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둘은 만나자마자 서로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러자 주위에서 탄성소리가 들려왔다.
"오오~!"
눈에 확 띄는 미녀 두명이 서로 부둥켜안고 포옹을 하는 모습은 주위 사람을 놀라게 했다.
"휘익~! 그림이다! 레즈플이다!"
"이야, 죽이는데?"
주변에 있던 남정네들은 같은 여성(?)이면서도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우리 둘을 보며 휘파람을 불어댔다.
"후후, 주위 사람들이 꽤 놀라는 걸?"
디모나님은 장난끼가 가득한 눈으로 그렇게 말한 뒤 내게 속삭였다.
"그럼 우리 좀 더 분위기를 업해볼까?"
"네?"
혜선이누나는 아무런 예고도 없이 나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에엣..? 디, 디모나님...?!"
진한 입맞춤.
나는 부드럽게 덥쳐오는 혜선이누나의 입술에 어쩔 줄 몰라했다.
"우읍~~!!"
입술을 덮쳐오는 그 부드러움에 난 압도되었다.
"휘익~! 멋지다!!"
"스샷이다! 스샷! 이거 정말 멋진 그림이 나오겠는걸?"
"설마 진짜 여성들끼리는 아니겠지?"
"아냐. 진짜일수도 있어. LD&LD는 비공식적으로 레즈비언들이 많기로 유명한 게임이잖아."
"하긴..."
유저들은 박수를 치면서 진한 애무를 하는 우리 둘을 응원했다.
"좀 더! 좀 더!"
"찐하게! 찐하게!!"
남자들의 목소리가 어름풋이 들려왔다.
아무래도 더 진한 스킨십을 하라고 소리치는 것 같았다.
(우우...아무리 여성캐릭터로 플레이를 하고 있더라도 이거 너무 부끄러워....)
나는 키스를 하면서도 부끄러워 얼굴을 붉혔다.
실제론 아직 13살 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 큰 어른 여성의 캐릭터로 분해서 어른같은 스킨쉽을 하는 것이 너무 이상했다.
"으음...♥"
그렇다해도 혜선이누나와 하는 스킨쉽은 너무 좋았다.
부드러운 입술.
말랑한 혀.
그리고 끈적하고 촉촉한 침.
난 여성끼리의 스킨쉽이 너무 좋아서 머리가 어떻게 되는 것 같았다.
-할짝 할짝~!
우리 둘은 새처럼 입술만 쪼아먹듯 부딪치던 입술을 더 크게 벌려, 혀와 혀를 교환해갔다.
말미잘처럼 말랑거리는 혀가 교환이 되자 온몸에 전류가 흐르듯 짜릿거렸다.
(아아...너무 좋아...♡)
나는 머리가 하애지는 기분을 맛보며 딥키스에 열중했다.
"후후, 연아를 안으니까 기분좋네. 역시 남자아이인 너도 귀엽지만 여성인 상태로 안는 맛이 더 각별한 것 같애."
혜선이누나는 레즈비언답게 자신의 감상을 피력했다.
양성애자라곤 하지만 원래 레즈비언에 더 가까운 누나는, 여성 상태의 내 몸을 안는 걸 더 좋아했다.
"으음, 역시 내겐 남자보다 여자가 좋은 것 같아. 푹신푹신하고 말랑말랑한데다 이쁘니까."
"아...!"
"그렇다고 남자인 네가 싫다는 건 아냐. 연아야. 현실 속의 넌 내 품 안에 쏘옥 들어올 정도로 귀여우니까."
혜선이누나는 어른답게 능숙한 태도로 날 희롱했다.
내가 상처를 받을 것 같으니까 그런 것까지 배려한 재빠르게 대처한 마음씀씀이에 난 부끄러움을 느꼈다.
(역시 난 혜선이 누나에 비하면 어린아이구나...)
남자로서 여자에게 리드를 당한다는 것이 조금은 수치스러웠다.
화도 조금 났다.
아직 치기어린 마음인지도 모르지만 난 혜선이 누나에게 어울리는 남성이 되고 싶었으니까.
"...내가 좀 더 기분좋게 해줄까? 연아야?"
하지만 아직은 누나에 비해 한참 모자르다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네...?"
난 누나의 능숙한 어른의 키스로 반쯤 넋이 나가 멍청하게 되물어 보았다.
완전 바보가 된 듯한 기분.
아직 어른인 누나를 내가 따라가기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너무 어렸다.
(좀 더 기분 좋은 기분...?)
너무나 퇴폐적이고 달콤한 유혹이라 난 그것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
호기심이 생겨서 거부를 할 수가 없었다.
-두근 두근!
이미 여성으로서의 쾌감도, 남자로서의 쾌감도 알아버린 나의 몸은 좀 더 강한 쾌락을 원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주위의 시선이 두려워서 주저하였다.
이미 나의 몸은 바짝 달아올라 있는 상태.
만약 이것이 현실 속이었다면, 내 성기는 바짝 성이 나서 팔딱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남들의 시선이 두려워? 하지만 이런 시선이 있기 때문에 더 짜릿한거야."
혜선이누나는 사악한 소악마의 미소를 띄운 체, 내 귀에 속삭였다.
-두근!
