?
"그리고보면 너랑 나는 꽤나 질긴 인연이었네."
"응, 그러게."
부모님끼리 친구사이다보니 우리 둘은 거의 친형제처럼 같이 학교도 다니고 서로 왕래를 하며 친해졌다.
우리 둘은 추억을 돌이켜 보며 즐거워 했다. 한성이와 나 둘 사이엔 동질감과 함께 서로를 의지할 수 있는 따듯한 분위기가 주변을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아...?"
그런데 침대 위에서 같이 앨범을 보다보니 어느 새 우리들은 밀착을 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원래 나는 침대에 엎드린 상태였고, 한성이는 그 근처에 침대를 의자 삼아 앉아 있었는데,
같이 앨럼을 보다보니 서로의 몸도 그렇고 얼굴까지도 바로 근처까지 접근해 있었던 것이다.
(이런...!)
너무 편하게 있었던 것일까?
나는 너무 무방비했었다는 것을 깨닫고는 당황스러워졌다.
(한성이의 시선이 내 어깨 너머로 느껴져...)
침대에 뒹구느라 옷도 살짝 흐트러져 있는 탓에 목의 카라 안에 쇄골이 살짝 노출되어 있었다.
-화끈!
(뭐...뭐야...? 이 분위기...? 뭔가 이상해...?)
추억에 잠겨있다보니 서로에 대한 경계심이 흩트러진 것일까?
부드럽고 포근한 분위기가 연출되어 있었다.
-지긋이~
무엇보다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니 한성이의 눈빛이 너무나 진지했다.
(자, 잠깐...! 뭐야...뭐냐구 대체...?)
나는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 몰라했다.
"연아야, 네 속눈썹 되게 길구나?"
내 뺨을 손으로 부드럽게 깜싸면서 쓰다듬는 한성이의 모습은 마치 뭔가에 홀린 듯 중얼거렸다.
"그리고 분위기도 왠지 더욱 여성스러워졌어..."
-두근!
설마 들킨건가?!
나는 너무나 떨려서 말도 못 꺼낼 정도로 긴장했다.
"나도 이런 내가 바보같다는 거 잘 알지만....이렇게 같이 앨범을 보고 있으니 깨닫게 되었어...나 역시 네가 좋아. 연아야."
"!!"
"오랫동안 널 좋아했어."
갑작스런 한성이의 고백.
나는 녀석의 마음을 화장실에서 몰래 숨어 들은 걸로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녀석이 진심을 털어놓을지 몰랐기에 당혹스러웠다.
"하..한성아...?"
나는 애정이 듬뿍 담긴 눈동자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녀석의 시선이 부담스러워졌다.
사실 녀석에게 여자가 되어버린 걸 들켜서 고백을 받거나, 강제로 당하게 되는 경우를 상상해 보긴 했지만
그건 단순히 망상이었을 뿐, 이렇게 실제로 당해보니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으으...)
아니 두려웠다.
"으읍...!'
하지만 내가 그 어떤 반응을 보이기도 전에, 이미 녀석의 입술은 나의 입술을 포갠 뒤였다.
-스릅~! 쪼옥~!
초보자티가 물씬 풍기는 어색한 키스.
혜선누나 같은 어른의 키스도, 그렇다고 욕망으로 끈적하고 음란한 덕후의 키스와도 다른 신선한 키스였다.
-두근 두근!
심장이 미친듯이 뛴다.
하지만 그보다 더 혼란스러운 것은 한성이가 이렇게 막무가내의 행동을 할 줄 몰랐기 때문이다.
당혹...충격....실망....혼란...분노...슬픔....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없는 감정이 내 안에 소용돌이쳐졌다.
절친이라 믿었고, 형제보다 더 정을 나눈 녀석이었는데...
양호실에선 한성이 녀석과 키스를 해보면 어떨까하는 망상도 한 적이 있긴 했지만, 설마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로 기습키스를 당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실제 키스를 당하자 이런 복잡한 심정을 느끼게 될 줄이야....
-바둥 바둥!
몸을 뒤척이며 녀석의 품에서 벗어나려 해도, 한성이가 붙들고 있는 힘이 너무 강해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녀석, 이렇게 힘이 쎘던가?)
내가 여자가 되어버려서 힘이 약해진 것인지, 아니면 한성이의 힘이 원래 센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이런 막무가내의 행동이 너무 무서워졌다.
이러다 진짜 옷이라도 벗겨진다면....
(나 진짜 강간당할지도...)
나는 그런 상상을 하자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닌 게 아니라 한성이가 나의 옷을 향해 손을 가져다대자 나는 있는 힘껏 한성이를 뿌리쳤다.
"헉...헉...!"
난 너무나 혼란스러워져서 침대 구석에 있다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도망치듯 문 밖으로 나갔다.
"연아야! 잠깐만..!"
녀석은 당황하고 미안한 듯 자기 스스로도 지금 자신의 행동을 이해 못한 듯 나를 붙잡으려 하였다.
"미..미안해...연아야...하지만...."
"미,미안...한성아. 나 오늘은 집에 가볼께..."
나는 녀석의 말보다 빠르게 방문을 나서서 집 밖으로 나갔다.
"연아야, 벌써 가니?"
한성이네 아주머니가 자상하게 물어보셨지만 나는 그 질문에 답할 경황이 없었다.
-쾅!
나는 도망치듯 한성이의 집을 나와 길거리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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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거리는 혼란에 빠진 나에겐 너무나 찼다.
-툭! 툭!
그리고 나의 심정을 대변해주듯 하늘에선 한두방울 빗줄기가 쏟아지더니 갑자기 소나기까지 내렸다.
-쏴아아~!
