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소설]
||||||||||||||♥러브호텔에서 생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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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이야기: 남편을 찾아라
서른 중반쯤 되어 보이는 중년 부인 하나가 다급한 표정으로 모텔
불야성의 문을 밀치고 들어섰다.
새벽 여섯 시, 뿌옇게 콘크리트 빌딩 숲을 헤치고 아침 여명이 밝아
올 시각이었다.
부인은 이목구비가 뚜렷한 꽤 미인형의 얼굴이었지만 무언가에 쫓기
듯 계속 해서 안절부절못한 모습이었다.
당직 근무 중이던 성일이 깜짝 놀라 졸린 눈을 비비며 부인에게 물
었다.
"어서 오세요 손님,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잠시 가쁜 숨을 몰아쉬던 부인은 물을 한 컵 청한 후에 떨리는 목소
리로 입을 열었다.
"여... 여기가 불야성이 틀림없죠?"
"네, 맞습니다만..."
"저.. 아저씨 부탁입니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난데없는 부인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성일은 다시 물었다.
"손님, 진정하시고 말씀을 해 보세요. 도대체 무엇을 도와 달라는
말씀이신 지요."
"지금 혹시 손님 중에 강혜숙이란 여자가 있는지 확인 좀 해 주시겠
어요. 아마 307호실 일거예요."
"확인이야 어려울 거 없겠지만 그 전에 자초지종을 말씀해 주셔야
죠. 저희가 무턱대고 손님들을 알려 드릴 순 없잖습니까? 저희에게도
어느 정도 손님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잖아요."
"흐흑... "
잠시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끼던 부인이 잠시 후 자세한 이야기를 시
작했다.
부인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자기 남편이 직장을 핑계로 사흘이 멀
다 하고 외박을 하며 다른 여자와 바람을 피운다는 것이었다. 그것을
눈치 챈 부인이 이혼할 것을 요구하자 오히려 증거를 대라며 부인을
구타하고 의처증으로 몰아 세웠다. 할 수 없이 증거를 찾으려 전화기
에 도청 장치도 해 보고 사람을 시켜 남편의 뒤도 밟아 보았지만 워낙
주도 면밀한 성격의 남편은 그때마다 교묘하게 추적을 빠져나갔다. 그
러기를 석 달 째 되던 어제 오후, 드디어 남편의 꼬리가 잡혔다. 우연
찮게 남편의 삐삐 비밀 번호를 알아내는 데 성공을 한 것이다.
어제 오후, 남편은 지방 출장을 간다며 아직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고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묘령의 여인이 남편의 삐삐메시지에 음성
녹음을 남긴 것이다.
"그래, 뭐라고 녹음이 되어 있었던가요?"
궁금해진 성일이 재차 물었다. 그럴수록 부인의 모습이 참으로 측
은해 보였다.
"새벽 네시쯤 일겁니다. 이 여관 307호실에서 기다린다는 메시지 였
어요. 그 강혜숙 이라는 여자, 이미 짐작은 했던 여자죠. 남편과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여자거든요. 각본대로 라면 교활한 남편은 지방에서
새벽에 서울로 올라와 곧장 이리로 달려올 겁니다."
그러면서 부인은 멍 투성이인 몸의 상처들을 보여 주었다.
"이게 다 그놈한테 의처증이라고 얻어맞은 상처들이에요. 꼭 좀 도
와주세요. 이번에도 현장을 잡지 못하고 놓친 다면 저와 아이들은 끝
장이랍니다."
"숙박계를 보니 307호실에 강혜숙이란 여자가 틀림없이 묵고 있군
요. 그런데 부인 혼자 힘으로 어떻게 하시겠어요?"
"제 남편은 상상외로 교활한 인간입니다. 조금만 이상해도 자릴 떠
버리기 때문에 몇 번이나 현장을 놓쳤지요. 남편은 한 번 갔던 여관에
두 번 다시 가는 일이 없을 정도로 철두철미한 성격의 소유잡니다. 저
는 사람들과 멀리서 기다릴 테니 남편이 들어가면 곧바로 제게 호출을
해 주세요. 그러면 제가 사람들을 데리고 곧 달려올 겁니다."
그러면서 부인은 자신의 호출 번호와 함께 남편의 사진을 내밀었다.
"그렇게 하지요. 너무 걱정 마세요. 잘 될 겁니다."
부인이 사라지자 성일은 잠시 딜레마에 빠져들었다.
만에 하나 부인의 말이 거짓이라면... 더구나 종업원은 일단은 자신
의 여관에 묵은 손님을 보호해야 할 일차적인 책임이 있지 않은가. 더
구나 업주는 시끄러운 일이 생기고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일은 절대로
원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내 온 몸이 멍 투성이인 부인의 애절한 눈빛이 떠올랐다.
적어도 부인의 눈은 진실을 말하고 있었다.