난 누나의 말에 심장이 철렁거리는 충격을 받았다.
성인 여성의 몸으로 분장한 나를---그것도 너무나 글래머하고 야한 몸을 한 나를 사람들이 훔쳐본다는데 난 묘한 기분이 들었다.
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엉덩이를 끈적하게 쓰다듬는 혜선이 누나의 손길이 너무나 소름끼쳤다.
(기분 좋아...)
정말 소름이 끼칠정도로 기분좋은 터치감이었다.
혜선이 누나는 레즈비언답게 여성이 느끼는 성감대를 너무나 잘 알았다.
분했지만 지금 나의 몸은 완벽한 여성의 몸인 상태.
그것도 검은 흥분제의 부작용으로 성감이 매우 높아진 불리한 상태였다.
"하윽...디모나님..."
나는 노예처럼 야릇한 표정으로 혜선이누나의 게임상의 이름을 불렀다.
"후후...지금 그 표정 너무 좋아. 연아야."
"아우우..."
내가 어쩔 줄 몰라하는 걸 바라본 혜선이 누나는 입술에 침을 살짝 묻히더니 속삭였다.
그녀는 나의 얼굴에 떠오른 갈등과 야릇함을 너무 좋아했다.
"역시 넌 여자로 태어났어야 했을 것 같아."
혜선이누나는 퀸 오브 스페이드, 악녀 디모나의 모습으로 웃어보이며 나의 가슴을 살짝 풀어헤쳤다.
-출렁~♥
안그래도 터질 듯이 부풀어올라있던 나의 유방이 옷의 틈새를 비집어 흘러나왔다.
"오오오~~~!!!"
순백색의 브래지어로 감싸여져 있던 나의 풍만한 가슴골이 보이자,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남성들의 탄성이 더욱 커졌다.
-주물럭 주물럭!
그리고 그런 나의 가슴을 디모나로 변한 혜선이누나는 기분좋은 듯 주물러대며 음미했다.
"아아아....우으으...."
엉덩이와 가슴을 희롱당한 나는, 그저 야릇한 신음소리를 흘리며 그녀의 터치에 번민해야 했다.
"X발! 존나 멋진 가슴이군!"
"따먹어봤으면 소원이 없겠다!"
한성이녀석의 농간 탓에 최절정의 미녀의 모습이 된 나의 뇌쇄적인 모습은 주위 남성들의 사투구니를 죄다 꼴리게 만들고 있었다.
남자들이 콧바람을 씩씩거리며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 보였다.
"제기랄. 확 덮쳐버릴까? 카오 캐릭이 되어도 좋으니 덮치고 싶어 미치겠다!"
"나도. 나도, 저런 미녀들이라면 사이버 성형(가상현실세계에서 가상의 몸으로 성형하는 것)이라도 좋아. 한번 빠구리 뜨고 싶어!"
세이프티존인 마을 안이라 PK를 비롯한 범죄행위를 할 수 없다는데 사람들은 격노했다.
흥분에 눈이 벌개진 유저들은 당장에라도 폭동을 일으킬듯 흥분해있었다.
"후후, 아무래도 서비스는 여기까지 해야겠네."
혜선이 누나는 디모나의 얼굴을 한 체로, 품 속에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꺼내었다.
아무래도 스크롤을 이용해 도망을 칠 생각인 듯 싶었다.
"이만 가볼까?"
하긴 지금 상태라면 폭동이 일어나 덮침을 받아도 당연할 정도로 위험수위였다.
스토커로 돌변한 남자들의 끈질긴 쫒김을 당할 수도 있었다.
"네..."
디모나님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찌이익~!
-파앗!-
그리고 디모나님이 스크롤을 찢자 환한 빛이 터져나오면서 우리 둘은 알 수 없는 곳으로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아앗!"
"우우우, 잠시만 기다려봐요!"
"어이, 이쁜 언니들!"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남성유저들의 부름이 들려왔지만 이미 우리 둘의 모습은 분수대에서 사라진 뒤였다.
-파앗!-
-새로운 이동장소: 턴싱워 주변 초보사냥터
텔레포트 스크롤을 이용해 순간이동을 한 우리 둘이 도착한 곳은 턴싱워타운 근처에 있는 초보자 사냥터였다.
-털썩!
"아흑...!"
나는 순간이동을 하자 그 자리에 허물어지듯 주저앉았다.
혜선이 누나, 아니 디모나님이 강하게 움켜쥐던 가슴이 너무 민감해서 아파올 지경이었다.
"하아..하아..."
나는 거칠지만 달콤한 숨을 내쉬며 쾌감이 지나가도록 기다렸다.
으으...여자들은 정말 이런 쾌감을 어떻게 참는걸까?
브래지어에 봉긋솟은 가슴이 쓸려서 아프다.
"괜찮니, 연아야?"
디모나님은 약간 걱정이 되는 듯 내게 다가오며 물었다.
"아..네..."
나는 간신히 숨을 고르며 대답을 했다.
넋이 나간 듯 풀어진 얼굴로
힘없이 말하는 나의 모습이 매우 야릇했다.
"후후, 조금 과하게 해버린 거 미안해. 왠지 우리 연아의 표정이 너무 섹시해서 그만 도를 살짝 넘고 말았어."
