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라엔진-4 >
메피스토, 키노시타는 상대를 보고 어떤 사람인지 대충 느낀다.
그 느낌 ···. ‘영혼이 보인다.’ 라고 생각했다.
느낌에 따르면 - 에바는 복잡하고 강단 있지만, 탐욕스러운 여자다. 그렇기에 채굴권 입찰을 포기하도록 설득할 수 있었다.
그의 느낌대로 에바는 설득당하려고 스스로 노력했었다. 웃돈을 요구한 것이 그 증거였다. 채굴권 입찰은 페이크였고, 웃돈이 목표였다.
메피스토의 느낌은 진리였다 ···. 탐욕이 없었다면, 페이크도 없었다.
메피스토가 만난 인물 중에서 가장 강했던 자는 트리탄이었다. 트리탄은 탐욕마저 먹어치우는 파괴자였다.
실버 드래곤이 위기에 몰렸을 때, 트리탄은 준을 찾아가 문 부수고, 바닥에 머리를 찧으며 용서를 구했지만 ···. 준은 용서치 않았다. 바로 그 순간 메피스토가 만났던 가장 강한 인물 순위가 트리탄에서 준으로 바뀌었다.
사람들은 준이 4차원이고, 천재이며, 감정결핍 사이코패스라고 하지만, 모두 틀렸다. 준은 그냥 강하다.
존나 강한 준에게는 암살도, 작전도, 설득도,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다.
토끼굴에 있는 로켈, 호세, 에바는 ‘인류 최강’이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러운 능력자들이었다.
그들이 준을 섬긴다는 것은 그만큼 준이 대단하다는 증거였다.
하얀 악마 세이턴도 준 앞에서는 강아지에 불과했다.
은발의 메피스토, 키노시타는 히말라야보다 더 높은 산을 발견한 등산가처럼 가슴 설렜다.
존나 강한 준을 상대로 아무것도 통하지 않을지라도 ···. 계약은 가능하다!
영혼을 계약하는 자 - 키노시타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승부수를 던졌다.
“굿데이는 고전적인 경제 DNA가 결핍된 돌연변이죠. 굿데이의 지분을 선데이에게 나눠주는 것은, 짝짓기와 같습니다. 가족이 생기는 거죠. 네트워크도 강해지고, 외부압력에 대한 저항력도 향상됩니다. 지분을 주면 더 많은 것을 얻게 됩니다.”
키노시타는 준의 표정을 빠르게 스캔했다.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찰스가 발 빠르게 끼어들었다.
“선데이는 그냥 파트너가 아닙니다. 정치계 연줄도 든든하고, 최근 인수한 블랙스타는 실력 있는 전쟁주식회사랍니다. 요빅에 필요한 보안 솔루션이죠. 집 지키는 개 한 마리 키운다고 생각하시고, 개먹이 주는 기분으로 지분을 조금 넘겨주시면 됩니다.”
“내용은 알겠는데 ···.”
준은 무심한 눈으로 찰스와 키노시타를 바라보았다.
“말씀하십시오.”
둘은 합창하듯이 대꾸했다.
“왜 바닥에 무릎 꿇고 있어?”
“그냥 이 자세가 편합니다.”
둘은 벌 받는 아이처럼 무릎 꿇고, 허리를 곧게 펴서 말하고 있었다.
이렇게 해야 목숨이라도 부지할 거 같았다.
준은 실버 드래곤의 주인 트리탄을 묻었다.
잔챙이 같은 찰스와 키노시타를 밟는 것은 커피 한 잔 마시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었다.
준은 겁에 질린 둘을 보면서, 에바에게 속삭였다.
‘내가 무서워?’
‘준 회장아. 솔직하게 말할 게. 넌 무서운 놈이야. 몰랐어?’
‘그랬단 말이야? 나름 착하게 살려고 노력했는데 ···. 내가 무서운 사람이라니!’
준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졌다.
그 모습을 본, 찰스와 키노시타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에바.”
“알겠습니다.”
에바는 정신을 놓으려는 찰스와 키노시타의 뺨을 갈겼다.
손바닥과 얼굴 가죽이 쫙 달라붙는, 찰진 소리가 사무실을 흔들었다.
노바파워 처방 - 정신이 혼미하거나 제정신이 아닐 때, 즉방으로 통하는 특효약이었지만, 에바 손길이 아니면 제맛이 안 난다.
“고 ···. 고 ···. 고맙습니다.”
찰스와 키노시타는 정신을 수습하며, 손수건으로 침을 닦으며, 벽에 기대었다.
“로켈!”
“준짱, 분부만 내려주십시오.”
로켈은 찰스와 키노시타를 어디에 묻을까? 생각하며 명령을 기다렸다.
“모셔다 드려라.”
“준짱, 지옥행 특급 열차로 모실까요? 완행열차로 보낼까요?”
“곱게 집에 데려다 줘라.”
“네?”
로켈은 어리둥절했다. 감히 굿데이의 지분을 넘보는 놈들을 살려 보내라고?
소문날까 두려웠다.
