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풍자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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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호텔 이야기■
☞열 번째 이야기: 귀신과의 정사(情事)下.
민수는 용기를 낸 김에 더 내어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아 보았
다. 놀랍게도 여인은 민수의 손을 끌어 그녀의 허리춤으로 가져갔
다. 젠장, 나보다 더 급하시군...에라 모르겠다. 민수는 여인을 들
어 침대로 눕히고는 성급히 잠옷을 풀어 내렸다. 여인은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민수를 더욱 끌어 당겼을 뿐
이다. 민수는 거의 폭팔 직전의 풍선처럼 숨이 막혀 왔으나 프로
답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한 번으로 끝내기엔 여인의 미모가
너무 서늘하도록 아름다웠던 때문이다. 민수는 서서히 여인의 몸
을 쓸어 내렸다. 야구공을 뿌릴 때와는 다른 또 다른 기술이었다.
갑자기 섬짓, 그 이상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민수를 스친 것은
그로부터 불과 오분 후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몸 아래에서
신음을 토하고 있는 여자가 자꾸 영화 화면처럼 흐릿하게 포개져
보인 것이었는데 민수는 처음에는 그것이 자신이 마신 술 때문인
줄 알았다. 더욱 더 이상한 것은 여인의 얼굴이 지나치게 창백했
다는 것과 눈동자가 초점이 전혀 없이 멍하니 떠져 있다는 점이었
다. 거기에다가 자신의 허리를 꼭 잡고 풀어 주지 않는 강한 힘은
또 무엇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민수는 조심스레 여인의 눈치
를 살피며 묻고 말았다.
"그런데 아가씨 몸이 왜 이리 찬지 모르겠군요. 밖에서 비를 맞
고 이제껏 헤매다 온 사람 같으니..."
거기 까지 생각한 민수의 머리에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 몸이 차다는 것은...그래, 마치 얼음처럼 냉기가 가시질 않는
다. 혹시...민수는 온 힘을 다하여 여인을 밀쳤다. 갑자기 머리가
쭈뼛해지고 소름이 돋아 올랐다.
"후후.. 날 버리고 어딜 가려고... 이미 늦었네..."
여인이 갑자기 팔에 힘을 주며 민수를 꼭 끌어 않았다. 어떻게
나 그 힘이 강했던지 민수의 발버둥은 헛된 것이 돼 가고 있었다.
"날 버리고 못 간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널 죽여 버리겠어..."
그녀는 몸을 바꾸어 민수의 몸 위에 걸터앉더니 갑자기 힘껏 민
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잠시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곧 숨이 가물가물 해지는 것으로 보아 꿈은 분명코 아니었
다. 민수는 마지막 힘을 모아 살려 달라고 힘껏 소리치기 시작했
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찰나, 갑자기 밖
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 왔다.
"이봐! 박민수. 무슨 일이야? 대체 왜 그래...문열어 문!"
순간 여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갔다.
"이런... 하필이면... 거의 다 되었는데..."
밖에서는 종업원이 달려 왔는지 비상키를 이용해 문 여는 소리
가 들려 왔다. 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잠시 문 밖을 바라보더니
훌쩍 창문 밖으로 뛰어 내렸다.
"귀신... 귀... 귀신..."
말을 잊지 못하고 부들거리고 있는 민수를 바라보며 뛰어 들어
온 동료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젠장. 꿈을 꾼 거겠지. 도심 한복판 호텔 방에 귀신은 무슨..."
"이봐! 박민수 자네 혹시 몽유병 있는 것 아니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물로 목을 축인 민수가 입을 열었다.
"정말 귀신이었습니다. 차가운 얼굴에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얼
굴이었죠. 처음에는 저곳 탁자에 앉아서 둘이 맥주를 마셨었는데
침대로 가서 일을 시작하려 하자 갑자기 제 목을 조이더니 창문으
로 훌쩍 뛰어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앗! 이건..."
