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5화: 新 씨받이.
남자는 연속으로 줄담배를 피워 댔다.
자신의 부인이 모텔의 남자 종업원과 합께 방으로 들어 간 후
삼 십분 남짓한 시간을 연속해서 줄곧 담배만 잡고 있었다.
그 이상한 남자와 여자가 모텔 불야성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
은 오후 두 시가 좀 넘은 시각, 비교적 손님이 뜸한 한가한 시
간이었다.
남자는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 비교적 말쑥하게 양복을 차
려 입고 있었고 여인은 서른 초반의 나이에 비교적 미인형의 얼
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다른 여느 손님들과 다른 이상했던 점은 둘 다 얼굴
표정이 굳어 있었다는 점이며 특히 남자의 표정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별 이상한 부부도 다 있구나 생각을 하며 그들을 객
실로 안내를 하고 내려온 미스터 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그런 미스터 조의 표정을 보고 프런트를 지키던 성일이 한마
디를 던졌다.
"글쎄요. 좋은 일(?)하러 왔으면서 두 사람이 왜 그렇게 불안
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혹시 쫓기는 사람들이 아닐
까요?"
"그런지도 모르지.잘 지켜보라구. 요즘 어디 이상한 사람들이
한둘이어야지..."
그러나 두 사람의 의문은 잠시 후에 풀렸다. 객실에 부인을
남겨 둔 남자가 성급히 프런트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다짜
고짜 성일을 붙들고 조용히 할 얘기가 있노라고 했다.
남자의 표정이 워낙 진지했던 터라 성일은 잠시 프런트를 비
우고 남자와 함께 빈 객실로 들어갔다.
"부탁이 있네."
방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사내는 담배를 꺼내 들며 말했다.
"무슨?..."
"먼저 이유는 묻지 말고 이 일을 절대 비밀로 해주겠다는 약
속을 해 주게."
사내가 초조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이마에는 연신 땀이 흘
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요. 걱정하지 마시고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
시죠?"
"듣기에 따라서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와 같
이 들어와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인은 실은 내 부인이라네.
하긴 이런 곳에 부인과 함께 오는 것이 요즘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유는 묻지 말아 주고, 지금 내 부인의 방에
남자 하나만 넣어 줄 수 없겠나? 이왕이면 잘생기고 건장한 청
년으로 말이야."
"네엣??"
사내의 이야기를 들고 성일은 깜짝 놀랐다. 자기 부인에게 다
른 남자를 넣어서 대낮에 정사를 벌이게 하다니... 성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이보세요 손님? 그게 무슨 말씀이 신지 이해가 안 가
는군요. 혹시 농담을 하시는 건 아닌지..."
"아니, 농담이 아니라네. 내가 비정상이거나 미친것도 아니고
사이코나 변태는 더 더욱 아니지. 거기에는 정말 말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네. 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니 이유는 묻지 말아 주
게."
"그러시면서 굳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어때 가능하겠나?"
남자를 불러 준다는 것이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성일로서는 참으로 호기심이 이는 일이었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온 성일은 미스터 조를
불러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어떻게 그런 이상한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그러기에 말이야. 가정은 두 가지를 해볼 수가 있겠는데.."
"두 가지요?"
"그렇지. 남자가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든지 아니
면 남자가 바람을 피워서 부인이 이런 식으로 복수와 용서를 하
려는 그 두 가지 말이야."
"일리가 있긴 한데 두 번째는 그렇다 치고 남의 정자를 사서
하는 인공 수정이야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병원에서 그러면 기록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고 또 비용이 비쌀 수도 있잖는가?"
"흥, 그 말이 맞군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저 사내는 진심으로
내게 부탁을 했어. 도의적으로 치자면 잘못 일수도 있지만 저
사내의 입장에서 보면 긴박하고 절박한 처지의 구원이 될 수도
있다고 봐. 어때 자네가 이 일을 맡아 주게?"
그러면서 성일은 슬쩍 미스터 조의 얼굴을 처다 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은 빨갛게 홍당무로 변했다.
"뒤 탈이 없을지 모르겠군요."
"싫다는 말은 아니군. 잘 생각했어. 우리 집에서 건장하고 잘
생긴 사람은 자네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 미스터 조는 사내의 부인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
로 사내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들어갔고 사랑하는 부인을 다
른 사내의 품으로 떠나 보낸 남편은 줄담배를 계속해서 꼬나 물
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인의 방으로 들어간 미스터 조는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질 않았다. 애가 탄 것은 비단 남편뿐만이
아니라 성일도 마찬가지 였다. 계속해서 시계만 바라보며 애타
게 부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내의 모습이 갈수록 안쓰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한 시간 반이 되어서야 미스터 조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프런트로 내려왔다. 뒤이어 고개를 숙인 여인이 내려왔
고 기다리던 그녀의 남편은 서둘러 그녀를 대리고 밖으로 나갔
다.
"이봐, 미스터 조! 상황이 상황인데 빨리 나와야지.사람이 어
째 그 모양인가?"
성일이 워낙 오랫동안 시간을 끌다가 나왔는지라 성일은 기분
이 언짢았다.
그러나 다음 미스터 조의 대답은 더 걸작이었다.
"말도 마세요. 전들 빨리 나오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아니, 그럼?..."
"참, 그 여자 대단한 여잡니다.도무지 그들 두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그래, 뭐 이유라도 좀 알아냈나?"
"그 여자 말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대단한 여자
였습니다. 빨리 일을 끝내고 나가려고 하는데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저를 붙잡지 뭡니까?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까지 여러 여자를 알아 왔지만 정말 그런 여자는 처음이었어
요."
"뭐라고? 별 요지경 같은 일도 다 있군. 그런데 말이야, 그들
부부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후후.. 그거야 그들 두 부부만이 알 수 있겠죠."
주).91년에 있었다는 실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