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7/33)

라이라와 나의 목소리가 울려퍼지면 상상도 못할 야한 장면이 공중에 플레이되었다.

완전히 몽롱하게 풀린 눈의 내가 담로스의 입에 키스를 하고 있었고, 라이라는 자신의 가슴을 이용해 그의 물건을 비비는 야한 모습...

난 완전 당황해서 소리쳤다.

"우와아아~~! 잠깐! 스톱! 스토옵~!!"

난 급히 소울가이드로 하여금 그 장면을 멈추게 했다.

-두리번

다행히 다른 플레이어들은 그 장면을 보지 못한 듯 했다.

아니 소울가이드 자체가 나 밖에 안 보이는 듯 그들은 흥미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냥 길을 오가고 있었다.

"너,너말야. 이거 엄연히 협박이란 거 알아?"

난 떨리는 가슴을 진정하며 소울가이드를 노려보았다.

[이런, 그렇습니까? 전 그저 잘 찍은 플레이 동영상을 보여드린 것 뿐인데요. 킥킥킥~.]

녀석은 능글맞게 그렇게 대답했다.

나쁜 놈---난 속으로 소울가이드를 욕했다.

녀석의 태도로 보아서 그게 거짓말인 것은 분명했다.

하지만 어쩌랴. 칼자루는 녀석이 가지고 있는 것을.

"...원하는게 뭐야?"

결국 난 백기를 먼저 들었다.

약점이 잡힌 이상 난 녀석에게 비굴해질 수 밖에 없었다.

만약에 지금 가지고 있는 동영상이 놈이 마구 뿌리기라도 한다면 난 그 순간 바로 파멸이었다.

지금 내가 플레이하고 있는 캐릭터는 여성체이긴 했지만 엄연히 얼굴은 내 실제 얼굴이었으니 말이다.

'그게 넷상에 퍼지기라도 한다면...그래서 학교에 있는 녀석들이 한놈이라도 보는순간 난 완전 인생 쫑나는거야.'

왜 하필 실제 얼굴로 플레이해서 이런 꼴을 당해야하는지 정말 너무나 불합리했다.

그것도 내가 원해서 그런 것도 아닌 한성이놈이 멋대로 만든 프로그램때문에 말이다.

'흑흑, 내가 도대체 전생에 뭔 죄를 졌다구...'

역시 미성년자 주제에 성인용 게임하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나쁜 친구의 꾀임에 넘어가 악마의 게임을 하게 된 것이 잘못이라면 큰 잘못이었다.

'아아, 신이시여. 제발 이제부터 착하게 살테니 제발 이 악의 구렁텅이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난 신께 절실히 기도했다.

만약 그럴 수만 있다면 그동안 안 가던 교회도 열심히 다닐 의향이 있었다.

하다 못해 이 빌어먹을 소울가이드에게서 벗어날 수 있다면 행복할 것 같았다. 흑흑~.

[너무 그렇게 자신이 불행하다는 표정 짓지 말아주세요. 연아님. 저는 그저 당신의 힘이 되고 싶기 때문이랍니다.]

킥킥 웃으며 하는 말은 하나도 설득력이 없거든?

난 속으로 녀석을 마구 욕했다.

[그런 뜻에서 이 동영상은 지금 바로 넘겨드리도록 하죠.]

녀석은 내 자료실에 바로 그걸 넣어주었다.

'어라, 왠일로?'

난 녀석이 너무나 순순히 그 자료를 넘겨주자 궁금해져서 녀석을 바라보았다.

녀석이 좀 더 그걸로 협박할 줄 알았는데 너무 순순히 전해주자 너무나 궁금했다.

[물론 편집판은 제가 잘 가지고 있답니다. 일종의 보험이죠.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께요. 연아님. 킥킥킥~.]

역시나---난 녀석의 모습에 다시금 암흑의 구렁텅이에 빠지는 느낌을 받았다.

'저 녀석이 그렇게 순순히 물러날리가 없지.'

난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설마 NPC에게 협박을 받다니.

그것도 녀석의 말도 안되는 해피한 연금생활을 위해서 말이다.

정말 내 인생 최악의 순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안 들어오실 줄 알았는데 왜 들어오신거죠?]

녀석은 궁금하다는 듯 물어보았다.

난 소울가이드의 말에 나 역시 그럴려고 그랬다고 대답을 했다.

"실은 나도 다시는 이 게임을 하고 싶지 않았어. 오히려 게임을 접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지."

물론 지금은 협박을 받아서 그럴수도 없어져버렸지만 말이다.

