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33)

난 그 감각을 느끼면서 의구심이 들었다. 뇌파를 통해 가상현실을 즐기는 것이 일반화된 현대이지만 여성의 감각을 남성이 똑같이 느낄 수 있을정도까지 발전했을 줄은 몰랐다.

난 젖가슴을 살며시 만져보며 여자란 참 민감한 몸을 가지고 있구나 하고 생각을 하였다.

호기심에 만져본 자신의 가슴인데도 기분이 묘하면서도 좋았다.

'와아...이거 은근히 중독되겠는 걸...?'

난 잠시 가슴을 좀 더 애무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남자가 여자의 몸으로 플레이 하는 건 안되지 않나?'

이전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했지만, 가상게임이 실용화된 이후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로 게임을 하는 것이 법으로 막혔다고 들었다. 

그렇게 가상현실게임을 하다보면 심각한 폐해를 불러일으켜서 말이다. 왜냐하면 상대가 여자인 줄 알고 고백했다가 사실 같은 남자라는 걸 알아서 충격을 먹고, 자살을 하거나, 직접 찾아가 살해를 했다던가 하는 일이 실제 벌어졌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사회적으로 큰 이슈화가 되었고, 그 후 일부 게임을 제외하곤 성을 바꾸는 일은 불가능해진 걸로 아는데 LD&LD+는 그런 위법을 마음껏 자행하고 있었다.

'일부 허락받은 특별한 성인 게임들을 제외하곤 불가능한 성교환까지 가능한 게임이라니...게다가 처음 계정만들 때도 성인인증도 필요없었고...이 게임 만든 사람은 대단한 미치광이 아니면 대단한 용자로구나.'

난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감탄했다.

그러면서도 다른 호기심도 들었다.

'가,가슴도 이렇게 기분좋은데, 밑에는 어떨까?'

난 이쁘게 난 음모 아래로 살짝 보이는 나의 갈라진 틈을 바라보며 침을 꼴깍 삼켰다.

-두근 두근

기분이 묘하게 흥분되며 화끈거려왔다.

'다행히 저기 전신 거울이 있구나.'

다행히 방안에는 전신거울이 비치되어 있었다.

그래서 난 그곳으로 향해서 자신의 몸을 비춘 다음 서서히 다리를 벌려 쭈그리고 앉아보았다.

-쩌억~

마치 조개살이 벌려지는 것처럼 은근히 젖어있던 나의 핑크빛 가랑이가 벌려졌다.

'하아, 하아.'

나의 숨은 어느새 거칠어져 있었다.

지나친 흥분과 기대감에 가슴이 떨려왔다.

꼭 어머니 몰래 나쁜 짓을 하거나 자위를 할 때 느꼈던 그런 아슬 아슬한 쾌감이 전해져왔다.

-주르륵

맑은 액이 나의 가랑이 사이에 흥건히 젖어있었다.

포르노나 일본AV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알게되는 애액이란 것일 것이다.

성교육쯤은 초등학교에서도 의무화되었기 때문에, 성에 대한 것은 그리 놀랄만한 지식이 아니었다.

인터넷만 조금 뒤져도 다 알 수 있는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사진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접하던 걸 실제로, 그것도 자신의 몸에서 겪어보자 그 충격을 가히 핵폭탄급이었다.

"이것이...애액...?"

나는 그 액체를 손가락으로 만져서 훑어내 보았다.

살짝 끈기가 있고 매끄러운 것이 남자가 정액을 싸기 전에 분출하는 쿠퍼스액 같았다.

쿠퍼스액이란 전립선액이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정액이 나오기 전, 오줌으로 산성화 되어 있는 요도를 청소해주고 여성의 몸 안을 알카리성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나오는 청소액 겸 윤활유였다.

(물론 이런 전문적인 것은 성교육시간에 열심히 배운 것이다. 난 일단 악우인 한성이놈이 있어서 그렇지 기본은 범생이니까 말이다)

"꿀꺽, 쩝 쩝."

난 호기심에 애액을 혀 끝에 대보았으나, 비릿하기만 하고 아무런 맛도 안 났다.

'게임상으로 이 액의 맛은 재연을 안된 것일까? 아니면 진짜 이런 맛인걸까?'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약간은 씁쓰름한 것이 그다지 맛있진 않았다.