“저 둘은 나를 무서워한다.”
“분명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이곳에 왔다.”
“그러네요. 한마디로 죽여달라는 거죠. 소원대로 해주는 게 업계 관행입니다.”
“저 둘이 나보다 더 무서워하는 존재는 ···. 바로 선데이의 랜달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 곱게 돌려보내면, 나머지는 랜달이 알아서 할 거야.”
“역시! 준짱이십니다. 공짜로 죽여줄 이유가 없죠. 잠깐만요 ···. 준짱보다 랜달을 더 무서워하다니?”
로켈은 구둣발로 찰스의 허벅지를 밟았다.
“랜달이 더 무섭냐?”
“그게 ···.”
“시간 없다! 빨리 말해!”
“랜달 회장님은 ···. 예전의 랜달이 아닙니다. 그는 변했습니다.”
“사람이 변해도 ···. 준짱보다 무서울 수는 없는데 ···. 어떻게 변했길래, 그렇게 벌벌 떨어?”
“랜달 회장은 꿈에 나타납니다.”
“별 ···. 실버 드래곤의 본부장이라고 해서, 배포가 큰 줄 알았는데, 좁쌀 같은 겁쟁이였군.”
로켈은 찰스와 키노시타를 부축했지만, 일으켜 세우진 못했다.
네덜란드 출신, 찰스의 앉은키는 로켈의 키와 엇비슷했다.
로켈은 늘 하던 대로 토그를 불러서, 둘을 데리고 나갔다. 준짱의 지시라서 직접 챙기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에바가 물었다.
“준 회장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하던 대로 한다. 굿데이를 건드는 자 ···.”
“박살 난다!”
에바와 호세 그리고 아쿠타미 부대와 카이가 동시에 말했다.
세이턴이 마무리했다. - 멍!
*
델타 아일랜드를 점령한, 로크는 지루하고 따분했다. 어디를 둘러봐도 바다뿐이었다.
바다의 습한 공기 때문에 뇌가 축축해졌다.
도시의 불빛이 없어서, 밤하늘의 은하수가 끝내주게 멋졌지만, 그따위 자연미는 마약과 알코올이 넘치는 클럽의 즐거움에 비하면 소소했다.
로크가 기다리는 소식은 ‘협상 완료, 철수하라.’였다.
뜻밖에도 날아온 소식은 ···. ‘굿데이 기간트가 떴다.’였다.
“미친놈들!”
로크는 거하게 가래침을 뱉으며, 목 근육을 풀었다.
우드득 - 뼈의 힘줄이 조여지는 소리가 났다.
“탑승 병력은?”
“아쿠타미 부대.”
아쿠타미의 프로필이 첨부되었다.
“아마존 땅개잖아? 로켈이 올 줄 알았는데 ···.”
그는 힘줄을 괜히 조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굿데이에서 두려워하는 존재는, 블랙블러드의 스페셜 리스트였던 그림자 기사 로켈이었다.
“우리를 할 일 없는 해적으로 판단한 모양이군. 깜짝 놀랄 환영식을 열어주지.”
델타 아일랜드는 반지름 5km의 원반형 인공섬이었다.
로크 일당은 이곳에 지대공 미사일과 블루아이 머신건을 설치했다.
그들은 최첨단 아머 슈트를 입었고, 대물 저격 소총과 이스라엘의 중장갑차 에이탄도 배치했다.
에이탄은 35톤의 장갑차로 기관총과 기관포 그리고 트로피 능동 방호 시스템을 갖췄다.
트로피 능동 방호 시스템은 적의 미사일과 로켓을 요격하는 첨단 장비였다.
로크가 준비해둔 지대공 미사일은 기간트를 격추할 수 있다.
블루아이 머신건은 기간트에서 고공 낙하해서 침입하는 병사들을 저격한다.
운 좋게 델타 아일랜드에 잠입해도, 에이탄 장갑차가 섬멸할 것이다.
지대공 미사일- 블루아이 머신건- 에이탄 장갑차는 수많은 ‘픽업 작전’에서 단 한 번도 깨지지 않은 완벽 삼중주였다.
군사위성에서 기간트의 비행궤도를 알려왔다.
로크가 지대공 미사일의 발사 버튼을 누르자, 미사일 추진체가 퉁 튀어나오고, 허공에서 잠깐 머뭇거린 후, 하얀 연기와 파란 불빛을 내며 치솟았다.
공중 어뢰 루치페로였다.
차세대 전투기도 요격하는 루치페로에게 기간트 같은 수송기는 거저먹기였다.
기간트는 회피기동도 하지 않고, 루치페로를 피해갔다.
“방금 뭐였지?”
로크는 레이더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레이더 상에서 루치페로는 사라졌지만, 기간트는 명확 또렷 멀쩡했다.
“기간트로 몸통 박치기를 할 게 아니라면, 고공낙하로 접근할 수밖에 없습니다.
루치페로가 엇나갔어도 블루아이 머신건이 떨거지들을 정리할 겁니다.”