디모나님은 소악마적인 미소를 지은 체로 '데헷~★'하며 혀를 쏘옥 내밀었다.
"그리고 이건 내가 잘못한 거에 대한 사과의 표시야~♬"
-츄웁~!
누나는 내게 다가오더니 진하고 달콤한 딥키스를 해주었다.
"아...!"
아직도 반쯤 넋이 나가있던 나는, 다시금 그녀의 입맞춤에 몸을 바들 바들 떨어야했다.
(우웁...! 하으으윽...!)
나는 지독한 행복에 번민했다.
게임상에선 다 큰 성인여성의 모습이지만, 실제 나의 나이는 고작 13살이었다.
지금 디모나님의 행동은 아직 어린 내게는 너무 자극이 심해서 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츄룹, 츄르릅~♥
혀가 설왕설래하며 끈적한 침이 오고갔다.
나는 마치 새끼새가 먹이를 받아먹듯이 디모나님의 침을 받아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쪼옥!
(아아...너무 맛있어...)
나는 정신없이 디모나님의 침을 삼키면서 황홀해했다.
정말이지 키스란 너무나 기분이 좋은 행위였다.
-꿀꺽~!
디모나님의 침을 삼키며 난 완전히 그녀에게 빠져버렸음을 깨달았다.
그녀의 모든 것이 너무 좋아 어쩔 줄 몰라했다.
"후후~."
디모나님은 빙긋이 웃더니 나의 턱을 쓰다듬다가 나의 유방과 사타구니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만지작 거려주었다.
[오오~! 이건 정말 멋진 장면이군요!]
바로 그때,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한 그곳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나와 디모나님은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깜짝놀라 서둘러 서로에게서 몸을 뗐다.
그리고는 숲속을 둘러보았다.
"너..넌...?!"
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상대를 발견하곤 깜짝 놀라 손가락을 들어 상대를 가르켰다.
[킥킥킥, 반갑습니다. 연아님. 아직 게임을 안 접으셨군요.]
약올리듯 기분나쁜 목소리.
놀랍게도 그건 바로 소울가디언 빨갱이였다.
녀석은 마치 캠코더처럼 보이는 물건을 허공에 띄운 체 감탄을 하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꼭 나와 디모나님의 레즈플레이를 찍고 있었던 것 같았다.
[이건 정말 멋진 레즈 컷이네요. 이건 돈이 좀 되겠는데요?]
"찍지마!"
난 깜짝 놀라서 빨갱이에게 소리쳤다.
"요 녀석은 대체 뭐니, 연아야? 혹시 아는 애니?"
나의 모습에 의아함을 느끼던 디모나님이 물어왔다.
"아, 디모나님. 이 녀석은 말이죠..."
나는 빨갱이에 대한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비록 빨갱이의 행동이 나와는 상관없다 할지라도 녀석의 소유자는 바로 나였기 때문이다.
자고로 펫의 잘못은 그 주인에게 있는 법.
그러니 그건 틀린 것이 아니었다.
"그렇구나. 너의 가디언이라고?"
LD&LD+에선 가디언이라는 용병시스템이 존재했다.
일종의 동료인 셈인데, 돈을 주고 가디언을 구입을 하면 굳이 플레이어들과 동료가 되지 않아도 파티 사냥이 가능했다.
"네...꼭 내가 바래서 데리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요..."
난 협박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데리고 다니기로 한 애물단지를 보며 말했다.
당연히 녀석은 그런 눈빛 정도는 상관없다는 킥킥거릴 뿐이었다.
"이런...그럼 안되는데..."
"뭐가요, 디모나님?"
나는 디모나님이 난처한 듯 중얼거리자 이상해서 물어보았다.
"실은 내가 곧 중요한 길드전이 있어서 거기에 무조건 참가해야 해."
"에에?"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내가 널 쩔해줘야(키워줘야) 하는데, 그러지를 못할 것 같아서 가디언을 하나 사서 붙여주려고 했거든."
디모나님은 그렇게 말을 하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그런..."
나는 그녀의 말에 실망한 듯 얼굴빛을 흐렸다.
"미리 말하지 못해서 미안해. 하지만 길드전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은 너랑 같이 못 다닐거야. 그래서 가디언을 하나 사줘서 너랑 같이 파티하며 알아서 크도록 하려고 했었어."
나는 디모나님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말이 약간 납득이 갔기 때문이다.
현재 내 레벨은 10.
가디언을 한 마리 파티에 데리고 다닐 수 있는 레벨이었다.
LD&LD+에선 레벨에 따라 가디언의 수를 늘릴 수 있었고, 높은 레벨일수록 더 많은 가디언을 데리고 다닐 수 있어서 공성전이나 대규모 전투에도 큰 역할을 할 수가 있었다.
경험치도 나눠먹을 수 있으니 가디언만 있다면 두배로 빠르게 사냥을 할 수 있고 말이다.
그렇기에 저렙이라도 만약 나를 대신해 몸빵을 대신해줄 가디언이 있다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레벨을 올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였다.
(그런데...이런 망할...)
하지만 내게 소울가디언이라는 '가디언'이 있는 이상, 그런 꿈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대체 아무 공격력도 없는 소울가디언 따위를 왜 데리고 다녀야 하는거냐구?)