야설 같은데에선 이게 달콤하다니, 황홀하게 맛있다느니 그러던데 다 뻥인 것 같았다.

-찔걱, 찔걱~

어느 새 난 가랑이 사이에 손가락을 가져다대곤 자위를 하고 있었다.

남자와는 전혀 다른 느낌....오줌을 쌀 것 같은 느낌은 비슷하면서도, 여성의 몸은 더 흥분이 느리게 되었다.

'하지만...이거 은근히 기분좋아...'

서서히 채워지는 느낌이 지속감과 함께 몸을 황홀하게 만들었다.

머리 속이 핑크빛으로 물드는 것 같은 착각과 함께 사타구니를 타고 등골을 지나 머리 속까지 짜릿 짜릿한 쾌감을 전달해주엇다.

'하아...하아...이거 성인용 게임이라서 그런지...이런 행위해도 경고문이 안 뜨네?'

가상현실 MMORPG를 하다보면 이런 행위를 하려고 하는 이들이 꼭 있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전연령 게임에선 자위도 금지.

성행위같은 것을 하려 하면 당장에 경고문이 뜨면서 심할 경우 강제 로그아웃을 당한 뒤, 3일 간 접속이 불가된다.

하지만 LD&LD+에선 그런 건 다 무시했다.

정말 용자게임.

이거 만든 사람 정말 대단했다.

"하악, 하악. 조금만 더하면 될 것 같애..."

초반에 게임에 접속하자마자 한 행동이 자위라니...나도 참 막장이었다.

하지만 내 스스로 보기에 초절정 미소녀인데다 아름다운 거유를 가진 이상형을 눈 앞에 두자 성욕이 일어나 참을 수가 없었다.

"후아, 후아~ 여길 만지는 게 가장 기분 좋아..."

난 작은 버튼처럼 난 나의 돌기를 만지면서 황홀해했다.

클리토리스라 불리는 여성의 가장 민감한 기관. 살짝 살짝 만지는 것만으로도 충격이 머리 끝을 강타해 조심스레 만질 수 밖에 없는 곳이었다.

살짝 표피로 뒤덮여있는 그곳을 드러내게 한 뒤 만져줄 때마다 난 아찔거리는 쾌감을 받으며 기뻐했다.

'지금 내 모습 너무 야하다...'

전신거울 통해 바라보는 내 모습은 너무나 야하고 음란했다.

쾌감에 살짝 눈물을 글썽이는 크고 아름다운 눈이나, 앳된 얼굴에는 어울리지 않게 흥분을 해 색기넘치게 변한 얼굴하며, 군침을 다 삼키지 못해 살짝 입가에서 흐르기 시작한 침과, 그 침으로 반짝 반짝 윤기있게 빛나는 핑크빛 입술...

"후우~ 하아~!"

내 얼굴이지만 너무나 아름답고 섹시해서 나는 흥분하고 말았다.

'아아, 나 진성의 나르시스트인가....자신의 얼굴을 보고 흥분을 하다니, 정말 최악이야...'

말은 그렇게 했지만 기분이 묘했다. 죄악감까지 느낄 정도로 난 흥분을 했다.

마치 스스로를 범하며 자위를 하는 느낌이라 난 끝내 서서히 절정의 끝을 맛보고 말았다.

-움찔 움찔!

머리가 하애지며 난 허공에 붕뜬 부유감을 느꼈다.

몽롱한 피로감....그리고 만족감...

허탈감도 조금 들었지만, 남자였을 때 사정했을 때와는 많이 틀렸다.

'남자였을 때는 끝난 뒤 허탈감과 죄악감이 더 심했는데...'

여자의 몸은 서서히 채워지던 것처럼 그 절정의 느낌이 오래갔다.

난 잠시 그 절정감의 바다에 빠져 몽롱히 거울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이거 정말 좋다....이게 바로 여자의 몸...여자의 쾌감이린 거구나...'

나는 다리를 꼴사납게 M자로 벌린 상태로 애액을 질질 흘리면서 만족해했다.

-털썩~

나는 이내 몸의 기운이 다 빠져 바닥에 쓰러진 체로 잠시 숨을 고르며 부르르 쾌락의 잔물결을 음미했다.