두시간여 긴장된 시간이 흐르고 아침 아홉시가 조금 못 되어 드디어
그 문제의 남편이 여관 문을 조심스레 밀치고 들어섰다.
"손님! 누굴 찾아 오셨습니까?"
식은땀이 흘렀으나 태연한 얼굴로 성일이 물었다.
"307호 갑니다."
남자가 짧고 굵은 바리톤 음으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답했다.
남자가 사라지자 종업원 성일은 서둘러서 부인의 호출 번호를 눌렀
다. 000번, 그것은 남자가 나타났다는 부인과의 약속된 암호 였다.
잠시 후, 오분이 채 못되어 사복 차림의 경찰관 두명을 데리고 부인
이 나타났다. 작은 카메라를 손에 든 부인의 두 손은 자꾸만 떨리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누구보다도 사랑해서 지구상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단 한 사람의 인연으로 맺어진 인연이리라. 그러나 그 사랑이 자식까
지 낳은 마당에 차가운 배신이라는 이름으로 돌아서고 있을 때에 부인
의 심정은 어떠했으랴. 더군다나 다른 여자와 부둥켜안고 침대를 뒹굴
고 있을 그 현장을 눈으로 확인해야 하는 이 마당에.
분노에 와들와들 떨고 있는 부인을 대신하여 대동한 경찰관이 차분
히 307호실의 문을 두드렸다.
"실례합니다. 잠시 인검이 있겠습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잠시의 시간이 흐르고 안에서 앙칼진 여자의 음성이 들려 왔다.
"누구세요?"
하지만 대답 속에는 분명히 두려움이 섞여 있었다.
"네, 인검 중인 경찰관입니다. 문 좀 열어 보세요."
곧이어 문이 열리고 서른쯤 되어 보이는 여자 하나가 급히 겉옷만
껴입은 채로 얼굴을 내밀었다.
"저리 비켰! 이 더러운 년!"
남편과 함께 있는 새파란 여자를 보자 분노가 치민 부인이 여자의
몸을 밀치며 방안으로 뛰어 들었다. 곧 이어 경찰들도 뒤를 따랐다.
"앗! 어떻게 된 일이지?"
부인이 먼저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어찌된 영문인지 방안은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남자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보이지가 않았다.
모두가 어리둥절해 할 무렵, 문 한 켠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있던
여자가 조소를 흘리며 말했다.
"흥, 뭣들 하는 거죠? 경찰이면 답니까? 민주 경찰은 이렇게 남의
방에 함부로 들어와도 되는 건가 보죠. 어서 썩 들 나가세요!"
당황한 경찰관이 종업원들의 얼굴만 처다보았다.
"어떻게 된 거야?"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금방 307호실로 올라 간 사내가 감쪽
같이 사라지다니.
그러나 물러설 경찰이 아니었다.
"이봐요 아가씨! 시치미 뚝 때면 모를 줄 알고, 이거 왜 이래.다 알
고 왔는데. 도대체 어디로 도망간 거야?"
"마음대로 하세요. 만약 증거를 찾지 못하면 불법 침입 죄로 모두를
고소하겠어요."
너무나도 당당한 여자의 태도 였는지라 모두들 엉거주춤 방을 나왔
다.
"이봐! 잘못 짚은 것 아냐?"
"아닙니다. 틀림없이 사진 속의 그 남자 였어요. 307호실로 간다고
까지 말했는걸요."
"젠장,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바로 그때였다. 방에서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 소리가 울림과 동시에
무엇인가 둔탁한 것이 땅으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왔다.
"앗! 창문입니다. 빨리 밖으로 나가세요."
짚이는 데가 있는 듯 성일이 소리쳤다.
아니나 다를까. 밖으로 달려나온 일행은 모두들 놀라며 얼굴을 가렸
다. 창 밖 여관 건물 앞 화단 위에는 아까의 그 남자가 의식을 잃고
거꾸로 처박혀 있었다.
경찰과 부인이 간통의 현장을 덮친 순간, 당황한 그 남편은 창문 밖
으로 몸을 숨겼고 베란다에 매달려 있다가 힘에 겨워 밑으로 추락했던
것이다.
다행이 떨어진 곳이 콘크리트가 아닌 화단이었던지라 남자는 다리가
부러지고 두어 군데 찰과상을 입은 것으로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 이후, 두 부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헛된 한 순간의 욕망이 초래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빌려 유부남 유부녀와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충고를 해 주고 싶다.
자기 남편이나 부인 몰래 다른 사람과 한 순간 피워 올리는 불장난
은 자칫 스릴 있고 쾌감이 따를 지언정 입장을 바꾸어서 자기의 부인
이나 남편이 바람을 피운다면 그 심정이 어떻겠는가를...
결코 아무렇지도 않게 무덤덤할 수는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