나는 한번 꼬여서 도저히 풀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 저주받은 나의 운명을 한탄하며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이대로 이 캐릭터를 지운 뒤 다시 만들까?)
나는 너무나 한스러워서 캐릭터 삭제까지도 심각하게 생각을 해볼 정도였다.
하지만 이게 왠 걸?
내가 캐릭터 삭제에 대해 넌지시 말을 꺼내보자, 디모나님이 펄쩍 뛰는 것이 아닌가.
"그건 절대 안돼. 연아야. 난 지금 네 캐릭터가 너무나 마음에 드는 걸."
그러면서 그녀는 내게 약속을 받아냈다.
"남자로 다시 키울거면 날 만날 생각하지마. 난 네게 가장 어울리는 모습은 바로 그런 여성의 모습이라 생각해."
결국 난 그녀의 말에 눈물을 흘리며 절대 캐릭터를 지우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야 했다.
[킥킥킥, 잘 생각하셨습니다. 연아님. 뭐 그게 아니라해도 연아님이 그 캐릭터를 지울 수는 절대 없었을테지만요.]
그리고 내가 그렇게 나의 입장을 물리자 소울가디언은 기분나쁜 웃음을 흘리며 그렇게 단언을 하는 것이 아닌가.
(뭐라고?)
나는 깜짝놀라서 그런 소울가디언을 쳐다보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란 말인가?
[설마 모르셨습니까? 지금 연아님께서는 프리미엄급의 유니크 캐릭터를 사용하고 계셔서 캐릭터의 삭제나 다른 캐릭터를 새로 키우는 것이 불가능하십니다.]
"그,그런...!"
나는 소울가디언의 말에 깜짝 놀라서 서둘러 내 캐릭터 창을 열어보았다.
-연아 상태창 오픈-
연아:플레이어
레벨 : 10
직업 : 저주받은 암울한 운명의 성노(유니크 캐릭터 *프리미엄*)
HP : 310 / 310
MP : 100 / 100
경험치 : 105 / 8800
힘 : 12
민첩성 : 27
지능 : 9
지혜 : 9
체력 : 31
지도력 : 9
스킬
-?
-?
-성노의 마음가짐: 방어구의 노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방어력이 높아지는 능력(패시브)
장비
허접한 초보자 가죽옷 상의 : 방어력 1 내구력 10/10
허접한 초보자 가죽바지 : 방어력 1 내구력 10/10
허접한 초보자 가죽신발 : 방어력 1 내구력 5/10
허르스름한 망토 : 방어력 0 내구력 5/5
* 주의 *
프리미엄 캐릭터는 특별 이벤트용 캐릭터로, 이벤트가 완료될 때까지 캐릭터 삭제 및 다른 캐릭터로의 이동이 불가능합니다.(당연히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서 멀티로 키울 수도 없습니다)
만약 캐릭터를 강제 삭제를 원하신다면 해당 이벤트 행사에 관련된 모든 비용을 지불하셔야 합니다.
*현재 연아님께서는 신형 리얼머신 프리테스트 행사에 참여 중입니다.
"이..이게 대체 뭐야?!"
나는 속으로 절규를 했다.
(프리테스트 행사? 캐릭터를 삭제하거나 다른 캐릭터로 플레이 시엔 신형 리얼머신 비용을 전부 지불해야 한다고?)
정말 이게 대체 뭐냐구!---왠지 나의 불행은 아직 끝나지가 않은 것 같았다 ㅠ
"야, 빨갱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캐릭터를 삭제하면 사지도 않은 리얼머신 가격을 전부 환불해야 한다니!
나는 말도 안되는 상황에 억울함을 느꼈다.
빨갱이는 내가 따지고 들자 쯧쯧쯧 혀를 차더니 대답을 해줬다.
[그건 전부 연아님의 잘못입니다. 아까 연아님께서는 메시지를 제대로 확인하시지도 않고 승낙을 하시더군요. 귀찮으신 듯이요.]
"아..!"
나는 소울가디언의 말에 아까 있었던 일이 생각나 깜짝 놀랐다.
녀석의 말처럼 나는 디모나님을 만나고 싶은 급한 마음에 메시지도 제대로 확인 안하고 그냥 넘겼었다.
"설마...?"
나의 경악성에 소울가디언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대답해줬다.
[킥킥, 네, 그 설마입니다. 연아님께서는 휴대폰 약정과 같은 불합리한 노예계약을 하신 셈이죠.]
제길! 그렇다고 그렇게 대놓고 노예계약이라고 확인시켜줄 것까지는 없잖아ㅠ
나는 억울함에 눈물의 쓰나미를 흘리며 후회했다.
"말도 안돼..."
하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언제나 늦었다.
(그런데 내가 실수로 승인을 눌렀었나? 아닌 것 같은데..?)
나는 긴가민가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캐릭터상에 프리미엄이라고 찍힌 것으로 보아 그냥 승인했었나 보다.
"으음...그렇게 된 것이구나."
디모나님도 소울가디언의 말을 듣자 안타까운 듯 신음성을 내었다.
(훌쩍...어떻게 이런 일이...)
결국 현재로선 게임을 접지 않는 한, 현재의 캐릭터를 유지해야 했다.
