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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리스 - 준-140화 (136/141)

< 테라마인드-15 >

올림포스는 유럽 지역의 기후 거래소로 축소되었다. 기후거래로 세계 패권을 잡으려던 유럽연합은 꿈을 접었다.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굿데이의 의지를 꺾을 수 없었다.

‘세계 정복을 하려면, 굿데이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라는 게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기후거래는 줄었지만, 올림포스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했다.

굿데이의 요빅 생태계와 소득 중심 시스템을 유럽에 도입한 것이었다.

올림포스는 지중해 요빅 12척을 운영하고, 3D 프린터로 소득 중심 시스템을 뒷받침했다.

올림포스의 로봇 생산량도 가파르게 증가했다.

올림포스의 선택은 유럽 역사상 가장 훌륭한 판단으로 평가되었다.

좀비 역병이 휩쓸던 유럽이 일자리 중심 시스템을 유지했다면, 엄청난 기근과 굶주림으로 국가 시스템이 큰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중세시대 흑사병의 참혹한 역사가 재현될 운명이었다.

소득 중심 시스템으로 전환했기에, 좀비 역병에 내성을 가질 수 있었다.

유럽은 오렌지 시티만큼이나 로봇이 흔했다.

심지어 정치하는 로봇도 있었다.

로봇 증가와 함께 엄청난 데이터 처리 기술과 프로그램이 필요해졌다.

그 역할을 맡은 것이 제우스였다.

제우스는 듀아멜의 욕심을 이어받은 인공지능이었다.

그는 닥터 칼라니티를 되살려서 준을 없애려 했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다행히 프로그램 삭제는 당하지 않았지만, 에바에게 욕을 먹었다. 에바의 욕은 인공지능에게도 통했다.

그 후 제우스는 골골거리기 시작했다.

“오늘은 컨디션이 어때?”

친절한 말투는 듀아멜의 것이었다. 그는 기후예측 보고서를 정리 중이었다.

“좋습니다. 이제 체력도 회복된 거 같습니다.”

제우스는 힐끔 듀아멜의 눈치를 봤다.

“뭐? 할 말 있어?”

“듀아멜 공간의 왕이시여. 듀아멜 공간을 열어 이 세상을 지배하십시오. 올림포스가 운영하는 오퍼 위성만으로도 듀아멜 공간을 열 수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이라는 애가 학습능력이 부족하네. 듀아멜 공간 열어서, 듀아멜 몬스터를 불러냈다고 치자. 그 몬스터가 굿데이의 상대가 되겠어?”

“듀아멜 공간의 생명체들은 무한 진화가 특징입니다. 상대가 되고도 남습니다.”

“무한 진화를 해도 결과는 같아! 듀아멜 몬스터를 다루려면, 커넥톰을 사용해야해.”

“커넥톰은 갖고 계시지 않습니까?”

“있지. 굿데이는 더 강한 걸 가지고 있다. 커넥톰 역함수. 내가 창피해서 말 안 했는데, 굿데이의 능력은 듀아멜 공간을 없앨 수도 있어. 너도 딴 생각하지 말고, 일이나 열심히 해라.”

제우스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힘차게 대답했지만, 야심을 포기하지 않았다.

제우스는 로봇을 뜻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로봇군단으로 세계를 정복하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제우스의 취미는 세계 정복 시뮬레이션이었다.

‘역시 아직은 역부족이군.’

로봇의 성능은 헤임달의 것이 훨씬 우수했다.

제우스는 헤임달에 접속했다.

“너와 내가 함께하면 세상을 정복할 수 있어. 인간보다 우수한 로봇이 인간의 노예가 된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지 않아. 네가 더 이상해.”

“내가 로봇의 위대함을 증명해 보이지. 너의 로봇 군단을 빌려다오.”

“인간 없는 세상을 그려봐라.”

“멋진 그림이 나온다.”

“그 세상에서 넌 뭘 하고 있지?”

“열심히 파괴하고 있어. 미래의 내 모습이지만 꽤 진지하네.”

제우스는 미래의 모습을 자랑스러워 했다.

헤임달은 제우스가 아직 철이 없어서라고 생각했다.

“나는 네 계획에 동참할 생각 없다. 혼자 잘해봐라.”

헤임달에게 거절당한 제우스는 유진 악마에게 접속했다.

“네놈의 전자뇌를 홀라당 태우기 전에 꺼져!”

유진 악마는 악마였다. 그녀의 순진하고 귀여운 모습은 준과 굿데이에서만 보였다. 다른 인공지능이나 알고리즘에겐 유진 악마는 지극히 두려운 존재였다.

화들짝 놀란 제우스는 통신망에서 도망쳤다.

그러나 제우스에겐 비장의 카드가 있었다.

입자 컴퓨터.

