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24)

       [시리즈 풍자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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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호텔 이야기■

       ☞열 번째 이야기: 귀신과의 정사(情事)下.

       민수는 용기를  낸 김에 더 내어 살며시 그녀의 손을  잡아 보았

     다.  놀랍게도 여인은 민수의 손을 끌어 그녀의 허리춤으로 가져갔

     다. 젠장, 나보다 더 급하시군...에라 모르겠다. 민수는 여인을 들

     어 침대로 눕히고는 성급히 잠옷을 풀어  내렸다. 여인은 반항하지

     않았다. 오히려 거친  숨소리를 내며 민수를 더욱 끌어  당겼을 뿐

     이다. 민수는 거의  폭팔 직전의 풍선처럼 숨이 막혀  왔으나 프로

     답게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한  번으로 끝내기엔 여인의  미모가

     너무 서늘하도록 아름다웠던  때문이다. 민수는 서서히 여인의  몸

     을 쓸어 내렸다. 야구공을 뿌릴 때와는 다른 또 다른 기술이었다.

       갑자기 섬짓,  그 이상하다는 생각이  불현듯 민수를 스친  것은

     그로부터 불과 오분 후의 일이었다. 처음에는  자신의 몸 아래에서

     신음을 토하고 있는 여자가  자꾸  영화 화면처럼 흐릿하게 포개져

     보인 것이었는데 민수는 처음에는  그것이  자신이 마신 술 때문인

     줄 알았다. 더욱  더 이상한 것은 여인의 얼굴이  지나치게 창백했

     다는 것과 눈동자가 초점이 전혀 없이 멍하니  떠져 있다는 점이었

     다. 거기에다가 자신의 허리를 꼭 잡고 풀어  주지 않는 강한 힘은

     또 무엇인가?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민수는 조심스레 여인의 눈치

     를 살피며 묻고 말았다.

       "그런데 아가씨 몸이 왜 이리 찬지  모르겠군요. 밖에서 비를 맞

     고 이제껏 헤매다 온 사람 같으니..."

       거기 까지  생각한 민수의 머리에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가만 몸이 차다는 것은...그래, 마치 얼음처럼 냉기가 가시질 않는

     다. 혹시...민수는  온 힘을 다하여 여인을 밀쳤다. 갑자기 머리가

     쭈뼛해지고 소름이 돋아 올랐다.

       "후후.. 날 버리고 어딜 가려고... 이미 늦었네..."

       여인이 갑자기 팔에 힘을 주며 민수를 꼭 끌어  않았다.  어떻게

     나 그 힘이 강했던지 민수의 발버둥은 헛된 것이 돼 가고 있었다.

       "날 버리고 못 간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널 죽여 버리겠어..."

       그녀는 몸을 바꾸어 민수의 몸  위에 걸터앉더니 갑자기 힘껏 민

     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잠시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곧 숨이 가물가물 해지는 것으로 보아 꿈은  분명코 아니었

     다. 민수는 마지막  힘을  모아 살려 달라고 힘껏 소리치기 시작했

     다.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찰나,  갑자기 밖

     에서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들려 왔다.

       "이봐! 박민수. 무슨 일이야? 대체 왜 그래...문열어 문!"

       순간 여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해 갔다.

       "이런... 하필이면... 거의 다 되었는데..."

       밖에서는 종업원이  달려 왔는지  비상키를 이용해 문 여는 소리

     가 들려 왔다.  그녀는 억울한 표정으로 잠시 문  밖을 바라보더니

     훌쩍 창문 밖으로 뛰어 내렸다.

       "귀신... 귀... 귀신..."

       말을 잊지 못하고  부들거리고  있는 민수를 바라보며 뛰어 들어

     온 동료 선수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젠장. 꿈을 꾼 거겠지. 도심 한복판 호텔 방에 귀신은 무슨..."

       "이봐! 박민수 자네 혹시 몽유병 있는 것 아니야?"

       겨우 정신을 차리고 물로 목을 축인 민수가 입을 열었다.

       "정말 귀신이었습니다.  차가운 얼굴에 처절하도록  아름다운 얼

     굴이었죠. 처음에는 저곳  탁자에 앉아서 둘이 맥주를  마셨었는데

     침대로 가서 일을 시작하려 하자  갑자기 제 목을 조이더니 창문으

     로 훌쩍 뛰어 내리는 것이었습니다."

       "앗! 이건..."

       팀의 주전 포수인 B가 갑자기  유리컵  잔을 들고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이건 틀림없는 여자의 입술 자국 같은데... "

       "그래요. 우린  캔 맥주를 따서 유리잔에 부어 몇 잔을 마셨죠.