게다가 약정 때문에 게임을 접는다고해도 신형 리얼머신의 가격을 지불하지 못하는 한 캐릭터의 삭제는 불가능했다.
(도대체 아무런 힘도 없는 초등학생에게 어떻게 그런 큰 돈을 지불하라고...)
왠지 불법으로 성인게임을 하는 것에 대한 천벌이 내려진 듯 싶었다.
"어쩔 수 없네. 계속 게임을 하는 수 밖엔. 어차피 이 캐릭터에 숨겨진 이벤트만 진행하면 신형 리얼머신이 꽁짜로 생기는 거잖아?"
디모나님은 긍정적인 말로 나를 위로해줬다.
나는 그런 누나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한편, 왠지 모를 위화감도 느껴야 했다.
(으윽, 왠지 내가 이 캐릭터를 유지해야 한다니 너무 좋아하시는 것 같네.)
이런 불행에 닥친 당사자야 눈물을 날 지경이지만, 남자보다 여자를 더 좋아하는 디모나님의 취향으로는 이건 천우의 기회일 것이다.
"에휴...알았어요. 그냥 플레이하면 되잖아요."
어차피 디모나님의 강압으로 이 캐릭터를 유지하기로 한 탓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후후, 그럼 모든 게 다 잘된 것 같으니 우리 마을로 돌아가자."
디모나님은 나의 장비를 다시 맞춰준다며 마을로 가자고 했다.
"에에? 다시요? 하지만..."
나는 아까 분수대 앞에서 흥분해서 폭동을 일으킬 것 같던 남자들이 생각나 몸을 부르르 떨었다.
덮칠듯이 충혈된 남자들의 눈은 정말로 무서웠다.
같은 남자(?)인 내가 봐도 말이다.
"괜찮아. 우리가 가려는 곳은 턴싱워 마을이 아니니까."
디모나님은 고렙들을 위한 도시가 있다며 그곳으로 텔레포트하자고 했다.
"아무래도 중후반 레벨들을 위한 마을인 요크트로 가는 편이 좋아. 그래야 질 좋고 강한 무기들을 맞추지. 물약같은 도구들도 맞춰줄테니까 요크트 마을로 가자."
"그럼, 좋아요."
어차피 나는 디모나님이 공짜로 장비를 맞춰준다고 하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여친은 잘 사귀고 봐야 한대두.
괜히 남자들이 나같은 스타일의 여자를 선호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보살핌과 배려심이 연상의 여인의 필수품이 아니던가.
그래서 결정을 내린 우리는 소울가디언을 포함해 셋이서, 텔레포트 스크롤을 통해 요크트 마을로 날아갔다.
-파앗!
스크롤을 찢자 우리의 몸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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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일행은 지리를 잘 아는 디모나님에게 이끌려 장비를 맞췄다.
"이거 예쁘지 않아?"
문제는 그녀가 고르는 것마다 방어력과는 하등 상관이 없는 드레스 계열의 여자옷만 고른다는 것이 골치 아팠지만 말이다.
"으윽...하지만 그거 너무 비싼데..."
무엇보다 그것들은 보조마법들이 걸려 있어서 무지 비쌌다!
"괜찮아. 그 정도 돈은 있어. 그러니 이 언니를 믿어."
"에엑, 언니라니..."
디모나님은 장난끼 넘치는 얼굴로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
"지금 연아는 여성으로 플레이하고 있잖아. 그러니 나는 언니지."
나는 그녀의 말에 어쩔 줄을 몰라했다.
아무리 지금 내 게임 상의 모습이 여성이라곤 하지만 난 엄연히 남자아이이다.
13년이나 남자로 살아온(실제론 생일이 안 지나서 15살이나 다름없지만) 내게 여자아이처럼 언니라고 말하라고 하다니...
"어서 언니라고 말해봐. 만약 언니라고 말 안해주면 안 사줄거야."
"하지만..."
나는 부끄러움 때문에 얼굴을 붉히며 주저했다.
안 사주는 것은 아쉽지만 상관없으니 그냥 사주지 말라고 할까?
디모나님은 그걸로는 도저히 안될 것 같자 다른 말을 꺼내었다.
"흐음...그렇게 나온단 말이지? 그럼 언니라고 말 안해주면 다신 안 만나준다?"
히익! 또 나왔다.
디모나님의 최강 무기.
"디모나님..그,그 말은 비겁해요..."
지금 내게 그 말만큼 무서운 것은 없었다.
정말로 안 만나주려는 건 아니겠지만, 혹시라도 정말 안 만나려주려고 어쩌겠는가.
디모나님은 정말로 여자를 좋아하는 레즈비언인 걸.(물론 스스로는 양성애자라고 주장하지만, 하는 모양세가 완전 동성애자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난 죽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왜냐면 디모나님은 내 첫사랑인 걸.)
난 울 것 같이 울상을 지으며 디모나님을 바라보았다.
"후후, 그럼 알았지? 나와 헤어지기 싫다면 이제부터 게임상에선 나를 언니라고 부를 것!"
"우우..."
나는 왠지 디모나님에게 앞으로 붙들려 살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불안했지만 그저 알겠다고 대답했다.
뭐 어쩌겠는가.
난 디모나님께 푸욱 빠졌는걸.
