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24)

     [시리즈 소설]

     |||||||||||||||||||||||♥러브호텔에서 생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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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둘째 이야기: 비극의 아버지와 딸

     날씨는 구즐구즐 오후부터 쉬지 않고 가을비가 흩뿌리고 있었다.

     "제기랄,  이놈의 날씨가 또 술생각을 하게 만드는구먼."

     퇴근을 위해 양복  상의를 챙겨 입던 김과장은  사무실 창문 너머로

   뿌옇게 흐려 있는 서울 하늘을 바라보며 투덜거렸다.

     "과장님! 퇴근 안하세요?  저희들 먼저 들어갈께요."

     느그적 거리는 과장의 동작을 못 기다리겠다는 듯 여직원인  미스백

   과 미스홍이 먼저 조르륵 사무실의 문을 열고 달려나갔다.

     "쯧쯧,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어서 탈이라니까."

     김과장은 다소 불쾌한  듯 그녀들이 분별없이 풍기고  간 독한 향수

   냄새의 뒤를 핥으며 사무실을 나왔다.

     "어이, 김과장! 날씨도 그런데 한잔 안 하려나?"

     마찬가지로 퇴근을 하다가 복도에서 마주친 영업부 민부장이 어깨를

   툭 치며 말을 건넸다.

     "아 아닙니다. 민부장님, 오늘이 마침 마누라 생일날 이라서요."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김과장은  자기 자신이 그렇게 능숙하게 거짓

   말을 하고 있음에 놀랐다.

     "아- 그래, 그렇다면야 할 수 없지. 대머리라도 꼬셔 보는 수밖에."

     대머리라 불리우는 영업2부 신과장은 나이 사십을 갓 넘긴 나이답지

   않게 전직 모 대통령처럼  대머리가 일찌감치 벗어진 민부장의 유일한

   술 파트너 였다.

     "흥흥, 한참을 젊고 혈기 왕성할 나이를 술로 보내다니...쯧쯧 불쌍

     하도다."

     저만치 사라지는  민부장을 바라보며 김과장은  흘흘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김과장의  머릿속엔 이미 오늘을 멋지고 황홀하게 보낼 훌륭

   한 프로젝트가 완벽하게 계획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저런 생각들을 하던 그는 잠시 집에서 바가지를 들고 용감무쌍

   하게 안방을 지키고 있는 푹 퍼진 마누라를  떠올렸다. 지금부터 추진

   해야 할 자신의 프로젝트에 대한 일면의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을까.

     그래도 시집 올  때만 하여도 예쁘다는 소리를  숱하게 듣던 그녀였

   다. 그러던 것이 굴비 새끼처럼 세 딸을 줄줄이 낳아 버리더니 이제는

   아예 몸매 따위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고구마 자루처럼 푹 퍼져 버린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식욕만 왕성했으면 별 문제가 될 것이 없었지

   만 밤의 욕구는 그것 이상으로 왕성하여 늘상 김과장을 의무 방어전으

   로 내몰았다.

     "크~ 지겨운 놈의 마누라."

     회사를 한참을 벗어나 한적한  골목에서 택시를 내린 김과장은 전에

   도 두어 번은 왔을 법한  능숙한 폼으로 근처의 포장마차를 찾아 들었

   다.

     "어머머 김사장님 오셨네. "

     자신이 꽃다운 시절부터 청상  과부 였다고 누누이 강조하던 오십대

   의 포장마차 여주인이 그런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아는 채를 했다.

     우연히 포장마차를 찾았던 어느날 작은 중소기업의 사장이라고 자신

   을 소개했던  것인데 그녀는  그 말을 진짜로 알아들은 모양  이었다.

   하지만 듣기에 그리 기분 나쁘지는 않았다. 기실 이런 곳 아니면 언제

   말년 오십 줄을 바라보는 과장이 사장님 소리를 들어보랴 만.

     "그래, 김천댁은 자식도 없이 내내 혼자 살었수."

     그의 단골매뉴인 소수 한 병에 골뱅이를 시켜 놓고 김과장은 형식적

   인 물음을 던졌다.  머릿속에는 잠시 후의 프로젝트에 흥분해 하며 저

   만치한쪽 길모퉁이에 비를맞고 서있는 `로망스'란 네온 간판을 설레이

   는 마음으로 바라볼 따름 이었다.

     "에그 차라리  혼자 였으면  이놈의 팔자가 이렇게 사납지나  않지.

   왠수같은 자식놈 하나 때문에 녀석 대학 뒷바라지하며 이렇게 살고 있

   지 않겠수."

     흠. 열녀 났구먼.  잠시 그렇게 생각하던 김과장은 서둘러 소줏잔을

   비웠다. 적당히 기분  좋게 취해야만 그의 목표는 100%  달성할 수 있

   는 터였다.

     "그래, 김사장님은 자식이 어떻게 되시우?"

     김천댁이 코를 훔치며 물었다.

     "나야 딸만 오지리로 셋이니 아들 하나만도  못하지. 막내가 이제야

   고등학교 3학년이고 두 년이 다 대학굘 다니니.. 그럼 뭐하나. 멀쩡하

   게 키워 놓으면 언제고 훌쩍 떠나면 그만인데."

     "정말 맞는 말이지요. 요즘 딸 키워 봤자 소용이 없다니깐."

     적당히 술이 오르자 김과장은  뚱뚱하고 자그마한 키를 흔들며 벌게

   진 얼굴로  포장마차를 나왔다. 거리는  어둠이 내려앉아 색색의 네온

   등들이 더욱더 그의 마음을 설레게 하였다.

     잠시후 이리저리 골목길을 휘두르던  김과장은 조금은 멋쩍은  얼굴

   로 로망스라고 쓰여진  간판 안으로 빨려 들듯 들어갔다. 로망스는 일

   종의 러브 호텔이었다.