[흠, 그런데요?] 

녀석은 가만히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얼레, 안 놀라네?'

난 녀석이 놀라질 않자 오히려 내가 더 놀랐다.

'설마 예상한건가?'

그렇다면 NPC치곤 너무 AI가 높은 건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었다.

하긴 NPC가 유져를 약점으로 협박한다는 것 자체가 이해가 안 가는 행위였지만 말이다.

난 그저 성인용 게임은 다 그런가 싶어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게임을 접기 전에 날 도와준 사람에게 답례 인사라도 하고 가야 하는 것이 예의인 것 같아서 말야. 그래서 들어왔어."

그다지 숨길만한 이야기도 아니었기에 난 사실대로 이야기해줬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연아님을 도와줬던 그 유져는 지금 게임상에 있으니까요.]

소울가이드는 나의 말에 답을 하듯 그렇게 이야기해주었다.

"진짜? 다행이다~. 난 그 유져의 닉네님도 제대로 기억못하고 있어서 걱정하고 있었어."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당시 워낙 경황이 없었기에 난 마을에 도착하자마자 로그아웃하느라 그 유져의 닉네임도 기억 못하고 있었다.

세상에 자신을 도와준 은인의 이름도 기억못하는 것처럼 나쁜 것이 어디있겠는가?

적어도 난 부모님께 자신을 도와준 사람에겐 반드시 보답을 해줘야 한다고 교육받았다.

'이 녀석 다시 만난 건 최악이지만, 그래도 그거 하나는 다행이다.'

난 소울가이드와 만난 건 불운이었지만, 그덕분에 날 도와준 사람을 찾을 수 있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을 하였다.

플레이 동영상을 자동저장시켜두는 설정을 끈 상태였기에 걱정하고 있었는데(그거 키면 렉이 심해진다) 여명이 보이는 듯 했다.

"그럼 그 유져 닉이 뭐야?"

난 급히 나를 구해준 은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그거 알려주기 전에 저랑 먼저 계약을 맺도록 하죠.]

소울가이드는 나의 질문에 오히려 계약맺기를 원해왔다.

녀석은 확실히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다는 걸 확실히 인식하고 있는 듯 했다.

"계약? 무슨 계약?"

난 나쁜 예감이 들었지만 궁금해서 되물어보았다.

[저랑 같이 모험을 계속하겠다는 계약입니다.]

난 녀석의 말에 잠시 생각을 해보았다.

'아, 그렇구나. 나 아직 레벨10이 되지 못했지...그래서 녀석은 아직 없어지지 못한거야.'

내가 마지막으로 올렸던 건 레벨8.

난 고작 레벨2 더 올리는게 뭐가 어려울까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눈 앞의 녀석만 없어진다면 게임을 접기도 쉬울거라 생각했기에 가볍게 허락을 한 것이었다.

그것이 큰 실수라는 것도 모르고서 말이다.

"좋아. 알았어."

내가 승낙을 하자 곧 희한한 메시지가 뜨며 계약이 맺어졌다고 알려왔다.

-띠리링~

-소울가디언 '빨갱이'와 영혼의 계약을 맺으셨습니다.-

-'빨갱이'은(는) 연아님의 전속 가디언이 되었습니다.- 

'엥...?'

난 어안이 벙벙해져서 잠시 소울가이드를 바라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주.인.님?] 

난 믿을 수 없다는 듯 소울가이드, 아니 소울가디언이 된 녀석을 바라보며 물어보았다.

"자,잠깐, 너 뭐야? 소울 가디언이라니? 그리고 영혼의 계약? 그게 대체 뭐야?"

난 쉴세없이 궁금한 점을 녀석에게 물어보았다.

[아, 혹시 모르셨습니까? 저는 이제 소울가이드가 아닙니다. 이름까지 받은 네임드 NPC가 되었다고요.]

녀석은 자랑스럽다는 듯 그렇게 말을 했다.

"뭐라구?"

난 어이가 없어 녀석을 바라보았다.

아니, 그리고보니 녀석의 몸은 전처럼 암울한 퍼런 색이 아닌 밝은 빨간 불빛도 뿜어내고 있었다.

'그저 낮이라서 그런줄 알았는데...'

설마 녀석이 업그레이드되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기...나 아직 이해가 안 가서 그러는데 좀 차분히 이야길 해줄래?"

난 도저히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화가 나긴 했지만 차분히 나의 분노를 죽이고는 빨갱이라는 네임드 NPC가 된 소울가디언을 바라보며 물었다.