"자, 그럼 이제 말해봐. 언.니!"
"어..언니..."
-화끈!
나는 얼굴에 불이 날 것처럼 부끄러워졌다.
그동안 여자같다는 말을 들을 때는 불같이 화를 냈는데, 디모나님을 만나면서 내 스스로의 다짐들이 전부 깨지는 것 같았다.
(하우우....나 정말 이러다가 여자로 커밍아웃을 하고 싶어지면 어떻게 하지?)
안 그래도 LD&LD를 하게 되면서 점차 여성스러워지는 것 같아 불안감이 생기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입는 옷도 그렇고, 하는 행동까지 여성스러운 것을 강요당하자 두려움을 느낄 정도였다.
이러다 정말로 내 스스로의 정체성도 완전히 잃어버릴지도...
그러면 난 다시는 남자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건 절대 싫어!)
난 속으로 절규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디모나님은 계속 방어구를 고르면서 물었다.
"그런데 너 비싼 방어구를 사줘도 왠지 방어력이 낮은 것 같다?"
"어? 그러게요?"
그녀의 말처럼 나는 방어구를 살 때마다 내 방어력을 알려줬는데, 이상하게 평균적인 방어력이 안 나오고 있었다.
아무리 레벨 제한들이 걸려 있어서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지만 이건 너무 심한데?
(어라...? 이게 왜 그러지...?)
나도 그게 이상해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마 그건 연아님의 캐릭터 특성때문일 것입니다.킥킥킥]
바로 그때, 근처에서 우리의 행동을 VTR로 찍고 있던 소울가디언이 대답을 해줬다.
"그래?"
캐릭터 특성이라고?
나는 빨갱이의 설명에 캐릭터창을 켜보았다.
그러자 나의 캐릭터 스테이터스가 쭈욱 떴다.
-연아 상태창 오픈-
연아:플레이어
레벨 : 10
직업 : 저주받은 암울한 운명의 성노(유니크 캐릭터 *프리미엄*)
HP : 310 / 310
MP : 100 / 100
경험치 : 105 / 8800
힘 : 12
민첩성 : 27
지능 : 9
지혜 : 9
체력 : 31
지도력 : 9
스킬
-?
-?
-성노의 마음가짐: 방어구의 노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방어력이 높아지는 능력(패시브)
"응?"
그러다가 스킬창에 묘한 내용이 눈에 띄어서 그걸 디모나님께 알려주었다.
"저기...디모나님이 아니라..어, 언니...혹시 이 스킬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나는 디모나님이 눈초리를 흘기자 재빨리 호칭을 바꾼 뒤,
내 캐릭터 창에 떠있는 이상한 스킬에 대해 알려주었다.
스킬
-성노의 마음가짐: 방어구의 노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방어력이 높아지는 능력(패시브)
"뭐야. 그 스킬은? 혹시 장난?"
디모나님은 내가 장난을 치는 줄 알고 되물어왔다.
하지만 당연히 난 장난치는 것이 아니므로 고개를 저어보였다.
"아니예요. 이게 제 캐릭터에 있는 패시브 스킬인걸요."
나의 말에 디모나님은 이마를 짚더니 골치아파했다.
"하! 여지껏 이 게임을 해보며 이런 스킬이 있는 줄 몰랐네. 이거 완전히 남자들만 좋아할만한 내용이잖아?"
나는 그 말을 듣자 얼굴을 붉혔다.
여성의 노출도는 방어력과 반비례한다.
그건 오래 전부터 유지되어온 RPG의 법칙이다.
또한 상대적으로 게임을 하는 유져 중엔 남자 게이머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관계로 그런 눈요기가 있어야 유저들이 모인다는 것도 오래된 법칙 중에 하나였다.
뭐, 그게 틀린 말은 아니니 할 말이 없다.
나 역시도 가상현실게임을 할 때 여자 캐릭터들의 야한 복장을 훔쳐보길 즐겼으니 말이다.
솔직히 내가 LD&LD를 하게 된 것도 성인용이라 그런 것이 많을거라 예상해서 하게 된 것이 아닌가.
"그럼 어쩔 수 없네. 이거나 사서 입자."
나는 디모나님이 비키니와 다를 바 없는 갑옷을 내밀자 기겁을 해야 했다.
"어,어떻게 이런 걸 입어요?"
역시 눈요기를 하며 즐거워하는 것과, 본인이 직접 입는 것과는 엄연히 틀리다는 것이 문제다.
나는 거의 벗듯이 한 그 복장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가슴이 두드러지게 강조된 가슴보호대에 팬티나 다를 바 없는 하반신 가리개가 있어서 그냥 속옷만 입고 다니는 것 같은 복장이었다.
-화끈!
안 그래도 여성옷을 입는 것도 부끄러운데, 그런 야한 옷까지 입으라고 강요하니 부끄러워 죽을 것만 같았다.
물론 내가 아닌 다른 여성이 그렇게 입었다면 쌍수를 들고 환영했겠지만, 절대 내가 입고 싶진 않았다.
(디모나님이 입는다면 또 몰라도...)
나는 디모나님이 입는 모습을 상상하다가 하반신이 꼴리는 기분을 받았다.