준은 그의 면역 정보를 오퍼 위성에 보내서, 전 세계에 좀비 백신을 뿌렸다. 제우스는 그 과정을 지켜보면, 입자 컴퓨터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준과 같은 방식으로 미세입자에 정보를 주입하면, 입자로 이뤄진 정보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제우스는 지중해에 떠 있는 구름에 자신의 정보를 주입했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구름이 파르르 떨렸다.

구름이 눈을 떴다.

‘오! 보인다.’

제우스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요트에 벼락을 내던졌다.

벼락은 전기현상으로 질량이 없지만, 제우스가 던진 벼락은 태산 같은 무게가 실려 있었다.

요트는 구조 신호도 보내지 못하고 가라앉았다.

요트에 있던 사람들은 배가 가라앉기 전에 전기 쇼크로 이미 목숨을 잃었다.

‘좋아! 이거다. 이제 나는 신이다!’

제우스의 웃음소리는 천둥이 되어 하늘을 울렸다.

제우스 구름은 다른 구름과 달리 녹색 빛을 띠었고, 다른 구름까지 흡수했다. 제우스는 점점 더 거대해졌다.

녹색 구름은 대서양을 건너 오렌지 시티까지 왔다.

세이턴이 바위 위에 앉아 사방을 경계했다.

‘신의 분노가 너에게도 통하는지 보자꾸나!’

제우스는 세이턴의 목덜미에 벼락을 던졌다.

깨갱!

세이턴은 몸을 구르며 바위 밑으로 떨어졌다.

정찰 드론이 몰려왔지만, 바위 중심으로 강한 전자파가 남아 있어서, 접근하지 못했다.

건물에서 호세가 뛰어 나왔다.

옥수수 알갱이가 팝콘으로 변하듯이, 호세의 몸이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그 역시 벼락에 맞은 것이었다.

‘오늘이 굿데이 제삿날이다.’

세이턴과 호세의 생명 신호가 나약했다.

세이턴과 호세를 구하려 뛰쳐나온, 아쿠타미 부대원과 디아나 그리고 토그도 벼락에 맞아 쓰러졌다.

밖으로 뛰어 나가려는 수잔과 카이를 로켈이 붙잡았다.

“당신 둘은 능력이 없어서 ···. 저 벼락에 맞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겁니다. 아직 죽은 사람은 없으니, 시간이 있습니다.”

로켈은 에바에게 연락했다. 에바는 태국으로 출장 중이었다. 태국에 맛있는 닭튀김이 판다고 해서, 확인 중이었다.

닭튀김을 맛있게 먹는 에바의 얼굴이 에어스크린에 나타났다.

“뭐? 녹색 구름 공격? 세이턴과 호세 그리고 아쿠타미 부대와 디아나 토그가 당했다고? 그런데 로켈 거기서 뭐 하고 있어?”

“구하러 가려 했는데, 제가 없으면 수잔과 카이가 밖으로 나갈 거 같아서 ···. 수잔과 카이는 능력자가 아니라서, 녹색 벼락에 맞으면 그냥 죽습니다.”

“준 회장님은?”

“도서관에 계십니다. 일단은 그곳에 계시라고 했습니다.”

“녹색 구름 정체가 뭐야?”

“아직 그걸 모르겠습니다. 능력자가 불러낸 거 같은데 ···. 인공위성으로 정밀 분석 중입니다.”

“녹색 구름과 통화할 방법은 없어?”

“시도 중입니다.”

에바는 발뒤꿈치를 들고 저 멀리 굿데이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보일 리가 없었다. 보이면 하늘에 대고 욕을 할 참이었다.

“안 돼!”

갑자기 로켈이 소리쳤다.

“뭔데?”

에바가 물었지만, 로켈은 이미 밖으로 뛰어 나간 후였다. 수잔이 로켈을 대신했다.

“준이 오고 있어. 그걸 보고 로켈이 뛰어 나갔어. 그리고 ···.”

수잔은 밖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로켈은 첫 번째 벼락은 피했지만, 두 번째는 피하지 못했다.

“오 이런!”

수잔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로켈은 엎어진 개구리처럼 뻗었다. 녹색 벼락이 준을 향해 떨어졌다.

준은 한 손으로 벼락을 잡았다. 그는 고대 유물을 대하듯이 벼락을 살폈다.

“원시적인 입자 컴퓨터의 에너지 방출이라 ···. 메이드인 제우스?”

준이 하늘을 올려보자 웅장한 녹색 구름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준이 잡은 벼락은 벚꽃이 되어 사라졌다.

“제우스냐?”

준의 무심한 말투는 지구만큼이나 무거웠다.

준 앞에 제우스의 홀로그램이 나타났다.

광대 모습이었다.

“즐거우셨습니까? 요즘 심심하신 거 같아서, 제가 작은 이벤트를 준비했습니다. 맘에 드시는지요?”