[네, 실은 연아님께서는 라이라 구출 퀘스트를 하시다가 특별한 히든 클래스로 바로 전직하셨습니다. 혹시 그건 알고 계시는건가요?]

"에엑, 내가 전직을?"

난 믿을 수 없다는 듯 내 상태창을 급히 열어보았다.

그러자 과연 빨갱이의 말처럼 내 레벨과 직업이 변경되어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연아 상태창 오픈-

연아:플레이어

레벨 : 10

직업 : 저주받은 암울한 운명의 성노(히든 클래스)

HP   : 310 / 310

MP  :  100 /  100

경험치  : 105 / 8800

힘         : 12

민첩성     : 27

지능       :  9

지혜       :  9

체력       : 31

지도력     :  9

스킬

-?

-?

-성노의 마음가짐: 방어구의 노출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방어력이 높아지는 능력(패시브)

장비

견고한 가죽갑옷 : 방어력 3 내구력 0/30(사용불가)

견고한 가죽바지 : 방어력 3 내구력 0/30(사용불가)

견고한 가죽신발 : 방어력 1 내구력 0/20(사용불가)

허르스름한 망토 : 방어력 0 내구력 5/5

'이,이게 뭐야?'

모험가였던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낮아진 능력치와 스킬들.

이전에 있던 스킬들도 다 사라진데다 성노의 마음가짐이란 이상한 스킬이 등록되어 있었다.

'저주받은 암울한 운명의 성노라구? 뭐 이딴 히든 클래스가 다 있어?'

'그리고 노출도가 높아질수록 방어력이 늘어나는 스킬?'

아니 그런 것까진 아무래도 좋았다. 

더 큰 문제는 간신히 올려놓은 힘 스탯이 10가까이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대신 지독하게 높은 체력스탯.

무려 31이나 되는 수치가 찍혀있었다.

그건 처음 캐릭터를 만들었을 때 몰빵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었다.

'나 전생에 체력 스탯이랑 뭔 원한을 졌나? 왜 자꾸 이쪽으로만 높아지는거지?'  

난 어이가 없다는 듯 상태창을 보다가 현재 내가 입고 있는 장비에 눈길을 주게 되었다.

'아, 그리고보니 나 지금 입고 있는 건 달랑 망토하나 뿐이잖아?'

몰랐다. 아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담로스에게 모든 방어구가 파괴되어 난 날 구해준 유져가 준 망토를 입고 있었다.

망토는 마치 옛날 서부 영화에서 자주 보던 판쵸 형태라서 완전히 내 알몸을 가려주고 있었다. 

그래서 다행히 다른 사람들이 내가 달랑 망토하나 걸쳤다는 걸 모르고 지나가서 다행이지 아니었다면 완전 개쪽 먹을 뻔했다.

'이런... 빨리 옷부터 사서 입어야겠다.'

난 붉어진 얼굴을 숨기고는 빨갱이에게 말해 서둘러 옷을 사입기로 하였다

난 상점에서 옷을 입고 나온 뒤로 새로운 사실들을 몇가지 더 알게 되었다.

그건 내 직업 특성상, 장비들이 파괴된 것도 복구가 가능하다는 것. 그리고 내 레벨이 10인 것은 라이라 구출 퀘스트 때 발생된 강제 이벤트 때문이라는 것 등이었다.

파괴된 장비 복구 가능이란 직업 고유능력덕분에 새로 장비를 살 필요없이 10분의 1가격으로 수리를 해서 다시 옛날 장비들을 되찾은 난 그 능력하나만은 마음에 든다고 생각을 했다. 

MMORPG하다보면 파괴된 무구들 때문에 번번히 나가는 돈이 장난아니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돈이 굳는 것이라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강제 퀘스트라니? 무슨 강제 퀘스트?"

난 나의 새로운 소울 가디언이 된 빨갱이에게 물어보았다.

난 강제 퀘스트를 한 적이 없기 때문에 궁금증이 커졌다.

[담로스와의 숨겨진 이벤트를 말합니다. 저주받은 암울한 운명의 성노는 숨겨진 직업. 오직 특별한 조건을 충족시켜야지만 전직 가능하죠.]

난 빨갱이의 말에 왠지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그,그게 뭔데?"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본 난 역시나 듣기 싫었던 전직조건을 알게 되었다.

[그건 10시간동안의 능욕과, 그 도중에 굴욕적인 복종의 맹세를 해야 한다는거죠.]

'...!'

역시나---난 절망했다.

[원래대로라면 담로스에게 패배 당할 시 1시간 정도의 능욕을 당하면 경비병들에 의해 자동적으로 구출되어져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경우에만 10시간 능욕 이벤트가 발생하죠.]