"으음...하지만 어쩔 수 없잖아. 네 패시브 스킬은 벗으면 벗을수록 강해진다며?"
디모나님은 나의 그런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난처한 듯 물었다.
"으윽...그야 그렇지만..."
나는 식은 땀을 흘리며 난처해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스킬때문에 거의 벗듯이 다녀야 한다는 것이 억울했다.
"...하지만 절대 안돼요. 그 옷만큼 절대 못 입겠어요...."
내가 절대 못 입는다 결사반대를 하자 방어구를 맞춰주려던 디모나님도 난처해했다.
확실히 그녀도 그런 옷을 입히기에는 미안했던 것일까?
"그럼 어쩔 수 없네. 원래 이쁜 옷을 사주려했지만 방어력을 다 깍아먹으니 최고로 방어력이 좋은 것을 사도록 하자. 스킬때문에 방어력이 반감되지만 어쩔 수 없지."
결국 우리는 하드레더 계열의 두꺼운 방어구를 사도록 했다.
덕분에 나는 완전 무장한 오리같은 모습이 되어버렸다.
원래 내 캐릭터가 전사계열이었다면 좋았을텐데, 이 이상한 성노란 직업때문에 방어구의 위력이 절반이나 감소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이만 길드전을 준비하기 위해 가볼테니까 힘들겠지만 당분간 혼자서 렙업 좀 하고 있어."
-쪽!
"사랑해. 연아야. 그럼 또 보자."
디모나님은 방어구를 전부 맞춰자 물약까지 잔뜩 사준 뒤, 나보고 초보자 사냥터로 가라며 텔레포트 스크롤도 한뭉치나 준 뒤, 내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네, 그럼 어,언니도 잘 가세요."
나는 부끄러움을 무릎쓰고 사랑의 고백을 해준 그녀에게, 그녀가 기뻐할만한 말을 해주었다.
나의 배웅을 받은 디모나 언니...는 사라졌다.
-파앗!
텔레포트 스크롤을 이용해 사라진 디모나 언니(왠지 한두번해보니 입에 착 달라붙는 것 같다. 어쩌지ㅠ ㅠ)를 바라보며 나는 아쉬움을 느꼈다.
"에잇, 이렇게 멍하니 있을 게 아니지! 디모나 언니와 같이 다닐려면 좀 더 레벨업을 해둬야지!"
나는 허전한 마음을 날려버리기 위해 기합을 넣은 뒤 초보자 사냥터로 텔레포트했다.
"에잇!"
그 후 나는 소울가디언과 초보자 사냥터에서 늑대들을 잡으며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특별한 전투스킬도 없고, 근력도 떨어져 효율이 완전 꽝이었다.
게다가 혼자서 사냥을 하려니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더 짜증이 났다.
"룰루루~"
그에 비해 소울가디언은 공중에 둥둥 떠다니며 콧노래나 부르고 있었다.
이 녀석! 전에는 몹몰이라도 해오더니 승급 좀 했다고 아예 움직일 생각을 안 하잖아?
"야, 소울가디언! 넌 아무 것도 안 해?"
나는 짜증이 나서 소리를 질렀다.
"전에는 몹몰이라도 해왔잖아. 너 정말 아무런 공격수단도 없는거야?"
몹몰이를 하려면 적어도 상대를 한대 때려서 관심을 끌어야 한다.
그걸 생각해낸 내가 녀석에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제야 룰루랄라 놀고 있던 소울가디언이 나를 보며 대답했다.
[아뇨. 저도 소울가이드에서 소울가디언으로 승급되면서 제게도 드디어 유용한 공격수단이 생겼답니다. 킥킥킥.]
이익! 참 빨리도 대답한다.
진작에 그런 게 있으면 말해줘야지!
"그게 뭔데?"
나는 자신만만해하는 소울가디언의 태도에 배알이 꼴렸지만 그래도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네, 그건 바로 불쏘기입니다.]
볼쏘기?
"헤에~."
불쏘기라.
나는 녀석의 말에 흥미를 느꼈다.
그거 혹시 파이어볼과 같은 원거리 공격수단인가?
[궁금하십니까? 그럼 한번 보여드리죠.]
녀석은 선심을 쓰듯 내게 보라며 자신의 공격수단을 보여주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심호흡을 크게 하며 공기를 입 안 가득 모으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카악~~~~, 퉤~!!!]
주문이고 뭐고 없는 마치 가래침을 뱉듯이 불쾌하게 쏘아대는 불덩이.
"...."
나는 그걸 보며 할 말을 잃었다.
-휘익, 펑!
그 불덩이는 파어이볼처럼 날아가더니 늑대 한마리를 단번에 태워버렸다.
내가 서너번은 칼질해야 겨우 죽는 것이 비해 너무나 굉장한 위력이었다.
(우웩~)
나는 더러운 그 기술에 구역질이 났지만 그래도 동료인 소울가디언에게 그런 능력이 있다는데 안도를 할 수 있었다.
적어도 이제 지겨운 솔로잉을 할 필요는 없어졌으니까 말이다.
(보기엔 엄청 불쾌하지만 그래도 공격력은 좀 되네.)
나는 없는 것보단 낫다는 생각에 불쾌함을 거두고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은 자랑스러운 듯 콧대를 세우면서 말을 계속 했다.