팀의 주전 포수인 B가 갑자기 유리컵 잔을 들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이건 틀림없는 여자의 입술 자국 같은데... "
"그래요. 우린 캔 맥주를 따서 유리잔에 부어 몇 잔을 마셨죠.
그녀는 한 잔인가 빼고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지만..."
정말로 탁자 위에는 누가 보아도 두 사람이 앉아서 술울 마신
흔적이 역력했다.
"혹시 그녀가 앉았던 자리가 이쪽 창가 쪽이 아니었나?"
"예 맞아요. 그녀는 그쪽에 있었죠. 저는 이 쪽에 앉았고.."
"그럼, 자네 말처럼 귀신이 틀림없네. 이쪽을 보십시요?"
B는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리는 좌중을 둘러보며 귀
신이 앉았다는 의자 밑을 가리켰다.
"여기... 틀립없이 귀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귀신은 술을 마시지
못했죠. 우리와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에네르기 같은 환영이었을
테니까."
의자 밑에는 그냥 쏟아 부어진 듯한 맥주로 인하여 흥건하게 젖
어 들고 있었다.
며칠 뒤, 죽은 영혼을 불러내어 구명 시식을 잘 하기로 이름난
C모 법사가 호텔로 찾아와 구명 시식을 하며 그 여자 귀신을 불
러내었다. 그녀는 약 7년 전에 그 방에서 남자 문제로 인하여 창
문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한 여인의 귀신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갑
작스런 죽음으로 인하여 한을 풀지 못하고 차원을 넘어 자신의 죽
은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구명 시식 이후로 그녀가 계
속 나오는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교회 목사님이 들으시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시겠지만 이
것은 엄연히 사실로 일어난 일이다. 작년 여름에 일어난 이 사건
을 아마 기억하는 독자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정사 신은 글쓴
이 임으로 꾸민 픽션임을 밝히고 싶다. 실제로는 호텔 복도에서
주로 목이 없는 형태로 귀신은 자주 목격되었다고 한다. 구명 시
식을 한 것도 사실이다.
내리 글 쓴 김에 말 좀 해야겠다. (물론 일부 성실하신 성직자
나 목사님들께는 죄송스럽지만..) 일부 교회에서는 이런 귀신의 일
을 무조건 사탄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교회만이 구원 운운하는데
참으로 웃기는 일임을 독자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요한 계시록
에 그런 말이 있다.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이다음 심판의 날에 자
신의 구원을 받을 지파는 십사만 사천 기독교 지파 가운데 오직
하나가 될 것이라고... 요한 계시록이 잘못된 사본이라면 별 문제
가 없지만 만약 정본이라면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이다. 교회들은
저마다 자신의 종파가 유일 인양 떠들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교회
는 사탄이 이미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 만큼 참된 종교
는 찾기에 드물어졌다. 지금 문 밖의 십자가를 보라...물론 작은
개척 교회들도 수두룩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이 기부금을 모아서
오직 궁궐처럼 자신의 성전만 크게 짓는 데에 돈을 물쓰듯하고 있
다. 심지어는 온통 한 장에 수십 만원 호가하는 이태리째 수입 대
리석으로 교회를 짓고 좋아하는 자들도 보았다. 그 돈이면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빵을 구할 돈인데 말이다. 그것은 곧 그 교회가
이미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그 교회에
나가 신자들이 배우는 것은 사탄의 물욕뿐이다.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물론 절도 썩은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요다음 룸싸롱과 호
텔을 밥먹듯이 드나드는 돈 많은 절 스님네들의 이야기를 올릴 때
언급하겠다.
독자 여러분만이라도 정확히 판단을 하시고 어디를 다녀도 다니
세요. 좋은 곳이 다 좋은 곳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손을 떠난 힘들
게 번 돈 한푼이 악마를 살찌우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악마는 모습
이 없습니다. 바로 여러분 개개인 마음속에 깃드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