     "아 사장님 아니세요. 기다렸습니다."

     이십대 중반의 보이  하나가 그를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잠

   시후 방으로  안내된 김과장은 다짜고짜로  보이의 허릿춤으로 시퍼런

   만원 짜리 한 장을 찔러 넣으며 거칠게 속삭였다.

     "야. 너 아까 한 약속 잊지 않았겠지."

     "아 김사장님도 성미도  급하셔. 금방 불러 드릴 테니 잘좀 해 주십

   쇼."

     주머니의 팁을 확인한 보이 녀석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야야, 근데 말이다. 정말 스므살을 갓 넘긴 영계에다가 에 그 뭣이

   냐. 대학생이 맞는감."

     "아 그럼요. 제가 돈 받고 뭣하러 거짓말하겠습니까. 다들 알아주는

   일류대에 쪽쪽 빠진  애들이에요. 요즘은 그렇게 감쪽같이 하루에  한

   두껀씩 아르바이트 삼아 몸을 파는 애들이 한두 명이 아니라니까요 그

   래서 자기 옷도 사 입고  용돈도 하고 학비도 내고 남자 친구 밀린 하

   숙비도 내주고. 요즘 애들이 얼마나 약았는데요."

     "캬~ 기가 막힐  노릇이군. 여기 돈 있으니 어디 그 중에서 제일 기

   가 막힌 놈으로 한번 불러 봐라."

     "예, 예, 그러문입쇼."

     보이가 나간 후 김과장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욕조에 물을 받고 옷을

   훌라당 벗어 던진 채 침대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사실 김과장이  이 여관에 단골 한지도  어언 일년이 다 되어 갔다.

   마누라한테 실증이 나도 벌써 날 나이였지만 말년 과장에 변변치 못한

   외모 때문에 그럴싸한  바람 한번 피워 보지  못하고 지내다가 우연히

   알게된것이 이곳이었다. 전에는 주로 전문 콜걸들과 일부 집안이 가난

   한 여성들이 낮엔 회사에 다니고  밤엔 몸을 팔았고 그 맛에 그럭저럭

   회포를 풀며 지내 온  그였었다. 그러던 오늘 낮에 그 여관 보이 녀석

   으로부터 정말 반가운 전화가 왔던 것이다.

     "아 글쎄 말입니다. 대학생 몇년이서 그 짓을 하겠다고 찾아왔지 뭡

   니까. 얘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빨리 재발로 걸어 올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특별히 김사장님께 전화 드린 겁니다."

     "어 어 험. 그래 그래."

     전화를 받으며 김과장은 떨리기까지 했다. 세상 정말 말세로다.  돈

   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더러운 놈의 기집년들. 어찌됫든 좋도다. 그래

   야 우리 같은 놈들도 영계 구경하며 살맛 나게 세상을 살지...

     대충 뜨거운 물로 샤워를  끝마친 김과장은 흐뭇하고 흡족한 기분으

   로 침대에  누워서 잠시 후의 일을  회상했다.  꼬깃꼬깃 마누라 몰래

   감추어 두었던 비상금을 화대비로  모두 날렸지만 전혀 아깝지가 않았

   다.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까.  똑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낮게 들려

   왔다.

     "저어-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스물도 채 되지않은듯한 가녀리고 어린 목소리 였다.

     "네에, 들어오시죠."

     그는 다소 점잖은 목소리로  그러나 두방망이질 치는 가슴을 억누르

   며 다가가 문을 열었다.

     붉은 취침등밑에 드러난 소녀의  옆모습은 보이의 말 그대로 어리고

   청초해 뵈는 아름다운  얼굴이었다. 그녀는 창피했음인지 뒤로 돌아서

   서 입고 있던 옷들을 한커풀 두커플 벗어 던졌다. 불빛을 타고 인어같

   이 완벽한 그녀의 나신이 마치 꿈을 꾸듯 김과장 앞으로 넘실거렸다.

     "아악... 더 더는 도저히 못참겠어."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김과장은  방안의 불을 환하게 바꾸고는 본능

   적으로 달려들어 그녀를 껴안았다.그러나 다음 순간, 까무러치듯 놀란

   두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잡았던 몸을 놓고 뒤로 나자빠졌다.

     "앗- 아.. 아빠얏!"

     "아악.. 미...미영아..."

     이 참으로 우연하고도 불행한 비극의  덫에 걸린 두 부녀가 그 다음

   에 어떻게 되었는지는 전해 듣지 못했다.

     당시 종업원의 말을 빌리면 그 김과장이란 사내는 딸이 방문을 밀치

   고 도망치듯 여관을 빠져나간 후에도 한참을 멍하니 줄담배를 피워 대

   며 그 자릴 떠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애지중지 금지옥엽 키워 놓은 딸이 그렇게 물질 만능에 쫓겨 타락해

   가고 있음에 그는 눈물을 흘렸으리라. 더군다나 자신 또한 아버지로서

   의 모든 인격을 무너트린 채  그렇게 더럽고 추한 모습을 딸에게 들키

   고 말았으니...

     물론 이 이야기는 한때 경제  부흥을 타고 소비 문화가 만연할 무렵

   인 80년대 후반의 이야기이다. 지금은 여관이나 러브 호텔에서 전화를

   받고 몸을 파는 이러한콜걸(call-gell)들이 대부분단속으로 사라진 것

   으로 알고 있다.

     이 이야기를 교훈 삼아 우리들은 순간적인 성의 쾌락이나 돈에 눈이

   어두워 자신의 소중한 신체를 타락시키는 일이 얼마나 위험 천만한 일

   인지를 반드시 깨달아야 할 것이다.

     죄를 지으면 그 결과는 반드시 따르기 마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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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즈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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