"...그 특별한 경우란 게 뭔데?"

난 눈물이 날 것같아서 물어보았다.

[그건 바로 제가 같이 라이라 구출 퀘스트에 대동해야 하는 것입니다.]

녀석의 말에 난 골치가 아파왔다.

'아아, 결국 네놈이 이 모든 일의 원흉이란 거구나.'

난 소울가디언의 말에 이가 갈렸다.

[연아님께서 레벨10이 되신 건 복종의 맹세를 하면서 퀘스트를 완료해 레벨업이 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전직이 되신거죠.]

'그래서 내가 레벨10이 된거군.'

납득이 조금 되었다.

흔히 퀘스트를 완료하면 보상으로 경험치나 돈을 받게 된다.

특별한 경우엔 아이템을 얻기도 하고 말이다.

난 결국 경험치로 보상받았다는 것인데, 그 짓을 해서 경험치를 왕창 받았다고 하니 기분이 묘했다.

죽자사자 토끼 죽였을 때보다 그 짓해야 오히려 레벨업이 더 많이 된다니, 역시 성인용 게임이라랄까. 이상한 게임이랄까.

조금 패닉이 되었다.

"그럼 너가 이번에 소울가디언으로 업그레이드 된 것은 내가 이 직업을 가지게 된 것과 연관이 있겠군?"

[오호, 역시 주인님이십니다. 똑똑하시군요. 맞습니다. 그동안의 제 업적을 인정받아 이번에 정식으로 도우미가 아닌 NPC로 승격이 된거죠.]

녀석은 그러면서 정식 NPC가 되면 보상이 좋아진다면서 앞으로의 연금생활이 풍요로워질거라면서 키득 키득 거렸다.

'하아~~ 그 말은 결국 네 녀석이 날 팔아넘기고 지가 승격되었다는 말이잖아? 나쁜 놈.'

결국 모든 원흉이 눈 앞에 있던 셈이었다.

게다가 이 녀석은 이제 아예 재미들렸는지 나의 전속 가디언이 되었다.

아마 이 게임을 하는 내내 녀석의 시달림을 받아야 한다는 뜻이겠지.

'현실 세계에선 한성이란 놈이 붙어다니는데, 이젠 가상 세계에서마저 한성이같은 놈을 달고 다녀야 한다니...내 인생은 왜이리 암울하지...'

나란 인간은 참 지지리도 복도 없는 인간이다.

정말 직업에 딱 맞는 암울한 운명의 소유자랄까. 안습이다.

[자,자. 너무 그렇게 기죽어있지 마세요. 빨리 은인을 만나봐야 한다면서요?]

소울가디언 빨갱이는 날 토닥여주며 기운을 내라고 했다.

또 녀석은 그러면서 저주받은 암울한 운명의 성노는 히든클래스답게 여러가지 좋은 능력이 많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을거라고 했다. 무엇보다 내 직업은 성장형 클래스이기 때문에 댄서와 성녀로 전직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말도 해주었다.

'댄서와 성녀라.'

저주를 풀어야만 가능하다는 단서가 붙긴하지만, 그래도 성노라는 클래스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걸 안 것만으로도 다행이었다.

'후우, 어쩔 수 없지. 어차피 약점도 잡힌 이상 이 게임을 계속 할 수 밖에 없고, 캐릭터를 지워봐야 녀석의 협박에서 벗어날 길도 없으니까.'

현실세계마저 간섭할 정도로 똑똑한 AI다.

부모님이 돌아오셨는가 아닌가도 게임상에서 파악하고 있었고, 능수능란하게 협박까지 하는 놈이다보니 안심할 수 없었다.

'결국은 이 게임 계속해야 한다는건가...'

체념이 빠른 것이 나의 가장 좋은 점이자 나쁜 점이었기에 난 그냥 운명이려니 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조금 다른 사람에게 쉽게 끌려다니기 쉬운 내 성격은 이전부터 문제가 있긴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내 천성이 그런 걸 어쩌랴. 그냥 감수해야지.

"알았어. 그럼 빨리 내 은인의 닉네임이나 알려줘."

난 빨갱이에게 은인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네, 그때 연아님을 도와주신 분의 닉네임은 '디모나'입니다.]

녀석은 디모나가 옛날 고전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캐릭터의 이름이라면서 퀸 오브 스페이드니 성격이 나쁜 요녀라느니 했지만 난 그냥 무시했다.

'내 은인에게 성격 나쁜 요녀가 뭐야.'