여성으로서, 그리고 게임에 접속해서 처음해본 그 여성으로서의 자위는 날 위험한 다리를 건너게 하고 말았다.

남자로서는 도저히 맛볼 수 없는 은밀하면서도 짜릿한 쾌감.

난 그걸 맛보자 여성으로서 게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단 생각을 하며 잠시 지친 몸을 쉬게 했다...

  

'뭐가 여자로 플레이해도 좋을지 모른다야...'

난 속으로 뒤늦은 한탄을 했다.

역시 여자의 몸이 되어도 죄악감은 없어지지 않았다.

솔직히 그건 어쩔 수 없었다. 아무리 몸은 여자여도 마음은 남자였으니 말이다.

정말 최악. 난 자신이 진성의 변태가 아닌가 고민해봐야 했다.

"하아..."

난 쾌감이 사라지자 한숨을 내쉰뒤 자리에서 일어나 흠뻑 젖어버린 바닥을 청소하기 위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도대체 얼마나 싼거야. 난..."

난 참담하기 그지없는 바닥을 보며 아연실색했다.

마치 오줌이라도 싼 것 같은 방바닥.

이제는 식어버린 그곳은 홍수가 범람한 것 같은 느낌으로 더럽혀 있었다.

'흑흑, 아까 마지막에 뭔가 나온 것 같더니만...'

난 울상을 지었다.

설마 첫체험에서 조수를 뿌릴 줄은 몰랐다.

상당히 성감이 좋은 여자들만이 싼다는 그걸 말이다.

성인 포르노를 보면 자주 보던 거지만, 설마 내가 그걸 쌀 줄 몰랐기에 난 뒷처리에 고심을 해야만 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난 침대시트를 걷어내 뒷처리를 한 뒤, 침대 시트는 방구석에 처박아 두었다.

분명 여관주인이나 NPC에 청소를 하던가 할테니 상관없었다.

그들은 그냥 리셋하는 것만으로 청소를 끝낼 것이다.

"정말 이런 것은 그냥 시간지나면 저절로 사라지는 것이 낫지 않나? 하나 하나 유저를 배려하는 마음이 안 드는 게임이야."

난 하소연할 사람이 없어 혼잣말로 투덜거린 다음, 서둘러 갈아입을 찾기 시작하였다.

처음 게임을 할 때 분명 기본장비는 있을 것이다.

'찾았다.'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아 여관방 구석에 있던 작은 상자에서는 내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이 있었다.

갈색 티셔츠와 갈색 바지, 갈색 신발와 갈색 모자 총 네가지 갈색 세트였다.

'갈색으로 통일된 허접한 장비로군.'

방어력이 전무한 걸로 보아, 그냥 몸만 가리는 용도로 보였다.

'일단 옷도 입었으니 밖으로 나가볼까?'

난 옷을 손수 입자 전신거울로 한번 이상한 점이 없나 확인해본 뒤 생각했다.

옷입는 것은 상태창으로 클릭하면 금세였지만, 정통 게이머파인 나는 손수 이렇게 입는 걸 선호했다.

뭔가 현실감이 있잖은가.

"와아~! 여자다!"

"휘익~! 휘익~!!"

여관 방문을 나가보자 그곳에는 신규 게이머로 보이는 사람들이 술이나 음료를 마시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휘파람과 환호성!

-화끈!

'뭐,뭐야? 이 열렬한 반응은...?"

설마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줄 몰랐기에 난 얼굴이 화끈거렸다.

-두근 두근

'내가 사실 남자라는 걸 들킨건가? 그런거야?'

마치 잘못하다 들킨 것 같은 기분에 식은 땀이 흘렀다.

"에이~뭐야. 근데 옷을 입고 나왔잖아."

"쳇, 재미없어."

하지만 뒤이어진 사람들의 반응을 봐서는 꼭 그런 것 같진 않았다.

뭔가 기대를 하다 실망한 느낌.

'대체 뭐지?'

난 사람들의 반응이 이상해서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오오오~!"

"또다른 여성 플레이어다!"

하지만 난 여관 겸 주점을 겸하고 있는 홀에 들어서자마자 왜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였는지 곧 알게 되었다.

"꺄아악~!"

여성의 세된 비명소리.