빨대 뭉치처럼 생긴, 16개의 총신이 하늘을 향해 불을 뿜었다.
천사의 죽음으로 불리는 블루아이 머신건이었다.
기갑슈트를 입고 낙하하는 호세의 헬멧 스크린에 블루아이의 총탄이 포착되었다.
열화우라늄을 관통한다는 로켓형 총탄이었다.
페르마 쉴드 전개!
호세가 명령하자, 그를 뒤따르는 아쿠타미 부대 전체가 페르마 쉴드를 펼쳤다.
베이지색 캡슐 같은 보호막이 호세와 부대원을 감쌌다.
페르마 쉴드는 로켓총탄을 부드럽게 튕겨서, 흘려보냈다.
아쿠타미 부대는 낙하산도 펼치지 않았다. 그들은 숭어를 낚아채는 매처럼 그대로 델타 아일랜드에 내려왔다.
쿵!
쿵!
쿵 ···.!
부대원 한 명이 착륙할 때마다 큰 북소리가 났다.
페르마 쉴드가 쿠션처럼 작용해서, 충격을 상쇄하는 소리였다.
호세와 아쿠타미가 착용한 기갑 슈트는 퓨마처럼 날렵했다.
로크와 일당들도 최첨단 아머 슈트를 입었지만, 호세의 기갑슈트가 훨씬 있어 보였다.
로크는 천천히 일어서는 아쿠타미 부대를 보며 중얼거렸다.
“홀딱 벗겨주지!”
에이탄 장갑차의 기관포와 기관총이 정조준하고 불을 뿜었다.
“기동!”
호세가 외치자, 아쿠타미 부대가 빠르게 움직였다. 그들은 날아오는 포탄을 손등으로 쳐내고, 밀쳐내며 초음속으로 전진했다.
기갑슈트 구동에 서툰 부대원 한 명이 포탄에 맞아 나가떨어졌지만, 멀쩡하게 일어섰다. 기갑슈트의 페르마 코팅은 충격파를 흘러버렸다.
로크는 보았다. 기갑슈트를 입은 개 한 마리가 포탑을 물어뜯는 것을.
기관포가 통째로 뜯겼다.
아쿠타미 부대와 세이턴은 캔 마개를 따듯이 장갑차를 벗겼다.
“니들의 쇼타임은 거기까지다. 내가 레벨의 차이를 가르쳐주마!”
로크는 아머 슈트를 풀가동했다.
최종 병기 아머 슈트는 에이탄 장갑차에 필적하는 성능을 지원한다. 예전에도 전투가 치열해지고, 최종 방어선이 뚫리면, 아머 슈트를 입은 로크와 일당들이 직접 나서서 상황을 평정했다.
그들의 아머 슈트는 현존하는 최고의 군사기술이 농축된 무기였다.
아머 슈트 한 벌을 만들려면 기갑부대 전체와 맞먹는 제작비가 들어간다.
아머 슈트를 입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었고 명예였다.
“아마존 땅개들아! 진정한 파워가 뭔지 보아라!”
로크와 일당들은 아쿠타미 부대가 보여줬던, 초음속 기동을 펼쳤다.
갑작스러운 반격에 호세는 흠칫했다.
“도대체 진정한 파워가 어디 있는 거지? 저 녀석들 ···. 너무 느리다.”
호세와 아쿠타미 부대는 어쩔 수 없이 하품하며 상대해야 했다.
하품이라도 안 하면 너무 심심했다.
부대원 몇 명은 세이턴을 따라다니며, 세이턴을 말려야 했다. 세이턴은 인정사정없이 로크 일당을 작살 내려 했다.
말리지 않으면 로크 일당 전원이 토막 시체가 될 판이었다.
고양이와 퓨마의 싸움이었다.
로크 일당은 단숨에 무장해제되었다.
호세가 로크의 이마에 총을 겨눴다.
그는 토끼굴에 있는 에바에게 말했다.
“접수 끝났어. 처형을 시작하겠다.”
“안 돼. 준 회장님이 허락하지 않으셨어.”
“무슨 ···. 이놈들은 우리에게 총을 겨눴어! 지난번 루치페로 미사일 때문에 바다
에서 일주일 동안 표류했는데 ···. 이놈들이 사용했던 미사일도 루치페로였어! 그때의 트라우마를 오늘 끝내겠어!”
“잠깐 ···. 준 회장님에게 보고할 게.”
잠시 후 에바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안 된대. 트라우마는 알아서 극복하래.”
“이유가 뭐야! 악당일지라도 생명은 중요하다! 뭐 그런 거야!”
“이번 작전은 홍보비로 처리됐어. 입소문을 내줄 경험자들이 필요해. 준 회장은 악당의 생명 따윈 신경 쓰지 않아. 홍보 효과를 걱정하는 거라고.”
“그런 거라면 ···. 따르겠다.”
무전을 끝낸 호세가 한숨을 쉬고 나서, 부하들에게 말했다.
“우리의 무서움을 뼛속 깊이 새겨줘라.”
아쿠타미 부대는 로크 일당을 우당탕 패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