     그녀는 한 잔인가 빼고는 거의 입에 대지 않았지만..."

       정말로 탁자  위에는  누가 보아도 두 사람이  앉아서 술울 마신

     흔적이 역력했다.

       "혹시 그녀가 앉았던 자리가 이쪽 창가 쪽이 아니었나?"

       "예 맞아요. 그녀는 그쪽에 있었죠. 저는 이 쪽에 앉았고.."

       "그럼, 자네 말처럼 귀신이 틀림없네. 이쪽을 보십시요?"

       B는 어느새 사람들이 모여들어 웅성거리는  좌중을  둘러보며 귀

     신이 앉았다는 의자 밑을 가리켰다.

       "여기... 틀립없이 귀신이 있었어요. 하지만 귀신은 술을 마시지

     못했죠. 우리와는 엄연히  다른 차원의 에네르기 같은  환영이었을

     테니까."

       의자 밑에는 그냥 쏟아 부어진 듯한  맥주로 인하여 흥건하게 젖

     어 들고 있었다.

       며칠 뒤, 죽은  영혼을 불러내어 구명 시식을 잘  하기로 이름난

     C모 법사가 호텔로  찾아와 구명 시식을  하며 그 여자  귀신을 불

     러내었다. 그녀는 약  7년 전에 그 방에서 남자 문제로  인하여 창

     문으로 뛰어내려 자살을 한 여인의 귀신이었던  것이다. 그녀는 갑

     작스런 죽음으로 인하여 한을 풀지 못하고  차원을 넘어 자신의 죽

     은 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었는데  그 구명 시식  이후로 그녀가 계

     속 나오는지는 알아보지 못했다.

       교회 목사님이 들으시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하시겠지만 이

     것은 엄연히 사실로  일어난 일이다. 작년 여름에 일어난  이 사건

     을 아마 기억하는 독자 분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정사 신은 글쓴

     이 임으로  꾸민 픽션임을 밝히고  싶다. 실제로는 호텔  복도에서

     주로 목이 없는  형태로 귀신은 자주 목격되었다고 한다.  구명 시

     식을 한 것도 사실이다.

       내리 글 쓴  김에 말 좀 해야겠다. (물론  일부 성실하신 성직자

     나 목사님들께는 죄송스럽지만..) 일부 교회에서는 이런 귀신의 일

     을 무조건  사탄으로 규정하며 자신의  교회만이 구원  운운하는데

     참으로 웃기는 일임을 독자들은 반드시 알아야  한다. 요한 계시록

     에 그런 말이 있다. 하나님의 말씀 가운데  이다음 심판의 날에 자

     신의 구원을 받을  지파는 십사만 사천 기독교  지파  가운데 오직

     하나가 될 것이라고...  요한 계시록이 잘못된 사본이라면 별 문제

     가 없지만 만약  정본이라면 심각하게 생각할 문제이다.  교회들은

     저마다 자신의 종파가 유일  인양 떠들지만  실제로 대부분의 교회

     는 사탄이 이미 지배하고 있다는 주장도 있다.  그 만큼 참된 종교

     는 찾기에  드물어졌다. 지금 문 밖의  십자가를 보라...물론 작은

     개척 교회들도 수두룩하지만  대부분의 교회들이 기부금을  모아서

     오직 궁궐처럼 자신의 성전만 크게 짓는 데에 돈을  물쓰듯하고 있

     다. 심지어는 온통 한 장에 수십 만원  호가하는 이태리째 수입 대

     리석으로 교회를 짓고 좋아하는 자들도 보았다.  그 돈이면 수많은

     가난한 사람들이 빵을  구할 돈인데 말이다. 그것은 곧  그 교회가

     이미 사탄의  지배를 받고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그  교회에

     나가 신자들이 배우는  것은 사탄의 물욕뿐이다. 참으로  안쓰러운

     일이다. 물론 절도 썩은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요다음 룸싸롱과 호

     텔을 밥먹듯이 드나드는 돈 많은 절 스님네들의  이야기를 올릴 때

     언급하겠다.

       독자 여러분만이라도 정확히 판단을 하시고  어디를 다녀도 다니

     세요. 좋은 곳이 다 좋은 곳은 아닙니다. 여러분의 손을 떠난 힘들

     게 번 돈 한푼이 악마를 살찌우게 할  수도 있습니다. 악마는 모습

     이 없습니다. 바로 여러분 개개인 마음속에 깃드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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