자신이 나체인 줄도 모르고 밖으로 나오다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여성 게이머가 황급히 방안으로 도망쳤기 때문이다.

'아하, 사람들은 이걸 보려고 기다리고 있었구나.'

난 갑작스레 보게 된 다른 여성의 몸에 얼굴이 붉어져 버렸다.

역시 아직 초등학생티를 벗지 못한 내게 그런 모습은 면역력이 없었다.

성인 여성의 섹시한 몸매, 그것도 나신에 노모자이크!

그걸 보자 가슴이 두근거리고 다시금 흥분이 되어왔다.

-두근 두근.

뭔가 이상했다. 

속은 남자인데, 겉은 여성의 모습으로 가상세계에 서있는 내 모습은 말이다.

"혹시 남성 게이머인가요?"

근처에 여성이 내게 물어보았다.

"아...네..."

난 제대로 걸린 느낌에 얼굴을 숙이며 부끄러워 했다.

그러자 그 여성은 깔깔 웃으며 말해주었다.

"걱정마세요. 저도 실은 남자니까요."

그녀(?)는 그러면서 LD&LD+가 처음이냐고 물어보았다.

"네..."

여전히 내 목소리는 기어가는 듯 작아져 있었다.

"쿡쿡, 너무 소심하게 있지 마세요. 당신도 알 건 다 아는 성인일텐데 왠 수줍움?"

그인지 그녀인지 모를 그 게이머는 그러면서 현재 게임 내 있는 상당수 여성들은 남성이고, 남성으로 보이는 플레이어는 여성일지 모르니 주의하라고 충고해주었다.

"이것도 인연인데, 이 게임도 처음이라고 하니 선물로 이걸 줄께요."

상냥한 미소를 띈 그녀는 연아에게 녹슨 강철검을 주었다.

-띠리링~

-심하게 녹슨 강철검 을(를) 획득하셨습니다.-

-심하게 녹슨 강철검: 공격력 5~8

                             내구력 21/25

                             필요능력치 (없음)

                             심하게 녹이 슬고 내구력이 많이 상해 공격력이 많이 떨어진 검. 

                             이가 많이 나갔으나 아직은 쓸만함.  

'헤에, 녹슨 강철검이구나. 얼마나 강한 줄은 모르겠지만 일단 초반엔 쓸만하겠다.'

아직 어떤 것이 좋은 무기인 줄 모르는 난 일단 고맙다고 답례한 뒤 헤어졌다.

'초반부터 좋은 사람을 만나 다행이다.'

장비를 거저 얻어 기분이 좋아진 난, 곧 뭘해야 좋을지 고민해보았다.

일반적인 MMORPG라면 여기서 초보자 퀘스트들을 깨면서 마을을 적응해가는 동시에, 돈을 모아 초반 장비를 맞추어야 했다.

하지만 LD&LD+에선 도무지 뭐부터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게임은 초보자에 대한 배려가 전혀 안되어 있나 보네?'

난 주변에 흔히 보여야 할 가이드라던가 초보자들을 위한 가디언들이라던가 하는 것들이 전혀 눈에 안 띄어 당황해야 했다.

'설정창 오픈.'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난 설정창을 띄워보자 그제야 뭐가 문제였는지 발견할 수 있었다.

설정 메뉴창에선 가이드 설정이 off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가이드를 on 시켜봐야겠다.'

다른 게임들은 가이드가 기본적으로 온으로 맞춰져 있는데 이 게임은 정반대였다.

모르는 사람들이 처음 시작했다면 헤매기 딱 좋은 설정이었다.

'하아~, 정말이지, 이 게임 만든 사람 머리 속을 좀 보고 싶어. 게임을 발로 만들었나. 뭐 이리 하나같이 파격적이야?'

내가 가이드를 온 시키자 곧 가디언으로 보이는 불이 나타났다.

[킥킥킥, 안녕하세요. 저는 연아님이 게임하시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생성된 초반게임 가이드, 소울가이드입니다.]

참 빨리도 나타난다.

그런데, 소울가이드? 그래서 불덩이인가?

'귀여운 요정이나 픽시같은 것들도 많을텐데 하필이면 기분나쁜 귀신불 같은 가디언이라니...센스없네.'

왠지 만들기 귀찮아서 대충 만든 것 같은 초반 가이드.