한여름 늦은 오후의 소나기.
옷이 비에 젖어 몸까지 으슬 으슬 추워지는 상황에서 나는 서러움이 몽글 몽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생겨나는 것을 느껴졌다.
"흑...흑..."
정처없이 길을 걸으면서 비와 함께 흐르는 눈물이 나의 얼굴을 적셨다.
"우우우...엉엉엉..."
믿었던 친우에게 왠지 배신을 당한 느낌이었다.
여자가 된 뒤 두번째로 울게 되는 절망적인 서러움.
나는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어서 하염없이 울음을 떠트렸다.
"훌쩍~!"
그렇게 울음을 실컷 터트리고 마음이 좀 진정이 되자,
나는 문득 누군가의 얼굴이 떠올라서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되었다.
1) 마음 속에 문득 떠오른 것은 바로 덕후의 얼굴이었다.
-쏴아아아~!!
빗줄기가 점점 심해졌다.
-부르르
뼈속까지 차가워지는 빗줄기를 계속 맞게 되자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떨리고 이빨이 절로 맞부딪쳤다.
(추워...)
오후 한때의 소나기.
저녁이 되자 쏟아지기 시작한 소나기는 한여름임에도 너무 차가웠다.
(이럴 때 그 녀석이 있었다면...)
그럴 때 문득 떠오르는 것은 놀랍게도 오덕후였다.
(그토록 싫었던 녀석인데...어째서...?)
실은 아까 한성이에게 도둑키스를 당할 때도 난 덕후의 입술이 생각나서 혼란스러웠다.
오랜 친구였던 한성이의 충격적인 도둑 키스...
하지만 난 덕후녀석의 감미로운 입맞춤을 연상하며 한성이와 비교를 하고 있었다.
스스로도 납득하지 못할 죄악. 하지만 난 한성이와 앨범을 보며 추억을 얘기하고 있을 때도 덕후 녀석이 신경쓰여서 계속 그 녀석 생각을 하고 있었다.
(후우....내가 미쳤나봐...)
"훌쩍~!"
서러움이 다시 밀려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추워서 콧물이 나와서 재빨리 코를 훔친 나는, 대체 여기가 어딘지 몰라 주변을 두리번 거려야 했다.
(어라? 여긴?)
정처없이 걷다보니 길을 잃은 것 같았다.
(큰일났네. 돈도 없는데...)
이럴 때는 택시라도 타고서 집으로 가야 하건만, 내 수중엔 돈이 얼마 없었다.
완전 난감한 상황.
나는 안 그래도 우울했던 기분이 더욱 바닥으로 내려갔다.
(오늘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네. 최악이야.)
추워서 몸을 웅크리게 된 나는, 춥고 슬프고 배까지 고파오는 상황에 절망감을 느꼈다.
차가운 비가 옷을 적셔서 몸에 달라붙어 속안의 살이 비쳐서 나는 두 팔로 몸을 감싸서 추위를 참았다.
"어이, 귀여운 아가씨. 혹시 갈 곳 없으면 오빠들 따라오지 않을래?"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누군가 내게 다가와서 달콤한 유혹의 말을 던졌다.
"따듯한 노래방에 가자. 오빠들이랑 놀아주면 음료수랑 밥도 사줄께."
노랑 머리로 물들인 양키 스타일의 헌팅남들.
"아니...저는...."
복장부터 불량해보이는 그들의 막무가내적인 강요에 나는 팔이 이끌려서 강제로 끌려갈 위기에 처했다.
(싫어...뭐야. 이 사람들...?)
강제로 끌려가는데도 주변의 행인들은 그저 지켜만 볼 뿐. 나를 도와줄 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안돼...끌려갔다간 강간 당할거야...!)
불량아 3명에게 끌려서 골목 쪽으로 납치당할 위기에 빠진 그때!
"저기...죄송합니다만. 그 손 놓으시죠?"
"?!!"
갑작스런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넌 뭐야?"
불량아 중 한 명이 불쾌한 얼굴로 자신들을 제지한 사람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뚱뚱한 몸집에, 소심해보이는 얼굴.
푸짐한 턱살에 두툼한 입술이 돋보이는 전형적인 비만형의 소년.
"덕후야!"
나는 위기 때 덕후의 얼굴을 보게 되자 너무 반가워서 녀석의 이름을 불렸다.
"전 그 애의 클래스메이트입니다. 빨리 그 애의 손을 놓지 않으면 경찰을 부르겠어요."
"뭐...?"
양키 헌팅남들은 나의 반응과 덕후의 그 말에 난감한 표정을 짓더니 서로 수근댔다.
그러더니 서로 눈치를 보다가 흥이 깨진 듯 나의 손을 놓아주고는 그만됐다면서 사라졌다.
"후우~!"
덕후는 헌팅남들이 사라지자 긴장이 풀렸는지 안도의 한숨을 푸욱 내쉬었다.
"괜찮니, 연아야?"
-덜 덜~
자세히 보니 이 녀석 떨고 있었잖아?
다리가 후둘거리면서도 나의 안부를 물어보는 녀석.
(늠름하게 나서서 도와주길래 용기 있는 녀석이라 생각했는데.후훗.)
왠지 그 모습이 귀엽게까지 느껴졌다.
(나랑 3살 차이나 나는 어른인데도 이렇게 무서워서 떨고 있었구나.)
그런데도 용기있게 나서서 도와주는 모습이 대단했다.
나는 덕후의 그 용기에 고마운 마음이 생겼고 심장이 포근해졌다.
"응...고마워..."
나는 그동안 원수 같았던 녀석이 이렇게 도와주자, 의외스러움을 느끼는 한편 고마움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