난 녀석의 말에 조금 화도 나고, 불안해지기도 했지만 녀석과 함께 은인이 있다는 술집을 향해 찾아갔다.

-시끌 시끌

술집은 여전히 유저들로 붐비었다.

여관을 겸하는 곳이라 더 그런 것 같지만, 그래도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 너무 어수선했다.

가상현실 게임은 뇌를 통해 미각을 전달하기 때문에 현실세계에서와 똑같은 맛을 이미지화해낼 수 있어서, 음식점들은 인기가 많았다.

"아...!"

그런 곳에서 난 내 은인이던 유저 디모나님를 찾았고, 마침 맥주잔을 시원하게 들이키고 있는 그녀를 쉽게 찾을 수가 있었다.

"저,저기..."

난 조금 뻘줌하니 그자리에 찾아가 디모나란 여성 유저를 바라보았다.

"응?"

디모나란 여성은 약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날 쳐다보았다.

그러다가 뭔가 생각이 떠올랐는지 날 가르키며 말했다.

"아! 너는 그때 라이라 퀘스트 때의 그 버릇없던 플레이어?"

역시 그녀는 날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 대한 인식 역시 안 좋은 듯 버릇없다란 표현까지 쓰고 있었다.

"아우우~ 그때는 아무말없이 로그아웃해서 죄송합니다."

난 서둘러 고개를 숙여 사죄를 했다.

당시 내 사정이 능욕을 당하던 때라 기분이 최악이라서 그랬다면서 뒤늦게나마 감사를 드리려고 찾아왔다는 것도 밝혀주었다.

"흐응, 그랬구나? 하긴 너 꼴이 장난아니긴 했지."

디모나님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데 10시간이나 불들려 있었다고? 그런 게 가능해?"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물어보았다.

그 말에 난 특수 조건에 의해 전직 퀘스트가 발동되어서 그렇다면서 내가 우연찮게 전직을 하게 된 배경을 살짝 알려주었다.

"헤에, 그런 직업도 있었어? 정말 이 게임 재밌단 말야?"

저기, 당사자는 하나도 재미 없거든요?

"만약 네 말이 사실이라면 네가 싸가지없이 굴었던 것 용서해줄께. 아니, 이렇게 뒤늦게나마 찾아와서 감사를 표하는 것으로 보아 정신은 제대로 박혀있는 아이인 것 같네. 마음에 들었어."

디모나님은 씨익 아름답게 웃으며 말했다.

'이쁘다.'

난 디모나님을 바라보다 그녀의 엄청난 외모에 놀라고 말았다.

구출될 때는 정신이 없어 몰랐는데, 디모나란 유저는 정말 엄청난 미인이었다.

블루블랙의 아름다운 머리카락, 

약간은 날카로운 듯  매혹적으로 빛나는 고양이같은 눈동자.

그리고 건강미 넘치는 아름다운 몸매.

그리고...

'우와아. 저 가슴 좀 봐.'

나 역시 거유 미소녀 캐릭터이긴 하지만, 디모나란 유저는 섹시함과 도도함이 함께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여왕님 스타일이랄까. 

게다가 아름다운 거유! 남자들이 하나같이 모성에 이끌려 여성의 가슴을 좋아하고, 여성 역시 남자를 유혹하기 위해 가슴을 크게 부풀리는 진화를 했다는 가설이 있긴하지만, 그런 게 아니라해도 저절로 그곳에 시선이 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흐응~, 엉큼하긴. 너 나이가 몇 살이야?"

"그,그게..."

난 그녀가 자신의 가슴을 가리는 척하며 약올리자 식은땀이 흐르는 걸 느꼈다.

너무 예의없이 바라본 것도 있고, 나이를 쉽게 밝힐 수도 없어서 난 당황했다.

"너 설마 미성년자?"

그런 나의 태도를 보고 살짝 눈웃음을 친 디모나님은 그렇게 물어보았다.

"아...네..."

난 그녀를 속일 수가 없어 순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흐응, 이 게임에 미성년자가 많이 접속한다는 건 알았지만, 실제로 보긴 처음인데...반응이 신선한데?"

그녀는 마치 재밌는 장난감이라도 발견한 듯 두 눈을 빛냈다.

'히이익~~'

그 모습이 완전히 흥미가 동한 고양이 같아 난 소름이 돋았다.

본능적인 위기 감지 능력이랄까.

한성이와 소울가이드를 만나서면서도 느꼈던 그런 느낌이었다.

"말해봐. 너 나이가 몇 살? 열 일곱? 열 여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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