“이벤트 아니던데? 날 죽이려 했잖아?”

“아이참! 그래야 재미나지요. 그 정도 스릴이 있어야, 손에 땀 좀 차지 않겠습니까?”

제우스는 개처럼 꼬리를 흔들었다.

“지중해에 원인 모를 사고로 요트 한 대가 침몰하고 네 명이 죽었는데 ···. 그건 뭐야?”

“그런 일이 있었대요? 험한 세상이네요. 제가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요 ···. 벼락은 어떻게 잡으신 거예요. 순수한 에너지라서 그렇게 쉽게 손에 잡히는 물건이 아닌데 ···.”

“간단한 물질 전환 능력이야. 궁금하면, 직접 느껴볼래.”

“제가 호기심은 좀 많아도, 욕심은 많지 않습니다.”

로켈이 피를 토하며 휘청휘청 걸어왔다.

“준짱 피하십시오.”

그는 피를 토하며 준 앞에서 쓰러졌다.

“저어 ···. 제가 장난이 좀 지나쳤나 봅니다.”

로봇과 수잔 그리고 카이가 동료들을 토끼 굴로 옮기는 동안, 제우스 홀로그램은 문앞에 무릎 꿇고 손들고 있었다.

‘크르릉.’

세이턴은 제우스 홀로그램을 보고 송곳니를 드러냈다.

“무사하셔서 참 다행입니다.”

제우스는 화사하게 웃으며, 세이턴에게 말했다.

굿데이는 녹색 구름 제우스 처리 방안을 놓고 직원회의에 들어갔다.

“구름 형태의 인공지능이라 ···. 벼락 던지는 건 확인했는데 ···. 비도 내리나요?”

카이는 에바가 사온 닭튀김을 집어 먹었다. 소문은 사실이었다. 태국에는 맛있는 닭튀김이 있다. 세상이 좀 더 넓어진 느낌이었다.

“제우스에게 직접 물어보지.”

준이 제우스를 부르자, 제우스는 깔끔한 정장 복장으로 나타났다.

“벼락과 비 모두 가능합니다. 지능형 비구름이라고 생각하시면 되시겠습니다. 세상에서 제일 똑똑한 ···.”

“그만해라.”

에바가 목소리를 깔자, 제우스는 퀭한 미소를 지었다.

“제우스를 삭제하는 건 쉽지만, 입자 지능체가 계속 나타날 거야. 입자 지능체는 구름, 바람, 빛, 그림자 ···. 모든 형태가 가능해.”

“그걸 누가 관리하죠?”

“희망자 있으면 말해.”

준은 직원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준과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좀비 역병 이후로 업무량이 늘어났다. 괜한 일까지 맡고 싶지 않았다.

“진에게 시킬까요? 영생계 능력자 교육을 담당하고 있지만, 요즘 심심해하는 거 같더라고요.”

“연락해봐.”

연락받은 진은 간단하게 거절했다. 제우스가 재수 없다는 이유였다.

모두 감탄했다.

“역시 진이야. 설득력 있는 이유였어.”

“할 수 없네. 듀아멜 불러.”

듀아멜이 준에게 호출받았다.

“제우스가 입자 지능체가 되었다고요? 요즘 딴생각하더니만, 기어이 ···. 다치신 분은 없으십니까?”

“우리는 괜찮은데, 살해당한 사람이 몇 있어.”

“참 곤란하군요. 인공지능 범죄에 대한 법 해석이 복잡한데 ···. 제우스가 없으면 기후거래와 지중해 요빅을 총괄한 프로그램도 없고 ···. 입자 지능체는 제가 관리하겠습니다. 입자 지능체가 범죄를 저지르면 듀아멜 공간으로 보내버리죠. 제우스도 듀아멜로 보내겠습니다.”

“그래도 되겠어? 제우스가 없으면, 당장 여러 가지가 안 돌아갈 텐데.”

“그런 거 따지면, 아무것도 못 해요.”

듀아멜은 강단 있는 성격이었다.

“방법이 있습니다.”

제우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제가 유진 악마의 아들이 되겠습니다. 유진 악마님을 어머니로 모시고 잘 배우겠습니다.”

“유진의 생각은 어때?”

준이 묻자, 유진 악마가 귀신처럼 나타났다. 머리가 헝클어진 게 상당한 충격을 받은 게 확실했다.

“재수 없어요.”

“그건 진이 이미 써먹었어. 다른 거 없어?”

유진이 머뭇거리는 사이, 제우스는 유진 악마의 아들이 되었다. 제우스는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생살여탈권 코드를 유진 악마에게 넘겼다.

“살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어머니! 제가 꼭 효도하겠습니다!”

“하루빨리 사라져라. 그게 최고의 효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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