게다가 말을 할 때마다 킥킥 거리는 것이 은근히 기분에 거슬렸다.

"응, 만나서 반가워. 그런데 그 웃음 좀 어떻게 해줄 수 없겠어?"

나의 부탁에 소울가이드는 킥킥 웃으며 답해주었다.

[죄송합니다. 이건 설정상 그런거라 어쩔 수가 없군요. 그러니 그냥 무시해주세요. 킥킥, 그리고 저도 잘 쉬고 있다 나와서 기분이 조금 안 좋습니다. 빨리 레벨10찍고 쉬고 싶군요.]

'헉?! 뭐야. 이 싸가지는? 초반 게임가이드가 이렇게 불성실해도 되는거야?'

난 마치 초딩같은 말투의 소울가이드를 보며 입을 쩍 벌려야 했다.

나 역시 작년까지만 해도 초등학생이었지만 저렇지는 않았다.

그런데 저런 역력한 귀찮은 듯한 말투라니..!

"아하하; 그래...? 그런데 레벨 10을 찍으면 쉰다니? 설마 넌 레벨10까지만 날 따라다니는거야?"

[네. 그렇습니다. 딱 레벨10까지만 따라다니죠.]

녀석은 그러면서 보충설명을 해주었다.

[흔히 다른 게이머들은 우리들을 안 부르기 때문에 땡보라 부르는 보직이어서 안심했는데 우릴 부르는 이가 있을 줄은 몰랐네요. 킥킥킥.]

하소연인가? 아니면 괜히 불렀다고 따지는건가?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딱 한가지는 알겠다.

이 소울가이드는 최악이라는 것을 말이다.

"아하하하; 그래? 그럼 그냥 가도 되는데?"

나는 은근히 머리에 핏줄이 떠오를 것 같아 그렇게 대꾸해주었다.

그러자 소울가이드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말을 이었다.

[그건 안되겠군요. 저도 월급은 받아야 하는 처지니 그냥 따라다녀주죠. 역시 레벨을 올리려면 몹을 잡는게 최고겠죠? 마침 무기도 있겠다 잘 되었네요. 사냥터로 가도록 하죠.]

녀석은 막무가내로 그렇게 말하며 날 사냥터로 이끌기 시작했다.

"자,잠깐! 흔히 다른 RPG에선 초반 마을 퀘스트를 하면서 게임을 익혀가는 거 아니었어? 난 아직 장비도 맞추지 못했다고!"

그런 나의 항의에 소울가이드는 피식 비웃음을 띄우며 말했다.

[킥킥킥, 그런 거 필요없습니다. 그냥 저의 편한 연금생활을 위해 희생해주세요. 연아님.]

녀석은 다시 킥킥 웃으며 날 막무가내로 이끌기 시작했다.

그러자 뭔가 가이드로서의 강제권이라도 있는 것인지 나의 몸은 저절로 마을 밖을 향해 뛰어가기 시작했다.

"뭐,뭐냐구 대체~~~!"

나의 허탈한 외침은 그저 외로히 허공을 수놓았을 뿐이다.  

소울가이드에게 이끌려 도착한 곳은 작은 동산이었다.

왠지 평화로워 보이는 동산.

그곳엔 토끼나 다람쥐를 비롯해 온갖 작은 동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다 도착하였습니다. 여기는 서쪽동산입니다.]

소울가이드는 그곳에 대해 짤막하니 설명을 해주었다.

역시 성의는 없어보였으나 정보는 확실히 전달이 되엇다.

[킥킥킥. 초보자 전용몹인 토끼들이 많으니 토끼 많이 잡으셔서 광렙하세요.]

녀석은 그러면서 자신이 몹들을 끌고 와주겠다고 하였다.

'헤에, 성격은 나쁘지만 그래도 열심이긴 하네?'

그 의도는 불순해 보였지만(빨리 렙업시키고 놀러가고 싶어보였으니) 그래도 사냥에 도움까지 준다니, 조금은 녀석에 대한 평가가 올라갔다.

'그런데 이 게임에선 가이드가 몹몰이까지 해주나?'

뭔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상하기만 한 게임이었다.

상식을 벗어난 희한한 게임.

-폴짝! 폴짝!

내가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매우 귀엽게 생긴 토끼 한마리가 내 근처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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