[저의 불쏘기는 공격력이 좀 되니까 같이 파티를 맺으셔도 충분히 도움이 될 겁니다.]
"그, 그래..? 그럼 다행이구. 이제 같이 사냥을 하도록 하자."
나는 녀석이 아직 파티를 안 맺어서 같이 싸워주지 못한거라며 파티를 맺자고 하자 멋도 모르고 승낙을 해버렸다.
-소울가디언 빨갱이 님과 파티를 맺었습니다.-
-획득방식:균등-획득자-
녀석은 나와 파티를 맺자 씨익 음흉한 미소를 그려보이며 말했다.
[아, 그런데 한가지 말씀 안 드린 것이 있습니다! 저의 방어력은 고작 1입니다. HP도 1이지요. 즉 같이 파티 사냥을 하기 위해선 연아님께서 탱커 역할을 하셔야 할 것입니다. 킥킥킥~!]
"뭐..뭐라고...?!"
완전히 뒤통수를 맞는 충격을 받았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플레이어인 내가 대신 몸빵을 하고, NPC인 저 녀석이 마무리를 짓는다고?
(그게 뭐야!)
흔히 다른 게임에선 가디언 같은 NPC를 데리고 다니면
가디언들에게 탱커역할을 맡기고 플레이어들은 뒤에서 마무리를 짓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것이 일반적인 NPC와 PC 간의 동반 사냥법.
(그런데....플레이어인 나보고 탱커 역할을 도맡아 하라고?)
그거 완전히 NPC인 저 녀석을 위해서 플레이어인 내가 희생하라는 거 아냐?
나는 하도 어이가 없어서 녀석에 따지고 들려고 하였다.
[킥킥킥, 정 억울하면 형편없는 자신의 공격력을 탓하세요. 연아님.]
(으윽!)
나는 녀석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그건 맞는 말이었다. 이건 순전히 터무니 없이 약한 나의 공격력 때문에 그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탱커역은 CON에 몰빵이 된 내게나 어울리는 역할이지, 공격력만 강하고 아무런 방어력도 없는 소울가디언에게 맡길 순 없었다.
(이건 전부 직업도 이상한데, CON에만 몰빵하는 이상한 시스템 때문에 그래!)
나는 내 약한 공격력에 대한 원인을 생각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소울가디언! 넌 언제나 불필요한 한마디가 많아!
"에휴. 어쩔 수 없지. 알았어. 내가 선빵 한 다음에 탱커역할을 하면 되는거지?"
나는 불쾌했지만 어쩔 수가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로 나는 소울가디언 빨갱이와 함께 같이 사냥을 했다.
xxx
-퍽! 퍽!
그로부터 약 한시간 뒤.
나는 여전히 몸빵을 하고 있었다.
"으윽!"
나는 몹들에게 얻어맞을 때마다 정말 기분이 엿같아지는 것을 느꼈다.
[♬~~~!]
특히 아까보다 더 여유로워진 소울가디언을 보니 더 기분이 나빠졌다.
(제길...이 자식...!)
남은 몬스터들에게 선빵을 날린 뒤, 죽어라 몸빵을 하는데 소울가디언은 뒤에서 느긋하게 불덩이나 날리며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고 있는 걸 보자 배알이 꼴렸다.
(제기랄...!)
노예처럼 돌아다니며 몸빵하는 유저와 편히 쉬면서 멀리서 사냥이나 하는 NPC 파티라니.
(이런 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구.)
흑흑흑~
정말 별 이상한 게임을 접하게 되서 생고생만 하는 내 자신이 불쌍해졌다.
(디모나 언니만 아니었다면 정말 진작에 접었다. 이런 게임.)
나는 투덜거리면서 회복 물약을 들이켰다.
꾸준히 몸빵을 하면서 떨어지는 체력을 물약으로 계속 회복시켜줘야 했다.
-퍼억~!
"아흑~♥"
나는 또 몬스터에게 한대 맞고는 야릇한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이건 또 뭐냐구.)
나는 가끔씩 맞다보면 아픔이 희미해지고 묘한 기분이 드는 것이 느꼈다.
뭔가 기분 좋은 기분이랄까,
야릇한 쾌감이랄까.
한 열대를 맞다보면 한번씩 짜릿하게 느껴지는 온몸이 저리는 기분에 머리가 멍해졌다.
(뭐..뭐냐구..이거..?)
맞아서 아픈데 되려 기분이 좋아지다니?
나는 가끔씩 느껴지는 그 기분이 시스템 오류인가 싶어서 아리송해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띠링~!
갑자기 정겨운 벨소리와 함께 새로운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갑자기 나타난 그 메시지창에는 내 캐릭터가 새로운 스킬을 습득했다는 정보가 떠있었다.
(에엣? 새로운 스킬?)
나는 뭔가 싶어서 재빨리 캐릭터창을 켜보았다.
-캐릭터창 오픈-
연아:플레이어
레벨 : 12
직업 : 저주받은 암울한 운명의 성노(유니크 캐릭터 *프리미엄*)
HP : 125 / 370
MP : 120 / 120
경험치 : 368 / 1200
힘 : 14
민첩성 : 22
지능 : 9
지혜 : 9
체력 : 45
지도력 :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