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리미트리스 - 준-1화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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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루시아-1

에밀리가 임신을 알렸을 때, 데이빗은 알았다.

‘내 아이가 아니다.’

그는 장밋빛 미소의 그녀를 보며, 한 가지를 바랐다.

아이가 에밀리를 닮는 것.

그는 에밀리를 잃고 싶지 않았다.

남자의 사랑은 편식보다는 폭식에 가까웠다.

*

에밀리와 데이빗은 아이의 이름을 ‘준’으로 했다.

아이는 갓 태어난 침묵처럼 조용했다.

“깨달음을 얻은 거 같지 않아?”

데이빗은 아이의 무심한 표정을 신비롭게 바라보았다.

에밀리가 젖을 물리자, 준은 시니컬한 표정으로 열심히 빨았다. 배와 가슴이 움직였는데, 꿀 빠는 나비 같았다. 그녀는 요령 있게 왼손으로 준의 머리를 받쳤다.

아이가 에밀리를 닮아 다행이었다.

데이빗은 감자처럼 짧고 뚱뚱했지만, 에밀리는 매끈한 조약돌처럼 우아하고 날씬했다.

그녀에겐 데이빗에게 없는 육체적 아름다움과 터무니없는 미소, 강렬한 호기심이 있었다.

데이빗은 그녀를 숭배했고, 그녀는 관대한 교주처럼 그녀의 육체와 삶을 허락했다.

데이빗이 그녀에게 물었다.

“왜 나를 선택한 거야? 나보다 더 나은 남자를 고를 수 있잖아?”

그녀는 그렇게 바보 같은 질문은 처음이라는 표정이었다. 어떻게 그런 걸 모를 수 있지?

“사랑하니깐.”

이것 말고 다른 세상은 없다는 투였다. 바로 그 순간, 데이빗은 구원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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