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8화 (18/24)

                   제 15화: 新 씨받이.

       남자는 연속으로 줄담배를 피워 댔다.

       자신의 부인이 모텔의 남자 종업원과 합께 방으로 들어 간 후

     삼 십분 남짓한 시간을 연속해서 줄곧 담배만 잡고 있었다.

       그 이상한 남자와 여자가 모텔 불야성의 문을 열고 들어선 것

     은 오후 두 시가  좀 넘은 시각, 비교적 손님이 뜸한 한가한 시

     간이었다.

       남자는 서른 중반을 넘긴  나이에 비교적 말쑥하게 양복을 차

     려 입고 있었고 여인은 서른 초반의 나이에 비교적 미인형의 얼

     굴을 하고 있었다.

       그들이 다른 여느  손님들과 다른 이상했던 점은  둘 다 얼굴

     표정이 굳어  있었다는 점이며 특히  남자의 표정은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별 이상한  부부도 다 있구나 생각을 하며 그들을 객

     실로 안내를 하고 내려온 미스터 조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야?"

       그런 미스터 조의 표정을  보고 프런트를 지키던 성일이 한마

     디를 던졌다.

       "글쎄요. 좋은 일(?)하러 왔으면서 두 사람이 왜 그렇게 불안

     한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혹시 쫓기는 사람들이 아닐

     까요?"

       "그런지도 모르지.잘 지켜보라구. 요즘 어디 이상한 사람들이

     한둘이어야지..."

       그러나 두 사람의 의문은 잠시  후에 풀렸다. 객실에  부인을

     남겨 둔 남자가 성급히 프런트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는 다짜

     고짜 성일을 붙들고 조용히 할 얘기가 있노라고 했다.

       남자의 표정이 워낙 진지했던  터라 성일은 잠시 프런트를 비

     우고 남자와 함께 빈 객실로 들어갔다.

       "부탁이 있네."

       방으로 들어가기 무섭게 사내는 담배를 꺼내 들며 말했다.

       "무슨?..."

       "먼저 이유는 묻지 말고  이 일을 절대 비밀로 해주겠다는 약

     속을 해 주게."

       사내가 초조한 표정으로 다시 말했다. 이마에는 연신 땀이 흘

     러내리고 있었다.

       "그럼요. 걱정하지 마시고 무슨 일인지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

     시죠?"

       "듣기에 따라서는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나와 같

     이 들어와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여인은 실은 내  부인이라네.

     하긴 이런 곳에  부인과 함께 오는 것이  요즘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이유는 묻지 말아 주고, 지금 내 부인의 방에

     남자 하나만 넣어 줄  수 없겠나? 이왕이면 잘생기고 건장한 청

     년으로 말이야."

       "네엣??"

       사내의 이야기를 들고 성일은 깜짝 놀랐다. 자기 부인에게 다

     른 남자를  넣어서 대낮에 정사를 벌이게 하다니... 성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가질 않았다.

       "아니, 이보세요 손님?  그게 무슨 말씀이 신지 이해가 안 가

     는군요. 혹시 농담을 하시는 건 아닌지..."

       "아니, 농담이 아니라네. 내가 비정상이거나 미친것도 아니고

     사이코나 변태는  더 더욱 아니지. 거기에는 정말 말하기  힘든

     이유가 있다네. 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니 이유는 묻지 말아 주

     게."

       "그러시면서 굳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지. 어때 가능하겠나?"

       남자를 불러 준다는 것이 사실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성일로서는 참으로 호기심이 이는 일이었다.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밖으로 나온 성일은 미스터 조를

     불러 자세한 상황을 이야기했다.

       "어떻게 그런 이상한 일이 있을 수가 있습니까?"

       "그러기에 말이야. 가정은 두 가지를 해볼 수가 있겠는데.."

       "두 가지요?"

       "그렇지. 남자가 아기를 가지지 못하는 문제가 있다든지 아니

     면 남자가 바람을 피워서 부인이 이런 식으로 복수와 용서를 하

     려는 그 두 가지 말이야."

       "일리가 있긴 한데 두  번째는 그렇다 치고 남의 정자를 사서

     하는 인공 수정이야 병원에서도 할 수 있는 일 아닙니까?"

       "그렇기도 하지만  병원에서 그러면  기록이 남는다는 단점이

     있을 수 있고 또 비용이 비쌀 수도 있잖는가?"

       "흥, 그 말이 맞군요.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도의에 어긋나는 일이기는  하지만 지금 저 사내는 진심으로

     내게 부탁을  했어. 도의적으로 치자면 잘못 일수도 있지만  저

     사내의 입장에서 보면 긴박하고  절박한 처지의 구원이 될 수도

     있다고 봐. 어때 자네가 이 일을 맡아 주게?"

       그러면서 성일은 슬쩍 미스터 조의 얼굴을 처다 보았다. 순간

     그의 얼굴은 빨갛게 홍당무로 변했다.

       "뒤 탈이 없을지 모르겠군요."

       "싫다는 말은 아니군. 잘 생각했어. 우리 집에서 건장하고 잘

     생긴 사람은 자네밖에 없으니까..."

       그렇게 해서 미스터 조는  사내의 부인이 기다리고 있는 방으

     로 사내의 간곡한(?) 부탁을 받아 들어갔고 사랑하는 부인을 다

     른 사내의 품으로 떠나 보낸 남편은 줄담배를 계속해서 꼬나 물

     며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여인의  방으로 들어간 미스터 조는 한

     시간이 넘도록  나오질 않았다. 애가  탄 것은 비단 남편뿐만이

     아니라 성일도 마찬가지  였다. 계속해서 시계만 바라보며 애타

     게 부인이 나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내의 모습이 갈수록 안쓰럽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기를 한 시간 반이  되어서야 미스터 조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프런트로 내려왔다.  뒤이어 고개를 숙인 여인이 내려왔

     고 기다리던 그녀의 남편은  서둘러 그녀를 대리고 밖으로 나갔

     다.

       "이봐, 미스터 조! 상황이 상황인데 빨리 나와야지.사람이 어

     째 그 모양인가?"

       성일이 워낙 오랫동안 시간을 끌다가 나왔는지라 성일은 기분

     이 언짢았다.

       그러나 다음 미스터 조의 대답은 더 걸작이었다.

       "말도 마세요. 전들 빨리 나오고 싶지 않았겠습니까?"

       "아니, 그럼?..."

       "참, 그 여자 대단한 여잡니다.도무지 그들 두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단 말입니다."

       "그래, 뭐 이유라도 좀 알아냈나?"

       "그 여자 말입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무튼 대단한 여자

     였습니다. 빨리 일을 끝내고 나가려고 하는데 잠시도 틈을 주지

     않고 저를 붙잡지  뭡니까? 힘들어서 죽는 줄 알았습니다. 지금

     까지 여러  여자를 알아  왔지만 정말 그런  여자는 처음이었어

     요."

       "뭐라고? 별 요지경 같은 일도 다 있군. 그런데 말이야, 그들

     부부의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후후.. 그거야 그들 두 부부만이 알 수 있겠죠."

       주).91년에 있었다는 실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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